2004년 3월 27일 토요일

봄바람.

바람은 봄바람, 햇살은 봄햇살...
겨우내 묵은 두터운 옷들을 살짝 한 켠에 치워두고
조금은 가볍고 조금은 색상이 있는 옷으로 갈아입는다.



사실 정말로 봄이 오기에는 시절이 조금은 이르긴 하지만
사시사철 변하는 것은 변함없는 진리이기에
분명 봄이 오리라 믿는 마음과 함께 변하는 날씨에 따라서
조금은 이르지만, 아니 그리 이르지 않는 봄맞이를 준비한다.
 
걸쳤던 옷들이 무게가 가벼워진만큼...
마음도 한 결 가볍다.

2004년 3월 25일 목요일

이사.

집을 정하고 주인과 만나 방세를 지불하고
중개소에 수수료를(40%를 30%로 깍아 지불했다.) 지불하고
열쇠를 받은 후에 언제 이사할까 망설였다.
원래는 28일이 만기라 일요일, 혹은 토요일날 이사를 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그 전에 새로 이사할 집 가구 배치를 해야겠어서
머스마 후배 두 녀석을 불러 배치를 새로 했다.
그런데 후배 녀석들이 갑자기 오늘 힘을 쓴 김에 이사를 하면 어떻겠냐고 한다.
그래 좋다...하고 여자 후배 둘도 불렀다.



점심 거나하게(?) 사고 이사짐을 나르고 청소를 하는데
문득 내가 가지고 온 짐들을 가만히 보게 되었다.
올 때는 배낭 두 개에 작은 가방 하나 정도였는데
어느새 살다보니 짐이 두 배 정도로 불어나 있었다.
 
물론 처음에 이것저것 살 때는 나중에 다 남들 주고 오리라 생각하고 산 것이긴 하지만
이사가 또 간단치 않음을 느끼면서
내 욕심과 삶의 군더더기가 이렇게도 많음을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늘 소망한다.
나이가 얼만큼 먹더라도 아니, 세상을 떠날 때까지
내 짐은 내 손에 들 수 있을 만큼만 가지고 이사를 다니고 움직이고 싶다는...그런 소망.
 
그런 소망이 이루어질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챙겨가는 삶보다 늘 비우고 덜어내는 삶이
내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주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이사하고 나서 짐을 줄여야겠다고 다시 또 굳게 마음 먹는다.

2004년 3월 22일 월요일

결정.

사실 이번에 결정한 집은 제일 먼저 본 집이었다.
원래 살던 동네를 좀 벗어나서 생활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서
다른 동네 집들을 더 보길 원했는데
환경이 맞으면 가격이 맞질 않고 가격이 맞으면 환경이 뒷받침 되지 않는 일들의 연속.



결국 맨 처음 본 집으로 결정을 하게 되었는데
사실 결정하고 생각하니 썩 괜찮은 결정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세탁기는 자동이지, 온수기는 물 용량이 꽤 되는 것이고...
T.V는 크고 잘 나오고...냉장고도 깨끗하고 좋다...
바닥은 방은 목재로 된 바닥, 거실과 주방은 타일로 된 바닥이다.
전에 살던 집보다 환경은 많이 좋아져서
어떻게 봐도 큰 변화가 있음직 하다.
 
어디로 가던 내가 적응하기 나름이고 환경이 전보다 좋아졌으면 되는 걸...
 
방을 이리저리 보고 다니다가 원점으로 돌아온 기분이 묘한 감정을 주지만
어쩌면 삶도 그런 것 아니겠는가 하는 감상이 몇 분간, 몇 초가 스쳐 지나갔다.

2004년 3월 21일 일요일

이사 준비.

이사 준비를 하기 위해 방을 알아봐야 하는데
신문같은 걸 보고 집을 찾기란 외국인에겐 그리 용이한게 아니다.
물론 해보지 않고 어찌 알겠냐마는...
후배들이 그렇게 찾아보고 하는 말이 그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중개소에 부탁을 하고 일정 금액의 돈을 지불하면
원하는 집이 나올 때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시작이다.



집은 보긴 보는데 가격, 위치, 햇살이 드는 남향인지...
그리고 가구들은 있는지 하나하나 체크하게 마련.
먼저 본 집이 좋으면 그 다음 본 집이 더 좋고
나중에 본 집이 조금 부족하면 전에 본 집이 더 좋게 느껴지고...
 
역시 맘에 드는 집을 구하기엔 그리 쉽지 않는 행보들이지만
그래도 잘 찾아지겠지...하는 마음 뿐이다.
 
방을 원하는 데로 보는 대는 30원이 들고...
방이 구해져서 계약을 하고 나면 한달 방세의 40%를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단다.

2004년 3월 17일 수요일

대여점.

지아지아오 애들이 DVD를 빌려간다.
학교 기숙사나 다른 친구네 집에 가서 볼 생각인가 보다.
그러면서 어떤 영화가 좋냐고 추천해달라고 하고...
그러다 보면 가끔 영화에 대한 얘기도 하게 되고..



그런데 외국 영화배우 이름을 중국어로 바꿔서 부르는 건 정말 알아듣기 힘겹다.
처음엔 그런 발음이 참 재밌고 신기하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제발 외국 이름은 최대한 외국 이름하고 비슷하게 불러줬으면 싶다.
 
전에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면서 밑에 자막으로 이해하며 보는데
누구 이름인지는 결국 사람 얼굴을 봐야만 알 수 있었다.
 
어.쨌.든.
마치 DVD 대여점이 된 듯한 느낌. 썩 나쁜 기분 만은 아니다.
 
언제 정리한 번 주욱 해야하는데...

2004년 3월 16일 화요일

제 발 저리는 도둑.

지아지아오가 수업을 마치면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냐고 묻는다.
없다고 말하면서 그런데 말이 잘 나오지 않을 뿐이라 했다.
 
그랬더니 하는 말,



가슴이 뜨끔, 얼굴이 화끈.
다른 사람 공부도 아니고 내 공부인데...
정말 요즘 들어 그런 말이 가슴 깊이 찌르고 들어온다.
 
해야지. 해야지...

2004년 3월 15일 월요일

봄비?

비가 오는 데 보슬보슬, 소리도 없이 가녀리게도 온다.
겨울이 갔는지 가지 않았는지 확신을 하지 못하는 듯
조심스럽게 살금살금 비가 온다.



바람이 부는 데 차갑지도 않고 오히려 포근하다.
겨울을 밀어내듯이 시원스럽게 불어댄다.
 
하루종일 우중충한 날씨처럼 흐린 날씨였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포근하다. 기분이 좋다.

2004년 3월 14일 일요일

[mov] 자토이치 (座頭市)


기타노 다케시 영화가 참 좋다.
뭐랄까 그야말로 동(動)과 정(靜)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영화라고 할까?
중국에 와서는 'Brother'와 '자토이치' 두 편을 보게 되었는데
두 영화 모두 내겐 참 맘에 든다. 특히 자토이치.

계속 생각나는 장면은 기타노 다케시의 안면근육이 씰룩이는 장면.
뭔가 불만이라도 있는 듯, 혹은 뭔가 느끼려고 하는 듯, 불편한 듯...
때론 남을 조롱하듯...

또 웃음같지 않은 웃음을 날리는 장면들...
아주 공허하고 아무런 사심이 묻어나지 않는 듯 해서
어쩌면 건조한 듯한...

그리고 사운드가 참 재밌었는데
밭에서 네 명의 농부가 곡괭이 질을 하고 있는 장면에서
음악에 박자를 정확히 맞춰가며 진행되는 것...
비오는 날 그 네 명의 농부가 또 탭댄스를 추듯
질퍽이는 소리가 음악과 맞아들어가는 것...
나중에 건물을 짓는 장면에서
목수들의 연장 소리가 음악과 절묘한 싱크를 이루는 장면...
참 아쉽게도 스테레오도 아닌 모노 사운드로 들었기 때문에
그 짜릿한 느낌을 겪지 못했지만 재밌고 즐겁고 흥겨웠다.

많은 사람들이 라스트 씬이 된 군무,
탭 댄스 장면을 많이 기억한다고 하는데
너무 많이 들어서인지 별 감흥이 없었다.
신나긴 하더군.

이 영화에선 기타노 다케시가 다른 영화에 비해
그리 많이 등장하지 않아 아쉬웠다.
그런데 이사노 타다노부라는 매력적인 남자 배우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얼굴은 낯이 익은 것 같은데 그의 출연작을 보니 본 영화가 없는 듯...
그의 분위기도 기타노 못지 않게 매력적이긴 하다.
다만 좀 정형적인 느낌이 들어서 그렇긴 하지만...

엔딩 부분에서 돌에 걸려 넘어지며 하는 말로 인해
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설령 눈을 크게 뜰지라도 눈을 감을 때보다 보이는 건 하나도 없다."



.... 그리고 여전히 멈추지 않는 돌발적인 개그. 터지는 웃음.

2004년 3월 10일 수요일

안되는 발음.

지아지아오가 발음 교정을 해주다가 내 발음이 모두 권설음으로 들린다고 한다.
이거 큰일이네.
권설음이 외국인이 가장 하기 힘든 발음이라고 그것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더니
다른 발음도 다 권설음인가 보네.



아무리 발음을 하고 있는 지아지아오의 입을 봐도
혀가 잘 돌아가는 데
난 왜 이리 혀가 돌아가지 않는 걸까?
혀가 두 개냐? 왜 자꾸 엉키려고 하지?
 
혀를 윗 이빨 뒤 위에 대었다가 아래 이빨 뒤 아래에 대었다가 하는 일이
쉬울 것 같으면서도 속도를 빠르게 하려다 보면 참 쉽지가 않네.
 
그래도 어째.
되게 해야지.
 
아~ 정말 힘드네.

2004년 3월 8일 월요일

답답.



안들리면 정말 답답하다.
사실 한국어도 집중을 하지 않으면 똑바로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배우고 있는 중국어는 집중을 해도 안들릴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는 정말이지 귀를 떼어내서 새 것을 바꾸거나
성능좋은 사람 귀를 대신 빌려 달고 싶다.
 
솔로 박박 닦아내면 좀 나아질까?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가?
아니면 두뇌의 문젠가?

2004년 3월 7일 일요일

살찌는 이유.



쩝~ 할말 없음이다.
혼자 거리를 돌아다닌 것도 재미 없어진 지 정말 오래되긴 했다.
 
그나마 틈틈이 운동이라도 해서 견뎌 먹고 살아야겠다.
 
휴일날 집에서 뒹굴거리는 건 한국에 있을 때부터니...하고 위안하며
넉넉하고 푸짐한 일요일을 보낸다.

2004년 3월 5일 금요일

칭찬은...

칭찬은 죽은 사람도 살려내는 묘약이라 했던가?



어쩌면 우습지만 나도 칭찬에 약하긴 한가보다.
누가 칭찬을 하면 그저 좋아라 하니...
하긴 그 좋아라 하는 걸 숨기지도 못한다.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히거나 어떤 식으로든 -_-v 표현을 하곤 하니까.
 
칭찬을 받기 위해서 사는 것은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자신이 자신에게, 그리고 남들이 자신에게 하는 칭찬의 달콤함을 안다면 말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글귀가 떠오른다.
"자신에겐 엄격하게 타인에겐 부드럽게"
"칭찬은 남들이 있는 앞에서 비판은 남들없는 곳에서 당사자에게"
 
칭찬 한 방에 웃음 흘려서 갈 길 헤메지나 말자.
대신 타인의 작은 장점도 훌륭하게 살려낼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칭찬하며 살자.

2004년 3월 4일 목요일

말도 안나오면.

실마리를 잃어버리면,
단서를 잃어버리면 미궁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가 한 말에 내가 혼란에 빠지고 결국엔....결국엔???



살아가면서 내 삶의 실마리만큼은 잊어버리지 않으면 좋겠는데
자꾸 마음은 희미해지고 기억은 하얘지니
조금 더 빨리 달려볼까?
 
여태 살아오면서 실마리도 못찾았다고 말하면 어쩌누?

2004년 3월 3일 수요일

비슷비슷.

"형! 요즘 너무 생각없이 사는 것 같아요..."
이렇게 시작한 후배의 얘기를 들으면서
'...그러고 보니 나도 정말 생각없이 사는 거 아냐?'
라고 생각했다.
 
뭔가 의식있게 생각있게 살고 싶어하는 후배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좋은지 헤메고 있다.
아니, 요즘 내가 잘 못살고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큰 자리에서 보면 비슷한 거 아니겠는가.
자신을 알면 남도 보이고 그런 후에 남을 통해 나를 들여다 보는 방법들...
후배도 일기도 쓰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모양이긴 한데
그게 바로바로 어떤 효과가 감각감상이 얻어지지 않는 모양.
 
처음엔 습관들이기 나름이니 차근차근, 조급해하지 말라는 말을 해줬다.
 
습관들이기도 힘들고 습관떼기도 힘들다.
사실, 어떤 새로운 습관을 들인다는 것은 어떤 다른 습관을 떼는 것에 다름아니다.
 
어이! 동상!
같이 함 잘 해보드라고~

2004년 3월 2일 화요일

청소.

친구들도 돌아갔고 이제 오늘부터 다시 지아지아오를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나 집을 둘러보니 꼴이 말이 아니다.
처음 이사 왔을 때는 간혹 청소를 했는데
언제부턴가 아예 방치를 하고 살았었다.
 
오늘은 나의 게으름과 한 판 해야겠다.



나의 고정관념인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청소를 하다보면 마음이 함께 깨끗해짐을 느낀다.
바닥을 쓸고 닦으며 내 몸 움직임으로 인해 마음작용도 함께 되는 것일까?
 
오랜만의 청소가 마음도 함께 맑게 한다.
 
그런데 피곤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