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29일 목요일

핸드폰.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것도 전화가 없으면 참 불편하네.
중국에 처음 왔을 땐 전화가 없는 게 그리 불편하지 않다가
친구들 찾아서 같이 밥 먹고 술 먹으며 얘기하며 중국어를 배우 요량으로 핸드폰을 산 이후론
핸드폰이 무척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사실 중국에 사는 많은 유학생들은 한국에서 핸드폰을 쓰다가 쓰지 않으니 너무 편하다고들 한다.
나도 그렇다. 그런데 일이 없을 경우엔 그렇다.
일이 있거나 할 때는 핸드폰이 없다는 건 지금의 생활에선 너무나 불편할 따름이다.
 
어쩌면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어하는 내 본능, 혹은 습관-버릇 때문에
핸드폰이 필요하다고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은 늘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마음 수양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다고 요동치고 있으면서도
내 몸은, 내 삶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곳에 머무니 더더욱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누군가와의 소통의 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잠재적 외로움을 달래주는 수단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네트워크의 확장이 일어나는 일이니 보다 많은 배움과 깨달음 속에 사는 걸지도 모르겠다.
결국 내가 하는 애니메이션이란 일도 나의 내재된 생각을 표출하는 수단임과 동시에
여러 사람(혹은 존재)과의 살아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과정일지도...
'필요'와 '수단' 그리고 '목적'과 '의의'의 사이에서 평형을 잡는 일...
앞으로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나의 몫.
 
어쨌든 큰 누이에게 핸드폰을 빌려 다시 중국에 돌아갈 때까지 사용해야 한다.
전에 들어왔을 때도 그랬는데 핸드폰 요금이 많이 나왔다고 한 소리 들었다.
요금 절약하며 유용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강구해야지.
그러면 누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리' 들을까?
 
'수단'을 확보하면 잘 '활용'하고 잘 '살' 일이다.

[mov]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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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불편했다.
홍상수 영화가 늘 그렇듯이 이 영화도 보고 나면 불편함을 느낀다. 그런데 그 불편함은 여느 영화와 다른 불편함이었다. 어쩌면 홍상수의 그 노골적이고 뻔뻔한 속내가 점점 수위를 더해가서 그 전 홍상수 영화의 영화를 보고 그의 팬(?)이 된 사람들을 대놓고 속인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난 홍상수 감독이 좋다. 그리고 또 싫다. 좋은 건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큐멘터리인 듯 아주 철저하게 속내를 파헤쳐서 보여준다는 게 좋다. 영화는 꿈이기도 하지만 우리들 삶의 거울이기도 하기 때문에 내가 조금 얼굴이 화끈거려도, 보는 내내 조마조마하며 불편해해도 난 그걸 즐거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홍상수의 여성편력(?)이나 혹은 성에 대한 이기적인 태도는 싫다. 그건 취향이다. 맞다. 그래서 나도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 좋고 싫다. 물론 나도 속을 아주 갈기갈기 벗겨내보면 그와 비슷한 사고구조나 본능구조를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런데도 난 이번 영화에 대한 그의 시선에는 동의하기가 어렵다.

영화 내내 성현아=히로뽕=누드 라는 세 단어가 머릿 속에서 맴맴 돌았다. 나도 매스컴에 의해 길들여진 어쩌면 그렇게 단순한 도식으로 밖에 사람을 떠올리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러한 걸 염두에 두고 감독이 성현아를 캐스팅했다면 성공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영화 중에 선화가 군대를 갓 제대하고 돌아온 선배에게 이끌려 갔다가 헌준과의 약속에 늦게 나타나서 '선배에게 납치당해서 강간당했다'라는 말을 하는 씬이 있다. 아주 덤덤하게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그리고 조금은 그걸 자랑스러워하는 듯한, 헌준에게 동정을 얻으려는 듯한(?) 뉘앙스로 얘기를 한다. 다시 장면이 바뀌고 헌준과 선화는 섹스를 한다. 그러면서 헌준은 선화의 몸을 씻겨주며 '너의 더러움을 다 닦아내주겠다'고 하고 섹스를 하는 내내 둘은 헌준의 물건으로 인해 선화의 신체 내부(혹은 정신)가 깨끗해질 거라는 다짐 아닌 다짐을 한다.

난 여기에서 성현아의 위에서 말한 세 가지 단어의 고리가 떠올랐다. 성현아를 영화의 주인공으로 포장을 해서 깨끗하게 해주겠다는 홍상수 감독의 마음이 보이는 듯 했다. 한 개인, 그 개인사를 나 개인적으로 모르는 바에야 추측은 그저 추측일 뿐이고 허공에 중얼거리는 망언에 불과하겠지만...매스컴의 탓이건 나의 탓이건 간에 그렇게 느껴진 건 사실이다.

문호는 젊은, 대학 교수라는 신분을 악용(?)하고 왠지 싸가지가 없는 녀석으로 나오는데 유지태의 새로운 연기를 보는 듯 했다. 영화에서의 그는 정신 불안에 시달리는 미성숙한 어른처럼 보였다. 한국에서의 남자들은 그렇게 미성숙한 존재들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그런가? 여전히 여자들에게 기대지만 또 여자들을 유린한다. 부인이 있음에도 선화에게도 그렇고 여 제자에게도 그렇다. 운동장에서 약간의 꿈, 환상을 할 때도 여자들의 스킨 쉽을 원하고 있었으며 여전히 여자들의 품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의 사회적 지위, 생활들은 놓치고 싶지 않은...

영화의 구성은 독특했고 신선(?)했지만 내용은 그 전 영화보다 못한 듯 싶다. 여자를 바라보는 여성 폄하적인 시각. 그게 현 대한민국 남성들의 시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만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홍상수 감독이 여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 '강원도의 힘' -> '오! 수정' -> '생활의 발견' ->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까지 오면서 여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점점 더 노골적으로 보여지고 있다고나 할까? 즉 그 전까지 영화는 남자도 여자도 모두 관찰의 대상이고 연구의 대상이었다면 점점 비중이 섹스와 여자 쪽에 치우친다는 느낌. 다만 그의 영화를 다 본 사람들은 그의 화법에 귀를 기울이고 어느 정도 믿음이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그의 논리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 것 같은...

이번 영화는 대사도 그렇게 재밌지 않았고 연기들도 그리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기대를 하고 보지 않았는데도... 하지만 여전히 홍상수 그가 내놓은 '생활의 발견'에선 내 안에도 내재되어있는 '이상한' 태도와 자세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나도 살아가고 있고 나도 발견해가고 있으며 계속 자라고 있다!!!

아~ 배우들의 인터뷰가 실려있어서 보게 되었는데 김태우는 뭐...그런대로 자기 철학을 가지고 말을 하더라. 그런데 조금 뭔가 자아당착에 빠진 듯한 느낌도 들고...! 어쨌든... 그런데 성현아의 인터뷰는 정말 뜨악! 이었다. 아무런 생각도 없는 듯한 대답. 뭐랄까... 자신이 연예 생활에서 겪는 곤란을 탈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영화를 택한 듯한 느낌이랄까?!! -_-;

그런데 정말 '여자는 남자의 미래'일까? 문득 '여자는 남자의 과거'란 생각도 들었다. 제목을 아이러니하게 뒤집어 놓음으로써 뭔가 새로운 효과를 기대한 거였나? 남자에겐 여자의 존재는 소중한 거예요.라고 말하면서....내용은 꼭 그렇지 않은....

2004년 7월 28일 수요일

한국에 도착.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첫 느낌은 무척이나 덥다!!라는 것.
게다가 공기는 습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온 몸이 땀으로 적셔지는 그 끈적함이 왠지 싫다.
장춘은 그렇게 습하지는 않는데...
더위는 습할 수록 힘겹다.
예전에 인도에 갔을 때도 느낀 거지만 인도는 습하지 않으면서 무척 뜨거운 햇살이 있는 곳이다.
숨쉬기도 조금은 버거울 정도의 더위지만 충분히 견뎌낼 만 했다.
그런데 한국의 습한 공기의 더움을 견뎌내기란 너무 힘들다.
 
한국을 떠나 여름을 보낸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렇게 호들갑일까.
사람의 몸은 환경에 쉽게 적응을 하도록 설계가 되어있겠지만
마음과 생각은 늘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이기적인 부분이 많기에
이렇게 간사(?)하게도 투털대고 있는지 모르겠다.
 
저번에도 신세를 진 적이 있는 홍대 후배네 작업실에 짐을 풀고
형들과 벗들을 만나 아주 맛있는 올갱이 탕(?)을 먹었다.
중국에서는 감히 맛보지 못할 그 한국적인 시원함(!)이랄까.
그 안에 있는 만두며, 딸려 나오는 밑반찬-찐한 김치와 젓갈 등-도 좋다.
중국 음식도 그렇게 싫지는 않은데 가끔 먹는 한국 음식이라 그런가?
아닐게다. 오랜 세월 먹으며 몸에 밴 인자(因子)때문이겠지.
 
즐거운 얘기도 나누고 즐거운 식사도 하고 기분 좋게 헤어졌다.
 
서울 교통 개편 이후 지하철을 처음 타 본 셈인데 기본 가격이 900원!이라니.
게다가 거리가 멀어질 수록 1000원도 넘어간다니!
버스 이용의 끔찍스러운 답답함에 대해 들었던 터라 버스 탈 생각은 사실 엄두도 나지 않는다.

2004년 7월 26일 월요일

너무 비싸.

오전에 일처리 해놓고...
비행기 표 사러 샹그릴라 호텔로.
아~ 그런데 비행기 표가 왜 이렇게 비싼거지?
한국에서는 편도 18만원에 살 수 있는 걸 여기서는 25만원에 사야 한다니...
왕복은 준비해간 돈이 모자라서 편도를 샀다.
한국에서 돌아올 때 왕복을 사서 와야겠다.
 
오늘은 짐 좀 꾸리고 내일은 집 청소를 말끔히 해야지.
 
표 사러 택시 타고 가는 길에 택시 기사가 그런다.
한국 사람들은 정말 예의가 바른 사람들 같다고...
고맙다고 말하니까 뭐가 고맙냐고 솔직히 말한 것 뿐이라고 그런다.
어제는 애들이랑 저녁 먹으면서 한국에서 온 버릇없는 애들 얘기가 꽃을 피웠었는데...
 
나보다 한 살 많은 택시 기사가 내가 그렇게 나이가 들어보이지 않는다면서
자기는 이제 11개월 된 아이가 한 명 있다고 그런다.
이 사람도 결혼을 그렇게 일찍 한 건 아닌것 같다.
보통 중국 애들 결혼 일찍 하는 편이던데...
열심히 돈 벌어서 애 잘 키우시오~

2004년 7월 24일 토요일

비행기표 사러...

중국 항공사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가격이 여전히 비싸다.
그래서 다시 샹그릴라 호텔 내에 있는 아시아나 항공사를 찾아가기로 하고
택시를 타면 기본 요금 두 배 정도 나오는 거리를 산보하듯 걸었다.
날씨는 더운데 그리 덥다는 생각보다 오랜만에(?)의 외출로 기분좋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길가에 앉아 과일이며 핸드폰 카드며
잡다한 것들을 파는 상인들을 지나...
 
문 앞엔 일요일날 쉰다고 해놓고 토요일인 오늘도 쉬어버리는 얌체같은 항공사 앞에서
이마에 땀을 훔치며 돌아나왔다.
그럼...다음 주 월요일 날 표를 사게 되면 표가 바로 있을까? 하는 걱정.
 
집에 오기 전에 한 번 만나 술 한 잔 했던 한국인 미용사 성민규. 형님이 일하는 미용실에 갔다.
손님이 너무나도 뜸한지 쉬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에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여자 손님 커트 해주는 걸 뒤에서 구경하고 나서 머리를 깍기로 마음 먹었다.
중국 이발비의 5배나 되는 거금이지만 한국인 미용사라는 장점은 사람들을 끌어모으나 보다.
 
역시 머리를 깍고 나니 한국 사람같다.
 
다시 걸어 돌아오는 길...
여전히 햇살은 따갑고 오후 6시임에도 그렇게 밝은 거리를 지나
둘레둘레 사람들 구경하며 콧등의 땀을 훔치며...
 
이젠 장춘도 나에겐 낯선 이방인이 머무는 곳이 아닌
동네를 거닐 듯 다니는 낯익은 동네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잠깐.
 
장춘에서 가장 맛있다는 빵집에서 빵 몇 개를 사서 귀가하는 기분도 썩 괜찮군...

2004년 7월 21일 수요일

더운 날에...

무더운 여름 날씨...
선풍기를 1단으로 맞춰놓고 하루종일 틀고 있어도 선풍기는 나를 시원하게 해주지 못한 채
습한 바람과 짜증이 살짝 날만큼의 불쾌지수를 뿜어내는 것만 같다.
 
그런 느낌들을 날려보내기 위해 기껏 하는 일이라곤
하루 종일 집 안에 앉아서 중국어 메일이나 문서를 번역해 보내주고
처리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해가는 것...
일이 많지 않으니 가끔 있을 일을 위해 집에서 대기해야 하고
그 남는 공백에는 친구가 구워준 'CSI 마이애미'를 보는 것 뿐이다.
 
날은 덥지만 또 컴퓨터 안, 동영상 안에 세상을 들여다보면서
작지만 하나씩 삶의 뭉클한 뭔가를 배워가고 있다.
 
사실, 가만히 앉아서 선풍기를 끄고 더운 바람을 피부로 느끼며
몸 위에 걸친 옷 안에서 내 몸에서 배출되는 땀들이 배어나는 것을 느끼며
은근슬쩍 더위를 즐기는 것도 사실 그렇게 나쁜 기분만은 아닌 것 같다.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서 밥도 해먹다가 음식을 시켜먹기도 했다가...
그러다 음식을 시키면서도 스스로가 뻘줌했는지
'아~ 바빠서 나갈 시간이 없네요~'라는 내가 듣기에도 어색한 말을 하고 있다.
 
해는 길어지고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시간은 흘러가고 그리움도 깊어가고...

2004년 7월 20일 화요일

수면 불량.

백두산을 다녀와서 그런 것일까? 피곤한 건가?
피곤한 것도 느끼지는 못하겠는데 어째 잠을 자고 나도 잠을 잔 것 같지 않은 느낌.
날이 덥고 후덥지근 한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전부 다 그런 이유라고 생각하기엔 부족한 어떤 부분.
 
생각이 많은가? 혹 이런저런 일들에 마음을 뺏겨 평상심을 잊어버렸는가..?
생각에 생각, 또 생각에 생각...
 
평소엔 잘 느끼지 못했던 사실 하나.
늘 여유롭고 대범한 듯 살다가도 어떤 외부의 경계로부터 자극을 받는 일이 생기면
특히 그런 일이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된 일이라면
남들에게 하던 말들과는 짐짓 다르게 마음이 흔들리고 표류한다.
인간이라면 당연한 일이라고 치부해도 별 탈은 없으련만...
인간이라서 충분히 벗어던져낼 수 있는 힘과 마음이 있으니
그렇게 하지 못할 때 번민만, 번뇌만 쌓이는 것 같은 느낌.
 
미풍에도 흔들림 없는 마음, 태풍에도 자유할 수 있는 마음.
 
요즘 잠을 제대로 못자는 이유 중에 몇 가지...

2004년 7월 16일 금요일

백두산으로!!!

규이, 치우메이.와 함께 백두산을 가기로 했었다.
오늘 아침에 시카프에 해줘야 할 일을 후다닥 마치고 규이 자가용에 몸을 실었다.
어제 허정 귀국 파티에서 술을 좀 먹은 탓인지 조금 부시시 했지만
백두산으로 향하는 마음은 반갑기 그지 없다.
 
백두산까지는 7-8시간 거리. 국제 운전 면허증을 챙겨오지 못한 게 미안하기만 하다.
계속 규이. 혼자서 운전을 해가야 하는데 시종 밝은 모습으로 괜찮다고 거듭 강조한다.
이번 여행은 우리 셋의 즐거운 여행임과 동시에
규이.가 치우메이.에게 2년 전에 약속했던 백두산 여행을 실현하는 뜻 깊은(?) 날이기도 하다.
둘이 알콩달콩 사랑하며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 보인다.
 
이곳 저곳을 지나며 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시골 내음을 바람으로 받아 안으며
정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뻗어있는 옥수수밭을 지나며
멀리 보이는 작은 산들, 언덕들, 초원들을 지나며 조금씩 백두산으로 다가서고 있다.
 
가다가 멈춰 녹색의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쉰 곳은 장춘 외곽에 비교적 유명하다는
라파산(拉法山) 근처의 와불산(卧佛山)이 보이는 전망대.
법을 끌어온 부처님이 피곤해서 쉬는 모양이다.
 

 
산이 누워있는 형세가 정말 부처님 누워계신 와불이다.
 
'이번엔 꼭 천지를 볼 수 있게 보살펴 주시옵소서.'
 
다시 차를 몰고 또 몰고 난 뒤에서 눈치도 없이 졸고 또 졸고
그러다 졸음이 사라지면 애들을 붙잡고 중국어 공부하고 경치 구경하고 그러다 또 졸고...
 
숙소를 찾아야 하는데 어둑어둑 해지는 얼다오린에쥐(二道林业局)에 도착해서
빙빙 돌고 돌다가 어떤 호텔 복무원의 도움을 받아 오토바이로 길 안내를 하는 청년을 따라나섰다.
그런데 문득 괜찮은 장소가 눈에 띄어 규이가 경적을 몇 번 울렸는데도
이 순박한 오토바이 청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갈길만 간다.
뒤 따라 갈 때부터 알아봤지. 뒤에 따라오는 손님은 보지도 않고 오토바이를 열심히 몰아서 가나.
결국 그 청년을 앞에 두고 숙소 찾아서 와버렸다.
생각할 수록 불쌍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그 친구는 길 안내를 해주면 호텔에서 5원을 준다고 그러던데...
우리들끼리 아무래도 그 오토바이 청년은 우리가 없는 걸 알고는 한참 울 거라고 농반, 진반.
 
백두산에서 30분 거리인 이곳은 호텔비가 장춘보다도 비싸다.
별이 몇 개씩 붙어있는 것도 아니면서...360원, 320원.
방법은 없으니 짐을 풀고 식사를 하러 갔다. 배가 고파서 모두들 힘겹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즐겁고 좋다. 가볍게 맥주 한 잔, 그리고 숙소로.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백두산 행이 시작될 것이다.
2년 전에 보지 못했던 천지를 이번 만큼은 꼭 보길 바라면서...

2004년 7월 9일 금요일

안다는 것.

DVD기기 뒷면에 광단자가 있는 걸 오늘 처음 봤다.
후배의 말로는 광케이블로 연결해 영화의 대사를 녹음해서 들으면 참 좋다고 한다.
MD를 가져왔으니 나도 가능하긴 한건데
미처 광케이블을 챙겨오지 못했다.
 
그래서 후배는 DVD 살 것을 보러 난 광케이블을 살 겸 오야 전자상가에 갔다.
 
DVD는 세일 중이라 가격들이 많이 내리긴 했지만
그래도 이름 있는 회사제품들은 비교적 비싸긴 하다.
결국 후배는 돈이 부족해서 맘에 드는 걸 사지 못하고
광케이블 사는 데 함께 다녔다.
 
그러면서 참 이상한 걸 알게 되었는데
중국엔 VHS기기는 다 사라진지 오래다.
보통 VCD나 DVD를 보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런 기기들이 많이 발달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이란 말이 그렇게 보편적으로 인식이 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광케이블 하나 사는데 정확한 명칭를 가지고도
많은 사람이 알아듣지를 못하거나 안다고 하더라도 본적이 없는 듯 했다.
컴퓨터 상가에서도 젊은 사람, 나이든 사람을 막론하고 생소해 한다.
 
디지털 기기가 보급이 되긴 하지만 그것이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다.
게다가 DVD의 화질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중국사람들은 신경쓰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DVD 중에 화질이 안좋은 것들도 잘 팔려나가고
또 스페셜 피처가 없어도 개의치 않는다.
하긴 불법복제물이 대부분인 이상 그런 것들은 생각을 아예 하지 않겠지.
 
이런 경우를 배제하더라도 생활 속에서 접하는 많은 상황들...
정확한 이유와 과정을 모르고 사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모르면서 살아가는 삶처럼 때론 답답한 일도 있을까.
 
정확한 내용 전부를 알 수는 없더라도
대체적인 개괄을 알고 있다면 충분히 잘 이용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아는 것은 힘이라고도 하고 아는 것은 병이라고도 하지만
앎으로 인해 그 앎을 제대로 취사활용할 수 있는 게 참 능력이 아닌지...생각해 본다.

2004년 7월 3일 토요일

덥기도 하고...

며칠 비가 오다 말다 햇볕이 나오다 말다 해서인지 그렇게 더운 줄은 모르고 있었는데
아니, 선풍기를 켜면 추울 정도였는데...
이젠 햇살이 아주 쨍쨍쨍쨍 내리쬐는 날씨가 도래했다.
 

 
하늘은 너무 이쁘고 햇살도 너무 좋지만...
방에서 선풍기 바람에 책보다 잠을 자도,
DVD보다가 잠을 자도 좋은 날...

오늘 주말이군.

결국 햇살 좋을 때는 이거한다 저거한다 하면서 나가보지도 못했네...
내일은 꼭 나가야지...

더워도 좋다...선풍기가 있으면...

2004년 7월 2일 금요일

햇살.

이제는 해가 길어져서 그런지 아침 해가 새벽 3-4시 사이에 밝아 올 조짐을 보이고
저녁 해는 저녁 7-8시 사이에 사라질 조짐을 보인다.
 
해가 막 떠올 무렵에...혹은 낮에 점심을 먹고 약간 나른한 오후에 바라보는 햇살은
왠지 나른하면서도 행복한 느낌이다.
 

 
스윽 내 몸에 기어올라오는 햇살은 뿌리치기 힘들다.
조금 더워도 혹 살빛이 까매지더라도 한참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햇살이 방안 전체로 비추는 큰 유리창이 있는 그런 방에서 잠을 자고 싶다.

2004년 7월 1일 목요일

7월...이네....?!

벌써 7월이네... 이제 앞으로 두 달만 지나면 중국에 온지 일 년이 되는데...
아무리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느껴지는 건
스스로에 대해 자신이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그런걸까?
 

 
나름대로 이런저런 일이 있었긴 했지만 그다지 만족감?은 별로 들지 않는다.
가끔 이런 생각들이 들 때는 한국에서라면 어떻게 지냈었을까...하고 반문하곤 하는데
정말 어땠을까?
 
그런 가설은 세우나 마나 시간은 흘러가고 이렇게 흘러왔고 또 앞으로 살아야 한다.
그러니 다시 또 끙~ 일어나서 걸어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