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 22일 일요일

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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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상해 측과 상의를 해서 부스 설치에 필요한 장비들을 대여하기로 했다.
컴퓨터, 프로젝터, 스크린 등...
그런데 통화하면서 상해 측 담당자들의 실망(?)스런 모습을 느끼게 되었다.
사실 상해 측은 조직위원회가 10명도 채 안되는 인원으로 구성되어 행사를 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많다. 그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바쁜 게 핑계는 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한국과 M.O.U까지 체결한 상태고
소위 한국 측도 상해 측의 초청을 받아서 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본인들이 직접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더라도
충분히 해결할 방법들을 소개해 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꾸 서로에게 일을 떠넘기려는 모습도 보았고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았다고 본다.
내가 중국어를 할 줄 알았다는 게
어쩌면 그들에게는 좀 더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요소였는지도 모르겠다.
중국어를 하니 내가 상해에서 렌탈 업체를 찾아내고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나보다.
 
중국어를 하는 게 장점이 되는 건 확실한데 이럴 경우엔 좀 단점이 되는군...
 
나도 상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고 있다가
겨우 인터넷을 통해서 렌탈업체를 찾아내고 전화를 해서 장비를 구하게 되었다.
렌탈업체를 찾아내기 전까지 거의 몇 시간 동안을 컴퓨터 상가(서울 용산과 같은...)에 가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보고 헤매고 다녔다.
물론 더 빨리 인터넷을 통해 검색을 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못한 건 바보스러웠지만
상해 조직위원회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속 시원한 방법을 일러주지도 않았고
그저 일의 전부를 나에게 떠넘기는 듯한 인상이었다.
하긴 한국에 있었더라면 가장 먼저 인터넷을 통해 회사를 알아보고 접촉을 했을텐데...
 
나도 참 바보같군.
 
상해 사람들 말만 믿고 렌탈업체 찾기가 힘들거라고 생각하고
그 사람들에게만 의존(?)했던 내 잘못도 상당하다. 인정!
 
2.
렌탈업체를 찾아내고서야 전시장으로 가서 부스를 꾸미기 시작했다.
역시 가져온 물건들은 많아 보였지만 설치를 끝내고 나니 소박한 모습.
렌탈업체에서 노트북이 준비가 늦게 된다고 해서 저녁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행사장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시카프 행사도 그랬겠지만 이곳 상해는 조직위 담당자들도 적을 뿐더러
거의 단발성으로 선발된 요원들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듯 하다.
어느 누구도 나서서 책임을 지는 담당자는 극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부스 설치하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은데 말이지...
저렇게 행사를 끝내고 나면 모두들 지칠테고
행사 메뉴얼을 만들 생각은 하지도 못할테고 일단 끝났다는 결과에만 만족하게 되겠지...
좀 더 조직적으로 되지 못하는 건 시카프를 비롯해
특히 상해의 경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기도 하겠지만
일을 하는 사람들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행사장은 시카프보다 큰 느낌(이었지만 전시팀장 말로는 시카프보다 작다고 함)이었지만
기획부스가 적은 관계로 행사장에 부스들이 밀집되어있고
시카프처럼 어떤 통로의 흐름이나 여유들은 찾기 힘들다.
그런데 코스프레 무대나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의 무대들은 괜찮아 보인다.
오늘은 부스를 설치하는 사람들, 관계자들 밤을 하얗게 새우고
다시 까맣게 태워도 부족할 듯 보인다.
게다가 내일 오전 8시 30분에 개막식을 한다는 데...
게다가 어제부터 소나기에 하루종일 끊이지 않는 가랑비 등에 힘입어
행사 개막을 어떻게 할지 걱정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닌가?-_-;
 
3.
저녁에 식사를 하러 갔는데 식당을 찾기가 힘들다.
장춘이라면 괜찮을 일들이 상해에 오니 참 번거롭다. 상해 사람이 아니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사람들에게 식당이 어딨냐고 물으면 다들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내가 외국인으로 보이지 않아서 그렇게 물어보는 게 이상하게 보는 것인지
식당을 찾는 게 이상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겨우 찾아간 식당...
몇 가지 요리를 시키고 모두들 맛은 괜찮다고 하니 슬쩍 부담도 덜어진다.
그런데 밥 값이 꽤 나온다.
물수건 값도 받고 접시 갈아주는 값도 받으니 미리 말해주지 않은 게 약오르긴 하지만
음식 하나를 시킬 때 계산을 잘못했다.
그램 수로 계산을 하는 것을 그냥 액면가로 보고 시켰으니 많이 나올 수 밖에...
어쩐지 요리가 좀 비싸게 보이더라.
 
식사가 좀 늦어 저녁에 만날 렌탈업체 직원의 약속도 늦어졌지만
불평하지 않고 늦게 호텔로 찾아와줬다.
그들 앞에서는 노트북으로 DVD를 구동하는 게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그들이 돌아간 후에 동영상을 컴퓨터로 복사를 한 후 돌려보니 계속 에러가 생긴다.
한참을 헤매다가 다다른 결과는 램의 부족, VGA카드의 성능 부족 등이었다.
렌탈을 할 때 그 정도도 다 알아보고 했어야 했는데 한국과 비슷한 느낌으로만 있었으니...
 
여긴 중!국!인데 말이지...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은 맞나 보다.
한국에서 살던 습관이 1년만에 변할 리가 있나.
모든 게 한국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
그것으로 중국을 지레짐작하거나 판단하는 오류들이 발생하고 있다.
 
내일 다시 렌탈 장비를 교체해야 한다.
 
행사 개막식이 오전 8시 30분(정말 빠른 거 아닌가?
허나, 중국 사람들은 아침에 정말 일찍 일어나기도 한다.)이다.
우리들은 한국인. 내일 오전에 일찍 일어나 준비해야 할 일들이 서로들 걱정이다.

2004년 8월 21일 토요일

상해 도착...

상해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즈음...한국에서 오는 두 분을 기다려야 했다.
그 분들이 도착하는 시간은 2시 40분...거의 세 시간...
서점에 들렸다가 공항을 한 바퀴 돌아도 시간은 몇 분을 지나지 않는다.
자리를 잡고 가지고 간 중국어 테잎을 들으며 졸다 말다 자다 말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비행기가 도착할 시간이 되고 상해 조직위에서 자원봉사자 한 명을 보내준다고 한 사람과 연락을 취하니 공교롭게도 바로 내 옆에 있다.
그런데 가지고 온 종이엔 내 이름만 달랑 써있다.
이런...만약 내가 기다리지 않았으면 아무도 못 만날 뻔 했군.
대학생이라는 자원봉사자는 조직위에서 나 말고는 아무도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리 바쁘다 바쁘다 해도 최소한 해줄 건 좀 해주지 하는 마음이 고개를 든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두 분(전시팀장, 디자인팀장)이 나왔고 차를 타고 호텔로 왔다.
별 다섯 개짜리 호텔...태어나서 지금껏 이렇게 좋은 호텔에는 묵어본 적이 없다.
시설도 좋고 전시장과도 가깝고 교통도 편리해서 좋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전시장 둘러보고 와이탄에 가서 야경도 보고 인민광장도 가서 구경하고...
 
두 분이 '신천지' 노래를 부르길래 저녁에 호텔로 들어와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신천지'로 향했다.
주점들이 가득한 곳...외국인들이 더 많은 곳...마치 유럽의 한 동네같기만 하다.
사실 한국 주점이나 식당을 찾아서 새벽에 하는 축구 8강전을 볼 요량이었는데
여기저기 물어봐도 한국 식당, 주점은 없다고 한다.
결국 포기한 마음으로 아무 주점이나 들어가 맥주 한 잔 먹고 오자고 합의를 봤다.
 
우연찮게 들어간 곳...밴드가 연주와 노래를 하는 아주 흥겨운 곳이었다.
첫 팀은 노래 실력이 정말 가수 못지 않다.
목소리도 좋고 분위기도 잘 타는데다가 세션들도 훌륭하다...
그 다음 팀도 훌륭했는데
뭐랄까 이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음악을 즐기고 노는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런 분위기가 너무 부럽고 좋아 보인다.
문득 나도 다시 장춘으로 돌아가면 시간을 내서 드럼이나 배워볼까 하는 마음이 생길 정도로...
 
친구들끼리 무대에 오르고 연주도 돌아가며 하고 노래도 함께 부르는데
모두들 실력들이 상당하다.
즐거워 행복해 보이는 표정들을 보며 저들이 나이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까지 미친다.
한편으론 불나방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브에나 비스타 소셜클럽'같은 사람들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지금 저렇게 행복한데 뭐가 더이상 부러울까 싶기도 하다.
정말이지 어떤 일을 하건 간에 즐기고 행복한 것 이상가는 것은 없는 듯 하다.
 
사람들의 즐거운 열기에 나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몸이 들썩 거리며
무대에 오르고 싶은 마음까지 생긴다.
 
즐거운 젊음, 행복한 일, 열정에 넘치는 삶을 보면서 오늘 많은 걸 얻어간다.
 
그네들과 함께 삶을 어울리고 싶다. 그네들처럼 자신감있게 즐거운 삶을 살고 싶다.

2004년 8월 20일 금요일

떠날 채비.

상해에 가서 '상해 애니메이션 만화 전람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내일 오전 8시 15분 비행기.
이제 이 일을 끝내고 나면 애니메이션 페스티발 일은 잠시 안해도 된다.
 
와서 중국어가 또 잘 나오지 않는 때도 있긴 했지만
역시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아서 일테다.
가서 많은 중국인들과 부대끼다 보면 말도 더 잘 나오겠지...
 
이번에 가서 애니메이션 관련한 많은 일들을 배우고 습득하고 오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루종일 시카프와 상해 측을 연결해 주는 일을 듬성듬성 하다가
나가서 핸드폰 요금도 더 채워넣고 몇 몇 친구들을 만나 전해줄 거 전해주고 머리도 깍고...
이젠 내일 갈 짐을 좀 정리해야겠다.
 
잠을 깊이 자면 또 못일어날까 걱정.
나이를 먹어가며 잠이 줄어들었는데 늘 이런 게 걱정이니 우습고 재밌다.
 
상해 가서 인터넷을 할 수 있을까?
 
그러고보니 요즘 일기는 좀 쓰는데 그림일기는 거의 못쓰고 있네...
그림에 대한 능력이 역시 부족한가 싶기도 하다...
에잇~ 그래도 하고 싶다.

2004년 8월 18일 수요일

또 하루.

상해 갈 비행기표를 예매하는 데 20% 할인이 된다고 하네...
만약 오후 5시 즈음 가면 40%가 할인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 올 분들 때문에
결국 오전에 출발하는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말았다.
할인이 된다고 하면 왠지 기분이 좋은 건 사실 :)
 
그런데 비행기표를 예매하러 가기 전에 어제 DVD로 변환시켜 온 것을 확인 차 보는데
사운드도 엉망으로 되어있고 게다가 어떤 장면들에서는 버벅대는 현상들...
게다가 단편 애니메이션들만 모아놓은 것에는 2개의 애니메이션이 보이질 않는다.
순간 치밀어 오르는 짜증.
 
전화를 해서 이런저런 사정을 얘기했더니 혹 내가 사용한 DVD기기를 언제 샀냐고 묻는다.
갑자기 더 화가 치민다. 분명 내가 볼 때는 변환할 때의 문제인 것 같은데 기계 탓을 하다니.
짜증이 나다가 또 순간 차분히 가라앉는 내가 보인다.
알았다고 말하고 며칠 안으로 다시 가서 같이 확인해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중국 친구에게 혹 환불을 되는지 물었는데 아마 어려울 것 같고
다시 작업을 하면 되지 않겠냐고 말한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시 작업하는 건 별 소용이 없을 것 같다.
그네들의 기술력에 대한 회의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긴 내가 가지고 간 테잎들이 모두 NTSC방식이었으니 이들에게는 좀 생소한 작업이었으리라.
나름대로 한다고 했는데 안되는 걸 보면 당연히 방법이 없을 것 같다.
보다 나은 전문가에게 맡기지 않는 한은 어렵지 싶다. 포기하기로 했다.
80원을 그냥 날리게 생겼지만 방법이 없다. 그렇게 받아들이는 수 밖엔...
내가 기계에 붙어서 하기엔 그들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고 나도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할 것 같다.
 
저녁엔 명은이가 알고 지내는 후배들과 저녁을 같이 했는데
머스마 세 녀석들 모두 사람들이 괜찮아 보인다. 여자 후배는 전에도 알던 사이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또 많이 배우고 또 많이 돌아보게 된다.
산 속에만 있으면 나무들은 보이는데 산이 보이지 않고
산을 벗어나면 산은 보이는데 나무들은 보이지 않는 이치...
가끔은 좀 멀리 떨어져서 나도 보고 내 주변도 돌아보는 건 소중한 경험인 것 같다
 
가볍게 먹은 맥주가 바람에 실려오는 가을 냄새에 살짝 취하는 듯 하다.
 
장춘은 가을보다 겨울 냄새가 먼저 맡아지는 지도 모르겠다.

2004년 8월 17일 화요일

애니메이션...애니메이션...

어제 맡겨놓은 VHS와 DVD를 찾아오려고 오야 전자상가에 갔다.
오야에 옌궈가 옌뽀를 만나러 갔다고 오면 연락을 주라고 한다.
한국에 들어갈 때도 연락을 왜 안했냐고 살짝 뭐라고 하더니 좀 미안하군.
 
옌궈를 만났는데 요즘은 좀 바쁜가보다. 다행이다.
이번에 장춘 꾸이린루에 한국인의 거리가 생겨
중국정부에서 약 5,000여 한국 상점을 끌어들이려 한다고 한다.
옌궈는 그 시장을 보고 원룸 형태의 건물을 지어 숙소를 제공하는 일을 할 예정인가보다.
물론 돈은 다른 사람이 투자해서 준비하는 건물이겠지만 잘 되어서 돈 많이 벌길.
 
DVD는 아직 작업이 완료가 되지 않아 옌궈랑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옌궈는 이제 한국어를 배워서 앞으로 꾸이린루의 발전에 준비하고 싶은가보다.
내가 시간이 그다지 자유롭거나 일정치 않아 가르쳐주지 못해 미안하다.
나보고 후배들이나 친구들 중에 있으면 좀 소개시켜달라고 한다. 있을까...
봐서 상해 다녀온 후에 가르칠 시간이 있으면 좀 도와줘야겠다.
 
옌궈가 애니메이션 하는 사람을 소개시켜줬는데 물론 사장이나 감독급은 아니고 직원이다.
O.E.M을 주로 하는 회사다. 주로 상해, 북경, 장춘영화제작소...등에서 일을 받아오고
외국은 일본에서 일을 받아와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물어보는 얘기가 혹 단편 작업하는 사람들 있으면 연결시켜달라고 한다.
사실 오늘 그 회사에 가서 한 번 둘러보고 싶었지만 어째 기회가 되지 않았다.
그 친구 말로는 동화는 5마오~1-2원/1장..이라 하고 원화는 3원~5원/1장...이라 하니
정말 싸긴 싸다. 그 친구의 푸념...'애니메이션으로 돈 벌긴 힘들다'는 것...
한국도 경제사정이 나빠지기 전부터 나온 말이 이 말이었는데 중국도 똑같긴 매한가지군.
하긴 동화맨, 원화맨들이 돈 번다기 보다 감독급이나 사장들이 돈 다 챙겨가는 것이겠지만...
특히 O.E.M의 경우엔 말이다.
그래도 만약 실력이 있고 임금이 싸다면 한국 단편 작가들과 연결을 해줘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화하는 시간이 많이 걸려서 힘들어하는 단편 감독들에겐 좋은 소식이 될까?
나중에 차근차근 둘러볼 시간이 되면 좋겠다.
 
DVD가 다 만들어져서 확인해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택시를 타고 갈까 했는데 옌궈가 버스를 타고 간다고 하니 말을 꺼내기 미안하다.
나도 버스를 기다려 타고 돌아왔다...
그러는 중에 다시 DVD사러 들리고 또 괜찮은 애니메이션을 찾았다. 오호~
 
오늘은 이상하게 저녁을 먹고 나니 졸리네...

2004년 8월 16일 월요일

오야 전자 상가를 다녀오다...

여기 올 때 가져온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DVD로 변환시키기로 했다.
상해 애니메이션 페스티발에 갈 때 가지고 가서 보여줄 사람들이 있다.
띵따뽀 선생도 한 번 보여달라고 그랬고 상해에 있는 중국 동생도 보여달라고 했기 때문에...
 
오야(중국어 발음으로 유럽, 아시아를 뜻한다;欧亚) 전자 상가를 가서 변환시켜줄 상점을 찾았다.
처음 찾아간 곳은 한참을 물어보고 테스트 해본다. 그리고 다른 손님 일도 본다.
그러기를 한참 결국 한다는 말이 '못하겠다'는 것이다. 젠장...미리 말해주면 입이 아픈가?
내가 가지고 있는 테잎은 VHS에 NTSC방식이서 그렇단다.
디지털 6m도 NTSC라 좀 어려운 모양이다.
상가 6-7층을 빙빙 돌면서 또 그런 작업을 하는 상점이 있나 기웃거리다가 겨우 찾았다.
여기에서는 DVD압축 방식을 쓰지 않고 60-70분 짜리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서 용량을 많이 담을 수 없다고 한다. 한 장에 35원. 90분짜리 DVD는 60원이랬으니 비슷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ANYWAY', '초대', '소화불량' 등 6개는
전체 시간이 딱 90여 분 나올 것 같았는데
결국 이 곳에서는 2장의 DVD로 만들 수 밖에 없게 되었다.
NTSC를 PAL이나 혹은 NTSC를 떠낼 수 있는 장비가 있는 곳에 맡기는 값 10원을 더 달라고 한다.
별로 깍기도 싫고 그 정도면 되겠다 싶어 총 80원을 지불하기로 했다.
이래 저래 확인하는 게 레코딩 방식이 다르다 보니 체크하는 데만도 시간이 많이 지났다.
 
앉아서 졸다가 말다가 사람들 일하는 것 봤다가...
기계는 적당히 돌아가는 걸 놓고 쓰는 데 나름대로 전문적인 느낌은 있다.
프로그램은 프리미어도 아니고 에펙도 아닌 베가스 비슷한 걸 쓰는 데 처음 보는 거다.
인터페이스는 깔끔하고 프리미어 비슷한 게 괜찮더군.
 
오늘은 작업 마무리를 못하니 내일 오라 한다. 내일 오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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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은이가 디카가 생겼는데 충전기가 없다면서 사야한다고 한다. 오야 가는 김에 같이 가서 찾았는데 어째 Sanyo 전문점이 없다. 다른 기종들은 다 있는데... 한참을 돌다가 우연히 똑같은 기종을 찾아냈는데 충전기만은 따로 팔 수가 없다고 한다. 이상하다. 이것도 부탁하면 다 팔고 들여놓을 수 있는데... 도대체 얘네들 기준은 무엇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게다가 산요 대리점은 장춘 시내에도 없다고 한다. 뭐지??? 결국 못사고 헛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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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DVD를 몇 개 샀는데 오오~ 프레드릭 벡과 알렉산더 페트로프의 단편이 들어있는 걸 발견. 다시 '노인과 바다'를 보다. 예전에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스크린으로 '노인과 바다'를 처음 접하고는 그 감동과 설레임이 아직도 남아있는데 T.V로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너무 감격적이다. 이미지, 그림만으로 감동을 주는 작품은 흔하지 않은데 아마 이 두 감독이 그 흔하지 않는 감독들이지 싶다. 감동을 받으면 가슴이 울렁이고 시큰거리고 눈물이 나올 것 같은데 오늘도 그런 조짐이 보여 감정을 아껴둘 요량으로 후다닥 꺼버렸다.
 
난 저렇게 아트웍이 완벽한(?) 작품을 만들 거라곤 꿈도 꾸지 않지만 다시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고 싶다. 생각해 놓은 몇 개 이야기는 괜찮다고들 하는데 언제쯤 완성을 하게 될까...
 
'노인과 바다'를 다시 접한 것 만으로도 뿌듯한 하루다...

2004년 8월 14일 토요일

장춘 도착, 다시 시작...

14일 이후론 19일까지 비행기 표가 없다는 바람에 결국 14일날 오고야 말았다.
그 덕분에 익산에도 내려가지 못하고 어머니도 뵙지 못하고 왔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공항에 갔더니 비행기 표가 왜 없는지 알겠더라. 정말 사람들로 넘쳐나는 인천 국제 공항.
경기가 안좋다고 하는 것도 결국 서민들에게만 통하는 얘기인 가 싶다.
유학가는 학생들도 보이긴 하지만 아줌마, 아저씨들의 여행부대들과 더불어
젊은이들의 배낭여행 차림도 보이고 그냥 심심해서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도 보이는 듯 하다.
 
장춘행 비행기 표가 없는 이유를 종합해 보니
일단은 9월부터 시작되는 유학생들의 학기 때문에 그렇고
또 하나는 백두산 관광을 하는 이유 때문에 그렇더라.
내가 타고 오는 비행기도 단체 여행객이 3분의 1,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었으니까...
7월에 백두산에 갔을 때 택시 기사가 한 말
'백두산 관광은 8월이 가장 성수기'라는 얘기가 생각났다.
 
하긴 요즘 고구려사 얘기도 끊임없이 들리고 고구려에 관련된 책자가 불티나게 팔리는 마당에
백두산 관광이 더더욱 조명을 받을 만 하겠다 싶다.
 
장춘에 오고 나니 날씨는 거의 가을 날씨인 듯 싶다.
낮에 햇살이 강하게 내려 쬐어도 땀은 그다지 나지 않고 저녁이면 서늘해진다.
입추가 지났으니 그럴만도 하겠지만 역시 북쪽 지방은 다르다 싶다.
또 며칠 있다가 상해를 가야 하는데 상해도 날씨가 장춘만큼만 되면 좋겠다는
말도 안되는 바램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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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이와 치우메이 결혼사진 확인하러 가는 데 따라 갔다가 재밌는 모험(?)을 했다.
 
요즘은 중국도 결혼사진을 디카로 촬영해서 액자도 만들어주고 앨범도 만들어주는 모양인데 사진 한장에 할인 해서 약 40원(한화 6천원)정도 받고 판다고 한다. 그런데 사진을 거의 90여장을 찍었는데 그 중에 최소 30여 장만 고르고 나머지는 사야 한다. 사진을 찍긴 찍었는데 누가 어떤 건 버리고 어떤 건 가지고 싶어한단 말인가. 다 가지고 싶어도 가격이 만만치 않으니 고민이 되는 건 사실... 게다가 디카로 촬영했으니 파일로 있을 게 아닌가...
 
카피를 해달라고 했더니 여전히 돈을 내야 한단다. 고민 끝에 친구들이 담당인 종업원에게 사정 사정을 해서 카피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가지고 간 USB이동 저장장치(U반-중국어) 용량은 128메가, 사진은 모두 540메가... 규이랑 나랑 밖으로 나가 U반을 사오기로 했다.  U반 가격은 그리 비싸지는 않지만 사둬봐야 쓸모가 없어서 대여를 하기로 했다. 두 개 빌리는 데 60원. 돈 벌었다.
 
급하게 가서 다른 종업원이나 지배인들이 보지 않을 때에만 몰래몰래 카피를 했다. 담당 종업원은 들키면 쫓겨날 판이니 간이 콩알만해지나 보다. 하긴 우리도 카피하다 걸리면 쪽팔림과 동시에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르는 판이니 모두들 긴장, 긴장에 도둑 카피를 했다. 카피를 다 하고 나니 담당 종업원이 돈을 요구한다. 줘도 그만 안줘도 그만이라고 말하면서도 자기도 위험을 감수했으니 댓가가 있어야 한다고 당당히 요구한다. 결국 300원정도를 줬다.
 
그래도 돈을 많이 아끼고 사진을 거의 다 소유하게 되었으니 규이와 치우메이는 무척 기분 좋은 표정이다. 정말 돈 많이 벌었다...
 
아~ 종업원이 나랑 치우메이랑 얼굴이 닮은 것 같다고 하니 치우메이가 내가 자기 사촌오빠라고 하고 북경에 산다고 그러는데 그 종업원이 믿는다. 허~ 내가 규이에게 내가 말하는 걸 들으면 중국 사람이라고 생각이 되겠느냐며 종업원 바보 아니야?라고 물으니 그런 것 같다고 응수...-_-;
정말 중국 사람을 닮긴 닮았나 보다 싶다. 한 편으론 말이 좀 늘어서 그런가 싶어서 기분도 살짝 좋아지고...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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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춘에 '용수산'이라는 한국 식당이 있다. 한국인 사장이 운영하는 곳인데 우연히 얘기를 할 기회가 생겨 여러 얘기를 들었다 일단 사장 나이는 35세.-0- 문득 나이에 비해 별다른 성과가 없는 내 자신을 돌아보고...
 
얘기인 즉은 지금 장춘에서 '청연'이란 영화를 촬영하고 있다고 한다. 장진영(개인적으로 좋아하는...)과 황정민(역시 좋아함...), 그리고 유민(역시...) 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이다. 용수산이 함바집을 하기로 한 모양인데 지금은 폐쇄된 북쪽 공항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언제 시간나면 촬영 현장을 구경가야겠다.
 
여러 얘기들이 나오는 중에 지금 중국이 많이 변하고 있다는 얘기들... 만약 비자 문제가 발생하면 전에는 돈 좀 찔러주고 아는 사람 통해서 하면 해결이 되곤 했지만 지금은 모든 게 전산처리 되고 컴퓨터로 입력을 하는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많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중국의 발전이 한국과의 어떤 관계를 줄지는 잘 모르겠지만 중국에서 한국인으로 산다는 약간의 장점마저도 점점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월함과 열등함의 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장점들은 전혀 생각하고 싶지 않고 생각지도 않았지만 중국인들의 성격으로 보면 중국의 경제사정이 한국과 동등해지거나 앞서가게 되면 분명 많은 한국인들은 더 이상 매력있는 외국인이 되지 못할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한국인들은 그런 부분에 신경을 쓰지 않고 중국인들을 업수이 여기고 있는 현실이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애니메이션 판에서도 중국을 우습게 보는 풍조는 만연하다. 도대체 왜들 그러는 것일까? 경제문제가 아니더라도 같은 사람으로써 인격체로써 다가서고 존중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유전인자가 꼭 그렇게 설정된 것은 아닐터인데... 어쩌면 중국인들의 안좋은 이미지들은 자국민의 문제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외국인들에 의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정신 차릴 일!!!

2004년 8월 13일 금요일

시카프 마지막 일...

시카프에 들려 영수증 처리를 했다. 행사 기간 동안 쓴 택시비, 그리고 비행기 표 값.
원래 비행기 표는 정산을 해주기가 어려울 지 모른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큰 기대를 하고 가지 않았다.
그런데 다행이 해준다고 한다.(원래 당연히 해줘야 하는 거 아냐?!)
택시비는 심야요금은 가능한데 아침에 탄 택시요금은 정산이 안된다면서 담당자가 울상이다.
도대체 왜 아침 택시 요금은 정산이 안된다는 거지?
아침에 급한 일이 있어도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라는 것인가?
그럼 버스, 지하철은 정산이 되는 것인가? 어떻게 영수증을 만들어내야 하는 거지?
문득 짜증도 나고 답답함도 든다.
미리 말을 해주던가, 아니면 호텔 근처에 숙소를 잡아주던가...
고생했다고 말들은 하면서 아무런 상황을 봐주지 않겠다는 것인가?
밥도 중국 사람들이 사주는 거 먹었다고 식대는 어떻게 할거냐고 했더니 말들이 없다.
결국 그것도 아침에 쓴 택시비도 정산을 해주기로 했다. 뭐냐고~
 
내일 들어가는데 정산은 다음 주에나 가능할 거 같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
 
상해 페스티발 건에 대해서 잠시 얘기를 하는데 역시 진행이 복잡한 상황이다.
상해 행사에 참여하는 나에 대한 비용문제도 확실히 해결이 안되고...
일은 쉽게 부탁하면서 비용은 쉽게 내놓으려하지 않는 것 같다.
이건 비단 시카프 뿐만이 아니라 어떤 일이라도 그렇다. 내가 겪어온 일들을 뒤돌아 보면...
경험이라 생각하고 살지.뭐...

2004년 8월 11일 수요일

끝!

공항으로 창꽝시, 띵따뽀, 장리 세 분을 모셔다 드리고 수속절차를 밟아드리고
입국 심사대로 들어가는 걸 보고 돌아왔다.
 
혼자서 돌아서 오는 길, 한 편으론 마음이 확 풀리고 한 편으론 피곤이 몰려오는 듯 한 느낌이다.
 
하늘이 무척이나 맑고 푸르고 높다.
가을 하늘같은 느낌.
 
이번에 중국 분들과 좀 더 가까워지게 된 계기가 되어서 좋았다.
 
그 분들 가시고 나니 또 입안에서 중국어가 잘 안나오고 맴도는군.
 
어쨌든... 이제 정말이지 길고도 짧았던, 짧고도 길었던 행사가 완전히 끝났구나.
이젠 상해 애니메이션 만화 페스티발에 갈 준비를 해야겠지.

2004년 8월 10일 화요일

행사의 마지막.

오늘로써 공식적인 행사는 모두 끝났다.
낮에는 모두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몇 회사 작품을 띵따뽀 선생에게 소개시켜주고
폐막식에 참가했다.
 
여러 작품들이 상을 받고 축하를 받으며 즐거운 시간들...
대상을 넬슨 신의 '황후 심청'이란 작품이 받았는데 기분이 확 가라앉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 그 사람을 별로라고 생각해 오고 있어서 그랬는지
작품은 보지도 않았는데 왠지 반감이 드는 것이다.
뭐 어쨌든 다른 외국 작품, 그리고 한국 작품들은 잠깐 보이는 클립들에서도
참 재밌고 보고 싶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좋은 작품들인 듯 하다.
이번 행사에게 가장 아쉬웠던 게 영화를 단 한 편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원래 영화제 가면 하루종일 애니메이션을 봐도 지치지도 않는 나인데...
아쉽지만 어쩔 수 있나...또 작품을 찾아서 헤메야지.
 
리셉션 장소에 갔는데 저번에 중국의 날에 상영해주지 못했던
상해미술영화제작소 작품 모음들을 틀어주고 있다.
폐막식에서 선보였던 타악집단이 와서 또 흥을 돋우어 주고
상해 분들은 내가 아는 몇 몇 선생님들과 얘기를 하고 일찍 숙소로 돌아가셨다.
 
이용배 선생님과 광회 형과 술자리를 옮겨 얘기 꽃을 피웠는데
뭐랄까... 이런저런 가능성과 힘겨움, 즐거움과 쓸쓸함들이 마구마구 섞여 마음을 치는 듯 하다.
몸이 좀 피곤해서 그런 걸 테지...그래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 다행이고.
 
내일은 상해 분들 공항으로 모셔다 드리러 나가야한다.
이제 정말 내가 할 일들은 다 마무리가 되나보다.
시원(?)섭섭(?)하다.
 
자자~자~

2004년 8월 9일 월요일

색다른 체험...

처음 가본 민속촌. 상해 분들도 내가 처음 와본다고 그랬더니 웃으신다.
정말 한국에 살면서 가본 곳은 그리 많이 되지 않는다.
반면에 외국(많지는 않지만)은 가본 곳이 좀 되는 듯 하다.
중국도 중국인들은 가보지 못한 곳들도 난 다녀봤으니까...
 
여기 저기 둘러보고 줄타기 공연도 보고 탈 만드는 곳에 가서 보고
사진도 찍고 그네도 타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중국의 모습과 다른 것에 신기해하기도 하고 중국과 비슷한 것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는
상해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또 얘기 나누면서 나 스스로도 많이 알게되는 느낌이었다.
 
민속촌을 둘러보며 느낀 것은 정말 선조들은 지혜롭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무척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민속촌 안은 그다지 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무가 많았던 탓도 있지만 옛날 집 툇마루에 앉아 있으면 참 시원하다.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어도 부채가 있다면 슬쩍 바람 일으켜 여름을 거뜬히 날 것만 같다.
 
서울 시내는 각 집마다 빌딩마다 자동차마다 뿜어내는 에어컨의 뜨거운 열기로 시내는 찜통이다.
뉴스를 들으니 한국보다 더운 나라에 온 사람들도 한국이 조금 덜 더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고 찜통같다는 얘기들을 한다.
더위는 자연이 움직여가며 만들어주는 게 아니고
이젠 사람이 직접 만들고 못견뎌 하는 게 되버렸다.
 
아~ 민속촌 안에 있는 오락실, 놀이기구를 보며 창꽝시 감독님과 얘기를 했는데
둘 다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과 이런 전통적인 곳에 놀이기구는 정말 보기 좋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아마도 어린이들을 위한 것일텐데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라면
한국 옛날 놀이들을 개발하고 연구해서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게 더 좋지 않겠나 싶다.
돈을 벌고 싶다는 단순한 장삿속은 여전히 좋은 취지를 해치고 생각을 병들게 한다.
 
민속촌을 떠나 서울시청에서 시장과 간담회가 있었는데
서울 광고테잎을 소극장에서 함께 관람했다. 아~ 무척 부끄럽다.
명색이 문화예술을 적극 지원한다는 서울시가 만드는 광고가 저런 수준이라니...
사운드의 형편없음과 편집의 산만함과 계획되지 않은 광고 내용.
아무런 감흥도 없고 그 짧은 광고를 보는 중에도 깜빡 졸 뻔 했다. 으~
 
시장과의 만남을 위한 장소로 이동.
서로 아는 감독들끼리 혹은 서로 알게 된 사람들끼리 사진을 찍고 얘기를 나누고 있는 중에
시장이 들어왔다. 음... 정말 관상 좋지 않군. 부시랑 너무 닮았다고 느꼈다.
근래에 기사를 접한 서울 시장의 몇 몇 이해 안되는 행보들을 접하면서 더더욱 느낌이 싫다.
거만하게 얄팍한 웃음의 깊이로 사람들과 악수를 해주며(!) 사진을 찍어주며(!)....
그리고 역시 또 틀에 박힌 '바쁜 스케줄로 인해 먼저 자리를 떠나겠다'는 멘트를 날리며 퇴장.
 
아~ 그리고 보니 시청 앞 행사는 한 번도 보지 못했었구나.
사람들도 많이 오고 나름대로 즐거운 공연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한 번도 전시장에 들어가질 못했다.
 
자원봉사자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그들의 수고로움에 감사한다.
그들은 역시 행사의 꽃!이 아닌가 싶다.
 
오늘은 조금 일찍 귀가(?)!!!

2004년 8월 8일 일요일

중국어.와 함께...

낮에 띵따뽀 선생과 장리 여사가 경복궁을 가보고 싶다고 한다.
실은 나도 고등학교 때인가 한 번 가보고 가보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몇 시에 문을 여는지 알아보는 중에 친구가 경복궁보다 창덕궁(비원)이 더 좋다고 한다.
경복궁은 건물만 있고 별다른 볼 거리가 없는 반면에 창덕궁은 정원도 있고 잘 꾸며놓았다 한다.
 
택시를 타고 도착을 하고 보니 마침 수문장 교대식을 하고 있었다.
나도 태어나서 처음보는 광경... 흥미가 있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소개를 하고 있다.
그런데 띵따뽀 선생은 소개를 듣지 않아도 이해를 충분히 하고 있다.
아마도 중국에서 이런 의식들이 있었나 보다.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다가 입장권을 사서 들어갔다. 성인 2,300원.
그런데 창덕궁은 관람형태가 다른 곳들과는 사뭇 다르다.
안내(및 설명) 도우미를 따라다니지 않으면 개인적으론 다른 곳을 보지 못한다.
각 구역마다 경비(?) 도우미들이 서서 개인 행동을 못하게 한다.
보아하니, 그리고 듣자하니 창덕궁을 잘 보호하려고 하는 모양인데 조금 불편하다.
게다가 사진도 잘 찍어보고 싶은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함께 다니니 사진 속에 늘 사람들이다.
뭐 그래도 틈새를 찾아 사진도 찍고 사진도 찍어드렸지만...
 
두 분은 한국의 전통 가옥을 보고 신기해 한다.
궁궐과 비슷한 건축물들은 북경 자금성도 비슷하니 이해할 만 하다.
전통적인 민간 가옥을 보며 창살을 신기해 하고 툇마루를 신기해 하고 디딤돌을 신기해 한다.
사실 나도 새롭게 보여지기도 하고 단아한 단청에 가지런한 창살들이 참 곱다.
그 건물들 뒤로 보이는 자유로운 소나무와 한껏 푸르른 나무들이 참 잘 어울린다.
 
시간이 그렇게 많지도 않을 뿐더러 도우미를 따라다니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차분하게 둘러보지 못한 게 좀 아쉽긴 하다.
 
한국에 살면서 창덕궁을 처음 온 것도 아이러니 하다.
하긴 안내 도우미 배치된 횟수가 한국어 설명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일본어, 영어, 중국어 순이다.
그만큼 나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겠지.
 
다시 코엑스로 돌아와 창꽝시 감독님을 모시고 몇 가지 선물들을 사러 갔다.
인사동을 갔는데 마침 비가 내려서 그런지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았다.
정말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물건(하회탈, 한복입은 인형)을 사고 남대문으로 향했다.
인삼차, 홍삼차가 중국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듯 하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비싼가 보다.
정말이지 세 분이 인삼차, 홍삼차 등을 한 보따리씩 사간다.
사무실 동료들이 많아서 한 명씩 챙겨줘야 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한국사람들이나 중국 사람들이나 그런 성격들이 비슷한 듯 싶다.
 
물건을 살 때 통역을 하다가 느낀 건데 한국의 물건 값이 중국과 거의 비슷하다.
내가 살고 있는 장춘의 물가와도 거의 비슷함을 느꼈다.
이젠 중국이 싸고 못사는 나라라고 생각하기엔 힘들지 않을까.
한국돈을 중국돈으로 환산해 계산해보니 몇 백원 차이로 가격차이가 날 뿐 이다.
 
돌아오는 길에 택시에서 라디오 뉴스가 방송되는 데
중국어로 '일본인을 태워죽여라'는 섬뜩한 말들이 나온다.
그 말 이외에는 모두 한국어라 세 분이 묻는다. 도대체 기사 내용이 뭐냐고.
기사 내용인 즉은 어제 중국과 일본의 아시아컵 결승전에서 진 중국 응원단이
일본 국기를 태우고 소리를 지르며 일본 응원단에게 위협을 가했던 모양이다.
세 분 모두 '중국 사람들 저런 게 정말 좋지 않다'라며 부끄러워 하신다.
그래 그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피곤하다. 잠이나 자야지. 내일 또~~~

2004년 8월 6일 금요일

중국의 날? 짱꼴라의 날?

'중국의 날'을 준비했다고 한다.
시카프 측에서가 아닌 SPP측 행사라고는 하는데 시카프 관계자들이 책임을 지는 모양이다.
'중국의 날' 행사를 한다고 하면서 사람이 적게 올까봐
'만화의 밤' 행사와 같이 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꽤 많이 모였다.
중국 사람들은 많이 온 것 같았는데 상해에서 온 사람들 빼고는
몇 개 지역에서 온 만화 관련자들이 참여했다.
'만화의 밤' 위주가 된 '중국의 날'이라고나 할까?
중국 특별전(사실 특별전이라고 준비해놓은 것도 없지만)을 한다고 하면서
구색 맞추기 행사가 된 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진행측에서 진행을 이상하게 하는 바람에 중국분들에게 무척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중국분들 표정을 보니 괜찮다고 말은 하지만 그리 썩 즐거워 보이진 않는다.
하긴 중국 사람들은 '괜.찮.다.'는 말을 습관처럼 한다.
자존심을 중시하는 습관이기도 하고 또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걸 조금 알기 때문에 서둘러 진행측에 말을 하고 자리를 떴다.
사실 행사를 처음 시작할 때는 원로 만화가들이며 출판 만화 사장들도 꽤 있었는데
중국측과 개인적으로든 어떤 식으로든 인사도 하지 않고 다들 자리를 떴다.
행사장이 정말 '시원하기 짝이 없었다'
중국측 담당을 맡고 있어서 더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봐도 좀 너무한다.
 
진행요원들은 자기 일들을 보느라 바쁘다.
어느 누구도 나서서 이상해진 분위기를 수습하려 하진 않는다.
책임자를 찾아서 말을 하는 건 좋지만 별로 적극적이지도 않아 보인다.
 
중국의 날 플랭카드를 만든다고 법석을 하고도 결국 눈에 띄지 않을 만큼(?)의 글자 크기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걸어 놓았다.
 
문득 여전히 한국은 중국을 얕잡아보고 깔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과하게 말을 하자면 한국보다 비교적 못산다고 생각되는 나라에 대해서는
그다지 썩 '예의'가 없다.
 
결국 중국분들 먼저 숙소로 돌아가 쉬게 하고
몇몇 분들은 나에게 물건 살게 있다며 안내를 부탁한다.
동대문을 모시고 가서 2-3시간 정도 돌면서 구경도 하고 물건도 샀다.
난 물건 사는 쇼핑을 싫어해서 어떤 물건을 어디서 파는 지도 잘 몰라 헤맸는데
다행이 몇 가지 맘에 드는 걸 샀으니 다행이다.
 
그런데 문득 나에게 묻는다.
 
"한국 특색있는 물건은 무엇인가요?"
 
정말 대답하기가 힘들었다.
한복, 하회탈, 고려인삼차...등 몇 개를 말하고 났지만
나머지 물건들은 중국에도 비슷비슷하게 있는 물건들.
이런 생각이 든다. 한국의 특색은 무엇일까? 문화적 특색은 무엇일까?
애니메이션, 만화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특색을 발견해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음...내일은 중국 애니메이션 학회 부회장님(70세가 넘으신 할아버지)께서 귀국하신다고 하는데
서류처리를 하려고 받아놓은 여권과 비행기표가 모두 내게 있다.
아침 새벽같이 호텔로 넘어가야 한다.
 
흠...3시간 정도 잘 수 있겠군.

2004년 8월 3일 화요일

언어벽

오늘 밤을 마지막으로 원래 내가 디렉션을 했던 상해쪽 인사들은 모두 도착을 했다.
다른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이젠 공항에 나가서 영접하지 않아도 된다.
공항을 다녀오고 사람들 모시고 있고...또 저녁엔 어설픈 솜씨로 통역해주고...
 
이젠 외국인과 얘기를 할 때는 영어가 생각이 나지 않고 중국어가 먼저 튀어나온다.
예전에 해외로 배낭여행 다닐 때는 영어가 그래도 좀 된 편이었는데...
이젠 중국어가 영어를 잡아먹은 꼴이 되었다.
 
자주 쓰지 않으면 잊혀져버리는 언어들...한국어는 잊혀지지도 않는데...
얼마나 언어를 쓰면서 세월을 보내야 입에 달라 붙을까?
남들이 말하기엔 언어 배우는 게 쉽지 않다고는 하지만
내 생각엔 여전히 내가 게으르게 공부하는 탓인 것만 같다. 아니 정말 그렇다.
 
조급해해도 되지 않지만 너무 느긋해도 되지 않는 법.
또다시 공부꺼리가 생겼으니 뚜벅뚜벅 해나가자.
 
직장도 있어야 하고 돈도 벌어 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늘 내 숨을 탁탁 막는 건 쉽게쉽게 터져나오지 않는 중국어다.
방법은 딱 한가지!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는 것!!!
 
오늘 적지 않은 영어를 쓰는 외국인들을 만나고 났더니 영어도 발목을 잡네...허~
 
에이~ 몰르겠다!!!

2004년 8월 2일 월요일

시카프의 시작...

오전에 일어나 공항으로 가서 중국에서 오는 손님을 맞아야 했다.
정대파, 장국강, 장리 이렇게 세 명이 일단 입국을 하고 나머지 분들은 내일 온다고 한다.
어제 잠을 제대로 잘 못자서인지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비몽사몽.
 
공항에 도착했는데 비행기는 약 20여분 늦어지고 유제연 팀장님과 함께 기다리게 되었다.
러시아에서 오는 비행기는 거의 3-4시간을 연착하게 되고
기다리는 동안 유팀장님과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예전에 대우 종합상사에 계셨다는데 대우가 사라지게 되면서 직장을 옮기게 되었다는 얘기,
그리고 애니메이션 일 하는 사람들은 너무 체계가 잡혀있지 않다는 얘기들...
그런데 애니메이션 관련한 이야기는 동감하는 부분들이 있다.
사실 외부인이 바라보는 시각은 내부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객관적일 때가 많긴 하다.
관계자가 말을 하면 자기도 모르게 자기가 속해있는 사회를 보호하려는 심리가 작용하니까.
 
자기가 속해있건 속해있지 않건 간에 정확하게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은 참 중요한 것 같다.
이리저리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덕'을 발휘하기엔 어려운 점이 많긴 하겠지만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것. 그건 본인 스스로에게도 좋은 점이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사람들이 왔는데 호텔 셔틀버스가 도착을 하지 않아
또 한 두 어시간을 공항에서 기다렸고 지루함이 조금은 피곤함으로 연결되는 듯 했다.
 
중국에서 온 사람들 중에 두 분은 한국을 처음 방문한다고 했다.
날씨야 상해보다 시원(?)하겠지만 서울의 생긴 모습들은 상해와 많이 비슷한 가 보다.
대도시들이야 생긴 모습이 이란성 쌍둥이같은 모습들이긴 하지.
스타일도 사라져가고 독특한 고유의 모습들은 특별지구처럼 관광명소가 되어가는...
 
호텔에 짐을 풀게 해드리고 이런저런 불편한 점을 체크한 후에
또다시 조직위 사무실로... 내일 오실 분들 펑크가 나고 체크가 안되고 난리다.
내가 담당한 부분이 아니긴 하지만 여전히 중국어 하는 자원봉사자는 없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
 
내일 또 한 바탕 돌아다녀야겠군.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즐겁다. 중국어가 유창하지 않아 찝찝은 해도 즐겁다.
 
그런데 정말 상해 사람들, 자부심이 대단하긴 하다.
북경 사람들하고는 서로 앙숙이지만 중국 제일의 도시에 사는 거라 생각해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