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19일 금요일

몸의 지혜

무거운(?) 노트북과 큰(?) 외장하드와 각종 연결 케이블, 그리고 책, 잡동사니를 한 가방에 넣고 다닌다. 오늘따라 '상당히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을 타고 이곳 저곳으로 다니면서 어깨가 한쪽으로 쏠린다. 거, 참 무겁네.

어깨가 쏠리면 다른 어깨쪽으로 몸을 기울여 수평을 맞추려고 하는 게 사람의 본능이다. 역시 나도 그렇다. 몸은 그렇게 착하게도 내가 기울어 넘어지는 걸 막아주기 위해서 알아서 반응을 보이는데 마음은 왜 그게 쉽게 되지 않는 것일까? 치우치면 치우치지 않게 알아서 조정해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턱도 없는 생각을 해본다.

不偏不倚는 中庸之道라 했는데 몸은 중용을 잘 지키나 마음은 그렇지 못하는 걸 보면 인간 사는 세상이 재밌어지는 이유를 알 듯 말 듯 하다. 마음은 한 번 지르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고 가는 때도 있고 한 번 집착하면 놓지 않는 때도 있으니, 몸처럼 알아서 균형을 잡는 감각은 한참 떨어진다. 하긴, 그러니 마음공부하는 맛이 더 나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생각해보니 좀 그렇네. 하물며 자전거를 타더라도 넘어지지 않으려고,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반사신경도 그럴진대, 평생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는 마음이 그렇다니...-_-; 그 본래자리를 보고 나면 단박에 상당부분 해결이 되긴 하겠지만... 쉽지는 않으니. 원~

그럼, 이제 다시 몸에서 배우자.

2004년 11월 12일 금요일

한가해요.

오랜만에(?) 오후 몇 시간이 붕 떴다. "나 오늘 한가해요~"가 된거지. 순간적으로 주어진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한다. 참, 이런 날도 다 있군.

오늘은 날씨가 한국에 들어온 이래라 가장 춥다. 내일은 더 추워진다는 데...그런데 걱정은 안된다. 그 험난한 장춘의 겨울을 지내고 온 내가 아니던가. 많이 상큼한 바람이란 느낌도 들고 한 편으론 옷을 얇게 입으니 춥다는 느낌도 들긴 하지만 충분히 괜찮은 날씨다.

적당히 입고 계원.에 왔다. 후배들을 만나는데 수업이 늦은 시간까지 있다고 그러네. 날 보면서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하는 녀석들이 왠지 낯설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학교에서 지낸 시간들이 좀 많아서(?)인지 지금이 2004년도임에도 날 알아보는 녀석들이 꽤 있다.

오선생님이랑 저녁이나 먹으며 반주 한 잔 해야지. 다른 선생님들은 안계시는군. 시간이 그리 늦지 않았는데도 상당히 어둡다.

아~ 학교 정말 많이 바뀌었네. 이렇게 좋은 학교가 되었단 말인가. 하긴 시설과 내용은 다를 수 있으니 속단 못하겠지만. 그래도 정말 좋아졌네. 돈 많이 벌었나보다.-_-;

2004년 11월 8일 월요일

중국친구 그리고...

1 규이에게서 메일 한통. 한국에서의 나의 선택에 대해 궁금해하고 그의 결혼식 참가 여부에 대해 기대를 하고 있다. 단지 반가운 얼굴들끼리 보고 회합을 했으면 한다는 그 말이 그 답다.

보고 싶다는 말에 참 마음이 싸~하다. 그리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것도 아니건만, 그렇게 많은 시간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건만 서로 생각해 주는 걸 보면 인연은 인연인가 보다.

내 선택에 대해 일러주고 또 중국에 가서 결혼식에 참석할 거라는 얘기로 회신을 보냈다. 그리고 그네들을 보고 싶다는 얘기도. 외국에 다녀가는 게 힘들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한국에 살면 오랜 친구도 연락 자주 하지 않는데 말이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야 마음 편히 다녀올텐데...왠지 지금도 위태위태하다. 하지만 꼭 장춘엔 다녀와야지.


2 일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영어로 뭐라뭐라 한다. 입에선 자꾸 중국어가 튀어나올려고 하고 영어는 생각도 나지 않고... 결국 차분히 한 말은 "나 영어 못해요. 미안해요"였다.-_-;;;

영어 공부 해야하는데...-_-

2004년 11월 7일 일요일

이런 저런 기록.

1 충훈이의 입원. 축구하다 발이 꼬이는 바람에 정강이 아래쪽 뼈가 부러져 철심을 박는 대 수술(?)을 했다. 친구들이야 체중을 이기지 못해서 다쳤다는 둥 농담을 하고 나도 농을 건네긴 했지만 다들 걱정하는 마음은 똑같은 듯. 오늘 문성이, 창녕이하고 병문안을 다녀왔는데 이 경민이 노므 자슥은 어제 왔다가 오늘 내려가면서도 전화한 번 안하고 갔다. 농담 따먹기에 사는 얘기 한참 하고 돌아오는 길. 문득 충훈이 생일이 어제였노라고 누군가 귀띔을 해준다. 아~ 이런! 우리 찬구 맞나?-_-;

충훈아. 늦었지만 생일 축하한다!
그리고 이제 격렬한 운동 못하는 거 아쉽겠지만 몸 조리 잘하고 살 빼라.-_-;;;

오늘 차로 데려다 준 창녕아, 고마웠다.
아~문성이는 잘 알아봐라. 같이 규이 결혼식에 갈 수도 있지 않겠냐? 충훈이 보디가드 해주면서.ㅎㅎ


2 마음을 교류하는 건 이해와 노력이 없으면 안되는 것. 사실 좋은 결과 건 혹은 나쁜 결과(?) 건 100% 만족할 수 있는 부분은 없겠지. 다만 그 100%는 언제나 1%에서부터 시작하는 채워짐이고 그 채워짐의 형태는 꼭 같은 형태로 일정할 필요는 없겠지.

머리에 바람이 불어오고 마음엔 온기가 전해지고. 그렇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 관계라면 누군들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애써 마음을 움직여 자리를 옮겨놓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실상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 것. 그런 마음을 지켜보는 건 때론 힘겹기도 하지만 즐거운 일. 그리고 누군가 함께 한다면 더욱 즐거운 일.

웃으니 고맙고, 말해주니 고맙네.


3 조금 노곤한 몸으로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다른 사람들도 나에게 주목하고 있는 이는 없겠지. 그럼에도 늦은 시간 지하철 안에서는 내가 신경쓰지 않아도 어떤 고단한 삶의 느낌이 전해져 온다. 고정관념처럼 뇌에 박혀있는 "퇴근 길의 지하철의 풍경" 때문이 아닌... 그네들의 마음들이 피곤해 하고 있는 느낌들...

살짝 미소를 띄워보기도 전에 눈꺼풀은 감기려고 하지.


4 엊그제? 보았던 T.V 프로그램 중에서 유남규가 나와 일반 시청자에게 선물을 주며 써줬던 문구 중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할 때가 바로 시작하는 때입니다.


아~! 최선을 다한 건 결과가 아니라 시작이겠구나! 하는 생각에 머리 속에 바람이 불었다.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몸풀기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할 때 비로소 무대에 올라 쇼를 할 시간인 게지.

난 아직도 몸만 풀고 있다.

2004년 11월 5일 금요일

통역


아무리 얘길 해도 듣지 않는 경우도 있고
아무리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는 경우가 있어.
같은 언어로 얘기를 하는데도
이해가 안되는 건 왜 그런거지?
혹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혹 내가 말을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누군가와 소통을 하기 위해선
통역기 하나쯤은 지니고 있어야 해.
최소한의 진심을 교환하기 위해선 말야.
그래야 아주 조금이라도 서로 이해를 할 수 있으니까.

비오네.

비가 조금만 올 줄 알았더니... 우르릉 거리는 소리는 거의 협박 수준인걸? 왠지 아주 오랜만에 가져보는 느낌같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사무실 비스무리 한 곳에 앉아있는 느낌.

빗소리가 은근히 분위기를 잡아주는 데 중간중간 꾸르릉~ 배앓이 소리같은 걸 듣는 건 썩 좋지 않다. 퇴근(?)을 어찌 할까..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인 듯. 우산은 있지만 파라솔을 들지 않는 한 비에 젖겠지. 파라솔은 너무 무겁고.

중국에선 금요일부터 주말로 계산을 해서 금요일날 술 먹는 사람들이 북적대는데 한국도 이제 토요일에 쉬는 회사들이 많으니 금요일날 북적대겠군. 나도 오늘처럼 비가 스스스 내리는 날은 따끈한 어묵 국물에 소주를 한 잔 하고 싶다.

한국에 온지 2주가 지났는데 벌써 한 달 이상 지나가버린 느낌. 뭔가 해놓은 건 없는데 쫓기며 바쁜 느낌. 아~ 싫다. 어여 시동을 걸어서 엔진을 달궈놔야겠다. 이렇게 쫓아가기도 바쁜데 마음 키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란 말이지. 중국에 두고 왔나? 좀 더 힘을 내보자고.



아~ 그런데...어제 부시가 당선이 되었다가 길길이 좋아라 뛰고 그랬다지? 거의 실시간으로 미국 선거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도 짜증나는 일이지만 그 밉상이 웃고 있는 걸 우연히라도 봐야 하는 건 더 짜증나는 일이다. 아무리 이래저래 봐야 쉬이 달라질 현실이 아닌 걸 알기 때문에 짜증이 일어나는 것도 순간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