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30일 화요일

2008 MBC 연기대상 중 신동엽과 배종옥의 말말말...

2008 MBC연기대상 사회를 보던 신동엽이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말을 꺼냈다. 함께 사회보던 한지혜가 우수상을 수상한 후 "하느님께 감사한다"는 수상소감을 들은 신동엽이 한국엔 다양한 종교가 있는데 한 번도 부처님께 감사한다던가 절에 함께 다니다 알게 된 오빠 이야기(같은 교회 오빠 얘기는 종종 나온다며 빗대어..)는 왜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을 하더라. 많은 스포츠 스타, 연예인, 공인들이 대중들 앞에서 "하나님"을 들먹이는 행위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들이 있었을 텐데 신동엽이 대신 공적인 자리에서 해준 거라 볼 수 있겠다. 조금 불안하고 위험한 발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종교를 가진 모든 이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문제가 아닌가 싶다. 덧붙이고 싶은 얘기가 많지만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해야겠다. 신앙은 개인이 하는 것이다. 신앙을 강요하거나 너무 공개적이 되거나 모든 대중이 함께 같은 믿음을 같게 되면 광기로 흐를 확률이 높다.

여자 최우수상을 받은 배종옥의 말 한마디도 기억에 남는다. 연예인들도 외로울 수가 있는데 배우분들 외로우면 서로 손을 내밀고 잡아줄 수 있다는 말. 어쩌면 연예인들끼리의 연대, 소통, 교감을 말하는 것인데 정말 인간적인 정이 듬뿍 묻어나는 한마디다. 무슨 라인, 누구 사단 등으로 이합집산을 하는 세태이긴 하지만 그보다 좀 더 포괄적인 인간, 배우들 간의 관계를 역설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역시 배종옥, 그녀를 좋아할 만 하다.


사족.
어제 MBC연예대상도 그렇지만 이번 MBC연기대상 역시 공동수상자가 너무 많다. 배우들을 욕먹이는 행위일 뿐 아니라 옥석을 가리는 일을 너무 쉽게 하려는 경향으로 보인다. 특히 대상 수상자가 김명민, 송승헌 두 명이라니, 말이 되나.

문소리의 그녀가 진보신당 심상정 의원을 위해 애를 썼던 걸 생각하면 별 것 아니지만 MBC 시위/집회 지지 발언 역시연예인들 사이에선 단연 돋보이는 정치발언이었다. 모든 인간은 정치적임을 감안할 때 한국의 연예인들은 너무나 정치적이지 않을 뿐더러 기회주의적 속성으로 일관되는 경우가 많다. 연예인이 정치적인 걸 눈 뜨고 봐주지 않는 팬들이 더 문제이긴 하다.

강석우의 다문화가정에 대한 이해와 화합에 대한 발언도 인상깊다. 양희은과 함께 여성시대를 진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게 많을 거 같은데 라디오에서 접하는 강석우는 세심하고 여성스럽고 눈물많고 감성적인 부분이 많다. 물론 전형적인 한국의 남성상같은 부분도 적잖이 느껴지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약자에 대한 배려가 많이 느껴진다. 그런 부분들이 수상소감으로 이어졌겠지.

박근형의 손주야 할애비 상 먹었어요...라는 수상소감은 너무 흐믓해서 좋았고 이문세의 여유있는 수상소감에 짤막한 노래 한소절이 좋았다. 하지만 많은 배우들의 여전히 빠지지 않는 자기 식구 챙기기식의 수상소감은 내겐 여전히 듣기 불편했다.


2008년 12월 29일 월요일

우리가 산유국이었다면...

우리가 산유국이었다면
세계최고의 유조선을 만들수 있었을까...
우리가 싸구려 제품이라는 서러움을 느끼지 못했다면
세계 최고의 TV를 만들 수 있었을까...
우리가 빨리빨리를 외치지 않았다면
최고의 디지털 강국이 되었을까...

모 광고에서 말하는 내용이다.
언뜻 들으면 우와~ 그렇지, 그렇고말고...라며 맞장구라도 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조금 삐딱한 시선으로 보면

우리가 정경유착을 제대로 감시했다면
세계최고라는 대기업 삼송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우리가 교육문제에 보다 더 거시안적인 안목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지금의 서울시 교육감이 선출될 수 있었을까.
우리가 보다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댈 수 있었다면
지금의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을까.
우리가 삶을 보다 더 나은 가치관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면
삶이 지금과 같을 수 있었을까.
우리가 제대로 된 민주주의와
제대로 된 자본주의의 가치를 알고 사용할 줄 알았다면,
우리가 과거의 잘잘못을 제대로 가려내고
현재와 미래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면...
자본에 떠밀리지 않고도,
정치에 신물이 나지 않고도,
서로를 무한경쟁의 대상으로 보며 눈 부릅뜨지 않아도
삶이 더 풍요롭고 신명나지 않았을까.

삶을 어떻게 어루만지고 어떻게 키워낼까에 대한 해답은 그다지 먼곳에 있지 않다.
늘 자신과 어깨를 더불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면
그 다수의 사람들이 원하는, 가슴 깊은 곳에서 원하고 있는 삶의 모습은 대동소이하다.
지금은 그 모습을 주시하고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천재(天災)는 피해도 자신이 부른 화(禍)는 피하지 못한다.

天作孽,犹可违,自作孽,不可活。-孟子
천재(天災)는 피해도 자신이 부른 화(禍)는 피하지 못한다. -맹자


하늘(자연)이 주는 재난이나 재앙은 그 자체로 사사로움이 없다. 인간이 좀 더 주의하고 노력하면 하늘이 주는 재난을 피할 수도 있고 자연과 더불어 화합하며 살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지은 업에 따라 돌아오는 화(禍), 재앙은 반드시 돌려받게 되어있다. 자신이 지은 선업, 악업 모두 어떤 식으로든 돌려받게 된다는 건 동양의 사상이라거나, 불교의 인과설에 의한 것이라고 굳이 덧붙여 말하지 않아도 된다. 이건 과학적인 것이다. 달이 차면 기우는 것 처럼, 봄이 오면 여름이 오고 여름 후에는 가을이 오고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듯이 업은 그대로 돌려받게 되어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잘못된 업을 짓고 있을 때 그걸 알면서도 방관하는 건 공업(共業)을 짓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자신들만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몇 몇 개인의 명예욕을 채우기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을 힘겨운 나락으로 이끌고 있는 자들이 너무 많다. 그들은 반드시 그들 스스로 부른 화(禍)에 의해 자멸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마저 자포자기하여 수수방관하는 건 암묵적 동의이기 때문에 거부하고 반대하며 공생(共生)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

천재(天災)보다 무서운 건 인재(人災)다. 특히 인재는 감정과 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공멸(共滅)할 여지가 아주 크다. 지금 대한민국의 도처에 인재(人災)라는 시한폭탄이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다. 막아야 한다.

2008년 12월 23일 화요일

빅토르 최



 

빅토르 최, 오래 전 TV에서 소개해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그'의 존재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는데 그 때 본 다큐멘터리는 내게 무척 충격이었다. 위대한 한 인물을 알게 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빅토르 최"의 생애


무척이나 한국에 와서 공연을 하고 싶었던 빅토르 최가 의문의 죽음(게다가 한국공연이 결정되고 한국으로 오기 전 8월 15일 광복절에 죽음을 맞이했다.)으로 떠나고 난 뒤 그를 따라 자살을 한 젊은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러시아에서 전설을 만들었던 빅토르 최. 다큐멘터리에서 소개되었던 내용 중에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대목이 있다. 그의 공연 티켓 암표가 엄청난 가격에 팔리고 있을 때도, 그의 앨범이 몇 백만 장씩 팔려나가고 있을 때도, 그가 출연한 영화가 큰 수익을 내고 있을 때도 그는 유명해지기 전에 하던 보일러공(火夫)으로서 일을 계속 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계속 노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고 그래야 노래를 계속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젊음의 이상적 삶을 몸소 살아낸 사람. 시대의 아픔을 노래하고 젊음의 자유를 완성한 사람. 러시아 정부로부터 많은 협박과 압력이 있었지만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는 일은 굳건히 이뤄냈다. 미술에도 남다른 재능이 있었던 그의 방에 남겨진 몇 점의 작품과 그가 좋아했던 이소룡 사진이 소개되었던 다큐멘터리 영상 속 그의 흔적들이 무척 그리워졌다. 그에게 부인과 어린 딸이 있었던가...
 

혈액형

어둡고 추운곳 그러나 그 거리는 우리의 발자국을 기다린다
군화위엔 별빛의 먼지
푹신한 소파, 십자 나사, 제때에 당겨지지 않은 방아쇠,
햇빛 비춰지던 시절이란 눈부신 꿈속에나 있을 뿐,
치뤄야 할 댓가가 있다해도 헐값의 승리는 바라지도 않는다.
전우의 가슴을 밟고 싶지 않기에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단지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러나 하늘높이 솟은 별은 나를 전장으로 불러낸다
소매위에는 혈액형
소매위에는 나의 군번
전투로 향하는 내게 행운을 빌어주게
이 들판에 남게 되지 않기를
니 들판에 남게 되지 않기를
전투로 향하는 내게 행운을 빌어주게
[빅토르 최, 1962.6.21 - 1990.8.15]


혈액형과 몇 개의 곡을 윤도현이 불렀다고 하는데 혈액형 부른 것만 들어봤다. 윤도현은 "혈액형"이란 노래를 분위기와 외피만 목소리에 두르고 노래를 하는 듯. 그러나 빅토르 최가 부르는 노래에는 묵직한 시대의 반항과 고민과 젊음의 방황과 자유가 묻어나온다.

Concert Version


English Version

2008년 12월 15일 월요일

이명박 담화문 송



정말 우왕~이다. 오바마의 "Yes, We Can" 같은 뮤직비디오가 한국에서는 나오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오바마는 흑인이기 때문에 연설도 랩처럼, 그들의 선조들처럼 몸에 밴 랩 리듬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치인 중 최초의 래퍼가 등장했다. 이런, 그럴싸하잖아. 연설문 편집하고 운율맞추고 가사 내용 재배치하느라 고생했겠다. 하지만 그 노력 이상으로 "이명박 담화문 송"은 강력한 힘을 실어 나른다.

[sense datum] - 감동적인 Will.i.am의 Yes We Can


이건 보너스~!!!

2008년 12월 14일 일요일

My fingers are the Shortest Link...

My fingers are the shortest link between my heart and the image I am creating - Petrov
내 손은 내 가슴과 내가 만든 이미지 사이를 이어주는 가장 짧은 연결고리다. - 알렉산더 페트로프



 

Paint on Glass 기법의 대가, 알렉산더 페트로프(Aleksandr Konstantinovich Petrov). 그의 작품을 여러 편 보긴 했지만 1999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본 <노인과 바다;The Old Man & The Sea>는 잊을 수가 없다. 그 때 스크린에 선명하게 보여졌던 그의 지문과 손가락의 흔적들. 그리고 <노인과 바다>를 만들기 위해 견뎠을 오랜 시간, 자신과의 싸움이 느껴지며 <노인과 바다>를 보던 중에 몇 번을 울컥했다. 영상과 음악의 멋진 조화, 장인의 숨결과 영혼이 숨쉬는 듯한 매 프레임을 접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특히 거대한 참치와 힘겨루기를 하며 하늘을 향해 울부짖듯 외치는 노인의 단발마는 온 몸의 세포를 흔들게 하는 강렬한 울림과 힘이 있었다. 지금도 그의 작품 <노인과 바다>를 보고 있으면 그 때의 감동과 설레임, 두근거림이 생각나 눈시울이 붉어지곤 한다. 어쩌면 그런 기억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그가 말하는 "My fingers are the Shortest Link..."란 말이 아주 강렬하게 다가온다.

내 가슴과 내가 만든 이미지(애니메이션)의 연결고리
내 삶과 세상과의 연결고리
나와 당신과의 연결고리

2008년 12월 7일 일요일

어쩌나

어쩌나

보고싶단 말은 부담줄까 미안하고
그립다는 생각은 들킬까봐 부끄럽고
사랑한단 말은 죄스럽다 하여

온종일 쏟아지는 햇살에
슬퍼지려는 마음조차
그러는 내가 미워라.

봄인데 잎 하나 떨어지면
가을 착각하여 우수에 젖고
비내리면 종일 속 빈 기타를 두드려
내 허한 속을 토해내다

행여나 전화올까 잠도 못자고
거닐다 마주칠까 서성거리고

그러면서도 당신께 부담줄까
걱정하는 내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하늘아래 행복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