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7일 화요일

번역하다.

후배 일을 도와 애니메이션 기획서를 번역 중...
정말 어휘의 빈곤을 느낀다. 허기가 진다.
아무리 열심히 해놔도 중국인이 보면 금새 후다닥 고칠 번역이겠지만
나에겐 나름대로 공부다...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그 생각은 오래지 않아 머리에 쥐를 내리게 하지만 그래도 한다.
 
새삼스레 느끼는 건 한국어 중에 외래어가 무척 많다는 것이다.
70-80%가 한자라는 건 말할 것도 없겠지만 영어 및 외래어도 무척 많다.
하긴 표음문자는 국력의 세기에 따라 과학 및 문화의 선진에 따라 흘러가게 되어있으니
당연한 일이다...(라고 받아들이기엔 좀 억울?하다.)
일본어에도 외래어(일본식 영어발음 등)가 많다고 하는데 역시 그런가보다.
 
어쩌면 중국과 비슷하게 표음문자이면서도 스스로들에게 맞는 언어로 바꾸는 건
북.한.이 아닌가 싶다. 얼음보숭이...또 뭐가 있더라...-0-
 
기획서에 무수히 많은 영어들을 중국어로 바꾸어내는 게 참 힘들다.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적.확.한 뜻도 모르면서 대체의 뜻만 알고 쓰는 영어도 꽤 되는구나.
영어를 중국어로 바꾸는 것만 어려운 건 아니다.
멋진 표현력을 지니고 있는 한국어의 화려한 미사여구도 난감하긴 매 한가지다.
 
그래도 계속 한다.-_-
 
내일은 중국인 동생 불러서 감수 좀 해달라고 해야겠다.
 
내 왼쪽으론 티비를 켜놓고 있으니 중국어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가끔 들리면 드라마나 뉴스를 멍하니 듣고 있긴 하지만
내 손끝 자판에서는 아직 내 귀만큼 술술술 중국어가 풀리지 않는다.
손끝이 아니지...내 뇌구조의 문제겠군.

2004년 9월 6일 월요일

...

규이, 치우메이, 옌궈, 옌뽀....오랫동안? 보지 못해서
오늘 식사대접을 해주기로 했지. 메뉴는 일식.
명은이가 일하는 일식집에 가서 매상 좀 올려주기로 했다. 그래봐야 싸게 먹을테지만...
 
몇 개월 전에 딱 한 번 먹으러 왔었는데 그 때보다는 훨씬 맛이 좋아진 것 같다.
개업한지 1년도 안된다고 하더니 역시 주방장도 손님들의 입맛에 맞춰가는데는 시간이 필요한가보다.
 
그런데 중국애들은 일식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가격이 중식, 한식보다도 비쌀 뿐더러 먹어도 그다지 배가 부르지 않는다고 하니...
게다가 동북지역은 반일 감정이 다른 지역보다 드센 경향이 있어서 그렇기도 한 것 같다.
 
....
 
돌아오는 길에 살짝 비가 내리네.
초가을 비인가?
서늘한 게 기분은 좋다.
 
살짝 얼굴에 찬 바람이 닿는 느낌이 좋다.

2004년 9월 5일 일요일

잠.

잠을 자다 깨다 문득 문득 꿈인지 실제인지 들려오는 빗소리.
 
하늘이 어두워서 계속 하루가 시작되지 않았나 보다 싶지만
티비를 켜면 나오는 익숙한 프로그램들을 보며 일요일임을 실감한다.
 
몇 가지 일들이 있어서 '해야지...해야지...'하다가 다시 잠이 들고...
 
잠은 내가 원해서 자는 잠이라기 보다 잠이 나를 납치해서 가둬놓는 느낌이다.
 
간혹 울리는 전화벨 소리도 꿈처럼 느껴지니
오늘 내가 보내 온 하루는 내가 꾸는 꿈의 하루였다고 해도 무방하다.
 
 
무언가가 가슴에 꽉 들어차 나가지 않고 있는 느낌.
 
싫다...

2004년 9월 3일 금요일

벌써 1년.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1년'이란 노래가 듣고 싶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의 1년을 말하는 가사이겠지만 제목은 정확히 내게 어울린다.
 
중국에 온 게 그러니까... 작년 9월 3일.
나름대로 포부를 가지고 온 것처럼 사람들을 현혹시키기도 했으나
속 마음의 한구석엔 한국을 잠시 떠나고 싶은 욕구도 있었으니
어떤 게 먼저고 어떤 게 나중인지를 가려내긴 무모한 짓일 수도 있겠다.
 
1년이 지난 지금 한국을 떠나올 때의 날씨처럼 약간 서늘하고 따가운 햇살을
중국 장춘의 한 동네 아파트 내 방에서 만끽하고 누리며 일기를 쓰고 있다니
감회가 새롭다는 말은 또 이럴 때 사용해야 하나보다.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지만
내 중국어 실력은 내 욕심만큼 늘지 않았다는 사실만이 가장 큰 결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워낙에 책을 보며 공부하는 습관이 들지 않았음인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이 되면서도
삼십 년 인생에 반복적으로 끊임없이 해왔던 자기 암시...
 
"또 시작하는 거야". "노력하자"
 
언제 또 시작하는 삶이 멈출지에 대한 두려움같은 건 없다.
다만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지길 바래는 마음.
부모님께 투정부리는 아이처럼 그런 투정들은 내 안에, 밖에 가득하다.
 
벌써 1년.
또 다시 1년, 또 다시 1년을 중국이건 한국이건 잘 살아야지.
 
바라보는 건 내 임종의 순간이지만 불안해서라도 지금 살아야지.
 
그 동안 심적으로 물적으로 도움을 준 모든 인연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당신 혼자도 힘드셨겠지만 끊임없는 믿음을 주신 부모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새로운 시작을 기약하며!

2004년 9월 2일 목요일

설왕설래.

낮에 나가서 핸드폰 요금을 내는데 복무원 아가씨가 상당히 짜증나는 얼굴로 맞이한다.
사실 이런 경우야 중국에서 너무나 자주 접하는 일이라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려 했는데
오늘따라 왠지 약이 오르고 화가 슬쩍 치민다.
영수증을 건네줄 때 이 사람들은 모두 서서 두 손으로 주면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하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영수증을 확 채가버렸다. 아주 소심한 복수....-_-;
 
공무원급, 혹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일정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서비스가 좋지 않다.
워낙에 많은 사람들을 접하다 보니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은 건 사실.
은행, 기차역, 핸드폰 영업소, 우체국, 전화국 등 대체로 그런다.
상해에서 우연히 아는 분과 함께 외국인 비자 발급 센터를 갔는데
거기에서도 너무 불친절하게(막말로 사가지 없게..-_-;) 대해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었다.
 
인민을 위한 서비스라면 당연히 인민이 위주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건 싫다.
 
디비디 몇 장을 사고 김치 등 밑반찬 몇 가지 사와서 늦은 점심을 먹고 디비디를 보다가
슬쩍 잠이 들었다. 상해에서의 피로가 좀 있긴 한가보다.
 
일식집에서 지배인으로 일하는 후배의 전화를 받고 늦게 나가 간단히 식사와 술 한 잔.
큰 주방장을 나중에 불러 같이 청주 한 잔. 27살인데 메인 주방장이라니 노력한 게 분명하다.
장창(예전 명은이 중국친구)과 주방장, 그리고 지배인 명은과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정치, 경제, 문화 등등의 얘기들로 설왕설래.
역시 서민들이 건드릴 문제는 아닌 듯 하다며 정치 얘기 등은 슬쩍 얼버무려지고...
 
아~ 중국인들은 (물론 유물론 때문이긴 하겠지만) 모두들 진화론을 믿고 의심하는 자가 없단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느님 창조설에 대해선 어이없어 하는 반응이다.
중국, 대만, 인도가 외래 종교가 정착하기 힘든 나라라고 하던데 역시 그런가 보다 싶다.
 
돌아오는 밤 길...날씨 탓인가? 싸~하다.

2004년 9월 1일 수요일

벌써 구월.

늘 한달한달이 흐를 때마다 그리고 그 달의 첫째 날을 맞이할 때마다
마음이 소스라치게 놀랜다.
 
오늘 오후 1시 50분 비행기로 장춘에 돌아왔다.
상해에서 부탁받은 것도 있고 좀 쉬었다가 바로 일을 해야지.
상해에 가서 애니메이션 페스티발 한 것도 정리해야 한다.
 
오니 상해랑은 너무 다르게 조금은 쌀쌀하고 공기도 뻑뻑하다.
상해는 떠나올 때까지 계속 비가 내렸었는데...
 
잠시 머무는 집이라 해도 내 물건들이 있는 집이 편하긴 한가보다.
 
그런데!!!!
집에 왔더니 전에 중국 친구가 준 막걸리(?)가 집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사이에
차가웠다가 갑자기 더워져서 그랬는지 다 샜다.
냄새가...-_-;;; 지독하기 그지 없다. 냉장고 문을 열기 전에는 괜찮았건만...
 
닦고 또 닦고 짐을 풀고 몇몇 친구, 동생에게 돌아왔노라고 전화를 했다.
 
갑자기 조용해진 느낌이다.
상해에서는 뭔가가 정신없이 돌아가는(밤에 혼자 있었어도...) 느낌이었는데...
 
적지않은 소득을 이제 풀어내야겠다.

2004년 8월 22일 일요일

우왕좌왕

.
아침에 상해 측과 상의를 해서 부스 설치에 필요한 장비들을 대여하기로 했다.
컴퓨터, 프로젝터, 스크린 등...
그런데 통화하면서 상해 측 담당자들의 실망(?)스런 모습을 느끼게 되었다.
사실 상해 측은 조직위원회가 10명도 채 안되는 인원으로 구성되어 행사를 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많다. 그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바쁜 게 핑계는 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한국과 M.O.U까지 체결한 상태고
소위 한국 측도 상해 측의 초청을 받아서 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본인들이 직접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더라도
충분히 해결할 방법들을 소개해 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꾸 서로에게 일을 떠넘기려는 모습도 보았고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았다고 본다.
내가 중국어를 할 줄 알았다는 게
어쩌면 그들에게는 좀 더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요소였는지도 모르겠다.
중국어를 하니 내가 상해에서 렌탈 업체를 찾아내고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나보다.
 
중국어를 하는 게 장점이 되는 건 확실한데 이럴 경우엔 좀 단점이 되는군...
 
나도 상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고 있다가
겨우 인터넷을 통해서 렌탈업체를 찾아내고 전화를 해서 장비를 구하게 되었다.
렌탈업체를 찾아내기 전까지 거의 몇 시간 동안을 컴퓨터 상가(서울 용산과 같은...)에 가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보고 헤매고 다녔다.
물론 더 빨리 인터넷을 통해 검색을 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못한 건 바보스러웠지만
상해 조직위원회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속 시원한 방법을 일러주지도 않았고
그저 일의 전부를 나에게 떠넘기는 듯한 인상이었다.
하긴 한국에 있었더라면 가장 먼저 인터넷을 통해 회사를 알아보고 접촉을 했을텐데...
 
나도 참 바보같군.
 
상해 사람들 말만 믿고 렌탈업체 찾기가 힘들거라고 생각하고
그 사람들에게만 의존(?)했던 내 잘못도 상당하다. 인정!
 
2.
렌탈업체를 찾아내고서야 전시장으로 가서 부스를 꾸미기 시작했다.
역시 가져온 물건들은 많아 보였지만 설치를 끝내고 나니 소박한 모습.
렌탈업체에서 노트북이 준비가 늦게 된다고 해서 저녁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행사장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시카프 행사도 그랬겠지만 이곳 상해는 조직위 담당자들도 적을 뿐더러
거의 단발성으로 선발된 요원들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듯 하다.
어느 누구도 나서서 책임을 지는 담당자는 극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부스 설치하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은데 말이지...
저렇게 행사를 끝내고 나면 모두들 지칠테고
행사 메뉴얼을 만들 생각은 하지도 못할테고 일단 끝났다는 결과에만 만족하게 되겠지...
좀 더 조직적으로 되지 못하는 건 시카프를 비롯해
특히 상해의 경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기도 하겠지만
일을 하는 사람들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행사장은 시카프보다 큰 느낌(이었지만 전시팀장 말로는 시카프보다 작다고 함)이었지만
기획부스가 적은 관계로 행사장에 부스들이 밀집되어있고
시카프처럼 어떤 통로의 흐름이나 여유들은 찾기 힘들다.
그런데 코스프레 무대나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의 무대들은 괜찮아 보인다.
오늘은 부스를 설치하는 사람들, 관계자들 밤을 하얗게 새우고
다시 까맣게 태워도 부족할 듯 보인다.
게다가 내일 오전 8시 30분에 개막식을 한다는 데...
게다가 어제부터 소나기에 하루종일 끊이지 않는 가랑비 등에 힘입어
행사 개막을 어떻게 할지 걱정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닌가?-_-;
 
3.
저녁에 식사를 하러 갔는데 식당을 찾기가 힘들다.
장춘이라면 괜찮을 일들이 상해에 오니 참 번거롭다. 상해 사람이 아니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사람들에게 식당이 어딨냐고 물으면 다들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내가 외국인으로 보이지 않아서 그렇게 물어보는 게 이상하게 보는 것인지
식당을 찾는 게 이상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겨우 찾아간 식당...
몇 가지 요리를 시키고 모두들 맛은 괜찮다고 하니 슬쩍 부담도 덜어진다.
그런데 밥 값이 꽤 나온다.
물수건 값도 받고 접시 갈아주는 값도 받으니 미리 말해주지 않은 게 약오르긴 하지만
음식 하나를 시킬 때 계산을 잘못했다.
그램 수로 계산을 하는 것을 그냥 액면가로 보고 시켰으니 많이 나올 수 밖에...
어쩐지 요리가 좀 비싸게 보이더라.
 
식사가 좀 늦어 저녁에 만날 렌탈업체 직원의 약속도 늦어졌지만
불평하지 않고 늦게 호텔로 찾아와줬다.
그들 앞에서는 노트북으로 DVD를 구동하는 게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그들이 돌아간 후에 동영상을 컴퓨터로 복사를 한 후 돌려보니 계속 에러가 생긴다.
한참을 헤매다가 다다른 결과는 램의 부족, VGA카드의 성능 부족 등이었다.
렌탈을 할 때 그 정도도 다 알아보고 했어야 했는데 한국과 비슷한 느낌으로만 있었으니...
 
여긴 중!국!인데 말이지...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은 맞나 보다.
한국에서 살던 습관이 1년만에 변할 리가 있나.
모든 게 한국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
그것으로 중국을 지레짐작하거나 판단하는 오류들이 발생하고 있다.
 
내일 다시 렌탈 장비를 교체해야 한다.
 
행사 개막식이 오전 8시 30분(정말 빠른 거 아닌가?
허나, 중국 사람들은 아침에 정말 일찍 일어나기도 한다.)이다.
우리들은 한국인. 내일 오전에 일찍 일어나 준비해야 할 일들이 서로들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