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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27일 금요일

MBC 100토론, 허구연, 김성한, 배칠수에 대한 짤막한 감상

■ 허구연 해설위원의 생각과 말이 빛났다. 허구연은 사투리가 강하고 말이 (아주) 조금 많은 것 같긴 하지만 야구에 대한 생각, 야구에 대한 미래, 과거에 대한 반성 등은 그 누구보다도 빛이 났다. 특히 과감히 공무원과 정치인을 까는 발언은 그 어떤 발언보다도 속이 시원했다.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짚고 있지 않았나 싶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시간이 없어 답답해 하는 그의 표정에서 속시원히 모든 걸 말하고 깔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좋겠다 싶다.

내가 WBC 야구 중계를 볼 때 MBC 중계방송을 고집했던 건 다름이 아니라 허구연 해설위원의 분석과 예상 적중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 다른 해설자들은 뒷북을 치거나 경기내용의 변죽만 울리는 데 반해 허구연은 때론 감독의 입장으로 때론 선수의 입장으로 때론 관중의 입장으로 해설을 하고 분석을 하고 예상을 했다. 그래서 야구를 재밌게 관전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암튼, 오늘 100분토론의 허구연 해설위원의 발언은 그의 야구에 대한, 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고민을 들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명쾌한 발언들로 인해 허구연에 대한 의외의 발견을 한 기분이었다.

* 허구연의 쓴소리 단소리 - 다음(DAUM) 스포츠


■ 김성한 수석코치는 내가 어릴 적 해태를 좋아하고 있을 때 잘생긴 얼굴에 오리 궁둥이로 실력이 뛰어난 선수로 기억을 하고 있다. 김성한에 대해 인상에 강하게 남는 한 장면이 있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당시 1루수를 보고 있고 있던 김성한이 갑자기 투수로 교체가 되어 마운드에 서서 공을 던지는 장면이다. 그는 투수로서의 역할을 120% 이상 아주 제대로 해냈다. 그런데 김성한이 투수로, 타자로 활약을 하면 남긴 기록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참고: 타자 김성한 vs. 투수 김성한)

100분토론에서는 후덕한 얼굴로 순수하게 선수들의 입장을 전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데 조금 어눌하긴 하지만 '착한? 진심'이 묻어나오는 듯한 느낌. 현장의 소리를 좀 더 많이 전해주고 더 좋은 경기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


■ 배칠수는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를 들으면서부터 좋아하게 되었다. 헬스관장으로 몸도 좋은데 사회인 야구를 10년이나 해왔다고 한다. 야구에 대한 생각, 의견, 이해는 전문가 수준인 듯 하다. 꽤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30대 아저씨. 그러고 보니 인터넷에서 튜닝카로도 유명하지 않았나 싶다. 다양한 방면으로 재능이 넘치는 배칠수. 지금껏 100분 토론에 나왔던 연예인 중 가장 개념탑재가 잘 된 연예인이 아닌가 싶다.

배칠수의 2mb 성대모사를 더불어 정치풍자, 사회풍자를 라디오 뿐만이 아니라 TV에서도 보고 싶은 바람이다. mb치하에서는 불가능하리라 생각되지만. 성대모사의 최고봉.





부록: 정종철, 성진환의 성대모사

2009년 2월 27일 금요일

MBC 100분 토론을 보며 이정희 의원을 주목하다.

매주 목요일이 되면 손석희의 'MBC 100분 토론'을 봐야 할지, 보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손석희의 오프닝 멘트가 끝나고 광고를 할 때에도 채널을 고정해둬야 할지, TV를 꺼야할지 고민스럽다. 특히 '나경원'이나 '홍준표'같은 패널이 나온다고 하면 고민이 심해지지만 이럴 경우 끝까지 보기보단 아예 보지 않게 되거나 중간에 채널을 돌리게 되고야 만다. 이유는 단 하나. 속에서 '열불'이 나기 때문이다.

사실 '100분 토론'은 내가 즐겨보던 프로그램이다. 손석희 이전에 정운영, 유시민이 사회를 볼 때부터 별 일 없으면 즐겨 챙겨봤던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MB정부 들어와서는 프로그램을 보기가 버겁다. 내가 싫어하는 정당이 나오건, 인물이 나오건 그건 '토론'이란 장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뜻 맞는 사람들끼리 토론을 한다면 그게 토론이겠는가. 위에 거론한 사람들이 등장할 때 괴롭거나 요즘 '100분 토론' 시청하기가 괴로운 이유는 '비상식'적인 내용으로 '비논리'로서 '억지'를 부리며 '토론'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토론장에 나온 수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논리'를 '억지'로 상대방에게 '주입'시키려고 하는 작태들을 보여줬다. 또는 '자신의 앎'만이 사실이고 '자신의 분석'만이 정확하다고 우겨댔다. 토론은 이뤄지지 않고 '비난'과 '음해', '자기愛'만 넘쳐나는 토론장이 된 것이다.


오늘 나경원을 비롯, 박형준까지 나오는 토론을 굳이 보지 않더라도 어떤 식의 발언을 할지 대부분 짐작이 되기 때문에-그 짐작이 현실이 되었고- 보지 않으려고 했는데 다른 일을 하다가 생각없이 보게 되었다. 그러다 '이정희'라는 보석을 발견한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는 촛불시위 때 연행되어간 민주노동당 의원이라는 정도만 알 뿐이고 언젠가 TV로 볼 때는 참 젊은 국회의원이구나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 토론하는 걸 지켜보니 '진정한 토론'에 어울리는 '진정한 패널'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한 번 정도 지켜본 걸로 확언하긴 어렵겠지만 오늘 '이정희'의원의 '논리'나 '말품새'는 정말 토론다움을 환기시켜주기에 충분했다. 사실, 국회의원이라는 게, 정치인이라는 게 대중의 인기와 당(黨)의 지지만으로도 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학벌은 좋지만 머리가 멍청하거나 감정은 풍부하지만 이성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이들도 충분히 국회의원 뱃지를 달 수 있고 정치라는 걸 할 수 있지 않나. 그러니 우리가 보고 듣는 수 많은 '대한민국 정치인'들 중에 과연 얼마나 제대로 된 인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중학생, 고등학생 조차도 논리적으로 풀어낼 이야기를 '우기기'와 국민들 감정에 호소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는 인간들이 너무나 많다.

박영선은 오늘 후반부로 갈수록 말리는 듯 보였고(감정에 말리는 순간 어떻게 붕괴되는지...) 김창수의 경우엔 얼굴과 이름 석자 정도 알리는 데 최선의 목표를 세운 듯 보였고(상대 패널이 상대해주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 될 정도), 박형준은 점잖은 척, 신사인 척하지만 결국 뭔가 막히거나 자신이 수세에 몰리는 듯 하면 벌컥 화를 낼 기운들이 도사렸고(그래도 잘 참데???) 나경원은 여전히 또박또박한 음성으로 나이든 사람들이 혹할만한 감정에 호소하는 방법을 써가며 자신이 도덕적으로 품격으로 상위에 있는 듯 우기기에 몰입했는데(그렇게 눈 똑바로 뜨고 진실을 얘기해도 공허하고 진실이 아니라고 부정해도 진실을 드러나게 돼있단다...) 이정희만 따복따복 논리를 따라가며 이야기를 하는데 말의 짜임새가 탄탄하다고 생각되었다. 정확히 할 말만 골라내어 시청자의 귀에 잘 들리고 이해가 되도록 말하는 사람들이 적은 현실에서 오늘 이정희 의원의 활약은 돋보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분리되면서 난 진보신당을 더 주의깊게 보는 편이지만 이정희 의원은 잘 지켜봐야겠다. 개판 5분 전인, 아니 이미 개판이 되어버린 진흙탕에서 정직하고 바르게 정치를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겠지만 이정희 의원의 외로운 선전(善戰)을 기대해 본다. '우기기=억지'는 일시적으로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힘일 수 있지만 '논리=이성'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지속적인 힘으로 존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