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장은 여느 애니메이션 시사회장보다는 조촐한 느낌이었다. 6년 전(?) 쯤 있었던 태권브이 제작발표회나 그 이후에 있었던 원더풀데이즈 시사회에 비한다면 <빼꼼의 머그잔 여행(이하 머그잔 여행)>은 작은 규모로 단단하게 열리는 시사회라는 느낌을 받았다. 김광회 PD에게 티켓과 빼꼼과 그의 친구들이 새겨져 있는 머그잔을 받아 들고 주위를 살펴보니 처음 느꼈던 것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예전 한 워크숍에서 인사를 나누게 된 임아론 감독님께 축하드린다는 말씀과 좋을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전한 후 시사회장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잠시 후 RG스튜디오가 오랜 시간 동안 땀 흘린 결과물이 스크린에 영사되기 시작했다.
<...머그잔 여행>이 호평과 악평 사이에서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이 작품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어른과 아이의 감수성 차이를 느끼려면 당장 표를 끊어 극장으로 향해라.
그 동안 3D 애니메이션은 PIXAR를 선두로 하여 미국의 메이저 애니메이션 회사가 독점하다시피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PIXAR와 드림웍스의 3D 애니메이션은 퀄리티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내용면에서도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코드들이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아냈다.
그런 작품을 아직 만들어내지 못하는(혹은 만들어내지 않는) 한국 상황에서는 그들의 작품이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을 수요하는 사람들이나 제작하는 사람들은 그 작품들이 3D 애니메이션의 표준규격이라도 되는 것처럼 모든 3D 애니메이션을 비견하고 평가의 잣대를 가져다 대곤 한다. 이런 행위들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최고를 다투는 상품에 비교하며 부족한 부분들을 개선해 간다는 건 당연한 일이며 필요한 일이다. 그렇게만 말한다면 <...머그잔 여행>은 많이 부족해 보일 수 있고 엉성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머그잔 여행>이야말로 어떤 새로운 시도가 시작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사회장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난 후 스스로 평가를 내리며 혼란스러웠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바로 누구의 시선으로, 누구의 잣대로 애니메이션을 바라봐야 하는가 하는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원론적인 질문 때문이었다.
애니메이션 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머그잔 여행>의 퀄리티나 스토리의 흐름 등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느낄 것이고 소소한 단점들을 뽑아내라면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쏟아낼 것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그잔 여행>을 쉽게 혹평하지 못하는 이유는 시사회장에서 함께 본 아이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목격했고 그들의 웃음소리가 계속 귀에 맴돌았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애니메이션을 보는 내내 조카들이 떠올랐고 조카들을 데리고 애니메이션을 본다면 조카들이 분명 즐거워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내가 애니메이션을 봐야 하는 이유와는 분명 다른 것이다. 그 전에 어른의 시각, 속칭 애니메이션 전문가라는 시선을 버리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런데 왜 <...머그잔 여행>이 보다 특별한 것일까. 그건 다른 애니메이션들은 아이들의 시선에 눈높이를 맞췄다는 흉내를 냈던 부분이 많았다면 <...머그잔 여행>은 그야말로 아무런 가감없이 솔직히 자신을 드러내고 아이들과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만 신나고 나는 즐겁지 않다고 해서 재미없는 애니메이션인가? 내가 재미있다고 판단되는 애니메이션만 아이들에게 보여준다고 해서 잘 하는 것인가? <...머그잔 여행>은 이런 시각 차이를 느끼게 해주면서 미취학 아동들과 이미 성인이 된 자신들의 묘한 유대관계를 묶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 속에서 어떻게 그 어린 꼬마친구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라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집에 조카들이 있는 삼촌, 이모, 고모들 혹은 이미 결혼해서 이미 아이가 있는 부모들, 솔직히 망설일 것 없다. 표 끊어서 아이들 손 잡고 영화관으로 향하면 된다.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지만 그럴 수 없다면 웃고 즐기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스스로를 돌아보면 된다. 그 아이들과 자신이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작품성? 상업성?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이잖아.
한국에서나 중국에서나 종종 어린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았던 건데 그건 바로 상업 애니메이션과 예술 애니메이션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런데 완전한 상업성과 예술성으로 애니메이션을 구분 짓기도 어려울 뿐더러 구분 지어봐야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거나 관람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난 어차피 이쪽으로는 이론적으로 무장도 되어 있지 않으니 슬쩍 넘기고 다른 얘기를 해야겠다.
임아론 감독님을 한 워크숍에서 만났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난 그 때 들었던 임아론 감독님의 한 마디가 잊혀지질 않는다.
"사람들이 즐겁고 웃고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
뭐, 특별한 문장도 아니다. 그런데 그 때 임아론 감독님은 무겁고 어려운 주제, 혹은 아트 성향이 강한 애니메이션 역시 나름의 충분한 의미와 가치가 있지만 자신은 모두가 즐겁고 신나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함께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고 지금도 그렇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 내용과 임아론 감독님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았던 건 역시 그 말에 담긴, 표정에 담긴 진실성 때문이었다. 상업도 예술도 저 말 속에 어떠한 의미도 차지하지 못한다.
그런데 사실, 즐기며 신나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백지에 점 하나 찍어 그럴듯한 제목 붙여 놓는 식의 엉터리 예술이 아닌 바에야 관객들이 좋아하는 작품이란 얼마나 만들기 어려운가. 임아론 감독은 그런 자세로 열정으로 애니메이션을 기획하고 만들고 있었고 만들어왔고 만들어냈다.
빼꼼의 인터넷 공개 버전은 성인들도 보며 웃을 수 있는 코드들이 있었고 EBS에서 방영되고 있는 빼꼼은 어린 친구들을 위한 버전이라고 본다면 <...머그잔 여행>은 임아론 감독도 밝혔듯이 분명 미취학 아동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다. 세계 어느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미취학 아동만을 타켓으로 한 극장용 장편은 없었던 것 같다. 한국적 상황에서 이런 타켓 설정은 새로운 시도이면서도 가능성 있는 시도가 아닌가 싶다. 여가생활도 전무하다시피 한 삶 속에서, 삶의 공간 속에서 순수하게 웃고 즐기는 애니메이션을 보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손을 잡고 극장을 갈 수 있다는 것, 그 때만큼은 극장을 찾는 발걸음의 주인공이 어른이 아니라 어린이라는 것. 어린이 전용관이 없어 시민회관 등지를 전전하는 애니메이션도 있었긴 했지만 암튼 <...머그잔 여행>은 그렇게 애니메이션의 좋은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고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 아닌가 싶다.
소란스럽지 않았던 제작 진행 과정, 하지만 유쾌한 슬랩스틱 <...머그잔 여행>
보통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은 아주 짧다면 2년 정도, 보통 평균 3-4년 정도 제작을 하게 된다. 물론 기획 및 후반작업까지 포함해서다. <아치와 씨팍>이나 <원더풀데이즈>가 더 오랜 세월 제작을 했던 이유는 중간 과정에서 문제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랜 제작기간 때문에 홍보하는데도 애로사항이 있을 수 있다. 제작발표회를 한 시점부터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기까지 3-4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제작발표회나 작업 개시부터 소란스럽게 작품을 했던 경우 보통 좋지 않은 결과를 맞았다.
그걸 우려해서는 아니었겠지만 <...머그잔 여행>은 내가 알고 있는 한 제작발표회도 없었고 중간 진행과정에서도 소란스러운 적이 없었다. 장편제작이 된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시점이 아마도 전제 작업 공정의 70-80%정도 진행된 다음이었던 것 같다.
감독 및 이하 스탭들이 숨죽이며 몇 년의 세월을 투자하며 작품 제작에 매달리던 사이 <...머그잔 여행>을 수식할 수 있는 문구는 몇 개 되지 못했을 것이다. '초호화 스탭진'도 아니고 '사상최고의 제작비'도 아니며 '21세기 새로운 기술혁신을 일궈낸'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꾸준히 손에서 놓지 않고 한 프레임 한 프레임 <...머그잔 여행>을 만들어온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으로 승부한다는 자세였다. 화려한 미사여구도 아닌 여러 매체에 화려하게 실리게 되는 것도 아닌 애니메이션 결과물 자체로 평가 받고 싶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솔직히 이런 태도를 견지하는 것 그리 쉽지만은 않다. 이제 그간의 침묵들, <...머그잔 여행> 속에서 확실한 슬랩스틱과 유쾌함으로 발산하고 있다.
이제 남은 건 <빼꼼의 머그잔 여행>의 선전을 지켜보는 것. :)
막 봄 기운이 움트고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주고 싶다면 바로 극장으로 향하시길.
그리고 해 맑게 웃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봄 기운 담아내시길. :)
2007년 4월 6일 금요일
<빼꼼의 머그잔 여행>을 봐야 하는 이유..?
2006년 8월 2일 수요일
[ani] 한국의 PIXAR? <빼꼼> 방영 결정...!
장편 머그잔여행;Mug Travel_그 안에 '빼꼼'
RG스튜디오는 임아론 감독을 중심으로 많은 애니메이터들이 각자의 참신한 발상을 재미있게 풀어내 볼만하고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습니다. RG스튜디오 관계자냐구요? 천만에요. 애니메이션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국에서 일을 할 때 관계 된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될 뿐이고 저도 그런 경우처럼 RG스튜디오도 가 봤고 감독과 PD도 만나봤을 뿐입니다. :)
혹 <Angel>이란 작품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빼꼼>이란 말은 들어보셨는지요? <빼꼼>은 '백곰'을 코믹하게 발음하는 이름입니다. 어리숙하지만 친근한 하얀 곰이 나와서 좌충우돌하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이지요. 이미 단편 몇 편은 해외 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도 수상한 경력이 있고 일반인과 관계자들의 주목을 집중시킨 바 있습니다. <Angel>은 그보다 훨씬 전에 이미 호평을 받았던 단편 작품이구요. RG스튜디오 홈페이지를 가시면 <빼꼼>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몇 편은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이 회사를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3D로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거나 20분물 TV시리즈, 혹은 극장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5분물 분량의 짧은 애니메이션을 만들되 최대한 내용에 신경을 쓴다는 점에 있습니다. 회사의 자금력이나 설비가 받쳐주지 않아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금력이 있다 한들, 어마어마한 설비가 있다 한들 반드시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낸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먼저 짧지만 재밌게, 소박하지만 강력하게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이지 않게 엄청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에서 나름 좋은 성과들을 얻어냈고 피드백을 받았다는 것이지요.
둘째, 감독(혹은 PD)의 일방적인 지시와 통제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아니라 직접 애니메이션을 담당하는 애니메이터들에게 상당부분 자율권을 준다는 것이지요. 이는 Bluesky나 PIXAR와 비슷한 작업구조입니다. 큰 이야기의 투르기는 가지고 있되 디테일한 부분이나 아이디어들은 애니메이터들의 몫인 거죠. 충분이 즐기면서 재밌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그런 후 감독, PD와 상의해가며 다시 조율하고 다듬어서 완성품을 내놓은 것이죠.
셋째, 미야자키 하야오는 애니메이션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인재양성'이라고 했습니다. 미야자키 감독 밑에서 작업했던 많은 감독들이 독립을 하고 분가를 해서 나름 일가를 이루고 있는 걸 보면 참 부럽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습니다. 게다가 많은 이들이 아주 오랫동안 미야자키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작업하고 쉽게 이직(移職)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작업면에서 파트너쉽이 아주 강력하게 발휘되고 있지요. 이직을 하지 않는 이유는 미야자키 감독이 가지고 있는 역량도 역량이지만 그만큼 권위의식을 버리고 아랫사람(?)들과 함께 작업하고 노하우를 전수해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전부 그런 건 아니지만) '후진양성', '인재양성'에 인색한 게 사실입니다. RG스튜디오는 감독이 직접 아카데미 과정을 개설해 회사 직원들과 일반인들에게 3D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과정을 수료하고 나면 일부는 회사에 남고 일부는 다른 곳에 가서 작업을 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RG스튜디오가 아닌 다른 곳에 가더라도 그들은 애니메이션의 아주 기본적이면서 핵심적인 내용들을 배웠기 때문에 쉽게 적응을 하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일반 애니메이션 회사, 그것도 규모가 그리 크지 않는 회사에서 이런 아카데미 과정을 운영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넷째, 쉽사리 언론 플레이를 하지 않더군요. 몇 몇 회사들은 자신들이 준비하는 프로젝트의 규모를 신문과 잡지를 통해 부풀리기에 여념이 없을 때 RG스튜디오는 차근차근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해왔고 언론을 통한 '알리기'를 최대한 자제해 왔던 것이지요. 그렇게 소리소문없이 성실하게 애니메이션을 준비한 결과는 TV방송을 통해, 혹은 극장에서 RG스튜디오의 작품이 소개될 것입니다. 미디어 활용이 아주 중요한 애니메이션인데 언론 플레이를 하지 않는 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치만 최대로 끌어올려놓고 형편없는 작품을 내놓으며 '한국 애니메이션 봐주기 운동' 운운하는 건 더욱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척박한 애니메이션 제작 풍토에서 나름 실력을 키워내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다듬으며 준비하는 작품이 있다는 건 참 기쁜 일입니다. 물론 애니메이션을 접한 후 평가는 냉정하게 해야겠지요.
이런 RG스튜디오가 이번에 TV시리즈를 방영합니다. 8월 28일 월요일 저녁 7시 30분 EBS에서 첫 방영합니다. 그 이후로 월, 화, 수 세 차례 5분짜리 애니메이션 52편이 방영될 예정입니다. 기다렸다가 꼭 시청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부분이나 불만족스러운 부분들은 그들에게 제대로 피디백을 해주시면 좋겠군요.
RG스튜디오는 <빼꼼> TV시리즈 뿐만이 아니라 <머그잔 여행;Mug Travel>이라는 장편도 완성했습니다. <머그잔여행;Mug Travel>은 8월 15일 제1회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상영한다고 합니다. 부산에 계시는 분들, 부산에 휴가 가시는 분들은 겸사겸사 어린이영화제도 구경할 겸 <머그잔여행;Mug Travel>를 직접 확인하시면 좋겠군요. 자녀가 있으신 분들은 꼭 가서 보세요. 예고편을 봤는데 아이들이 참 좋아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대사도 줄이고 슬랩스틱으로 많은 이야기를 전달한다고 하니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머그잔 여행;Mug Travel 캐릭터 소개
얼마 전 무척 보고 싶었던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이 개봉되었고(중국에 있어서 보지 못했습니다.) 상영일수가 짧았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줬던 걸로 기억합니다. 19세 이상 관람가로 만들어진 작품이었기에 투자금을 제대로 회수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다만, 기존에 극장에 걸렸던 여타 작품들에 비해 퀄리티도 잘 나왔다고 하고 나름 재밌었다는 평가도 많았던 걸로 압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건 '아치와 씨팍'의 뒷 이야기를 조금 알고 있었던 터라 그다지 편하게 생각되지는 않더라구요. 물론, 한국 애니메이션의 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했다는 건 사실입니다. 좋은 결과 뒤에 좋은 과정도 함께 했더라면...하는 아쉬움만 (약간) 있다는 거지요.
수 많은 한국 애니메이션이 TV에서 방영되고 극장에서 상영됩니다. 그리고 소리없이 무대에서 사라지곤 합니다. 지금 FTA때문에 한국 애니메이션은 더더욱 위태로운 현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JTeam이나 RG스튜디오처럼 끈기와 집념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회사, 사람들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영화배우나 연예인들, 한국영화만 팬들의 사랑과 응원을 먹고 사는 건 아닙니다. 한국 애니메이션도 팬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고 그들의 칭찬과 질책이 많이 필요합니다. 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만드는 사람들도 힘이 나겠죠. 작품을 잘 만들었는지 못 만들었는지를 제대로 평가를 해줘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은 잘 모르기 때문에 평가를 못하겠다는 말도 합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영화'입니다. '영화'라는 큰 틀 안에 '라이브 액션(흔히 말하는 영화)'이 있고 '애니메이션'이 있는 거지요. 영화를 보고 평가하고 비판하듯이 애니메이션도 그렇게 해주면 좋습니다. 적극적 피드백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제작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운 경종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간만에 한국 애니메이션(장편이든 단편이든)을 찾아서 감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
2005년 3월 31일 목요일
[ani] 애니메이션계의 활력 - RG 스튜디오.
디자인 정글에 오랜만에 들어갔더니 이 양반이 기사(보기)에 떡-하니 등장을 한다. "일 낼 사람. 일 낼 스튜디오를 만나다." 라는 기사에 김광회PD의 인터뷰가 실렸는데 열심히 장편을 준비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만났을 때도 꾸준한 성실함과 열정으로 일을 하는 걸 느낄 수 있었지만 작업 진행에 대해서는 꽤 말을 아끼는 편인지라 인터뷰 기사를 더욱 유심히 봤다. 열심히 하는 모습이 말의 행간에 뚝.뚝. 묻어난다.
"머그잔 여행" 데모를 중국에 갔을 때 아는 분들을 통해 소개를 했었는데 반응들이 좋다. 그리고 그 장편에 등장하는 빼꼼 캐릭터는 한국에서도 많은 이들의 환영을 받고 있으며, 단편으로 만들어진 작품들도 여러 영화제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들였다. 어쩌면 소리없이 꾸준히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원래 빈수레가 요란한 법이라 하지 않았나. 몇 억 들었다느니, 기술력이 최고라느니 백날 떠들어 봤자 재밌고 퀄리티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겠나. 그런 면으로 봤을 때 작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말을 최대한 아낀 것에 대해서는 참으로 고무적이다.
그러고 보니 "I love picnic"이나 "I love sky"가 처음 만들어질 당시에 캐릭터 설정이나 만들어진 동영상을 노트북에 담아 와 맥주 한 잔 곁들이며 보여주던 광회 형의 초롱한 눈빛이 기억난다. 그 때가 벌써 2-3년 전 즈음이었나? 세월 참 빠르다. 그 이후에 "머그잔 여행"을 준비하며 데모를 보여주고 반응을 살피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공정의 70%가 완성되어 간다니 성실함에는 당할 무엇도 없다는 게 실감난다.
애니메이션을 하는 사람-감독, PD, 애니메이터 등-들의 가장 소박하면서 중요한 꿈 중에 하나는 제대로 된 작품 하나 만드는 것이고 한국의 척박한 애니메이션 토양에서는 그저 작품 하나가 완성되는 것만으로도 그 소박한 꿈을 이루는 것인데 광회 형은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잘 밟아가는 것 같아 내게 즐거운 자극도 되고 기분좋은 시샘도 하게 만든다.
부디 좋은 작품, 좋은 성과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겠지.뭐. 열심히들 하니까. :)
광회 형! 소중한 작품 마무리 잘 하쇼. 그래서 보란 듯이 성공하쇼. :)
그나저나 일본에 가서 "작업"^^;은 안하시우? 후회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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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 or ani.] - <빼꼼의 머그잔 여행>을 봐야 하는 이유..?
[mov. or ani.] - [ani] 한국의 PIXAR? <빼꼼> 방영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