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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29일 일요일

가난한 대통령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축적은 당연한 일이고 재산이 많다는 것은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이므로 비난받을 수 없다. 가난한 자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가난할 것이다. 부자인 자들 역시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부(富)를 축적했을 것이다. 부자들이 가진 최소한의 공통점은 '아마도' 부지런함이지 않을까.

그런데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인데 대한민국 대통령은 가난했으면 좋겠다. 부를 축적한 사람은 (다른 생각하지 않고) 그냥 열심히 경제활동하고 계속 부자로 살면 좋겠다. 경제활동을 열심히 해서, 스스로 부지런하고, 자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부자가 된 사람들은 돈을 번다는 것에 '관성'이 붙게 마련이다. 가끔씩 자신이 모은 전재산을 사회에 기부, 환원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이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돈을 조금씩조금씩 열심히 모아 큰 재산을 형성했고 재산을 기부, 환원하기 전에도 꾸준히 남을 위해 애를 써왔다는 점일 것이다.

재산을 축적하던 관성이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자신의 재산을 완전히 국가, 사회를 위해 내놓는 대신 그 부를 좀 더 불리거나 함께 같은 계층, 부류에서 교류하며 친하게 지냈던 이들의 이익을 대변할 확률이 (가난한 대통령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결코 보통의 국민들 편에 서서 사고(思考)하거나 행동할 수 없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다시 말하지만 '부자'는 그 어떤 비판이나 비난을 받을 이유가 없다. 그들이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리가 있다면 처벌을 받을 테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들이 '부자'라는 이유로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비판,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가난한 대통령 외에 가난한 국회의원이 대한민국의 정치를 담당했으면 좋겠다. 이유는 역시 같다. 부자와 빈자(貧者)를 구분할 수 있는 분기점은 대체 '얼마'며, '몇 채'며, '몇 평'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대통령, 지금의 국회의원들이 가진 그것보다 10분의 1이라면, 100분의 1이라면 될 것 같다. 가진 걸 지키려고 벌벌 떨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더 가진 자들과 인맥 네트워크가 없는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이 된다면 그들이 내놓는 정책은 어떨까. 지금과 별 반 다를 게 없을까. 아니면 최소한 보통의 국민들이 원하는 실리적이고 합리적인 정책들을 내놓을 수 있을까.

당연히 가졌다/가지지 못했다를 가지고 일국(一國)의 대통령, 국회의원의 자격을 운운하는 게 과한 상상인 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李대통령 재산 357억원 1위', '대법관 평균 재산 23억원…대법원장 46억 1위', '대통령까지 재산공개 고지거부, 방송3사 비판이 없다'같은 내용을 읽어보면 상상에 바람을 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