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선생님과 대화를 하던 중 내가 가지고 있었던(그러나 지금에야 다시 적확하게 알게 되었던) 보수성과 폭력성에 대해 인정을 했다. 내가 상대방에게 폭력을 쓰지 않더라도, 욕을 하지 않더라도, 마음으로 내치지 않더라도 내가 그런 것들을 어떤 상황에서 감내할 수 있다거나 혹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건 내 스스로가 그런 폭력성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것.
사람마다 개성이 있고 특성이 있기 때문에 한 개인의 삶의 형식을 왈가왈부할 수는 없겠지만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과정에서는 분명 타인에게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주는 일이라면 폭력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상대방의 형식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걸 받아들이는데 있어 관대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 아니, 포용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부분들에 대해 의견을 내고 따지거나 투쟁(?)을 해야한다고 결론 내렸다. 그냥 피하면 그만이긴 하겠지. 그리고 마주치지 않으면 될 일이겠지. 하지만 이후로는 그런 일에 마주쳤을 때 할 말 하지 못하고 침묵으로 넘어가는 일은 지양해야겠다. 어쩌면 그런 행위들이 나를 더 고립시키고 살아가는 데 버거움을 안겨줄 지 모를 일이지만 아닌 걸 맞다고 하면서 살아가는 건 싫다. 옳고 그름, 맞다 틀리다의 기준을 어떤 식으로 내려야 하는지는 계속 꾸준히 자기 반성과 성찰을 통해 변화시켜 가면 될 것이다.
여전히 불편한 상황에서 피하고 싶고 말을 하고 싶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말은 아끼되 실천은 풍성해지는 삶의 자세는 견지해야 하지 않나 싶다. 좀 더 생각을 정리하고 행동을 다듬어야 하겠지만...
2005년 6월 4일 토요일
2003년 12월 26일 금요일
[ani] The Iron Giant - 아이언 자이언트
아이언 자이언트 (The Iron Giant, 1999)
연소자 관람가/ 87분 / 애니메이션,SF,가족/ 미국
연소자 관람가/ 87분 / 애니메이션,SF,가족/ 미국
어쩌면 아이언 자이언트(철거인)가 더 사람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에 슈퍼맨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이루는 장면에선 한 편으론 어색하고 한 편으론 슬쩍 감동을 받는 이질적인 감정의 경험을 했다.
정부요원 켄트 맨슬리는 죽이고 파괴하는 일이 자신의 숙명이고 사명인 양 생각하는데 그것을 애국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 시키려 한다. 그 모습이 요즘 종종 보아오던 요즘의 상황과 오버랩이 되면서 씁쓸함과 분노가 일어났다. 애국을 위해서 나라를 지키는 일을 위해서는 몇 명의 목숨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 타인의 고통은 나라를 위해 감수해도 된다는 지극히 파시즘적인 행동을 서슴치 않는 사람들...사실 그런 사람들치고 스스로 희생하고 직접 선두에 나서는 경우는 정말 보지 못한 것 같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속에 폭력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 총이라는 무기를 보거나 누군가의 공격을 받을 때는 그 폭력성이 엄청난 무기와 함께 겉으로 표출이 된다. 아이언 자이언트가 사람보다 더 사람같다고 느낀 건 이런 점 때문이었는데 사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은 전형적으로 착하거나 나쁘거나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이 로봇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 분노할 줄 알고 아픔을 느낄 줄 알며 행동할 줄 아는 것이다.
로봇의 생김새가 미야자키의 '천공의 성 라퓨타'에 나오는 로봇과 비슷하게 보이기는 했지만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모습, 그리고 나중에 무기를 사용하는 로봇으로 변할 때 그 무시무시한 변신모습은
잘 설계된 메카닉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일본 로봇물에서 꼭 등장하는 게 변신, 결합, 합체 등의 주요장면 아닌가.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큐빅스도 그런 장면이 꼭 등장하곤 하는데 로봇물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그게 없으면 앙꼬없는 찐빵이랄까?
미국에서는 거대로봇물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할 때 참 새로운 시도이기도 했고 게다가 잘 만들어진 수작이란 생각이 든다. 워너가 가끔씩 이쁜 짓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가장 웃으면서 봤던 장면은 아이언 자이언트가 호수에 다이빙을 하는 시퀀스인데 묘사가 아주 멋지다. 감독의 얘기를 들어봐도 그 장면을 가장 재미있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적중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들이지만 성우들이 흥미롭다. 주인공의 엄마인 애니는 제니퍼 애니스톤이고 주인공을 도와주는 철물점 주인 딘은 해리 코닉 주니어이며 아이언 자이언트는 생긴 것도 비슷한 빈 디젤이다.
사운드도 참 좋았고 특히 아이언 자이언트는 모두 3D로 만들었다고 알고 있는데 2D와 너무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도 제작진이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캐릭터들의 모습은 좀 상투적(?)이랄까? 하지만 배경의 묘사, 칼라 등은 인상에 남는다.
로봇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즐겁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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