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5일 화요일

즐거워야...

인터넷으로 신문 기사를 읽다가 이런 문구를 보게 되었다.

...해럴드 W. 크로토 박사는 “노벨상을 받으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느냐”는 청중의 질문에 “물론 열심히 해야하지만, 중요하기 때문에 연구해선 안되고, 자신이 재미를 느끼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나도 입버릇처럼 하는 말 중에 하나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즐겨라. 그렇지 않으면 이뤄낼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식. 잘한다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듣고 살았던가. 그런데 그 즐긴다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어떤 일을 할 때 먹고 사는 일차적인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명예욕, 자존심,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을 모두 떨쳐버리지 않으면 정말 신나서 즐길 수 없다.

애니메이션 만들면서도 혹은 그림 한 장을 그리면서도 얼마나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지내왔던가. 내가 한 일에 대해 아무도 인정을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하고 살아오지 않았던가. 누가 무슨 얘기를 하던 내가 신나고 즐거워 하는 일이 되어야만 그게 나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게 될 터.

...그는 이어 “박사를 딴 다음엔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인 것 같아 아주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사실 박사는 커녕 석사 문턱에도 못가봤지만 공부를 위한 공부는 사회적 지위를 올려주는 데 아주 중요하겠지만 내 마음, 영적인 부분의 깊이를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는 것으로 받아 들여진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마음을 걸고 있는 그물을 치워내는 일. 즐거워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다. 늘 반복적인 말을 해대는 내 스스로가 지겨울 때도 있지만 "작심삼일도 100번만 하면 일 년이 간다"던 친구의 말을 떠올려 본다.

2004년 10월 4일 월요일

건너가도 될까요?


혹 늦지는 않았는지
지금 건너가면 날 받아주기는 할 건지
분명 내 눈엔 가능하다는 신호로 보이는데
또 다시 거절을 당할까봐 쉽게 발을 떼지도 못하네.

오래지 않아 지금의 망설임도 필요없는
순간이 오게 되면 더 후회를 하게 될까.

용기도 쉽게 나지 않고 포기도 쉽지 않을 때
그럴 때 난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정말 건너가도 될까?

...촬영 현장

몇 달 전인가보다. 동생들과 저녁을 먹으러 가는 중에 보게 된 영화(혹은 TV 드라마?) 촬영 현장.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어서 뭔가 하고 들여다 보니 한창 촬영 중이다. 얼마 전에 한국 영화 "청연"을 장춘의 한 폐쇄된 비행기장을 보수해서 찍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청연"의 촬영 현장인 줄 알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장진영, 유민은 보이지 않더란 말이지.-_-; 중국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이 사람들도 뭘 촬영하고 있는지 모른다.

제법 그럴싸~

무슨 내용일까?


촬영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일. 스텝들은 지나가는 차들도 통제하고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느라고 정신이 없다. 문득 예전에 "ANYWAY"를 무대에 올리려고 준비하던 중에 라이브 액션 부분을 시청 앞에 가서 촬영하던 때가 생각이 났다. 조명기와 반사판, 카메라 등이 왠지 낯설어 보이진 않는다.

혹시 주인공?

촬영을 하는 내내 구경을 하고 싶었건만 녀석들과 함께 있는 바람에 나만 빠질 수가 없었다. '좀 더 볼 걸~'하는 후회가 나중에야...쩝~

장춘과 상해에 영화 제작소가 있는데 장춘은 이제 정부를 위한 홍보영화 등만 촬영한다고 한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 촬영하는 것도 아마 그런 차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춘이 상해보다 영화 쪽에서는 먼저 시작을 한 도시이건만 왜 지금은 아무런 힘도 못쓰고 있는지... 아마도 영화 산업이라는 게 자본과 불가분의 관계여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상해는 국제 도시로써 외국의 자본이 수시로 투입되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가만 보면 상해가 중국의 남북으로 볼 때 중간 정도 위치에 있긴 하다. 날씨도 장춘보다는 낫지. 장춘은 겨울에 관련 된 영화나 찍으면 모를까.-_- (가을 날씨도 내가 느낄 때는 좋은데...)

어쨌든, 한국에서건 외국에서건 영화, 드라마, 광고 등의 촬영 현장을 보는 건 참으로 흥미롭다. 장춘에서도 종종 영화 촬영 좀 하지 그래? 그냥, 내가 해버릴까 보다.-_-;;;

2004년 10월 3일 일요일

2004 중국 국제 공자 문화제

TV를 보는 중에 우연히 보게 된 "2004 중국 국제 공자 문화제"

별 행사가 다 있다 싶은 마음에 인터넷을 뒤져보니 꽤 큰 행사다. 그리고 프로그램에 몽고, 대만 등지에서 온 무용단, 가수들이 모두 출연해 축제를 빛내주고 있다. 조선족(아마도 한국인은 아닌 것 같은데...)인지 한국인인지 나와서 한복을 곱게 입고 노래도 하고 공연도 한다. 중국에서는 '공맹사상'이나 '노장사상'이 역시 대접을 받는군.

'화성’보도 2004년 9월 28일자

“2004 중국 취푸(곡부) 국제 공자 문화제”와 “세계 여행일 중국 주회장 경축 행사”가 9월 26일 저녁 공자의 고향인 산동 취푸에서 성대하게 개막을 했다.

중국 방송네트워크 보도에 따르면, 전 전국 인민대표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왕한삔, 전국 인민대표 상임위원회 겸 홍콩 중화 총 상인협회 회장 쩡쉔쯔, 전국 정치협력 상임위원회 왕광치엔, 국가 여행국 부국장 구차오시, 산동성 인민대표 상임위원회 부주임 리밍신엔, 산동성 부성장 쑨쏘우푸, 산동성 정치협력 부주석 장민과 국가 관련 부분 책임자ㆍ산동성ㆍ지닝시ㆍ취푸시의 지도자와 국내외 공자ㆍ맹자ㆍ안회ㆍ증자(공맹안증)의 후예 등이 개막식에 참석하였다.

전 전국 인민대표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왕한삔이 “2004 중국 취푸 국제 공자 문화제”와 “세계 여행일 중국 주회장 경축 활동” 개막을 선포했다. 전국 정치협회 홍콩ㆍ마카오ㆍ타이완 화교위원회 부주임 겸 화시아(옛 중국이름) 문화 유대 프로젝트 조직위원회 부주임 장웨이차오가 국가 주석 후진타오이 징닝시에 건설하는 “중화문화 표지성”에 대해 하달한 정신을 전했다. 중국 연합국 교과문 조직 전국 위원회 사무총장 티엔시아오강은 연합국에 “공자상 표창” 설립에 대한 상황 보고를 했다.

이번 “국제 공자 문화제”는 국가 여행국과 산동성 인민정부의 주관이며 산동성 여행국과 지닝시 인민정부, 취부시 인민정부 집행으로 치뤄진다. 문화제는 중국의 우수한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고 현대문화 발전으로 상호 결합하는 것을 주제로 하며, 대형 국제성 경축 행사로부터 문화, 여행, 학술교류, 경제무역 상담교섭을 하나로 융합하는 항목이다.

문화제 기간에 “공맹안증” 성현의 후예들의 정중한 연합 우호 대회와 세계 사상가 정상 포럼, 성지순례식, 명승고성 개성식 등의 행사가 거행 될 것이다. 더불어 원래의 민간 제사 행사로부터 정부 주관의 제사로 전환된 행사가 처음 거행 될 것이다. 공자묘의 공자 제사는 “취부 국제 공자 문화제”에서 가장 풍부한 특색이 있고 가장 문화적이며 감화력이 있는 행사이며, 국내외 문화계, 여행계에서 줄곧 주목을 하고 있는 문화여행의 항목이다. 올해의 공개 제사는 앞으로 공자묘에서 성대한 개묘 의식으로 거행 될 것이다. 수백 명으로 구성된 제사 의장대는 공자 제사 순례로 진행될 것이다.

취부시 시장 지앙청의 소개의 따르면, 이번 행사는 전국 14개 중요한 여행제 경축 행사 중 하나로 국제 공자 문화제가 되었으며, 이미 성공적인 20회의 행사를 치루었고 농후한 유교 문화 특색, 풍부하고 다채로운 여행 행사로써 독특한 풍격과 매력을 형성했고 국내외 폭넓은 영향을 주었고 유가 사상을 전승하고 동방문화의 무대를 만들었다고 한다.

동방의 성스러운 도시 취푸 역시 국내외 여행객들의 목적지가 되고 있다. 올해까지 취푸의 국내외 여행객은 360만 명에 다다르며 시의 여행 총 수입은 10억 원(인민폐)을 초과하고 있다.

출처 : http://www.hsm.com.cn/node2/node116/node1486/node1487/userobject6ai197153.html


2003년 행사 모습 1

2003년 행사 모습 2


중국 땅이 크고 인구가 많아서 어떤 행사든지 하기만 하면 몇 백만 명씩, 관광 수입도 몇 십 억(인민폐)씩 벌어들이는 모양이다. 아니지, 결국 행사는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내용의 문제이니... 공맹의 명성은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한국에서는 공자가 죽여야 나라가 사네 하는 책으로도 많은 이들이 덕을 봤을 텐데 공자의 사상에 담겨있는 진정한 뜻이나 제대로 곱씹고 살았음 좋겠다.

단골 DVD가게에 들려...

중국에 와서 단골집이 몇 군데 생겼는데 그 중에 DVD상점 두 곳은 내가 자주 가는 집이다. 한 곳은 그 집이 돈을 좀 벌기 전부터 알게 되었고 내가 온 후에 돈 벌어서 가게를 옮기는 것도 보게 되었지. 다른 한 곳은 작년에 장춘 지리에 그리 익숙하지 않을 때 길림대 애니메이션과 이사장(?)이 한국에서 오신 분들을 모시고 갈 때 얼결에 따라가 알게 된 집이었다. 그곳이 중국 친구가 소개해 준 후에야 작년에 가봤던 집인 줄 알게 되었지만...

오늘 바람도 쐴 겸 볼 만한 영화가 나온 게 있나 해서 가봤다. 나중에 알게 된 그 집. 가면 늘 반갑게 맞이해 주는 두 명의 여자 복무원. 중국 사람들에 비해 DVD를 많이 사는 편이어서 그런지 더 잘해주는 편인 것 같기도 하고... 더구나 이번에 애니메이션 행사에 참석하러 오신 한국분들을 모시고 가서 한 몫 팔아줬으니...-_-; 어쨌든!

좌측은 중국드라마 VHS

책장쪽은 비교적 좋은 DVD


위처럼 생긴 곳에서 골라야 한다. 자주 가면 대충 어디서 고르면 되는지 알게 되지만 처음가면 일단 많은 양에 놀라기도(?) 하고 정품이 아닌, 좀 후줄그레하게 생긴 것에 대해 놀라기도 한다. 이런 공간의 한 3-4배 쯤이라고 하면 될까? 이 곳은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많은 양을 보유하고 있는 편이긴 하다. 장춘이 불법 DVD의 최대 시장이란 사실이 실감나는 곳. 질이 좋지 않은 것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충분히 볼만하지. Special Feature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원 가격(6원)의 세 배(18원)를 내면 거의 정품과 같은 걸 구할 수도 있다. 하긴 중국에서 파는 정품 DVD가격도 약 20원~40원 선이라고 들었다. 직접 보진 못했지만...-_-a

아~! 상해에 갔을 때 정품 DVD를 산 적이 있다. 상해 미술영화 제작소에 발행한 수묵 애니메이션 특별판. 가격이 38원이었던가? 정말 싸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가격을 주고 사기엔 너무 자주 사기 때문에 생활고가 생길 우려가 있으니 그냥 6원 짜리를 사는 편이다. 사실 정품 가격도 한국에 비하면 싼데... 변명같지 않은 변명을 하자면 오리지널 정품을 보기도 힘들다. 흠~

아래 층은 음반 전문

벽에 장국영 브로마이드가...


오늘은 'Man on Fire'를 비롯해 세 장을 샀다. 정말이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중국은 거의 천국이나 다름 없다. 아니,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정품 음반이 엄청나게 싸니까. 불법~불법~~ 하면서도 중국인들도 혹은 정부도 단속할 뾰족한 수가 없어 바라보고만 있는 듯 하고 이런 현실로 인해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나 영화 업계는 중국 DVD시장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고 들었다. 한국도 동영상으로 다운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 인데 종종 중국인들에게 한국은 불법판이 없지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참 난감하다.

또 며칠 즐거운 영화감상 시간을 갖겠군.-_-;;;;

2004년 10월 2일 토요일

[mov] 연인 / House of Flying Daggers / 十面埋伏

연인 / House of Flying Daggers / 十面埋伏


감독 : 장이모
출연 : 리우더화(리우), 진청우(진), 장쯔이(시아오메이)


스포일러 있습니다!!!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 뭐 사랑이란 주제로 수많은 철학자, 종교가, 영화감독, 소설가, 화가 등등이 오랜 시간 동안 설왕설래 해도 막상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느끼는 것과 다른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때론 오랜 시간 탐구해온 통계처럼 진행되기도 한다. 사랑을 단한 마디로 정의 내린다는 것은 아마도 내 정체성에 대해서 딱 한마디로 잘라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난 20대 초반에 아는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이 내가 하는 사랑에 어느 정도 지침이 되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돌이켜 본다. 그 분이 해주신 말은 “사랑은 이해”였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면 집착이 생기고 원망이 생기고 상처가 생긴다는 것. 그 이해의 폭에는 그 어떤 것도 다 담을 수 있다고 믿었었고 지금도 상당부분 내겐 유효하다.

사랑은 시간이 오래되었다고 더 깊어지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짧다고 해서 깊이가 얕은 것도 아니다. 사실 이해라는 것도 이와 비슷하긴 하다. 간혹 오래 만나야 상대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떤 경우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도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 일 수 있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결국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접촉한 시간의 장단에 의해 익어가는 사랑이 아니라 그 접촉할 때의 각자의 마음가짐(마음이 열어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리우와 시아오메이의 3년의 사랑(?)과 진과 시아오메이의 3일(?)의 사랑은 쉽게 속단할 수 있을까? 3년 동안이라도 서로 마음을 열지 못하고 만나왔다면 그건 아무것도 아닌 게 될 터. 사실 진과 시아오메이의 3일도 마음이 서로 통하고 이해하게 된 시간은 거의 하루 정도의 시간 뿐이지 않았던가. 과정을 무시할 순 없어도 마음이 열리고 닫히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지속해가는 노력, 그게 바로 이해라는 틀에서 생각해 봄 직 하다. 영화 속 세 사람의 사랑은 아마 그들만이 제대로 알 것이다. 다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본 나의 생각은 리우의 마지막 행동은 약간의 집착이 가미되었고 진의 사랑은 남성의 전형적(?)인 표현이 슬쩍 비춰진다. 그런 면에서 시아오메이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결과적으로 진 쪽으로 마음이 더 기울긴 했지만 그녀의 고민은 타당하다. 게다가 그 멋진 두 남성 사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겠는가.-0-;;;

내 관점으로 영화는 한국 인터넷에서 악평을 쏟아내는 것과 달리 꽤 괜찮게 봤다. ‘영웅’보다는 훨씬 좋다고 느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색감과 사운드였다. 색감이야 뭐 말할 것도 없겠지만 사운드는 정말 잘 입혀졌다. 사운드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등장인물들의 거친 숨소리였는데 난 이게 어떤 성적 표현의 방법으로 쓰인 게 아닌가 싶었다. 특히 진과 시아오메이가 관군에 쫓겨 도망갈 때 숨소리가 더 거칠고 크게 들렸는데 이 둘의 성적 묘사를 하지 않고도 숨소리만으로도 이들 둘의 관계가 점점 깊어진다는 상징적인 효과를 전달하지 않았나 싶다. 하긴 중국에서 찐한 성적 표현은 할 수 없었을 테니 이런 편법을 썼을 수도. 그런데 편법이건 아니건 그 효과는 영화 내내 상당한 효과를 전달해 준 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장쯔이의 춤 씬. 장쯔이가 원래 무용을 전공했다고 하는데 여기에서 진가가 나타난다. 그 유연한 몸놀림이라니.-0- TV에서 영화 촬영기가 좀 소개되었었는데 사실 그 춤 씬을 찍으면서 고생을 무척 많이 했다고 한다. 특히 손에 감은 천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등…하긴 영화는 편집의 예술 아닌가. 그렇게 찍고 찍은 가장 아름다운 장면들을 모아놨으니… 연주와 춤의 싱크도 끊어지지 않고 잘 연결되어서 참 멋지다는 생각 밖엔. 장쯔이의 장님 연기가 역시 장이모 영화 “행복한 날들/happy time/幸福时光”에 나온 둥제(董潔)의 연기와 비슷한 게 보였다. 이 둥제라는 배우도 장이모에게 발탁된 신인이었는데 장쯔이를 많이 닮았다. 기회가 되면 영화를 한 번 보시길.

영화 중에 가장 이해가 안되었던 장면은 갑자기 눈이 내린 장면이 아니었다. 칼에 맞고 한참을 쓰러져 있던 시아오메이가 리우와 진이 한참을 싸울 때는 죽은 듯 있더니 나중에 서로 결정적인 상황이 되니까 벌떡 일어나서 칼을 뽑겠다고 악을 쓰는 장면이었다. 아무리 상식적으로 이해를 하려고 해도 그것만큼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눈이 내리는 것이야 그들의 사랑싸움이 하늘을 움직일 정도 그랬다던가, 혹은 장이모의 욕심으로 설경에서 싸움을 하는 걸 보여주고 싶은 것이었겠지. 게다가 중국은 워낙에 넓으니 그런 기후변화 정도는 감안이 된다. 그런데 시아오메이의 벌떡 일어섬이란!!! 영화 보다가 내가 벌떡 일어날 지경이었다.-_-;;; 그것만 빼고는 이해를 충분히 하고도 남는 이야기였다.

잡설 하나; 한국에서 중국영화를 볼 때는 자막에 의존해서 보기 때문에 어떤 내용인지 자막 번역을 한 사람의 뜻대로 해석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중국에 와서 느낀 건데 중국어를 들으며 중국어 자막을 보며 영화를 보면 한국 자막 중에 상당부분 제대로 된 전달을 못하는 부분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중국 애들의 감수성을 조금이라도 이해한 지금이라면 내 경우에 ‘연인’의 경우에 내용도 그렇게 형편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 시작 전에 알려주는 큰 역사의 흐름은 삼각관계를 만들기 위한 장치였을 뿐(그러니 마지막 관군이 비도문을 포위해 들어갈 때도 전투 씬이 등장하지 않는다.)이고 장이모가 TV인터뷰에서도 말했듯이 무협형식을 빌린 세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보면 난 충분히 이해를 하고 몰입을 할 수 있었다.(절대 중국어 좀 한다고 잘난 체 하는 게 아님.-_-;;;) 아마 영어를 좀 하는 분들도 영어권 영화를 원어로 보려고 하는 이유 중에 이런 이유도 있지 않을까?

잡설 둘; 장이모가 상업적으로 돌아선 두 번째 영화(내 기억으론) ‘연인’. ‘영웅’ 다음으로 찍은 영화인데 중국 내에서 관심이 정말 어마어마했다. 제작비를 빼고 약 30억 원을 들여서 중국 CCTV에서 ‘연인’의 성공을 기원하는 축하 쇼를 했으니 말이다. 이런 경우는 중국 정부(공산당)의 지지가 있지 않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TV에서 그 쇼를 보는데 중국의 유명한 가수들, 연기자들이 모두 출연해 영화의 성공을 기원했다. 게다가 이 영화는 불법 DVD가 나오는데도 시간이 한 참 걸렸다. 중국 정부에서 단속을 열심히 했겠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장이모 띄워주기 행사를 했던 이유는 아무래도 ‘아테네 올림픽 폐막식 8분 중국편’과 ‘북경 올림픽 개폐막식’의 감독 장이모를 세계에 알리려고 했던 수단이 아니었을까 싶다. 장이모는 지금 영화계에서도 중국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이니 말이다. 그래도 여전히 그에게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중국 영화계(애니메이션 포함)가 뛰어넘어야 할 벽임을 감안하면 일종의 희망을 주는 실마리가 될지도 모른다.

아, 그런데 제목이 '연인'이 뭐냐고-_-; '십면매복'이라고 하면 이상한가? '연인'은 너무 직설적이잖아. '십면매복'은 뭔가 2-3중의 복선이 있는 것 같고...나만 그런가?-_-a

2004년 10월 1일 금요일

10월 1일 중국 국경절과 신장 소수민족

국경절이라고 중국인들은 다들 7일의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고 즐거움에 들떠있는 듯 싶다. TV에서도 항일전쟁, 국민당과 공산당과의 전쟁에 관련된 영화나 혹은 인민들의 정서를 위한 영화, 쇼프로그램 등이 아침부터 방영이 되고 있다. 마치 한국 추석 때 영화며 각종 특집 프로그램을 해주는 것과 비슷하다. 부시시 눈을 뜨고 TV 채널을 여기 저기 돌리다가 CCTV3에서 공연 비슷한 걸 한다. 복장이 독특해 주의해서 봤다. 제목은 "중국 공산당학교 '신장반' 성립 50주년 기념행사"라고 하네.

화려한 춤...

콧수염을 기른 아저씨와...


공중에 점프;;;

예쁘게 입고...


아름다운 아가씨...

화려한 의상들


신장이나 시장(=티벳)은 소수민족 자치구인데 독립을 원하는 민족으로도 유명하다. 문득 TV를 보면서 아이러니하다고 느낀 것은 한 편으론 독립을 이야기 하고 한편으론 중국 공산당에 축복의 메시지를 보내는 이런 공연을 한다는 것. 물론 강경책이건 회유책이건 지도자들이 다 알아서 결정할 일이지만 국경절에 나라가 없이 중국의 한 소수민족으로써 중국 국경절을 축하한다니 마음이 좀 그렇다.

사실 지금 고구려 역사 문제를 들먹이는 것도 이런저런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조선족 자치구를 중국의 한 역사로 흡입하려고 하는 욕심도 한자리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친구들에겐 나도 "국경절 축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우리들 사이엔 국경절은 단지 하나의 긴 휴일(혹은 명절?)이라는 것. 어쨌든 TV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신장의 선남선녀들을 보며 역사의 아이러니를 생각해보게 된다. 어떤 중국 작가가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사람은 역사를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역사는 사람을 바꾼다." 물론 역사를 써내려가는 건 사람이겠지만 그 역사 앞에 쉽게 변해가는 것 또한 사람이라는 측면에서 일정부분 동의한다.

뭐...어쨌든 국경절 7일 휴가가 시작되었으니 중국은 여기저기 고향가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바글거리겠다. 난 조용히 집에서 영화나~^^

신장은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긴 하다. 특히 지금 중국의 대표(?)적 음식으로 알려진 양로우촬(양꼬치 고기)이 신장의 전통 음식 아니던가. 여기 장춘에서 가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고 하지만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


:: 신장족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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