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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7일 토요일

미네르바는 21세기 홍길동

한국사회에 여러가지 면에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던 '미네르바'. 그런데 신동아가 인터뷰한 '미네르바'와 검찰에 구속기소된 '미네르바'가 다르단다. 아, 재밌어진다. '미네르바'는 가히 21세기의 홍길동이라 할 만 하다. 홍길동은 탐관오리들을 혼내줄 때 직접 일일이 혼내지 않았다. 분신술을 쓰거나 홍길동을 가장한 수 많은 가짜 홍길동들이 대행을 했다. 게다가 그는 '호부호형(呼父呼兄)을 허(許)하지 않는 사회'에 '호부호형을 허하도록' 일갈하지 않았던가.


미네르바는 그 어떤 비관적 전망도 불허하는 이 시대에 비관적인 상황을 비관적이라 말하고, 바보를 바보라 말하며 진실을 전했다. 게다가 실명을 밝히지 않아도 되는 저 넓은 네트에서 오로지 진실을 전하는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수 많은 추종자를 만들어냈다. 그 추종자들은 다시 '미네르바'를 대신하고 그 이름을 사용해 암흑에 가려 자칫 빛을 읽을 뻔 했던 진실을 만방에 알리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었다. 그들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탐관오리들을 조롱하고 풍자하며 모든 백성들에게 진실을 알리고자 했다.

서자로 태어나 천대를 받던 홍길동은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했고 신분차별에 괴로워하다 스스로 '활빈당'을 만들어 의적이 된다. 검찰에 구속된 '미네르바'는 엘리트 교육을 받지 못한 비전문가라며 사회의 엘리트들에게 조롱을 받고 있다. 학벌사회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믿게 만드는 법은 학벌을 숨기고 신분을 숨기는 '둔갑술'을 사용하는 수 밖에 없다. 지금 광활한 네트에는 '둔갑술'로 세상을 구하려는 수 많은 '의적'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 사회에 차별이 극심하고 나라가 어지러워져 부정부패가 심해지면 과거엔 종종 의적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하긴 뭐,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의적들은 바로 '어'장수 일당들이나 '검'찰님들에게 토벌당할 확률이 너무 많아 쉬이 만들어지지도 못하겠다.

암튼, 홍길동이 세우려했던 '율도국'이 '미네르바 공화국'으로 탄생될 것인가, 아니면 미네르바만의 '유토피아'가 건설될 수 있을 것인가 궁금하다. 이보다 더 관심이 가는 건 얼마나 많은 '미네르바' 분신들이 넷상에서 '활자당'을 만들어 거꾸로 가는 시대에 대한 건전한 불응활동을 하는 가이다. 21세기 홍길동의 탄생은 자발적이라기 보다 높으신 분들이 만들어 놓은 분위기에 떠밀려 태어났다. 어떤 시대에서나 자발적 영웅은 존재하지도 않을 뿐더러 자발적 영웅이 탄생된다면 그건 미친 사람일 확률이 많다. 저 어딘가에서 스스로가 난세를 헤쳐나갈 최고의 리더, 영웅인 것처럼 떠들어 대는 이(李)씨를 보면 그렇다.


* 지금 상황에서는 두 '미네르바' 중 한 쪽은 거짓이 확실할 테니 신동아던 검찰이던 쪽팔리게 생겼다. 사실 일개 블로거가 쓴 글들을 가지고 '구속'을 하고 '처벌'할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무엇이 진실이건 간에 검찰이 이미 자충수를 둔 건 확실해 보인다. 그 검찰 뒤에 서서 목 빳빳이 들고 있는 사람들도 똑같긴 마찬가지고.


** 미네르바 공화국(영어: Republic of Minerva) 또는 미네르바 공국은 오세아니아의 인공 섬에서 시도했던 초소형국민체이다.

** 초소형국민체(超小型國民體, Micronation)는 기본적으로 서류상에서나 또는 인터넷, 또는 창시자들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유사 국민 주체 또는 유사 국가 주체이다. 초소형국민체 중 몇몇은 물질적인 기반을, 예를 들어 통화나 깃발 또는 우표 등을 만들었다.

"초소형국민체"라는 용어는 1990년대에 출현한 신종어이다. 이 시기에 작은 유사 국가 주체들이 수천 개 생겨나게 되었다. 일단 용어가 자리잡게 되자 19세기부터 존재했으나 인정받지 못했던 몇 가지 정치적 주체들에게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2006년 7월 16일 일요일

왜 거짓말을 하겠느냐...

대만의 역사학사, 정치인, 출판인, 문학가 등등 많은 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李敖(Li ao)가 봉황방송국(凤凰电视台) "李敖有话说-리아오 할 말 있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이런저런 과거사를 소개하다가 한 말이 있다.

"진짜 패로도 이길 수 있는데 왜 가짜 패를 만들어서 놀겠느냐. 진짜 실력으로도 이길 수 있는데 왜 가짜를 만들어 비교하겠느냐. 진실된 말로도 이길 수 있는데 왜 거짓말을 하겠느냐." - 李敖

리아오가 과거 영화판 사람들과 한데 섞여 놀다가 간단한(?) 도박을 했는데 상대방이 돈을 잃자 리아오가 패를 가짜로 만들어서 사기도박을 했다는 이유로 고소한 것이다. 그 때 법정에서 리아오는 자기변론을 펼치면서 위와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 리아오는 도박을 절대로 하지 않았고 그 때 자신이 한 말을 늘 보감 삼으며 살아왔다고 한다.

세상엔 많은 가짜가 판을 친다. 가짜 전문가, 가짜 정치인, 가짜 선생, 가짜 선진국, 가짜 휘발유 등 여기도 가짜 저기도 가짜인 세상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모두들 자신이 가진 실력(본질)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가짜로라도 실력(본질)을 과대포장해서 사람들을 현혹시키려고 하는 데서 오는 폐단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짜 행세를 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어떤 부분이든) 부족한 가짜임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훌륭한 가짜(?)를 만들어 내기 위해 거짓말을 시작하고 나면 그 모든 전말이 온 천하에 공개되기 전에는 거짓말을 위한 거짓말을 끊임없이 양산해 내야 한다.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하지만 가짜들은, 거짓말쟁이들은 피곤할 줄을 모른다. 가짜가 진짜를 삼켜버린 덕분이다. 가짜로 한참을 생활하다보면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그 진위를 아예 잊거나 스스로 만든 거대한 최면에 갇히고 만다.

남들은 분명 가짜로 보고 있지만 본인만 스스로 진짜라고 믿는 정신착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아주 정교한 가짜라도 완전히 진짜가 될 확률은 없다. 가짜는 그대로 가짜이니까. 99.9% 비슷하다고 해도 가짜는 가짜일 뿐이다. 진짜 실력이 아닌, 진실된 말이 아닌 가짜 실력과 거짓말.

속이 덜 찬 사람들, 헛똑똑인 사람들, (남을 해하건 말건) 자신의 이득만 챙기는 사람들, 자신의 능력으로는 무엇하나 해낼 수 없는 사람들이 가짜가 될 확률이 높다. 진실된 말만 하고 살기엔 이미 뿌려놓은 거짓말이 많아 수습이 되지 않음으로 세상 자체가 온통 거짓이고 자신만 참이라고 아예 본말을 전도시키는 사람들도 많다.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는 진짜가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 일이 무척 어렵다. 그리고 가짜들이 진짜를 모두 가짜로 몰아세우기 때문에 대세만 따르거나 다수결만 따르다 보면 누가 진짜고 가짜인지 점점 구분하기 힘들어진다. 오히려 가짜에 동화되는 경우도 꽤 많아지게 된다.

하지만 가짜 패가 아니더라도 거짓말이 아니더라도, 진짜 패로 진실된 말로 살아가야 하고 꼭 그래야 한다. 그건 한 사람이 완전한 인격체, 생명체가 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가 공생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진실된 말을 하는 사람을 골라내기 위해서는 내 스스로가 진실하게 되는 수 밖엔 없다. 자신의 실력과 능력이 가짜의 힘을 빌리지 않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글을 읽을 때만 행간의 의미를 되새길 게 아니라 사람들 관계 사이의 행간, 한 사람의 말과 행동의 행간도 잘 읽어야겠다.

가짜 패에 새가슴이 되고, 가짜 실력에 주눅들고, 거짓말에 현혹되는 그런 일은 절대 없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