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22일 화요일

....말 없어도...

하루종일 밖을 바라보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줄 알았지만 그건 내가 늘 내 안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열정의 반대급부였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나 보다. 밖에 나가 차가운 바람도 살갗으로 느껴보고 사람들의 수다스러움도 귓볼에 느껴보고 포장길이긴 하지만 발바닥에 느껴지는 지구의 둥그러움도 느껴보는 그런 삶은 역시 사람으로 태어나 숨 쉬며 살고 있는 한 꼭 필요한 일임을 생각한다.

자유롭게 산다는 게 과연 어떤 것일까. 모든 일을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건 아닐테고 참 자유는 과연 어떤 것일까. 아무리 그리워해도 해소되지 않을 것만 같은 화두가 때론 어떤 날엔 일시에 해소되는 상쾌함을 느낀다. 삶이 푸석하다가고 어떤 날엔 그 사람 웃음만 봐도 편안해지고 꼬질한 삶인 것 같아 어깨에 힘이 빠져도 때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 한 번으로 삶이 말끔해지는 것 같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게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한 없이 겸손해진다.


* 블로그 포스팅이 100개가 되었다. 시간은 꽤 흐른 것 같은데 수치로 된 결과를 보면 참 많이 챙기고 살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그대로 보이는 것이 좋다.

2005년 2월 20일 일요일

직시.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남이 누구인지를 알아야 한다. 남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싶다면 내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때론 서로 얽혀 혼돈스러운 상황에서 내가, 남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살 때가 많지만 그럴 때일수록 침잠하는 게 아니라 나를 직시하고 바라보면 나도 보이고 남도 보인다.

내가 보이지 않아 헤맬 때가 가장 힘들다. 역시 남이 보이지 않아 헤맬 때도 힘들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관계는 다 얽혀 있는 그물망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만큼 왔는데 앞으로 얼만큼 가야할까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이만큼 오면서도 뜬구름 잡 듯 마음 둥둥 떠다니는 게 고민스럽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내가 땅에 발 붙이고 안정적으로 서있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부지런히 허우적대야지.

생각해보면 허우적 댈 때는 심히 염려스러워도 허우적 거림에 힘이 빠지면 좀 더 편한 손 짓, 발 짓을 해댈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늘 극단적 양 쪽을 체험하는 편이긴 해도 아직까진 그런대로(중용의 의미를 나름대로 느끼고서부터) 잘 견뎌오고 있다.

뭐, 아직도 숨 쉬고 있으니까.

2005년 2월 19일 토요일

PT 연기.

모든 PT가 일시에 연기되었다. 밀려오는 조각시간의 자유로움을 느껴본다. 그렇다고 해서 PT를 하지 않는 건 아니기 때문에 다시 마음의 채비를 해야 한다. 그래도 마음은 좀 편해졌다.

PT를 위해 작품을 제작하는 게 아니면서도 통과해야 하는 의례적인 일들이 가끔 작품 제작의 흐름을 방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 저것 다 고려하고 살면 되는 일은 또 무엇이겠나. 일단 간다.

다시 차근차근 짚어봐야 할 일들이 많다. 머리 속에 바람이 불길 기다리고 있다.

평범한 사람.

"'평범한 사람’이란 학벌이나 재산, 혹은 사회적 지위 따위가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주체적인 가치관을 갖지 못한 사람’이다." 라고 시작되는 김규항의 글에 동감이다.

주체적인 가치관을 갖지 못하면서 지배계급에 지배를 받는 이들. 그러면서도 스스로는 지배계급에 대해 저항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 하지만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다. 어쩌면 나도 평범한 이들 중 하나일 수도 있다. 혹은 아닐 수도 있다.

다만 '평범한 사람'이고자 했던, 그리고 '평범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들을 떠올릴 때 김규항의 글처럼 단정적이지만은 않다.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지배계급의 폭압에 몸이던 마음이던 상처를 입은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는 것 밖엔 없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혹은 그런 사람들과 더불어 살면서 '주체적 가치관을 갖지 못하고' 스스로를 '평범'의 굴레 안에 안주시키며 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진실을 영원히 알지 못할 거라는 것과 인생의 목적을 외형적 가치에 두고 살 것이라는 김규항의 얘기는 한 편 섬뜩한 느낌을 주지만 꽤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는 여기에서 말하는 평범한 사람이길 거부한다.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테고 어쩌면 일부분의 내 삶의 습관들을 과감히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체적 가치관'을 통해 '보편적 가치관'을 획득하지 못하는 것만큼 우울한 일도 없을 것 같다.

2005년 2월 18일 금요일

현재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에 대한 오류.

며칠 전, 사무실에 앉아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쫓아다닐 때 한 생각이 머문다.

난 전의 내 모습보다 현재의 내 모습이 보다 발전되어 왔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아주 조금씩이라도 눈에 띄지 않을만큼이라도 변해오며 발전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날은 내가 변해오고 발전했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라는 곳에 생각이 닿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내가 발전해 왔다라거나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라는 생각은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어린 시절 철모르는 실수가 더 순수하고 솔직한 행위였을 것이라는 등의 생각들... 내게 있어 도대체 나아진다는 게 어떤 부분에서 적용가능한 이야기일까. 그런다고 예전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거나 하는 뜬구름 잡는 얘기는 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지금 내가 생각하는, 느끼는 것들이 사실일까 하는 것에 대한 의문. 어쩌면 관습과 굴레에, 사회의 규범과 주위 환경에 내가 맞춰가고 있으면서 내가 사는 게 나아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쉽게 정리되지 않은 화두지만 이렇게라도 꺼내놓지 않으면 화두가 잡히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의 나이는 지금 몇 해나 지나왔을까?

2005년 2월 8일 화요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월 1일은 양력, 음력 두 번 있으니
복 두 번 많이많이 받으세요. :)

새해를 시작하는 마음이야 누군들 새롭지 않겠습니까만
새해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마음은 쉽게 가져지지 않지요.
그래서 올 한해는 지금 마음 먹은 새로운 각오와 계획들이
매일매일 반복되고 매일매일 새로워지길 기대합니다.

고향에 내려가지 못해 식구들께 미안하지만
일 잘해보겠다고 티 내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해야할 일에 과부하가 걸려 진행하는 게 부담스러워
내려가지 않은 것이니 조금은 이기적일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지금 진행하는 일들이 끝나면
좀 더 편한 마음으로 내려갔다 올 수 있겠어요.
아버지 계신 데도 다녀 와 봐야죠.

지금 뭔가를 정리해 내려가야 하는데
자꾸 정리가 안되네요.
차분히 마음을 돌이켜 봐야 할까봐요.

어쨌든, 모두들 설 잘 쇠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국내에서 국외에서 제가 아는 모든 분들 행복하시고
혹 제가 모르는 인연이라도 제 마음이 닿는 곳, 인연까지라면
모두들 새로운 날들이 되시길 염원합니다.

새해 복~ 많~ 이 받으세요. (_ _)

2005년 2월 5일 토요일

누구지?


너는 누구지?
아무리 물어도 대답이 없다.
누군지 설명해 낼 재간도 없다.
때때로 변하는 모습 모두 나다.
고집스럽게 변하지 않는 모습도 나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나는 아니다.
그러면서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며
다시 묻는다.

너는 누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