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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7일 일요일

250(二百五)은 멍텅구리, 바보, 천치!

오늘 우연히 식사를 마치고 금액을 지불하기 전에 미리 계산을 해봤는데 250원(二百五;Er Bai Wu)이 나왔거든요. 함께 식사를 한 분들은 웃으며 금액이 참 묘하다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었지요. 설명을 들어보니 250원은 '얼바이우'라고 발음이 되는데 이게 소위 '욕'이라고 하네요. 식사를 했는데 음식 값이 그렇게 나오면 기분이 썩 좋을리는 없겠지요.

 

암튼 푸우웬(服务员;Fu Wu Yuan-종업원)을 불러 영수증을 주고 계산을 해달라고 했지요. 아니나 다를까, 종업원이 계산을 마친 후 우리 쪽으로 걸어오는데 살짝 웃고 있더라구요. 종업원이 우리 테이블로 와서 웃으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음식값은 249원(二百四十九块钱;Er Bai Si Shi Jiu Kuai Qian)입니다"

 

우린 모두 웃음을 터트렸지요. 종업원도 함께 웃고 말았구요. 만약 종업원이 '얼바이우(250원)'라고 말한다면 손님들에게 '욕'을 하는 셈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영수증을 보니 음식값은 250원이 맞는데 -1원 할인이 되었다고 표시가 되었네요.^^

 

250원, '얼바이우(二百五;er bai wu)'는 멍텅구리, 바보, 천치라는 뜻(중국어 사전:naver/daum)이랍니다. 중국에서는 '바보, 신중하게 말하지 않는 사람, 일을 대충하는 사람, 웃음거리가 되는 일을 벌이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라고 하네요. 그냥 숫자인 것 같은데 '얼바이우'라고 말하면 '욕'과 같은 말이라 해서 꺼린다고 합니다. 심한 욕은 아니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심한 욕이 될 수 있겠지요? 중국에서는 '욕'이라고 하니 어디 가서 '얼바이우'라는 말은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되겠습니다.

 

그래서 물건 값을 흥정할 때도 절충가격이 250원이라 해도 250원을 서로 말하다 보면 '욕'을 주고 받는 셈이 되니 249원이나 251원으로 가격 흥정을 한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싸움이 날지도 모르니 조심해야겠네요.

 

250이란 숫자를 부득이하게 말할 경우에는

1. 二百五-'얼바이우'라고 하지 않고 两百五;Liang Bai Wu-'량바이우'라고 하거나

2. 二五零;Er Wu Ling-'얼우링'이라고 한답니다.

 

250이란 숫자, 즉 '얼바이우'가 왜 멍텅구리, 바보, 천치와 같은 뜻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그 중에 몇 가지만 소개해 볼까 합니다.

 

전국시대에 苏秦(Su Qin)이란 달변가(설득에 능한 사람)가 있었다고 합니다. 6국(六国) 모두에게 신망이 두터운 상당한 실력가며 위풍당당했지만 많은 원수를 만들게 되었다지요. 결국 후에 제나라에서 살해됩니다. 그런데 제나라 왕이 苏秦의 복수를 하겠다며 나섭니다. 제나라 왕은 苏秦의 살해범이 바로 잡히지 않자 꾀를 한가지 냅니다. 苏秦의 시체에서 머리를 베어 성문에 걸어둔 후 방을 붙이는데 내용이 이렇습니다. "苏秦은 내부의 첩자였다. 그를 살해한 자에게 황금 천냥을 하사할 테니 와서 받아가라". 방을 붙인 후 苏秦을 살해했다는 네 사람이 등장합니다. 제나라 왕은 거짓말한 자는 가만두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지만 네 사람 모두 자기가 苏秦을 살해했다며 확고한 태도를 보입니다. 결국 제나라 왕이 네 사람에게 묻습니다. "상으로 내릴 황금 천냥을 너희 네 사람이 어떻게 나눌 것인고?" 네 사람은 한 목소리로 대답했답니다. "한 사람당 250냥(얼바이우)씩 나눌겁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제나라 왕은 크게 노하여 소리칩니다. "여봐라, 이 네 '얼바이우(250)'들을 당장 끌고 나가 참수하거라". 

또 하나의 이야기는 민간에 전해오는 이야기라는데요. 옛날에 수재 한 명이 있었답니다. 과거에 급제하여 이름을 날리고자 식음을 전폐해가며 공부에 매진했는데 단 한 번도 급제를 하지 못합니다. 결국 시간이 흘러 노년에 이르러서야 공명과 명리에 마음을 모두 접게 됩니다. 그제서야 마침 아들 둘을 얻게 되는데 수재가 일생의 성패(成败)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감개가 무량하더랍니다. 그래서 아들 하나는 성사(成事), 다른 하나는 패사(败事)라고 이름을 지었답니다. 이후 수재는 집에서 아들들을 열심히 가르칩니다. 어느 날 수재는 큰 아이에게 300번, 작은 아이에게 200번 글쓰기를 시키고 아내에게 밖에 나갔다 올테니 두 아들이 글쓰는 걸 봐달라 당부하고 길을 나섭니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두 아들의 공부는 어땠는지 물어보니 아내가 대답하길, "쓰기는 썼는데 성사(成事)는 부족하고 패사(败事)는 넘칩니다. 둘 다 모두 250번씩 썼습니다."

다른 한가지는 중국 고대인들은 은(银子)을 량(两)의 단위로 구분했는데요. 보통 5백냥(五百两)이 정수였다고 하네요. 당시에는 종이에 잘 싸서 두었는데 500냥의 은을 잘 싸둔 종이 한 봉지를 '一封(Yi Feng-이펑)'이라고 했다네요. 그러니 250냥 은(银子)은 '一封(Yi Feng-이펑)'의 절반, '半封(Ban Feng-빤펑)'이 되겠지요? 그런데 이 '빤펑'이란 발음이 반쯤 미치다는 '半疯(Ban Feng)'과 발음이 같습니다. 그래서 후세인들이 실성하고 미친사람을 일컬어 '빤펑', 즉 250냥 은-'얼바이우'라고 불렀다네요.

현대에 와서는 (저도 참 좋아하는) 중국의 유명한 가수 伍佰(Wu Bai-우바이)의 노래를 배워도 잘 따라 부르지 못하면 잘해봐야 절반의 伍佰(우바이), 즉 半个伍佰라고 해서 '얼바이우(250)'라고도 한다네요.

 

혹시 중국에 가실 일이 있다면 '얼바이우(250)'는 말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

 

 

** 중국어로 금액을 말할 때는 십단위로 끝날 경우 맨 뒤 '0'은 발음하지 않습니다. 250은 원래대로 말한다면 '二百五十;Er Bai Wu Shi-얼바이우스'라고 말해야 하지만 '0'은 발음하지 않기 때문에 '얼바이우'까지만 말합니다. 하지만 뒤에 돈의 단위가 붙으면 모두 말해야 하죠. 250원은 '二百五十元;Er Bai Wu Shi Yuan-얼바이우스웬' 또는 '二百五十块钱;Er Bai Wu Shi Kuai Qian-얼바이우스콰이치앤'

 

그럼, 130과 130원, 270과 270원은 어떻게 발음하면 될까요?

2009년 12월 13일 일요일

覆水不返盆 - 엎지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모 항공사 TV광고에서 중국어가 들리죠? 그런데 도대체 뭔 말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고 한문을 보면 알듯 말듯 아리송하죠. 광고에 나오는 짧은 몇 마디 중에 우리가 자주 쓰는 속담도 있네요. 한 번 알아볼까요?

 

覆  水  不  返  盆

fù shuǐ bù fǎn pén

 

무슨 뜻일까요? 네, 그렇습니다. '엎지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라는 뜻입니다.^^

지난 번에 병음(拼音) 읽는 걸 소개했죠? 거기에 맞춰서 일단 한국어로 변환시켜 읽어본다면

'f'는 'ㅍ'(아랫입술)'이고 'u'는 'ㅜ'니까 '푸', 'sh'는 shi에서 읽었던 것처럼 '쓰'발음, 'ui'는 '우웨이' 그래서 '쒜에이', 'b'는 'ㅂ/ㅃ'이고 'u'는 'ㅜ'니까 '뿌', 'f'는 'ㅍ'(아랫입술)이고 'an'은 '안'이니까 '판', 'p'는 'ㅍ'이고 'en'은 '언'이니까 '펀'입니다. 이어서 읽어보면 '푸 쒜에이 뿌 판 펀'(f의 아랫입술발음 주의)이라고 읽습니다.

(광고보며 발음듣기: 광고와 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클릭은 안하시고 직접 다른 걸 찾아보셔도 됩니다.) 성조가 있으니까 성조 읽는 법을 유의해서 읽어보면 비슷한 소리를 내실 수 있을 겁니다.

 

친구가 실수를 한 후에 안타까워 하고 있다면 중국어로 '푸 쒜에이 뿌 판 펀'이라고 말해주고 어깨를 도닥여 줄 수 있겠죠. 기분이 무척 상해있던 친구라면 어디서 '외국어질'이냐며 화풀이를 할지도 모릅니다.^^ 혹시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친구라면 '어디서 염장질이냐'고 '타-마---더'를 혼자 중얼거릴지도 모릅니다.-_-;; 그러니 웃는 얼굴로 말하지 말고 광고에서처럼 멋진 저음으로 말해줘야겠죠.

 

조금 간단하게(그래봐야 한글자 적은 것이지만)

 

覆  水  难   收

fù shuǐ nán shōu

 

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푸 쒜에이 난 쏘우'라고 읽고 뜻은 위와 같습니다. '난'이 '어려울 난難'이구요. '쏘우'가 '거두어들일 수收 '입니다.

 

발음을 녹음해서 올려드리면 좋을 텐데, 그럼 너무 일이 커지니...

 

 

▣ 읽어보기

 

원문: 若能离更合 覆水定难收 (拾遗记) - 강태공이 다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아내 마씨(马氏)에게 동이에 물을 길어오라 해서 땅에 붓게 한 후에 다시 동이에 담으라 했다. 물은 담을 수 없고 진흙만이 손에 잡히는 마씨에게 강태공은 "그대는 떨어졌다가 다시 합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다시 담을 수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장 요약) via http://blog.naver.com/wing927/42773477

 

2009년 12월 8일 화요일

4개의 성조와 성모(자음) 발음표

성조는 모두 4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광동어는 모두 9개(1.高平声 2.高上声 3.高去声 4.低平声 5.低上声 6.低去声 7.高入声 8.中入声 9.低入声)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에 비하면 정말 적은 숫자죠.^^ 중국어는 아시겠지만 표의문자이기 때문에 글자 수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신조어도 등장하고는 있지만 기존에 있는 한자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신조어는 거의 없기 때문에 성조는 글자의 용도를 확대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현재 중국어로 쓰이는 한자-간체자는 원래 한국에서 쓰는 한자-번체자와 같았는데 <汉字简化方案(중국어 간략화 방안)>을 통해 1956년 1월 28일 간체자로 변하기 시작해 1964년 5월 수정을 거쳐 현대 중국어의 표준이 생기게 되었다네요. UN에서도 이젠 한자는 간체자만을 사용한다고 하는군요.(참고) 간체자를 사용하게 된 데에는 중국 내에서도 찬반 양론이 있을 수 있지만 누구나 쉽게 배우고 사용할 수 있으며 디지털 시대에 맞는 간단한 표기 방식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겠지요.

 

성조에 대한 설명입니다.

 

제 1 성 : 높고 평탄한 소리.

1성은 성조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소리라고 합니다. 사실 중국어 발음을 하다보면 1성을 발음하기가 왠지 어색합니다. 여러 책에서 소개하는 걸 보면 대략 '솔'음계 정도의 높이로 주욱- 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성의 소리높이 위치를 제대로 잡고 나면 2성, 3성, 4성의 위치가 비교적 쉽게 잡히기 때문에 기본이 되는 소리라 하는 모양입니다.

 

제 2 성 : 급하게 상승하는 소리.

2성은 1성보다 낮은 음에서부터 1성의 위치까지 소리를 끌어올리며 내는 소리인데요. '미'음계에서 '솔'음계까지 소리를 이어내면 됩니다. 사실 공부할 때 2성과 3성의 구분을 잘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그건 3성이 뒷에 오는 단어의 성조에 따라 변화를 하기 때문일 겁니다. 아무튼 2성은 듣고 분간하기에도 어렵지만 소리를 내는 것도 그다지 썩 쉽진 않습니다. 연습이 많이 필요한 성조입니다.

 

제 3 성 : 낮게 쳐졌다가 다시 상승하는 소리.

4개의 성조중 가장 낮은 소리를 냅니다. 원래의 3성은 아래 음까지 떨어졌다가 끝에 다시 끌어 올리는 게 정상이지만 일반적으로 반3성(半三聲)이라고 하여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 곳까지만 소리를 냅니다. 하지만 다시 끌어올리는 소리가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3성은 2성과 구분하기도 어려울 수 있는데다 4성하고도 헷갈릴 수 있습니다. 4성 역시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이기 때문이죠. 다만, 3성이 조금 낮은 위치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4성과 3성은 떨어지는 위치가 좀 다릅니다. 원래는 "레"음계에서 "도"음계까지 떨어진 후 다시 "파"음계까지 올라가는 음이라고 합니다만 뒤 '파'음계까지 발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제 4 성 : 급하게 하강하는 소리.

1성의 위치 '솔'음계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급격히 떨어뜨리면서 내는 성조입니다. 한국인들이 가장 잘 내는 성조 중에 하나죠.^^ 그런데 주의를 하지 않으면 1성보다도 훨씬 더 높은 음에서 시작해 아래로 떨구기 때문에 1성이 마치 3성처럼 느껴지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실제 회화에서는 4성을 1성보다 높은 곳에서 시작하기도 합니다만 TV아나운서들의 말을 잘 들어보시면 4성의 위치가 1성의 위치에서 정확히 시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성(輕聲) : 4개의 성조 외에 쓰이는, 성조는 없고 앞 단어 성조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소리입니다. 그냥 '툭' 아래로 힘없이 떨구는 정도의 소리만 내면 됩니다. 예를 들어 '妈妈 māmā 마마(엄마)'는 둘 다 1성인데 둘 다 1성으로 발음하는 게 아닙니다. 앞의 '마'만 1성으로 발음하고 뒤의 마는 그냥 툭 떨궈서 성조가 없이 발음하게 되는 겁니다. 중국어엔 이런 경우가 많이 있죠. 어떤 중국어 관련 책을 보면 '병음'에 성조를 표시해주면서도 간혹 성조 표시가 되지 않은 '병음'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경성'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래는 중국어 발음표입니다.

 

중국어 발음표(성모편)

■ 성조소개부터 아래 발음표까지 중국어 발음표를 참고하고 개인적인 의견을 더해 첨삭과정을 거쳤습니다.

 

참 어려운 느낌만 가득하군요. 실제 발음을 들어가면서 연습을 한다면 이런 기본을 익히는데는 며칠, 혹은 몇 주면 끝나는 일이겠죠.^^;

 

사실 발음이 어려운 건 중국어만은 아닐 겁니다. 영어도 발음이 어렵고 일본어도 한국어로는 표현이 안되는 발음이 있잖아요?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배울 수 있을 것 처럼' 말하는 것은 솔직히 스스로도 맘에 들진 않아요.^^;; 근데 관심이 있고 재미가 있다면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2009년 8월 20일 목요일

참 괜찮은 중국어 입력기 소개합니다 - 搜狗输入法(sogou pinyin)


중국어를 배웠거나 배우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은 한글 윈도우에서 중국어를 입력하고 싶을 때 입력기를 설치해야 한다. 윈도우2000에서는 남극성같은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쓰곤 했는데 번거롭기도 하고 불편함 점이 많았다. XP부터는 다국적 언어 입력기가 내장되어 있어 대부분 그걸 사용한다. 내장 입력기도 물론 여러가지가 있지만 자주 쓰는 게 아마도 IME가 아닐까 싶다. 나도 줄곧 IME입력기를 사용해 왔다.

그러다 우연히 중국 컴퓨터-vista OS를 사용하다가 搜狗输入法(sogou pinyin)를 접하게 되었는데 이거 참 편하다. 물론 내장된 게 아니라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설치해야 하는 입력기이긴 하지만 그 편리함이나 디자인 등 여러 면에서 가장 괜찮은 중국어 입력기가 아닌가 싶다. 4.2버전까지 나온 걸 보니 난 뒤늦게 알았던 모양인데 써보니 편리함이 다른 입력기와는 비할 바가 못된다.


특히 위 사진을 보면 단어창고 카테고리가 있는데 원하는 걸 골라 다운받아 설치하면 몇 배 이상이 편리해진다. 중국어 입력은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보통 많이 쓰는 게 병음(pinyin)을 입력해 글자를 유추해내는 방법과 각 단어의 초성을 입력해 단어 및 문장을 유추해내는 방법이 있다.(중국인들은 부수와 획을 이용해 입력하는 방법을 더 자연스럽게 사용하긴 한다.)

병음 입력의 예를 들자면 "난 널 사랑해"는 중국어로 "我爱你"라고 한다. 알파벳으로는 "wo ai ni"다. 즉 자판에서 알파멧을 누르면 입력기에서 그에 상응하는 동음이의어들이 보이게 되고 원하는 글자를 찾아 선택하면 된다. 보통의 경우 알파벳 "wo ai ni"를 연속해서 입력하면 중국어 "我爱你"가 바로 보인다. 두 글자 이상에서는 문장의 가장 이상적인 조합을 선택해서 먼저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주 쓰는 단어가 아닐 경우엔 한글자씩 찾아서 입력해야 한다.

搜狗输入法(sogou pinyin)은 여러가지 단어창고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해서 입력이 몇 배 이상 편리해졌다. 가령 연예인관련 단어창고를 다운받아 설치하면 한국배우 이준기의 중국어 발음 "li zhun ji"를 타이핑하면 "李准基"가 바로 뜬다. 위에 보면 알겠지만 자연과학, 인문과학, 지질, 지명, 예술, 운동, 컴퓨터 등등 여러가지 단어의 모음조합들을 설치할 수 있다. 스킨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어 디자인 면에서도 한층 진보했다.

搜狗输入法(sogou pinyin)는 모바일 입력기로도 지원하는 데 모바일에서는 사용해보지 않았으니 패스. 다만, 아이팟과 같은 매체에서 사용하게 된다면 정말 편리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혹여 搜狗输入法(sogou pinyin)를 처음 들어보거나 접해본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설치해서 사용해 볼 만하다. 아마 사용하고 나면 다른 입력기는 별로 사용하고 싶지 않게 될 테지만...

출처 및 다운로드: http://pinyin.sogou.com/

2008년 8월 28일 목요일

'니 하오'는 경어, '니 하오 마?'는 반말?

중국어에는 기본적으로 경어가 많지 않다. '많지 않다'라고 표현도 어색하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몇 가지 정도가 어른들에게 쓰는 말, 즉 경어인데 그 중 하나가 닌(您)이다. 닌은 니(你-당신-you)의 경어인데 사실 중국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나이 차이가 꽤 남에도 불구하고 닌(您)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걸 종종 들을 수 있다. 중국의 각 지역마다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닌(您)이란 말은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지 않는다. 나이차이가 아주 많이 난다거나 아주 어려운 사람 등에게 사용하는 예외가 있긴 하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니(你)라고 말한다 해도 엄청난 결례까지 되지는 않는다. 게다가 외국인이 중국어를 한다면 더욱더. 중국 친구들에게 들은 얘기로는 서비스업종에서는 일반적으로 닌(您)을 사용한다. 가령, 어서오세요.(欢迎您-환잉닌)나 안녕히 가세요(请您慢走-칭닌만조우) 등이 되겠지.

아시아경제신문 기자가 소개한 "이영애 측, 후진타오 中주석에 대한 '말실수 논란' 해명"이란 기사를 보면 니 하오(你好)와 니 하오 마?(你好吗?)에 대한 언급을 하며 이영애가 후진타오 중국주석에게 반말을 해 결례를 범했다고 소개하는 웃지못할 내용이 나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경어인 '니 하오' 대신에 반말에 가까운 '니 하오 마?'로 인사했다는 것이다. 기자는 한국말 중에 '야'와 '얌마'라는 말도 '야'는 경어고 '얌마'는 반말에 가까운 말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많다. '마'라는 말이 반말처럼 들리니 반말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겠다. 웃긴다. '니 하오마?'='잘 있었냠마?' ??????

이에 대응하는 이영애 측근의 해명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건 마찬가지인데 '몇 가지 다른 높임말 인사법'도 연습했단다. 몇 가지 다른 높임말 인사법은 어떤 것인지 무척 궁금하다. 과문한 탓에 억지를 부려보자면 중국어에 높임말 인사법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네티즌들(기자가 임의로 갖다붙인 익명의 사람들일 확률이 많겠지만)은 이 같은 상황을 '국빈에 대한 예의에 어긋난다'고 우려를 했단다. 아니, 유명한 배우가 국빈에게 상대국 언어로 인사를 한 것 자체가 노력이 가상하고 배려심이 많다고 보면 무리인가? 어른을 존경한다는 소위 '예의'라는 것이 유난히 강조되는 한국사회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사실, 경어를 썼느냐 쓰지 않았느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 자체가 코미디다. 세상에서 자국어에 경어가 있는 나라가 몇이나 될까. 한국과 일본 정도? 중국어에는 몇 몇 단어들이 반드시 어른들에게 써야 하는 단어라고 되어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경어의 수는 한국과 일본에 비하면 극히 미비하다.

후진타오 입장에서는 이영애가 중국어로 반말을 하건 경어를 쓰건 사투리를 쓰건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외국의 유명배우가 자신들의 언어인 중국어로 인사를 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을 수도 있다. 오히려 후진타오나 부시가 한국에 와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하지 않는 게 더 우습지 않나. 한국에 방문했으면 최소한 그 나라 인사말 정도는 해야 할 것 아닌가.

이영애가 한국어로 모든 대화를 진행하고 통역이 이를 수행해주면 될 일이고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기 위해 준비한 몇 마디 중국어를 하면 그것으로 족할 일이다. 여기에 국빈에 대한 예의가 어떻게 경어가 어떻고 왈가왈부하는 건 그저 모든 상황을 한국식으로만 보면서 생긴 해프닝에 불과하며 마치 한국인은 세계의 모든 나라의 언어를 습득해서 상황에 맞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썩어빠진) 글로벌주의를 주창하는 것에 불과하다. 기자라는 사람이 '니 하오'와 '니 하오 마'에 대한 이해도 없으면서 키보드질을 했다는 것이 일차적인 문제긴 하겠지만.



* 니 하오-你好는 일반적으로 "안녕?" 또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과 같다.
* 니 하오 마?-你好吗?는 일반적으로 "잘 지냈어?"  또는 "잘 지내셨어요?"라는 인사말과 같다.
* 그렇기 때문에 사실 이영애가 후진타오에게 니 하오라고 하던 니 하오 마?라고 하던 문제될 건 없다. 만약 경어를 쓰려고 했으면 닌 하오, 닌 하오 마?라고 했어야겠지. 하지만 굳이 닌 하오, 닌 하오 마?라고 하지 않아도 외국인이 그렇게 인사를 하면 '결례'를 들먹일 정도는 아니다.

2007년 11월 22일 목요일

벌써 7월이잖아? - 옮겨온 글

이런...덴장. 벌써 7월이네. 앞으로 2달 후면 내가 중국에 온 지 1년이 되가는 데. 난 아직도 뭐가 달라진 것 같지 않은 묘한 공허함에 휩싸여 있잖아. 왜 그러는걸까? 중국어가 유창하지 않아서 그런가? 아니면 조급증이 생겨서 그러는 걸까?

해야지...해야지...라고 말만하지 말고 몸 좀 움직여보란 말이지. 하긴 하고는 있어. 그게 좀 착착착 뇌 세포 안에 저장이 잘 안되고 공기 중에 뽈뽈~ 흩어지는 기분이라 그렇지.

그 래도 몸에 맞지 않게 술을 들이 붓는 어떤 날에는 가끔 토악질도 해대고 끄억끄억대는데 중국어 공부는 그런 날이 없으니 다행이기도 하다. 그래도 제대로 소화는 못시키는 지 아니면 제대로 먹질 않아서인지 속도 더부룩하고 때론 뇌고프고... 끄억~


04|07|01 17:58:44

** 04년도 7월에 쓴 글 하나도 역시 옮겨 옴. 중국가서 10개월 정도 지난 상황인데 지금은 술도 매일 마시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고 중국에는 무척이나 많이도 들락거렸고 이젠 중국어는 잠자다 깨도 불쑥 튀어나오는 정도(실력의 고하(高下)는 무시하고)가 되었으니 그 동안의 시간, 빠르게도 흘러갔지만 많은 변화도 있었음을... 알겠다.

2006년 8월 24일 목요일

중국어 번역을 하면서...;; (어렵군)

9월 15일에 장춘에서 <장춘국제애니메이션교육포럼>이 열린다. 그 때문에 학교에서는 많은 일들을 처하느라 분주하다. 그 와중에 한국측 교수, 감독들과의 연락 및 그 분들의 발표원고 번역 등이 내 손에 쥐어졌다. 사실, 내가 꼭 해야 할 일은 아니다. 그래서 조직위에서도 내게 일을 부탁하면서 꽤 미안해 했는데 조직위나 나나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조직위는 이미 조선족을 찾아 번역을 부탁하려 했었다. 면접 때는 나도 함께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런데 한 두명 와서 발표원고를 보고는 두 손 들고 못하겠다고 한다. 그럴 수 밖에. 애니메이션 관련 및 IT신기술 관련 전문 용어가 대부분인데다가 그 외 단어들 중에도 외래어가 참 많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넷을 뒤져가며 몇 개의 사전을 뒤적이며 번역을 할 수 있긴 하겠지만 급한 시간을 생각하면 조직위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다. 별 수 없이 그 일들이 내게로 왔다.

아, 정말 힘들다. 내가 중국어를 얼마나 배웠더라?-_-; 그 정도 배우고 번역을 한다는 게 오히려 신통할 지경이다. 다행히 애니메이션 전공자라 번역할 중국어 단어를 쉽게 찾아내곤 하지만 번역은 역시 어렵다. 일반적인 문장이라면 문법이 다소 부드럽지 못하더라도 쉽게 번역을 하겠지만 포럼에서 발표할 원고들인지라 문법은 고사하고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서 번역을 해야하니 거 참 고역이다. 물론 이렇게 엄살은 떨지만 나름 (열심히) 해내고 있다. 게다가 이렇게 한 번 번역을 하고 나면 나 역시 전부는 아니더라도 많은 단어 및 문장구조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되니 공부는 되는 셈이다.

현재 번역하고 있는 건 원문 전체를 하는 게 아니라 간단한 요약본을 만드는 건데 실제 문장을 만드는 시간은 덜 소요될 지 모르겠지만 원문을 정리하는 게 꽤 까다롭다. 큰 제목, 소 제목만으로도 문장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본문에서 핵심되는 문장을 발췌해야 하기 때문에 내 스스로가 정독은 아니더라도 원문을 필히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 손에서 만들어진 중문은 조직위로 넘겨지고 조직위에서는 좀 더 부드럽거나 자주 쓰는 어휘로 다듬는다. 발표원고기 때문에 단어 자체를 바꾼다기 보다 동사, 목적어 순서가 잘못된 부분이나 주어가 생략된 부분을 다시 정리하는 셈이다. 그 와중에 문장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 실무자와 직접 만나 말로 자세히 설명을 해주고 함께 수정을 한다. 아, 그런데 방학 중에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없어서였을까. 중국어 성조, 발음이 모두 엉키고 꼬여버렸다.-_-; 암튼, 꽤 고난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중국어 번역을 하던 중에 느낀 점 몇 가지.

1. 한국어를 쓸 경우엔 주어가 종종 생략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중국어에서는 주어가 생략된 문장은 거의 없다. 이유가 뭘까. 주어를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엔 모두가 함께 인식하고 있는 문제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중국인들은 문장의 주체를 중요시하는 걸까?

2. 한국어에 외래어가 무척 많다. 이미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한국어 어휘 중 70%-80%(혹은 그 이상?)가 한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외 10%-20%는 외래어인 듯 하다. 동사, 조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단어가 그렇다. 한국어가 표음문자라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중국은 많은 경우 외래어가 들어오면 일단 자신들의 언어(한자)로 전환해 사용한다. 가령 블로그는 博客(BoKe;보커)라고 읽는다. 발음도 비슷하지만 "다양하고 많은 손님들이 모이는 오가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 유명한 口可口乐(코카콜라)도 있지 않은가. 북한의 경우에도 순우리말을 사용하려고 무척 애를 쓰는 걸 볼 때 한국은 쉽게 외래어를 받아들이고 영어로 표현하는데 익숙해져 버렸다. 사람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에 영향이 있을까, 없을까.

3. 아직 중국어에 대한 이해, 앎이 얄팍하기 때문에 번역할 때 어려움을 느끼는데 한국에서 쓰는 한자 중에 상당부분 중국어와 상통되는 단어가 있긴 하지만 이미 쓰지 않는 한자들이 많다. 그리고 분명 내 이해하는 관점으로는 다른 뜻임에도 불구하고 내 설명을 들은 중국인들은 같은 뜻이라고 말한다. 종종 느끼는 거지만 처음 외국과의 교류를 시작했던 사람들이나 외국어 사전을 만든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언어는 글을 배우는 게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 생활을 배우는 것이라고 누군가가 말했었지.

4. ( - ), ( _ ), ( ; ), ( : ), ( () ), ( <> ), ( [] ) 등의 기호 활용에 둔감한 편이다. 분명 한국어에서도 저 부호를 쓰는 경우가 많을 텐데 각기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이해를 못하고 있다.

5. 문장으로 소통하는 게 직접 대화로 의사소통하는 것보다 어렵다.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를 하는 건 표정과 손동작도 함께 동원되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겠지만 사람이 가진 어떤 기(氣), 기분, 정서들이 함께 표출되어서 그렇겠지. 물론 문장으로 정리하는 건 말로 하는 것보다 더 이성적이고 감정을 배제하기 때문에 유용한 면이 없지 않아 있겠지만 직접 말로 대화를 하는 것 역시 그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메신저를 활용해 대화를 나눌 때 이모티콘을 쓰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학교 과제 제출이나 면접 때 필요한 자기 소개서엔 이모티콘을 쓰면 '어이'가 가출하니 조심.

6. 외국어를 잘한다는 것, 쓰임새가 많다. 아! 어릴 적 그렇게 많았던 영어 수업 시간, 왜 열심히 하지 않았던가...!!! 후회는 소용없다. 할 때 하자.

2006년 7월 12일 수요일

고려인, 조선족 그리고 한국인이 중국어로 대화하며...

한국인인 나, 중국인이면서 조선족인 리용, 우즈베키스탄인이면서 고려족인 씨얼와. 중국 장춘에서 만난 셋이 간단한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 마음 속에 묘한 감정이 일렁인다. (내가 민족주의자는 아니지만) 같은 민족인 세 사람이 중국에서 만나 '중국어'로 소통하고 있다는 현실이 왠지 묘한 서글픔(?정확한 표현은 아니다)을 느끼게 한다. 중국에서 200만명 정도 되는 소수민족으로 살아 온 리용, 그리고 고려인 2세인 부모에 우즈베키스탄 국적을 가지고 91년 소련의 해체를 직접 몸으로 겪은 고려인 3세 씨얼와(현재 우즈베키스탄엔 약 20만 명의 고려인이 거주), 그리고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리용은 조선어(한국어)를 할 줄 알지만 나를 만날 때는 늘 중국어로 대화를 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내 중국어 공부를 도와주기 위한 배려와 그가 중국 땅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며 필히 구사해야 할(했던) 언어(중국어)의 습관화, 그리고 연변에서 듣고 접한 한국인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 등의 이유 때문에 그는 내 앞에서 99% 중국어로 대화를 시도한다. 씨얼와는 조선어를 구사할 수 있는 부모와는 달리 여러 환경적 이유로 조선어를 배우지 못했고 러시아어가 자신의 모국어가 되었다. 물론 후에 한국어를 잠시 배웠는데 너무 어려워 제대로 습득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난 현재까지도 내가 구사하는 한국어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고 있으면서 새롭게 배운 중국어를 가지고 이 친구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실, 세 사람이 앉아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겠나. 모두 부모님의 어쩔 수 없는 선택, 혹은 국가 간 분쟁의 원인, 자연적인 잔류 등의 이유로 인해 각각의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 아닌가.


그들의 대화를 듣던 중 문득 한국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조선족들에 대한 인식이 지금은 많이 좋아진 편에 속하지만 예전에 정말 같은 민족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이들에 대한 대접이 박했다. 대접이 박했던 것 뿐만이 아니라 이들이 중국에 살면서 조선어를 구사할 줄 안다는 이유만으로 무식한 한국의 졸부들이 가서 돈질을 해대며 사람들을 농락했고 악덕 기업주들과 악덕 중개업자들이 한국에 가서 일을 하겠다는 이들을 속여 돈을 갈취해 냈다. 이로 인해 조선족이 한국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지게 되었고 (순박했던) 그들도 점점 약아지게 되었다. 분을 삭이지 못한 조선족, 혹은 한국인의 습성을 나름 파악한 조선족들이 한국인에게 해꼬지를 하거나 사기를 치고 금품을 갈취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일들은 한국인들이 저지른 일에 비해 더 빠르고 폭 넓게 확산되었고 한국인들 사이에서 조선족을 경멸하거나 무시하는 태도가 비일비재 해 온 것이다. 물론 내가 단순 묘사한 내용이 조선족에 대한 편애로 읽힐 수도 있겠지만 이곳 중국에서 돈 좀 있다는 한국인들이 하는 꼴을 보면 그다지 편애도 아니다.

 

지금은 나름대로 서로 조심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중이기 때문에 큰 문제들은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인의 눈에 조선족은 이방인이며 외국인이며 중국인일 뿐이다. 아시아에 살고 있는, 그것도 한국보다 못사는 나라에 살고 있는 (소위)'한민족'에게는 '~족'이란 이름을 붙이고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 살고 있는, 역시 한국보다 잘 사는 나라에 살고 있는 '한민족'에게는 '교포'며 '동포'며 심지어는 국적이 한국인이 아닌 이들(하인즈 워드, 미셸위, 다니엘 헤니 등)에게까지 '한국'의 국적을 선사해 '한국인'임을 강조하고 있다. 사대주의에 자본에 눈이 먼 사람들의 작태다. (난 하인즈 워드나 미셸위에게 아무런 반감도 없고 관심도 없다.)

몇 개월 전 한 조선족이 내게 한 말이 생각난다. "그래도 한국이 잘 사니까 다행인 것 같아요. 우리같은 사람들이 그래도 한국에 가서 돈도 벌 수 있고 참 좋은 것 같아요. 한국이 참 고마워요." 난 이 이야기를 들을 때 왜 그리 부끄러웠던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었다.

 

우즈베키스탄인 씨얼와의 경우도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다. 작년에 개봉했던 <나의 결혼 원정기>가 우즈베키스탄에서 촬영되었는데 그 내용은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노총각 우즈벡 가다'를 모티브로 했다. 한국 내에서도 한국인 대접을 받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결혼할 대상을 구하기 위해 혹은 농촌의 일손을 충당하기 위해 한국보다 가난한 나라로 가서(그럴 수 밖에 없다) 여자를 공수해 오는 것이다. 정말 웃기지도 않은, 슬픈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영화는 그나마 유종의 미를 거두었지만 씨얼와에게 이 영화 얘기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렸다. 씨얼와는 한민족이면서 한국어(조선어)를 구사하지 못한다는 것에 크게 개의치는 않는 것 같지만 그의 표정에는 말 못할 사정들이 꽤 있어 보였다. 씨얼와와 취업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이야기 하며 그에게 한국어를 배워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러시아어와 중국어를 구사하는 그가 한국어를 배운다면 동북아시아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더욱 많아지게 될 것 같았음으로. 다만, 그렇게 말하는 내 자신이 왠지 부끄러웠다.

 

과연 우리 셋이 느끼는 민족은 무엇이고 국가는 무엇일까. 대체 핏줄은 무엇이고 역사는 무엇이고 현재는 무엇인가. 과거의 역사를 겪어 보지 않는 나로서 어떤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이긴 하지만 최소한 출생부터 같은 언어를 쓰는 부모, 자신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한 터전에서 살아왔던 가족이라는 점에서 이들과의 합석은 기쁘면서도 애잔한 감정을 갖게 하며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술자리는 기분 좋게 끝났고 서로의 우정을 다짐하며 각자 집으로 향했지만 여전히 내 속은 복잡하고 미묘하기만 하다. 어쨌든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된 것만은 확실하다. 리용, 씨얼와 그리고 그의 여동생 아료나.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나라의 언어로 표현하고 소통해야 하는 점만 아니었다면, 그리고 (지금은 많이 좋아졌긴 했지만) 과거 한국이 이들을 소홀하게 대했던 점만 아니라면 오늘 자리는 보다 기쁨이 넘치는 자리가 아니었을까 막연한 생각도 해본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동북아시아에 살고 있는 한민족들은 한국이 부모의 나라라고 생각하는 반면 아시아의 끝 편에서 살고 있는 일부분의 한국인들은 이들은 외국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싶어한다.)



약간 옆길로 새는 이야기일 수는 있겠지만 문득 김규항씨가 질문했던 "이건희와 나는 같은 민족인가?"라는 말이 생각난다. 옆길로 새는 이야기 하나 더. 나는 요즘 중국에서 종종 "나는 세계인이다"라고 말한다. 세계인의 기준치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국가, 민족, 성별, 나이, 직위, 자본간의 차별을 반대하는 차원에서 농반진반 이렇게 말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