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27일 목요일

휴식


뜨거운 햇살을 피해 그늘로 숨어 들었건만
이 놈의 더위는 스믈스믈 목 뒤를 타고 온다.
뜨겁게 달궈진 엔진은 그르렁 거리며 호흡을 고르고
입 안에 가득한 수박 몇 조각으로 더위와 씨름한다.
다시 그늘 밖으로 나갈 일이 걱정스럽긴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그늘 안으로 바람을 불러
달콤한 낮잠 늘어지게 자고 싶다.
후, 여름 햇살은 따끔하면서 길다.

노동시간 최고...!

죽기 전까지 일만해도 늘 부족한 시간.
죽어라 일해도 벌이가 없어 고단한 주머니.
그래도 죽지 않으려면 이렇라도 살아야지.
'여유'라는 말은 민망해서 사라진지 오래.
그 많던 이익은 누가 다 가져간 걸까.
FTA가 시작되면 좀 '여유'로워질까.
일 하지 않고 집에서 쉴 수 있을지 모르니...
하긴 이래저래 '여유'가 생긴다 한들
고단한 주머니론 할 게 없겠네. 

민족과 국가

좀 지난 얘기. 이승엽 선수가 맹활약을 하고 있는 일본프로야구계, 올스타전이 열리며 덩달아 "일본 올스타전은 한국인 잔치?"란 기사가 떴다. 목적은 분명하다. '민족주의'나 '국가주의'를 건드려 잇속을 챙기보자는 속셈이다. 쉽게 넘어갈 누리꾼들은 없겠지만 이런 기사를 쏟아내도 이미 무감각해져버린 사회는 어떤 상황이든 쉽게 흔들리는 법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헤즈볼라를 잡는답시고 레바논을 침공하면서도 민족과 국가는 그들의 정당성을 담보해주는 달콤한 변명이 되곤 한다. 아나키스트가 되자는 소리가 아니라 적어도 내 민족과 국가를 앞세우며 남의 민족을 깍아내리거나 피해를 줘선 안되는 것이다. 이미 계급으로 나뉘어진 세계사회에서 민족과 국가의 망령 앞에 쉽게 이성을 잃곤 한다. 눈 가리고 아웅해도 나 몰라라 한다.


* 기사 중 픽-하고 웃었던 대목. "...일본야구의 영웅 나가시마 시게오, 뉴욕 양키스의 마쓰이 히데키도 한국계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소문으로 기사쓰고 먹고 사는 사람들이 꽤 많다.

2006년 7월 20일 목요일

뜨거운 여름, 크리스마스.


산타도, 루돌프도 여름엔 휴가다.
하지만 겨우내 오지 않았던 산타를
여름까지 기다린 마음은 어쩌나.

수북히 먼지가 쌓인 트리,
수 개월 먼지 바람이 쓸고 간 창 너머로
뜨거운 태양만 작열한다.

아기예수도 여름이 싫어 겨울에 오셨을까.
여름엔 그 어떤 축복의 말도 들리지 않는다.

곧 빛 바랠 색색의 방울과
푸르름을 잃어버릴 트리만
여전히 산타를 기다리며
크리스마스를 축복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어 강의, 일단 오늘로 종강!

마침내 지날 달 말에 시작한 한국어 강의가 오늘로써 끝났다.  물론 내가 이곳에 온 건 한국어를 가르치가 위함이 아니었다. 다만 학교에서 한국어반을 개설한 후 한국어 선생을 급하게 찾고 있었고 마침 내가 학교에 있으니 부득이 나에게 잠시만이라도 한국어를 가르쳐 주지 않겠냐고 요청을 해와서 수락했던 것이다. 이제 학교 모든 일정이 끝났고 모두들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기에 오늘로 (일단) 종강을 했다.

중국 학생들이 아닌 학교 선생님들(교수 및 직원)을 가르치게 되었는데 한류열풍과 한국 드라마, 영화로 인해 한국에 대한 관심은 이미 높았던 상태였고 적지 않은 선생님들은 이미 전부터 나와 교류가 있었기에 흥미 반, 열의 반으로 한국어 강의를 듣고자 했다. 선생님들을 가르치는 일은 그다지 쉽지 않았다. 학생들이라면 과제를 내주고 쪽지시험이라도 보면서 끌고 갈 수 있지만 선생님들은 학교 일이 바빠지면 결강하기 일쑤고 학교 업무를 보느라 복습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와 선생님들은 꽤 재밌게, 즐겁게 한국어 수업을 했고, 마쳤다. 선생님들의 절반 정도는 정말 열심이고 흥미를 잃지 않고 있었기에 가르치는 나도 덩달아 신이 났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비단 언어 뿐만이 아니라 문화도 함께 가르치게 되기에 (조금은)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으나 그 역시 재미있는 방식으로 지루하지 않게 가르쳤고 결과적으로 절반(혹은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두지 않았나 자평해 본다. 아직 문장이나 어법은 시작도 못했다. 어법과 조사, 동사변형 등을 시작하게 되면 아마도 상당부분 어려워하고 힘들어하지 않을까 싶다.

ㄱㄴㄷㄹ...부터 ㅏㅑㅓㅕ 그리고 발음, 받침, 곁받침 등을 가르치며 나도 한국어에 대해 다시 찾아보게 되고 공부하게 되었다. 스스로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그 날 저녁 인터넷으로 정보를 뒤져가며 제대로 된 정보를 주려고 애를 쓰다보니 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지만 나 역시 한국어를, 한국 문화를 조금씩 더 알아가고 확인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서로 도움이 되었던 시간이지 않았나 싶다.

여전히 중국어가 부족하긴 하지만 선생님들의 격려와 긍정적인 피드백이 있었기에 나름대로 자신이 생겼다. 일주일에 두 번, 하루에 두 시간씩 강의하는 걸로는 그들이 배우는 한국어가 여전히 초보 단계에 머물 수 밖에 없었지만 가르치는 나의 입장으로서는 시간의 길고 짧음에 상관없이 기분좋은 시간들이었고 그들 역시 탄탄한 기초를 다지는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몇 몇 선생님들은 9월 15일에 있을 <장춘국제애니메이션교육포럼> 행사에서 한국인들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기 위해 무던히 노력 중이다. 지금도 내게 한국어를 배운 많은 선생님들은 나를 만나면 수줍게 웃으며 정확하진 않지만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라고 말한다. 참 보람있는 일이다. 이 참에 전문적으로 한국어나 가르쳐 볼까? :P

새학기가 시작되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선생님들에게 방학 중에 한국 드라마, 영화를 자막과 함께 보라고 권유해뒀다. 방학이 지나고 다시 만나게 된다면 지금까지 배운 내용들 잘 복습한 착한 학생들^^;이길 기대한다.

2006년 7월 16일 일요일

왜 거짓말을 하겠느냐...

대만의 역사학사, 정치인, 출판인, 문학가 등등 많은 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李敖(Li ao)가 봉황방송국(凤凰电视台) "李敖有话说-리아오 할 말 있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이런저런 과거사를 소개하다가 한 말이 있다.

"진짜 패로도 이길 수 있는데 왜 가짜 패를 만들어서 놀겠느냐. 진짜 실력으로도 이길 수 있는데 왜 가짜를 만들어 비교하겠느냐. 진실된 말로도 이길 수 있는데 왜 거짓말을 하겠느냐." - 李敖

리아오가 과거 영화판 사람들과 한데 섞여 놀다가 간단한(?) 도박을 했는데 상대방이 돈을 잃자 리아오가 패를 가짜로 만들어서 사기도박을 했다는 이유로 고소한 것이다. 그 때 법정에서 리아오는 자기변론을 펼치면서 위와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 리아오는 도박을 절대로 하지 않았고 그 때 자신이 한 말을 늘 보감 삼으며 살아왔다고 한다.

세상엔 많은 가짜가 판을 친다. 가짜 전문가, 가짜 정치인, 가짜 선생, 가짜 선진국, 가짜 휘발유 등 여기도 가짜 저기도 가짜인 세상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모두들 자신이 가진 실력(본질)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가짜로라도 실력(본질)을 과대포장해서 사람들을 현혹시키려고 하는 데서 오는 폐단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짜 행세를 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어떤 부분이든) 부족한 가짜임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훌륭한 가짜(?)를 만들어 내기 위해 거짓말을 시작하고 나면 그 모든 전말이 온 천하에 공개되기 전에는 거짓말을 위한 거짓말을 끊임없이 양산해 내야 한다.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하지만 가짜들은, 거짓말쟁이들은 피곤할 줄을 모른다. 가짜가 진짜를 삼켜버린 덕분이다. 가짜로 한참을 생활하다보면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그 진위를 아예 잊거나 스스로 만든 거대한 최면에 갇히고 만다.

남들은 분명 가짜로 보고 있지만 본인만 스스로 진짜라고 믿는 정신착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아주 정교한 가짜라도 완전히 진짜가 될 확률은 없다. 가짜는 그대로 가짜이니까. 99.9% 비슷하다고 해도 가짜는 가짜일 뿐이다. 진짜 실력이 아닌, 진실된 말이 아닌 가짜 실력과 거짓말.

속이 덜 찬 사람들, 헛똑똑인 사람들, (남을 해하건 말건) 자신의 이득만 챙기는 사람들, 자신의 능력으로는 무엇하나 해낼 수 없는 사람들이 가짜가 될 확률이 높다. 진실된 말만 하고 살기엔 이미 뿌려놓은 거짓말이 많아 수습이 되지 않음으로 세상 자체가 온통 거짓이고 자신만 참이라고 아예 본말을 전도시키는 사람들도 많다.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는 진짜가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 일이 무척 어렵다. 그리고 가짜들이 진짜를 모두 가짜로 몰아세우기 때문에 대세만 따르거나 다수결만 따르다 보면 누가 진짜고 가짜인지 점점 구분하기 힘들어진다. 오히려 가짜에 동화되는 경우도 꽤 많아지게 된다.

하지만 가짜 패가 아니더라도 거짓말이 아니더라도, 진짜 패로 진실된 말로 살아가야 하고 꼭 그래야 한다. 그건 한 사람이 완전한 인격체, 생명체가 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가 공생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진실된 말을 하는 사람을 골라내기 위해서는 내 스스로가 진실하게 되는 수 밖엔 없다. 자신의 실력과 능력이 가짜의 힘을 빌리지 않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글을 읽을 때만 행간의 의미를 되새길 게 아니라 사람들 관계 사이의 행간, 한 사람의 말과 행동의 행간도 잘 읽어야겠다.

가짜 패에 새가슴이 되고, 가짜 실력에 주눅들고, 거짓말에 현혹되는 그런 일은 절대 없길...

2006년 7월 15일 토요일

생각할 수 있는 만큼의 공간.


보여지는 만큼의 하늘, 생각할 수 있는 만큼의 공간.
나머지는 상상으로 눈을 감으면 더 선명한.
너무 멀어 시선도 생각도 닿지 않는 곳의 당신.
눈만 감고 마음만 열면 그나마 어렴풋이 떠오르는.
그래서 이 만큼의 하늘도 내겐 넓은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