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23일 금요일

애니메이션 감독 연상호

▣ 그림·글 최규석

애니메이션에서 나름 이름을 알린 친구가 있다. 연상호다. 작품도 좋지만 혼자서 40분에 달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내가 알기로는 이것저것 밥벌이해 가면서 6년쯤 걸렸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작업실에 파묻혀 창작의 고통과 싸우는 고독한 예술가를 상상하겠지만, 그건 예술적 재능보다는 끝없는 단순노동을 견디는 질긴 엉덩이를 더 필요로 하는 일이다.

당연히 “왜 그렇게 긴 시간을 혼자 작업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물어보는 사람은 예술가의 고집이니 창작의 순수성이니 하는 말을 기대하는 듯한데, 대답은 “돈이 없어서”다. 줄 돈이 없으니 혼자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던 연상호가 국가의 은혜를 입어 팀을 꾸렸는데, 이 팀이 돌아가는 꼴이 좀 특이하다. 커피와 박카스와 라면과 부르스타와 라꾸라꾸 침대 등 온갖 야근과 생활의 흔적이 난무해야 할 애니메이션 작업실이 마치 급조된 유령회사 사무실처럼 휑하다.

오전 10시 출근, 저녁 7시 퇴근, 지각을 하더라도 무조건 칼퇴근, 감독은 야근해도 직원은 퇴근. 여름에는 유급휴가를 가라 하니 스태프들이 오히려 어색하다.

사실 이쪽 동네에선 그러지 않아도 된다. 밥값이나 주면서 밤낮으로 부려먹을 수 있는 세상 물정 모르고 열정이 넘치는, 예술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가난과 과로를 버텨낼 기특한 청춘들이 깔린 동네다.

감독은 그들의 열정으로 제 명성을 쌓거나 배를 불리면 된다. 서로가 원하는 일이고

“예술(혹은 문화산업)을 위해서”이니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열정만으로 버틸 수 없게 된, 좋은 기술을 가진 직원들이 판을 떠나고 그들의 빈자리를 새로운 20대들이 채운다. 결국 작업의 노하우는 쌓이지 않고 감독만 북적대는 세상이 된다. 그리고 시장은 사라지고 영화제와 지원금만 남게 된다. 아니 그렇게 됐다.

편한 길을 두고 연상호는 자신을 규제 속에 옭아놓는다. 그게 세상의 상식이고, 애니를 위해서도 좋다고 믿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눈치 보여서 퇴근 못할까봐 더 일을 하고 싶어도(연상호는 일중독이다) 일부러 감독이 먼저 일어서곤 했는데, 초반에 칼퇴근을 낯설어하던 직원들도 요즘은 시간이 되면 알아서들 잘 간다.

“감독이나 사장이 너무 편한 세상이야. 직원들 고생하는 게 대부분 감독이 제 역할을 안 해서 그런 거거든. 직원들이 좀 권리를 챙겨야 하는데 나중에 감독이 될 때 되더라도, 직원일 땐 직원의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행복한 스태프 없이는 지속적으로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어. 그럼 감독은 뭐 먹고사느냐고? 스태프들 열정에만 기대서 작품 할 거면 감독 안 해야지. 그 사람들 아니라도 감독 할 사람 많아. 왜 지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들 고생시켜. 뭐? 그러면 애니메이션이 사라진다고? 애니가 뭐라고…. 아, 애니 없으면 어때? 상식이 우선이지 예술이 우선이야?

연감독, 안뇽~ 내일 봬요.

근데…나 빡세게 일하고 있는데 시간 되면 쓱 가버리는 스태프들 보면 마음이 참 뿌듯하면서도 억울하다. 하아~!

얼씨구, 돈은 국가가 대고 폼은 지가 다 잡는다.

출처: http://h21.hani.co.kr/section-021159000/2007/11/021159000200711150685001.html

** 지금 만들고 있는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의 원작자 최규석 작가가 친구인 연상호 감독에 대해 한겨레21에 올린 칼럼이다. 연상호 감독은 자신의 모습을 멋있게 그려주지 않았다고 불평을 하기도 하지만(최규석 작가는 연상호 감독을 꽃미남까지는 아니더라도 잘 그려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을 거라... 추측을...) 한국 만화와 애니메이션 계에서 나름 인정받는 이들이 서로에 대해 비판하고 칭찬해주는(비판에 방점!) 관계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특히 이 두 젊은 예술가들은 동시대 젊은 이들에게서 보기 드문 바른 세계관, 인생관, 작품관을 가지고 있다. 이 내용이 혹여 어떤 이들에게는 연상호 감독에 대한 칭찬이 아닌 내용처럼 비추어질 수도 있겠지만 단연코 말하건데 최규석 작가가 말하고 있는 내용은 연상호 감독에 대한 칭찬과 애정임에 분명하다.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한국적 상황에서 칼 출근, 칼 퇴근을 지키는 데가 있을까? 이는 비단 출퇴근에 대한 개념, 시간준수에 대한 개념이 아니다. 모든 작업자들이 최소한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데 하고 있는 일로 하여금 영향 받지 않게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복지에 대한 개념이다. 여기엔 분명 연상호 감독이 고집스럽게 주장하는 일에 대한 관(觀)이 드러나고 있다. 또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건 칼 출근과 칼 퇴근 사이, 즉 작업할 시간 동안 작업자들이 놀며, 수다떨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 사람이 이상적인 시스템을 만들면 그 시스템을 악용하지 않고 제대로 시스템을 활용하는, 지금의 (나도 속해있는) 이 시스템은 정말이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모 감독이 이끌고 있는 팀은 밤을 새는 게 애니메이션의 열정이라 주장하며 젊은 스태프의 연애조차 작업을 방해하는 불순한 것으로 생각하며 모든 게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믿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연상호 감독이 주장하는 시스템은 아주 상식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모 감독의 시스템에 비하면 천국의 그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좋은 시스템, 이상적인 작업방식을 직접 실행한다는 건 사실 감독이나 스태프들이나 쉬운 일은 아니기에 연상호 감독의 저런 '고집'은 주목받아 마땅하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관계가 얼마나 그리운 때인가. 모두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수행을 제대로 해낼 때 내 삶은 풍요로워지고 윤택해지며 너의 삶도 함께 행복해진다. 그건 조그만 작업집단에서부터 커다란 세계사회까지 널리널리 전염되어야 할 기분좋은 바이러스다. 여기에 하나 더 연상호 감독은 좋은 스태프, 좋은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고민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모로 스스로를 학대한다. 물론 그게 좋은 세상 만들기 일환이든 스태프를 아끼는 마음이던, 혹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던 간에 결국 바람직한 행동은 나와 너, 모두를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나, 사실 연 감독이든 스태프든 7시간 되면 누구랄 것도 없이 이렇게 말한다. "퇴근 안 하세요?" 그러면 모두들 "아! 가야죠!"라고 말하며 주섬주섬 자신의 소지품을 챙긴다. 그리고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함께 버스에 오른다.

2007년 11월 22일 목요일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날?? - 옮겨온 글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는 날.

다른 홈페이지도 있긴 하지만
남들 블로그를 가끔씩만 보다가
문득 일탈?을 하고 싶어 블로그에 글을 남기게 되네.

중국어를 배우겠다고 온지도 벌써 6개월이 넘어간다.
늘은 건 외로움 밖에 없는 것 같다.

하긴 중국어도 좀 늘긴 늘었네.
만족하지 못해도 공부가 잘 안되는 걸 어떡해.
변명이라는 건 너무너무 잘 알지만 어떡해.

슬쩍 슬쩍 와서 꾸역꾸역 게워놓는다면
이중성인가?
아니지, 다른 집에서도 사실 잘 게워놓긴 하는 데 뭘~


04|04|23 03:14:11


** 이 때가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던 날이었나? 흠;;;

머리에서 가슴까지... - 옮겨온 글

하루종일 집에 있어도 해가 밝지 않은 날이면
하루종일 우울한 주말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커튼을 걷어서 밖을 내다봐도 늘 같은 건물, 같은 사람들.
같은 걸 보면서도 다른 걸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지만
이론상으론 쉬워도 마음까지 와닿게 하는 건 참 어렵다.

그러고보니 그런 말이 생각난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에서 가슴까지"라는...

어쩌면 난 많은 사람들에게 헛얘기만 하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정말 끝까지 갈 수 없는 곳까지 내몰리고도
버텨오고 견뎌왔으면 스스로도 미혹한 어떤 부분은 분명 해결되었을 텐데...
슬쩍 바닥까지 갔다 온 듯한 느낌으로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예전에 내가 겪었던 경험들은 꿈이었을까?
착각? 환상?.... 모를 일이다.
지나왔던 모든 게 꿈이라도 해도 혹은 착각이라고 해도
그것들을 딛고 내가 서있는 건 확실하니까...

한참 머릿속이 잘 정리되어 왔었는데
중국에 오면서 모든 게 얽혀버린 느낌이다.
예전과는 다른 얽힘의 형태로...어디서 풀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04|04|23 16:18:32


** 여전히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거리"는 멀다.

술은... - 옮겨온 글

먹으면 먹을 수록 취하고
마시고 안주를 먹어도 속은 늘 비어가는 느낌.
친한 이들, 혹은 그리 친하지 않은 이들과 함께 술을 마셔도
늘 혼자 마셨다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집에 돌아올 때가 가장 심하다.

먹기 싫을 때도 웃음으로 술잔을 가득채워 먹어야 할 때도 있고
무척 마시고 싶을 때도 짐짓 점잖은 척 먹지 않을 때도 있지.
그건 모두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여 가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

술은 먹어도 가슴에 쌓인 먼지는 쉬이 털어지지 않고
그 액체와 더불어 더 끈적하게 말라붙어 늘 가렵기만 하다.
긁다가 긁다가 지쳐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게 되면
다시 술 생각보단 사람 생각이 더 많이 난다.

마실 때는 즐거운 건 사실인데
가끔 마신 후의 그 알 듯 모를 듯한 기분이 상당히 좋지 않다.

한 때는 1년 내내 술을 마신다 해도
늘 즐거울 수 있었을 것만 같았는데...


04|04|26 04:14:52


** 술 자리를 무척 좋아했고 술친구도 좋아했던 날들. 요즘은 시간도 시간이지만 상황이 허락하질 않는다. 아, 잼없다.

왜 이러지? - 옮겨온 글

왜 이렇게 피곤한걸까?
밤새 잠을 자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닌 느낌이다.

밤새 뒤척이 느낌도 없는데 꿈을 꾼 기억도 없는데...

지난 밤은 아련히 기억도 나지 않는 몽상처럼 사라지고
아침은 늦게도 찾아왔다.


04|04|27 10:47:56


**  아침은 지금도 늦게 찾아온다. 아니, 내 예상보다 일찍 찾아와서 싫다.-_-;

한국으로 잠시 - 옮겨온 글

비행기 표를 겨우 예매했다.
아니, 겨우라는 말은 좀 그렇다.
30세 이상은 유학생증이 있어도 할인이 안된다고 해서
잠시 망설였을 뿐이다.
다행히 점장이 한국에서 파는 가격과 똑같이 해준다고 해서
그나마 할인 혜택을 좀 받을 수 있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표는 의외로 한국보다 비싸다.

외국에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조건 돈이 많은 줄 아나보지? 젠장...

어쨌든...
중국인들이 5월 1일부터 일주일간 노동절 휴가를 즐기는 사이
난 한국에 가서 어머님도 뵙고 다른 인연들도 만나고 오게 되었다.

한국을 떠나온지 1년도 안되었으면서
한국을 잠시나마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설레는 느낌.

가기 전에 이것저것 정리할게 많은데
머리 속에 알수 없는 뭔가가 꽉 들어차 답답한 느낌이다.


04|04|29 00:40:03


** 때론 공항이 더 익숙한 느낌이 들어버린 지금. 물론 자금과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 지금이지만. :) 낑낑대며 살았던 날들 중 한토막.

... - 옮겨온 글

어머님을 뵙고 친구들을 만나고 교수님들을 뵙고 아는 인연들을 만나고 정신없는 3주간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장춘으로 돌아왔다.

반가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 기분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

다만 언제부터인가 내가 그 사람들에게 어떤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는 사실이 가끔은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런 기대가(스스로에 바라는) 나를 좀 힘들게 하는 걸 느낀다.

사람들끼리 관심이 없이 살게 되면 견딜 수 없지만
사람들끼리 관심이 너무 많이 있어도 힘겨운 일이 될 것 같다.

관심을 받고 싶고 외롭고 싶지 않은 건 정말 분명한 일이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에 대한 반발인건지 아니면 무의식을 지배하는 큰 덩어리인지 자꾸 아주 한적한 곳으로 가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들이 문득문득 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꼬리를 물고 따라오고
죽음을 생각할 때면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대한 애착이 연이어 따라오게 되어서 생각은 이리 흔들, 저리 흔들할 때가 있다.

잘 해야 잘 하는 것인데
잘 하지 못하면서 늘 잘 해야지 하는 다짐은 그런 격려를 받는 건 별로 즐거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또 살아야지...이곳으로 왔으니 또 살아야지...
그러다가 다시 그곳으로 가야지...


04|05|26 14:28:58

** 참 그러고 보면 중국에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살았던 것 같다. 생각의 양만큼 술도 엄청 마셔댔고. -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