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2일 목요일

벌써 두 달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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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에 온지도 이제 2달째 접어든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했는데 5-6년 전 정신없이 일했던 어느 해가 자주 겹쳐진다. 아직도 서툰 중국어로 강의하고 회의하고 소통하며 일하고 있는 나를 돌아보며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전보다 더 자주 생각하게 된다. 몇 번이고 중도에 그만두려고도 생각했지만 주변의 스승님과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다시 마음을 추스리며 버텨왔던 세월의 흔적들을 지금 조금씩 다시 풀어놓고 있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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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게 누군가는 '너무 겸손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지금도 학생들 앞에 서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 '자신있음'보다 '자신없음'이 먼저 고개를 든다. 어쩌면 이런 긴장감이 나를 더 다잡게 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노력하지 않는 내가, 좀 더 공부하지 않는 내가 보일 때마다 부끄럽고 왜소하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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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잡부'라고 말할 만큼 이 판에서 안 해본 게 없지만 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그만그만한 정도에 머무른 능력을 생각해보면 참 용케도 버텨왔다 싶다.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끼는 건 '원리'를 아는 것 만큼 좋은 건 없다는 것. 프로그램을 다루거나 사람을 만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원리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정말 천지차이인 것 같다. 20대 초반에 열심히 '수행'하면서 느꼈던 그 감정이 조금씩 되살아나는 것 같기도 하다. '원리'를 향해 달려가던 젊은 날, 조금씩 알아가는 지금, 주변이 조용해지는 상황이 되면 어김없이 내 삶의 원리와 도리에 대해 화두를 품게 되는 건 고질병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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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넘겨내고 있다. 때론 즐겁고, 때론 뿌듯하며, 때론 힘겨운 날들을.

댓글 4개:

  1. 보고싶은, 아우야!!



    늘 마음속에 함께하는데

    누나가 마음에 힘이 있어야 나의 기도가 멀리 우한까지 갈텐데..^^



    건강하자

    그리고, 늘 법신불 사은님 은혜와 위력이 함께하길 바랄께.



    언제 어디서나 여유있는 마음으로 은혜나누며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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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깨미 - 2010/05/02 03:18
    그럽시다. 언제나 여유있게 즐거운 마음으로 삽시다.



    대각의 달에 진일보하는 계기가 되길.

    깨달음이, 대각이 늘 주변에 있음을 알고

    조금씩 알아가고 체득해가며 살아봅시다.



    늘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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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잖아.

    힘들어도 좀 지나고 나면, 그 자리가 너 자리인 듯 편안해 질거야.



    정신 없이 바쁜 여름을 보내다가, 오늘 하루 여유가 생겨서 올만에 너한테 들어와 봤다. 잘 지내지?



    9월 말에 한국 들어갔다가 10월 말에 다시 체코로 돌아올거야.



    거긴 날씨 괜찮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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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나야 - 2010/08/18 19:20
    와, 정말 오랜만이야. :) 잘 지내지?

    그래 네 말마따나 견뎌내고 버텨보면 언젠가 마음의 평안을 얻는 날이 올거야.

    여긴 여름에 41도까지 뜨거워질 정도로 더운 도시야. 중국 4대 화로 중에 하나라고 한다더라. 에어컨의 힘으로 여름을 견뎌냈고 행사 10월 중순에 애니메이션관련 행사를 준비하는데 그것 때문에 정신없이 보냈다. 물론 강의도 버거운 일이긴 하지만.^^;;



    9월 말에 갔다가 10월 말에... 음; 그렇구나.

    난 시간이 정 안맞을 것 같네. 그 친구랑 같이 들어가는 거야?



    네가 바쁜 여름을 보냈다니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구나. 잘 살아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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