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7일 화요일

피겨 문외한이 본 김연아의 특징, 그리고 예찬


김연아의 특징은...

1. 피겨 선수가 아니라 피겨 예술가다.
과거에 유명하다는 피겨 선수들의 경기 중계를 본 적도 있다. 그들의 느낌과 김연아의 느낌이 다른 건 딱 하나다. 과거(김연아를 제외한 현재의 선수 포함)의 선수들은 시합을 하고 경기를 한다. 하지만 김연아는 예술을 하고 있다. 피겨 경기를 보면서 선수의 몸짓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음악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드러내는지를 느끼게 된 건 김연아가 처음이다. 이건 무척 신비한 경험인데 지난 시절 봤던 피겨 경기들은 대부분 점프를 잘하면 잘한다고 생각했고 스핀을 잘하면 잘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던 것에 반해 김연아의 경기 대부분은 저 선수가 어떤 감정을 표현하고 있고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하는지가 보인다는 것이다. 점프나 스핀, 기타 기술들은 모두 연기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느껴지게 한다. (과장하면) 빙상 위의 발레리나와 같다고 할까. 스포츠 선수가 아닌 예술가. 김연아는 스포츠 선수로 출발해서 예술가의 경지로 달려가고 있고 이미 어느 정도 성취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2. 계속 성장한다.
솔직히 유명한 스포츠 스타들을 보면 갈수록 한껏 정점에 오른 후에는 갈수록 원숙해지는 느낌인데 김연아는 그냥 계속 성장한다. 몸은 계속 유연해지고 표정은 갈수록 풍부해지고 감정은 화산처럼 폭발한다.

3. 연기를 위한 점프를 한다.
위와 중복되는 이야기지만 김연아와 다른 선수를 비교해보면 다른 선수들은 점프를 위해 연기를 (대충) 한다. 점프를 잘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기는 경직되기 마련이고 점프에 대한 긴장감이 증폭되서 실수가 잦다. 하지만 김연아는 전체 연기를 위해 점프를 할 뿐이다. 물론 김연아 역시 점프에 부담이 없진 않겠지만 전체 안무를 위해 점프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착지 후에 연기로 연결되는 게 자연스럽고 전반적으로 일체감을 느끼게 한다.

4. 냉정하다. 무심하다(?)
소위 '쿨'하다는 것인데, 자신의 감정에 대해 별 숨김이 없고 실수에 개의치 않으며 성취에 대해 당당히 이야기한다. 이건 젊은 층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태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젊은 층들은 결코 '쿨'하지 않다. '쿨'하다고 불려지는 이들은 이기적일 뿐이고 무관심할 뿐이다. 선택도 빠르고 포기도 빠르다. 김연아의 행동양식은 그런 류의 것이 아니다. 발랄한 소녀가 대인배의 품을 가지고 있다랄까.

김연아는 이 외에도 많은 특징, 장점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단점도 있고 부족한 점도 많을 것이다. 위 내용은 김연아를 '신성화'하는 게 아니라 피겨 문외한이 피겨를 보며 짜릿한 감동을 느꼈기 때문에 그 감정이 신기해서 생각해 본 일부분일 뿐이다. 김연아가 한국인이라서 혹은 미디어에서 자주 등장했기 때문에 그런 감정을 느낀 것이 아니다. 피겨 스포츠를 즐겨보는 것도 아니고 '애국'을 들먹이며 단지 한국인이란 이유로 쌍수를 들고 응원을 하는 건 몸서리치며 경멸하는데...어찌...(해설이 긴 것도 병인양 하여...)

아무리 생각해 봐도 김연아는 괴물이다.

댓글 2개:

  1. 이렇게까지 생각을 안했었는데.. 어쩌다 들어왔는데 정말 좋은글들 많으신거 같아요..

    자주 들리겠습니다..^^

    답글삭제
  2. @derek - 2009/11/22 14:03
    자주 오시는 것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만, 글이 올라오는 속도가 정기적이질 않아서 미안한 마음이 앞서네요.^^ ... 칭찬 감사드립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