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9일 일요일

내일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어.
굳이 그렇게 말을 하지 않아도 말이지.

 

하지만 정작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시간의 흐름에 나를 잠시 맡겨두는 것.

 

그 흐름에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서
온 몸에 힘을 주고 버텨보긴 하지만
그리 쉽진 않아.

하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인걸.

 

오늘 내가 설겆이를 하는데
그릇에 남겨진 흔적들이 왠지 지저분하게 느껴지는 거야.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내가 살아온 날들도 그렇게 느껴질까봐
조금은 두려운 마음이 생기는거야.

 

하지만,
찬 물에 조금 남아있던 그릇의 온기가 사라지듯이
내 마음에 작은 불씨마저 꺼져버리게 하진 않을래.

나를 믿고 있는 마음,
나도 잘 알고 있으니
오늘보다 다른 내일이 될거야.

 

아마도...
그렇겠지?

 

 

 

2003년 11월 27일에 쓰다.

 

 

 

컴퓨터 하드를 뒤적거리다 오래 된 텍스트 문서를 발견했다. 문서 이름이 '내일은'이라고 되어있길래 무슨 문서인지 궁금해 열어보니 위에 적힌 내용이 있었다. 2003년 말이면 중국에 도착한 후 2개월 정도 시간이 흐른 뒤였는데 말도 통하지 않는 막막한 이국(異國)에서 답답함, 조급함, 불안함, 외로움 등이 스물스물 올라오던 때가 아니었나 싶다. 글을 읽다보니 당시 홀홀단신 멋모르고 부딪히며 애쓰던 내가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지금은 그 때보다 잘 살고 있나, 지금은 그 때보다 다른 오늘을 살고 있나, 그 때의 내일보다 지금의 내일이 내게 더 벅찬 희망을 주고 있나 곰곰히 지금을 돌이켜 생각한다.

 

적어도 그 때의 나에게 작은 위로 정도는 보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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