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0일 목요일

가야할 사람과 남아야 할 사람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 때 오열을 하던 김대중 대통령의 모습이 잊혀지질 않는다. 당신의 말마따나 '자신의 절반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으로 오열을 하던 모습. 당신에게 가장 힘든 일은 자신이 죽을 고비를 맞이하는 것도, 자식들이 죄값을 치루는 일도, 사랑하는 아내와 사별하는 것도 아닌 자신의 신념과 이상을 함께 나눌 동지(벗)를 잃어버리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대중 대통령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전두환은 호의호식하며 갖은 권력을 다 누리고 살아있는데 김대중 대통령은 전두환을 풀어줬다. 물론 대화합을 위해 필요했을 수도 있고 모종의 정치적 계산들이 있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김대중 대통령이 이렇게 떠나고 나니 당신의 결단에 대해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저기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의 뜻을 잘 받들고 반드시 좋은 세상 이뤄내겠노라는 이야기가 여기저기 가득하다. 그래야지. 당연히 그래야지.

독일은 나치전범을 색출하고 벌을 주는데 결코 인색하지 않았다. 결코 대화합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잘못을 치룬 댓가는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친일파, 군사독재, 광주민주화항쟁 주모자 등에 대해 너무도 관대했다. 그런 후에 세상에 필요한 자들은 떠나고 두고두고 가슴에 한이 맺히게 한(할) 자들은 꼿꼿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후회한다. 후회하며 땅을 친다.

김대중 대통령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찌 그의 잘못이 될 건가. 국민들이 못나서 그렇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먹고 살기 힘드니 복잡한 거 싫다고', '지금 당장 나만 잘 살면 된다고' 바득바득 우겼고 그 댓가로 지금의 수 많은 문제들을 떠 안게 된 것일 뿐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오랜 세월을 살다보니 한국만 그렇게 불공평하게 보이는 지도 모르겠다. 다른 나라, 다른 세상은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만큼은 정말 그렇다. 남아야 할 사람이 먼저 떠나고 떠나야 할 사람은 끝까지 살아남는다.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그게 진리가 되었다. 다시는 아쉬움같은 거, 억울함같은 거 느끼고 싶지 않다. 떠날 사람 보내주고 남아야 할 사람 지켜보고 싶다.

그 누구보다도 힘겹고 고통스러운 길을 오래 걸으셨던 김대중 대통령.
그 누구보다도 노력하며 치열했던 김대중 대통령.
당신 가시는 길 평안하시길.
죽어서도 죽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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