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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20일 목요일

전문가의 조언

MBC 9시 뉴스 내용 중 前 한국대사 도널드 그레그 인터뷰를 보며 느낀 생각 하나.

클린턴은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미국 여기자 석방을 위해 북한 방문을 앞두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조언을 구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6페이지의 메모를 건넸으며 이는 클린턴이 미국 여기자 둘을 미국으로 무사히 데리고 갈 수 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는 것이 인터뷰 내용의 요지.

2MB는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현대 아산 직원 유씨를 데려오기 위해 뻘짓만 했었는데 단 한 번도 그 방면 전문가(들)에게 조언과 자문을 구했는지 궁금하다. 국가운영이라는 건 자신들만의 정책기조와 생각이 옳다고 믿으며 독불장군처럼 밀어부치는 게 아니라 설령 '정적(政敵)'이라 할지라도 배울 건 배우고 도움을 청할 수 있으면 청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분석이 서툴러서 김대중 대통령의 조언을 구하나? 그 방면의 전문가라면 그리고 그 전문가를 활용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전 대통령들, 전 원로정치인, 지식인들은 가서 아부하라고 존재하는 게 아니고 그들과 손잡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돈독히 하라고 존재하는 게 아니고 보다 나은 국가,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요청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근데 참 아쉽게도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 두 분 다 떠나셨으니 조언을 구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게 되었구나. 남아있는 자들이야 뭘 볼 게 있어야, 뭘 들을 게 있어야 조언을 구하지.

대화와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힘이다. 정치인들에게만 요구되는 덕목이 아니다. '네트'에서 벌어지는 수 많은 다툼을 보고 있으면 암튼 정치인들이 잘 이용하고 있지 않나 싶다.

2006년 10월 12일 목요일

중국인이 물었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한국의 반응은......?"

한 중국인 선생이 내가 한국인임을 알고는 중국어를 알아듣냐고 몇 번이나 묻는다. 조금은 웃기기도 하고 왜 이렇게 반복해서 묻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잠시 후 그가 불쑥 던진 말은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데 한국의 반응은 어떤가?"였다. 난 바로 "그럼, 중국의 반응은 어떤가?"라고 되물었다. 그 역시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핵 실험을 한 것이 이상한 일인가? 사실, 모두들 이미 추측한 사실이었음에도 설마설마하며 애써 부인하려고 했을 뿐 아닌가. 이런 상황이 왜 일어났는지 지난 과정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고 그저 현재 발생한 일에 대해서만 호들갑을 떠는 것은 좀 딱하지 않은가.

요즘 인터넷에 접속하는 시간이 별로 없어 자료를 찾거나 이메일만 확인하곤 했는데 최근 북한의 핵실험을 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미디어들의 반응이야 특별히 읽어볼 것도 없이 충분히 짐작을 하겠다. 예전과 다른 점을 발견했다면 바로 누리꾼들의 반응이 냉철한 시각을 견지하고 있거나 여러 각도에서 상황을 파악하려는 노력들이 보인다는 점이었다.

올블로그에 올라온 추천글들 중 관련된 글을 보면 알 수 있듯 북한의 핵 보유나 핵 실험은 어느 날 갑자기 뗑깡을 부리는 행위가 아니라 여러 상황으로 빚어진 필연적인 결과라는 점에 모두 공감하고 있는 듯 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태도, 중국의 북한에 대한 비협조적인 태도, 일본의 미국편향적인 정치자세 고수, 한국의 보수세력들의 편협한 사고 등으로 인해 북한이 핵 실험을 하면서 마지막 시위를 벌이는 셈인 것이다. 몇 나라에 의해 테러를 주도하고 있는 국가라고 규정지어져 버린 중동의 몇 몇 나라, 혹은 단체들은 북한의 핵 보유와 핵 실험에 대해 경외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전쟁이 바로 일어날 일은 없겠지만 지속적으로 북한의 목을 죄어 간다면 최후의 선택은 공생공영이 아닌 공사공멸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전쟁이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 혹은 개인, 소수, 소수집단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인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발생했음을 상기해 볼 때 북한 지도체제가 북한의 인민을 고려한다는 발상은 억지스러울 수 있고 미국이 한국을 위해 북한과 타협에 나설 수 있다는 생각도 유치할 수 있다. 중국이야 동북아 공정도 그렇고 북한이 계륵과 같은 존재라 '형님 말 듣지 않는 동생'처럼 북한을 대할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해가기 위해 한국 정부가 먼저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내게 질문을 던졌던 중국인 선생이 내 역질문을 받고 약간 뻘쭘했는지 이런 말을 한다. "어렸을 때 한국전쟁은 남한이 먼저 쳐들어왔다고 배워서 그걸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북한이 먼저 치고 내려갔다는 사실을 알고 당혹스러웠다" 난 이에 대해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사실 한국 전쟁에서 누가 먼저 전쟁을 시작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한국전쟁이 왜 일어났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한국전쟁의 배후에 누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핵'이라는 물건에 대해 현재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추악한 물건이라는 생각을 견지하고 있지만 달리 말하면 미국을 비롯해 개나 소나 다 하는 핵 실험, 그리고 다들 가지고 있는 핵을 한국이나 북한은 가질 수도 없고 가지고 있다해도 실험조차 할 수 없다는 건 도대체 누가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인가.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 수 있다는 격언이 그저 말 뿐이 아님을 상황이 악화되고 나서야 인정할 셈인가. 인권을 부르짖고 세계 평화를 부르짖으면서도 한 편으로 온갖 모략과 협잡을 일삼는 뒷골목 깡패'형님'들의 위협에 계속 모르쇠로 수수방관할 셈인가. 단순하게 생각하더라도 우리의 삶, 내 삶이 어느 무능하고 파렴치한 인간들에 의해 어느 순간 멈춰버릴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너무 잔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