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국인 선생이 내가 한국인임을 알고는 중국어를 알아듣냐고 몇 번이나 묻는다. 조금은 웃기기도 하고 왜 이렇게 반복해서 묻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잠시 후 그가 불쑥 던진 말은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데 한국의 반응은 어떤가?"였다. 난 바로 "그럼, 중국의 반응은 어떤가?"라고 되물었다. 그 역시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핵 실험을 한 것이 이상한 일인가? 사실, 모두들 이미 추측한 사실이었음에도 설마설마하며 애써 부인하려고 했을 뿐 아닌가. 이런 상황이 왜 일어났는지 지난 과정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고 그저 현재 발생한 일에 대해서만 호들갑을 떠는 것은 좀 딱하지 않은가.
요즘 인터넷에 접속하는 시간이 별로 없어 자료를 찾거나 이메일만 확인하곤 했는데 최근 북한의 핵실험을 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미디어들의 반응이야 특별히 읽어볼 것도 없이 충분히 짐작을 하겠다. 예전과 다른 점을 발견했다면 바로 누리꾼들의 반응이 냉철한 시각을 견지하고 있거나 여러 각도에서 상황을 파악하려는 노력들이 보인다는 점이었다.
올블로그에 올라온 추천글들 중 관련된 글을 보면 알 수 있듯 북한의 핵 보유나 핵 실험은 어느 날 갑자기 뗑깡을 부리는 행위가 아니라 여러 상황으로 빚어진 필연적인 결과라는 점에 모두 공감하고 있는 듯 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태도, 중국의 북한에 대한 비협조적인 태도, 일본의 미국편향적인 정치자세 고수, 한국의 보수세력들의 편협한 사고 등으로 인해 북한이 핵 실험을 하면서 마지막 시위를 벌이는 셈인 것이다. 몇 나라에 의해 테러를 주도하고 있는 국가라고 규정지어져 버린 중동의 몇 몇 나라, 혹은 단체들은 북한의 핵 보유와 핵 실험에 대해 경외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전쟁이 바로 일어날 일은 없겠지만 지속적으로 북한의 목을 죄어 간다면 최후의 선택은 공생공영이 아닌 공사공멸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전쟁이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 혹은 개인, 소수, 소수집단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인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발생했음을 상기해 볼 때 북한 지도체제가 북한의 인민을 고려한다는 발상은 억지스러울 수 있고 미국이 한국을 위해 북한과 타협에 나설 수 있다는 생각도 유치할 수 있다. 중국이야 동북아 공정도 그렇고 북한이 계륵과 같은 존재라 '형님 말 듣지 않는 동생'처럼 북한을 대할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해가기 위해 한국 정부가 먼저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내게 질문을 던졌던 중국인 선생이 내 역질문을 받고 약간 뻘쭘했는지 이런 말을 한다. "어렸을 때 한국전쟁은 남한이 먼저 쳐들어왔다고 배워서 그걸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북한이 먼저 치고 내려갔다는 사실을 알고 당혹스러웠다" 난 이에 대해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사실 한국 전쟁에서 누가 먼저 전쟁을 시작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한국전쟁이 왜 일어났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한국전쟁의 배후에 누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핵'이라는 물건에 대해 현재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추악한 물건이라는 생각을 견지하고 있지만 달리 말하면 미국을 비롯해 개나 소나 다 하는 핵 실험, 그리고 다들 가지고 있는 핵을 한국이나 북한은 가질 수도 없고 가지고 있다해도 실험조차 할 수 없다는 건 도대체 누가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인가.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 수 있다는 격언이 그저 말 뿐이 아님을 상황이 악화되고 나서야 인정할 셈인가. 인권을 부르짖고 세계 평화를 부르짖으면서도 한 편으로 온갖 모략과 협잡을 일삼는 뒷골목 깡패'형님'들의 위협에 계속 모르쇠로 수수방관할 셈인가. 단순하게 생각하더라도 우리의 삶, 내 삶이 어느 무능하고 파렴치한 인간들에 의해 어느 순간 멈춰버릴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너무 잔인하다.
저는 역시나 또 수험생이라는 핑계로 기사를 아주 간단한 정도만 접해보았는데..ozzyz님 기사.(아시죠?) 노무현이 햇볕정책은 무효라고 선언했다고 하며 형하고 같은 맥락으로 이해를 해야한다고 하더라구요. 미국의 대북압박이 어느정도였는지 (그에 관한 지식이 없어서)잘 몰라서 뭐라 판단을 내리긴 어렵지만 강경조치를 취한다는 건 좀 아닌 듯 싶어요.
답글삭제@왕도비정도 - 2006/10/12 10:31
답글삭제대북압박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사실 정확하게 알 필요가 없을지도 몰라. 가령 폭행사건이 벌어졌을 때 얼만큼 때렸는가도 중요하겠지만 때렸는지에 대한 여부가 더 중요한 것 아니겠어? 때려놓고도 많이 때리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발뺌하면 이해가 될까? 인과에 대한 아주 단순한 진리를 안다면 쉽게 말할 수는 없겠지... 그쟈? :)
Jumpkarma 회원님의 상기 포스트가 미디어몹에 링크가 되었습니다.
답글삭제@미디어몹 - 2006/10/14 10:47
답글삭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