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얼마 전 장춘국제애니메이션교육포럼에도 오셨었기 때문에 장춘이 그다지 낯설지는 않겠지만 당시에는 일정이 너무 빠듯해 시내를 돌아 볼 틈도 없었다. 이번 기회는 비교적 편안한 상태로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라 오전과 저녁 일정은 그나마 여유가 있을 것 같다. 전에 오셨을 때도 너무 정신없이 바빠서 제대로 된 이야기도 못했는데 이번에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이것저것 여쭙고 배워야겠다. 오늘은 내가 작업하고 있는 곳에 모시고 가서 구경도 하고 함게 작업하고 있는 감독님과 간단한 대화도 나누고 준비 중인 단편 스토리보드 릴도 보여드렸다. 작업 진행상황도 보여드렸는데 나름 흥미가 있으신 것 같아 한편으로 안심이 된다. 아래 사진은 현재 작업 진행 중인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이다. 뒤로 보이는 게 간단히 만든 "날아라 병아리(大)" 포스터와 상해에서 주홍수 감독님이 진행 중인 "도야지 봉" 포스터다. 오후 햇살 분위기가 괜찮네...

정이강 감독님(좌)과 이용배 선생님(우)
둘 그동안 벼르고 별렀던 DSRL을 구입했다. 한국보다 조금은 싼 가격이라 마음이 편하긴 하지만 여전히 고가의 장비를 구입한다는 건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점이 많다. 암튼 구입을 했으니 잘 활용해야지. 덕분에 다시 아날로그 사진기를 대하듯 공부할 게 많이 생긴 것 같다. 바쁜 시기에 구입하게 되어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진을 찍으며 공부하는 것이 더 나을 듯 하니 별 걱정은 되지 않는다. 욕심은 늘 무럭무럭 자라는 법, 그 욕심을 잘 다스리고 좋게 활용하면 독이 되기 보다 약이 되는 부분이 많은 걸 안다. 욕심을 다스릴 만한 힘이 아직 많이 부족함을 느끼긴 하지만 때론 그 힘을 역이용해서 상황을 만들어 내는 법도 필요한 것이겠지.
셋 장춘은 이미 영하로 떨어진 기온 탓에 공기가 차다. 아침 저녁으로 옷깃을 여미지 않으면 목을 타고 바람이 들어와 한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어제는 잠시 첫 눈이 내리고 오늘도 살짝 눈 발이 휘날렸다. 장춘의 지독한 겨울이 막 시작되었다. 하지만 역시 아무렇지 않게 보낼 수 있는 여유는 지난 몇 차례 동북의 겨울을 보낸 내 몸의 세포들 안에 숨 쉬고 있다. 와라! 겨울. 신나게 맞이해 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