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19일 수요일

중국인 감독을 만나다.

SICAF에서 애니메이션 심사하시는 분들을 초청했는데
그 중에 중국 북경에서 오신 감독님이 계셨다.
원래 통역하시던 여자분께서 갑자기 사정이 생겨 못오신다고 해서
급하게 나를 불렀다. 내가 통역을?
 
가서 인사를 나누고 통성명을 하고...
중국 감독님 이름은 멍쥔(孟軍)이고 북경에서 애니메이션 회사를 이끌고 있으며
지금 장편 애니메이션을 준비하시는 중이라 하신다.
여전히 중국어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실력 탓일게다.
오후 일정은 내가 멍쥔 감독을 모시고 여기저기 구경(?)을 시켜드리는 것이었는데
애니메이션 감독이라 하니 특별히 어딜 소개 시켜줘야 할 지 막막했다.
문득 내가 알고 있는 애니메이션 회사를 소개시켜주면 좋겠다는 생각.
멍쥔 감독도 좋아한다.
 
한호흥업에 가서 예지영 PD와 함께 한호흥업 여기저기 구경하고
배경감독님 그림도 구경하고 인사도 나누고
지금 지영이가 준비 중인 TV시리즈 - 내친구 다이고로 애니메이션 데모도 보여드리고
이야기 나누고....
멍쥔 감독은 중국에 각 방면에 친구들이 참 많다면서
다이고로. 애니메이션을 자기 친구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한다.
만약 잘 되면 지영이에게도 좋은 일이겠다.
 
그런 후에 오돌또기에 가서 오돌또기 작품 구경도 했는데
아주 멋지다는 말을 계속 한다. 한국적인 느낌이 있는 그림, 작품을 처음보는 셈이라 하면서.
각 나라, 지방의 특색이 잘 드러나는 그림과 작품을 아주 좋아하신다.
지금 멍쥔 감독이 준비하는 장편도 중국적 특색이 강한 작품이긴 하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함께 저녁을 먹고 있다가 후배들 만나기로 한 약속 모임에서 전화가 왔다.
내가 없으면 멍쥔 감독은 대화하는 데 아주 곤란을 겪을 게다.
그래서 내 약속 모임에 같이 가자고 그랬더니 아주 좋아한다.
 
젊은 애들과의 술자리, 이야기, 즐거운 공감대들을 느끼고
또 자리를 옮겨 선배, 동기들이 있는 술자리로 갔다.
거기에서는 나이들이 멍쥔 감독과 두어 살 차이나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더더욱 즐거워하는 듯 했다. 한참을 떠들고 웃으며 놀다가
마지막으로 노래방에 갔다.
중국 노래가 있는 노래방에서 서로 부르스며 흥겨운 어깨걸이 춤을 추며 열창을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다.
 
새벽 3시가 되어서야 겨우 멍쥔 감독 숙소로 모셔다 드리고 돌아왔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는 통하는 게 있는가보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통역?을 하느라 땀이 삐질 나고 어려움을 느끼는 자신을 보면서
8개월간 참 게으르게 살았던 건 아닌가 하는 반성이 생긴다.
 
잘 해야하는데... 중국어를 잘 해야 하는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