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8일 수요일

스톱모션 워크샵을 진행하며... 주절주절.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워크샵은 나름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 대부분은 이 방면에 경험이 전무해 보였고 스톱모션 관련 애니메이션을 접한 경험도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일까 워크샵을 진행하는 내내 모두들 많은 관심을 보이며 흥미로워하는 중이다. 학교 자체에서도 2D나 컴퓨터 3D 위주로 진행하는 학과과정이 대부분이라 스톱모션이나 기타 실험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장소, 설비 등은 무척 부족한 상태다. 선생님께서 한국에서 직접 가져온 '런치박스'나 몇 개의 아마추어 몇 덩어리의 플레티신(클레이의 애니메이션의 재료) 정도가 그 문제를 나름 해결해 줄 것으로 생각은 되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인 것만은 사실이다. 직접 만들어보고 움직여 보며 직접 체득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할 워크샵에서 장비의 부족이나 협소한 장소 등은 워크샵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가라앉히는 요소가 된다. 워크샵 기간이 짧다는 이유도 함께 작용을 하기 때문에 주로 픽실레이션이나 오브제 애니메이션 위주로 진행이 될 예정이다.

기본적인 이론부터 비교적 상세한 내용까지, 그리고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스톱모션이란 무엇인지 이해하며 접근해 가는 과정은 사실 내 입장에서도 새롭게 공부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흥미로웠다. 미처 보지 못한 몇 개의 작품도 내 시선을 사로 잡는다. 반 고흐의 침실이라 알려진 유명한 그림 한 폭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해 낸 작품 "Bed Room"이나 색종이를 잘게 오려서 창문을 통해 들어온 빛으로 표현한 "빛의 여행"이라는 작품 등이 그랬다. 2003년도에 만들어졌다는 러시아 애니메이션 "어부와 물고기'라는 작품은 그 안에서 펼쳐지는 독특한 형식, 특히 이야기의 진행 방식이 다른 작품과는 달리 작품 안의 4명의 캐릭터가 세트를 움직여 가며 장면전환을 시도한다거나 바다의 표현 등을 간단한 천으로 일렁이게 하여 표현하면서 유랑극단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특이한 작품이었다.

작품을 보면서 느낀 거지만 여러 해 전 애니메이션을 처음 시작하며 보석같은 단편들을 보고 감동받고 작품 제작의 열의를 불태웠던 때가 그리워졌다. 왜 지금은 자꾸 애니메이션을 몇 가지의 단순한 방향만으로 설정해 만들려고 하는지 실험정신이 많이 퇴색되어버린 지금의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선생님과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면서 종종 나누는 대화 속에서 그런 나를 질책하고 새롭게 마음을 가져보려고 하는 자신이 자꾸 투영되어 튀어나오는 중이다. 현재 준비하는 작품부터 제대로 끝내야겠지만 새롭게 느끼게 된 초발심을 잘 간직해 가야겠다. 애니메이션을 산업으로 봐도 좋고, 예술로 봐도 좋지만 어쨌든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일 뿐이다. Frame by Frame의 작업 과정 속에서 나와 대면할 용기도 필요하고 프레임 사이의 간극 안에서 땀의 결실을 일궈내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 연속된 프레임을 통해 자신과 타인과 열린 소통, 대화를 할 수 있다면 내겐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외의 것들은 어떻게든 충분히 일궈낼 수 있을 것이다.

통역을 하기 때문에 강의 내용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전달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더욱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하고 이러면서 중국어도 꽤 늘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강의 내용을 선생님의 설명없이도 나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에 편한 점은 있다. 역시 말을 더욱 많이 해야하는 피곤함은 있겠지만... 이제 겨우 이틀했는데 피곤하긴 하다. 다만 내일부터는 실습 위주의 시간들이 많기 때문에 조금은 덜 하겠지...라고 기대만 해본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