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14일 목요일
아바타 기술력은 2000억 원?
문득 '쥬라기 공원'이 흥행을 하고 있을 때 흘러나오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쥬라기 공원'의 흥행수익이 자동차 몇 십만대, 몇 백만대 수출효과와 맞먹는다느니 '쥬라기 공원'같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손을 걷어부치고 달려들었다는 이야기들.
영화 뿐만이 아니다.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였다. 꿈에 부푼 장미빛 미래들을 거론하며 헐리우드에 버금가는 영화와 애니메이션 제작만이 미래의 희망인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눈 먼 돈들은 쏟아졌고 누군가는 그 돈으로 몇 년을 넉넉히 먹고 살았고 누군가는 돈 냄새도 맡지 못하고 제작 현장을 떠나갔다. 그러는 사이 국민들이 낸 세금은 그 누구도 모르게 여기저기에서 소모되었고 허공에 뜬 채 사라졌다.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영화/애니메이션은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만 생각한다. 정말 2000억 원만 투자하면 몇 년 사이에 미국 CG기술의 90%를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인가. 가까운 일본과 중국은 2000억 원을 투자 못해서 CG기술이 헐리우드만 못한가.
한국의 기술력이 많이 발전했다는 건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애니메이션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방법이 글러먹었다. 90년대 초반부터 20여 년 동안 지원방식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그냥 돈을 가져다가 쏟아 붓는 거다. 누구 좋으라고?
2000억 원이 아니라 2조 원을 들이 부어도 지금과 같은 투자/양성 방식이라면 희망을 품기 어렵다. 시간이 약이고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는 것은 이 나라 위정자들에겐 공염불에 불과한 이야기일 뿐이다.
2009년 4월 5일 일요일
애니메이션관련 정부 지원제도에 대한 몇 가지 생각.
연상호 감독이 말하는 '지원제도의 설계 개선'은 지원받는 대상자를 기획자, 사장, 회사에서 스태프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이를 '국립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개념으로도 생각하고 있다. 전반적인 의견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또한 발상의 전환이란 측면에서도 무척 신선하다.
연상호 감독의 개인적인 성향이 잘 드러나는 제안으로 보인다. 그가 작품을 만들며 고민하던 중심에는 자신의 작품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스태프들에 대한 처우 및 중요성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기에 지원제도 개선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두 가지 고민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연상호 감독이 쓴 글의 내용 중에 '크리에이터나 기획 회사에게 돌아가는 것은 작업이 완성된 후 판권에 대한 부분을 적절한 비율로 국립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나누도록 하는 것'은 좋고 지원제도가 '자신이 전에 투자한 부분을 지원금을 받아 메꾸려고 하는 행위'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은 옳다.
다만, 몇 가지 노파심과 우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그건 지원금을 스태프들의 임금으로 돌리게 된다면 그 어떤 기획사, 크리에이터도 지원제도에 신청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을 뿐더러 신청을 한다고 하더라도 역시 스태프들과 모종의 계약을 통해 지원금이 역시 스태프들의 통장보다는 기획사나 크리에이터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이건 연상호 감독이 답글에서 말했듯이 '사람의 문제'일 수 있다.)
이는 다양한 편법으로 인해 스태프들의 불안한 처우가 조성될 우려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건데 반복되는 말이긴 하지만 스태프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할 때 기획사나 크리에이터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스태프들에게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지원금을 빼돌릴 가능성이 많다. 게다가 스태프들이 기획단계에서 자신의 임금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고 대부분 기획하는 측에서 조정하기 때문에 오히려 저임금으로 기획안을 올릴 가능성이 많다. 결국 '돈'이 어디로 흘러 들어가느냐는 운영의 측면에서 약간의 긍정적 효과가 발생할지언정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란 뜻이다.
NFBC와 같은 '국립애니메이션스튜디오'가 생긴다면 여러가지 시도와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겠지만 현재 상암동에 있는 컨텐츠진흥원이 설립된다는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당시에도 그곳이 마치 '국립애니메이션스튜디오'와 같은 곳이 될 거라는 예측이 무성했었는데 컨텐츠진흥원 또는 그에 배정된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대해 특혜를 선점하려고 하는 몇 개 단체들의 충돌, 의견불일치 등으로 인해 결국 과거를 답습하는 정도의 '선'에서 정리가 된 걸 생각해보면 '설립'보다는 '해법'에 더 고민이 들어가야 하지 않나 싶다. 페어플레이를 할 수 있는, 공신력이 있는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제도는 또다시 문제점을 양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현재 지원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이 있다면 그건 '지원제도 운영'에 대한 것이다.
지원제도의 운영 핵심에 심사위원들이 있다. 문제는 현재 대다수의 심사위원들이 '글로벌', 'OSMU', '흥행', '다양성'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심사위원 개별의 능력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말하는 각 사항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된 데이터 혹은 경험치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심사위원의 구성원을 보면 대체적으로 애니메이션 회사 대표, 애니메이션 PD, 방송국 PD, 대학교수, 각종 행사 기획담당자, 기관 정책담당자 등으로 구성된다. 그들이 말하는 '글로벌', 'OSMU' 등등은 현장에 있는 감독, PD, 스태프들도 이야기하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다. 그들이 말하는 시장에 대한, 혹은 데이터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물론 이는 그들'만'의 문제라고 보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성공한 케이스라는 게 전무한데 어떤 데이터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반드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사위원이 되어야 한다.(다들 전문가라고 말하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또한 지원제도를 통해 지원금을 지급한 후에 제작되는 과정 등을 제대로 관리하느냐다. 물론 정책담당자들(실무자) 역시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한 적이 있거나 그쪽 분야 종사자일 경우도 많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가장 편한 관리는 지원금을 받은 쪽에서 알아서 해오게 하는 방법이다. 어떤 꼼수를 쓰던 간에 서류만, 결과물만 있으면 되는 관리방식이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매니징한다면 프로젝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여러가지 방법들을 함께 고민해줘야 한다. 어려운 관리방식이다. 쉬운 관리방식을 택하면 관리도 쉬울 뿐더라 자신의 위치가 바로 '권력'이 된다. 스태프들에게 직접 돈을 주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프로젝트 관리만 제대로 하면 지원금의 용처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으며 스태프들도 제대로 임금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지원제도는 지원제도로만 끝나서는 안된다. 사후처리를 해줘야 한다. 정부지원금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더 많은 곳에서 상영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영화제에서 본선에 올라가거나 수상을 하는 것만으로 '실적'을 이야기한다. 지원제도가 '영화제 수상작품 만들기 지원제도'가 아닐텐데 사후관리를 너무하지 않는다. 그게 지원금을 받은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 그건 현실상황을 정말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큰 회사에서도 TV방송국과 이야기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 극장 하나 잡아 상영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 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영화 쪽에서는 잘 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면 더더욱 할 말이 없다. 영화 쪽은 기획사, 투자사가 애니메이션 쪽에 비해 월등히 많다. 아니, 애니메이션 쪽에서는 전문투자사도 없을 뿐더러 전문으로 마케팅을 하는 회사도 드물다. 애니메이션 종사자들은 그 스스로가 모든 걸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다양한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상업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그 중에 성공하는 모델이 몇 개라도 등장하도록 지원제도가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사위원의 선정부터, 제도의 운영 및 지원제도로 만들어진 작품의 사후관리까지 운영관리제도가 보다 촘촘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만약 '대박'나는 작품으로 '돈'을 벌고 싶은 게 목적이라면 지원제도의 방향성을 좀 더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겉으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주식투자자의 심정으로 지원제도를 운영하면 안되는 것이다.
사실, 지원제도는 제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일회성' 역시 한계가 있지 않나 싶다. 자금력이 어느 정도 되는 회사는 가끔 '보충하기 위해' 지원제도를 활용하기도 하고 상황이 좋지 않으니 '지원금'이라도 받아 운영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개인, 소규모 팀, 작은 회사들은 '지원제도'가 아니면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차저차해서 지원금을 받아도 덩치가 작은 쪽은 '지원금의 유효기간'이 끝나면 다시 처음부터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원제도가 단발성인 경우가 많다보니 '한 번 타 먹으면 그만!'이란 심정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스태프들의 안정은 '고용안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불가능한 것이다.
반복되는 '일회성'은 '안정적인 미래'를 담보하기가 어렵다. 물론 그 일회성 역시 필요한 곳이 있으니 계속 유지가 되는 것이겠지만 관리할 능력과 의지만 있다면 오히려 '일회성'을 '지속성'으로 전환할 방법은 많다. 지원제도의 성격을 수정보완할 수도 있지만 지원제도에 들어가는 비용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방법들도 많다는 뜻이다. 정부시책은 '실적위주'에서 벗어나 애니메이션이 소비되는 시장을 형성하는데 비용을 사용해야 한다.
문득 이런 고민이 생긴다. '지원제도'는 필요악인가. 또는 '지원제도'는 만능(萬能)인가. 이건 분명해 보인다. 현재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을 하는 사람치고 자신의 처지가 불안하지 않은 사람없고 갈수록 미래는 암울하게 보이는데 시장은 형성조차 되어있지 않고 자신의 꿈과 미래를 위해 바쳐야 할 목적이 점점 빛을 잃어간다는 것. 그런 상황에서 '지원제도'는 때론 한줄기 희망이 되기도 하고 절망이 되기도 한다는 것.
국가차원의 어떤 '지원제도'나 애니메이션계의 '시스템', 교육에 대한 '방법과 문제'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지만 아직까지는 자잘한 편린들이라 스스로도 쉽게 정리가 되지 않을 뿐더러 여러가지를 고려하다 보니 글을 쉽게 쓰기가 힘들다. 여기엔 일정부분 '자포자기'라는 심정도 작용하긴 한다.
2009년 2월 18일 수요일
Blood : The Last Vampire (2009, Live Action)
2008년 11월 14일 금요일
오호라 공주 - 그분이 오신다 삽입 애니메이션
제작: STUDIO DADASHOW
오호라 공주 (13일 오후 7시 45분 방영 분)
STUDIO DADASHOW STAFF
프로덕션 매니저: 연상호
연출: 하명석
콘티: 하명석
원동화: 하명석, 김혜진
칼라: 김혜진
배경: 우제근
편집: 김승인
완전 오덕스러운 60-70년대 풍 애니메이션. 즐거운 작업이었다. 옛날 느낌을 내기 위해 그림부터, 배경, 그리고 효과까지 나름 신경 쓴 작품이다.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똘이장군"과 같은 느낌을 뽑아달라는 주문에 스태프들 모두가 즐겁고 신나는 작업을 했다. 배경이 돌아가거나 오호라 공주 변신하는 장면이나 변신 후에 눈에서 빛이 반짝이는 장면 등 모두 되도록 더욱 촌스럽고, 옛스럽게 하기 위해 신경썼다.
연감독을 비롯해 스태프들은 작업을 끝내놓고 이런 식의 느낌으로 (시리즈, OVA)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좋겠다며 오덕스럽게 낄낄댔다. :) 시트콤 속에서 "오호라공주"가 아주 제대로 자진방아 변신하는 걸 보니 기분이 므흣~했다.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한 번 등장한다고 하니 못보신 분들은 꼭 챙겨보시길.(오늘 저녁 방송분에서 다시 소개되었다. 헙!) 다음 번엔 수영복이다.
"에헤라디야, 에헤라디야, 자진방아를 돌려라~!...벼어언시이인~!!!"
2008년 11월 12일 수요일
고스트X project 01_퀴샤크의 도전장 - Promotion Movie
고스트 X project 01_퀴샤크의 도전장 _ Promotion Movie
기획 : JCE
제작: STUDIO DADASHOW / JCE Media & Service dept.
STUDIO DADASHOW STAFF
감독: 고세윤
프로덕션 매니저: 연상호
작화 감독: 김창수
3D CGI: 연찬흠
편집: 김승인
원화: 고세윤, 김창수, 연상호, 하명석
배경: 연상호
동화 & 칼라: 가이 무비
후반 작업 및 마스터링: JCE Media & Service dept.
여름부터 시작된 고스트X 프로젝트 프로모션 동영상 작업. 다른 작업에 비해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퀄리티와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집중하다보니 시간이 생각보다 꽤 걸린 작업이었다. 먼저 만들었던 영상은 추후에 공개될 예정이고 나중에 만든 "퀴샤크의 도전장"이 먼저 공개되었다.
아쉬움이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다. 하지만 열심히 만들었다. 편집과 합성/효과를 진행하다보면 잘 모르는 부분도 있어 에둘러가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배우기도 하고 새로운 걸 얻어내기도 한다. 그래서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즐거운 시간이고 소중하다.
작업이 때론 힘들었지만 누군가 이 동영상을 보고 "고스트X"라는 게임을 하고 싶어지거나 관심이 생긴다면 그것으로 작업결과에 대해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
2008년 9월 1일 월요일
6월항쟁 애니메이션 - 잘못을 바로 잡는 힘
제작: 스튜디오 다다쇼 / (사)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감독: 김창수
프로듀서: 연상호
각본: 김승인/연상호
원/동화: 김창수,장진열
디지털칼라: 연찬흠
배경: 연찬흠/연상호
편집: 김승인
사운드 디렉터/음악: 오윤석 (복화술)
사운드 어시스턴트: 오길원 (복화술)
출연: 전숙경/홍진욱
애니메이션 <잘못을 바로 잡는 힘>은 "인터넷으로 만나는 6월항쟁" 홈페이지에 접속하신 후 "인터넷 6월항쟁 기념관"으로 들어가셔서 메뉴 중 전시관-6월민주항쟁 애니메이션을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사)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에서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하는 것 외에 사업회 측의 허락을 받아 블로그에도 업로드를 했습니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라 청소년 및 성인들이 보기엔 재미가 덜할지도 모르겠지만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거나 상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에 삽입된 동영상을 보다보면 최근 시청 및 광화문에서 벌어진 촛불시위와 공권력의 대치상황을 그대로 재현해 보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20년이 흐른 지금에도 변하지 않고 깨지지 않은 건 견고한 계급 뿐인 듯 합니다. 권력, 돈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격차는 조금도 좁혀지지 않고 오히려 커지고 있으며 20년 전 쟁취했다던 민주주의정신은 온데간데 보이질 않습니다. 대의민주주의를 통해 민의를 투사해야 할 정치인들은 이전투구만 일삼으며 자신들의 꿈만을 실현하는 나라만들기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현재와 미래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짧은 애니메이션이지만 애니메이션을 보고 난 후 현재의 상황에서 잘못되고 있는 '무언가'를 발견해낼 수 있거나 참으로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87년 6월을 담은 동영상이 나올 때 20대 초반의 대학생이 하던 말이 떠오르네요.
"와~ 저거 실제로 있었던 일이예요?"

2008년 8월 13일 수요일
잘못을 바로잡는 힘 - 6월항쟁 교육용 애니메이션
감독: 김창수
프로듀서: 연상호
시나리오: 김승인, 연상호
원화: 장진열, 김창수
동화: 장진열, 김창수
스캔/칼라: 연찬흠
배경: 연찬흠, 연상호
편집: 김승인
사운드디렉터/음악: 오윤석(복화술)
사운드어시스턴트: 오길원(복화술)
음향: 복화술
출연: 전숙경, 홍진욱
제작: STUDIO DADASHOW / (사)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사)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의 의뢰로 제작하게 된 "잘못을 바로잡는 힘" 애니메이션. 초등학생(저학년)을 대상으로 6월항쟁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기획/제작된 교육용 애니메이션이다. 스튜디오 다다쇼의 정예스태프들이 짧은 시간 안에 만든 작품이다. 다른 일들과 겹쳐 바쁜 와중이었지만 며칠 전 모두 완성이 되었다. 내용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극히 교육적인 내용이라 성인들이 보기에는 별로 재미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1987년 6월항쟁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작품 프리뷰를 슬쩍 보던 대학새내기가 "어? 저게 언제적 이야기에요? 저거 사실이에요?"라고 묻는걸 보니 대학생들에게 보여줘도 될 것 같다.
애니메이션에 삽입된 당시의 기록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87년 6월과 2008년 6월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전혀 다른 시대를 살고 있으면서도 거의 흡사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는 지금의 상황이 씁쓸하다. 6월항쟁을 기념하고 알리자는 애니메이션이 마치 지금의 시대를 비판하고 설명해주는 애니메이션이 되어버린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다.
애니메이션 퀄리티가 아주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시간과 비용, 인력의 투입정도에 비하면 꽤 모양이 잘 빠졌다. 언제쯤 대중에게 공개될지는 모르겠지만 내부시사가 끝나고 나면 인터넷으로 혹은 DVD로 소개가 될 거라고 하니 조만간 직접 감상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애니메이션 주인공 아이의 이름은 "류얼", 주인공을 괴롭히는 아이 이름은 "나두한" 고의성 다분한 작명센스지만 과거가 과거로 존재하지 않고 현실에서 되살아나 망령을 부리고 있는 꼴을 보자니 좀 더 노골적으로 해버릴 걸 하는 생각도 든다.
2008년 6월 4일 수요일
<사랑은 단백질> 예고편 ver.02
늘 느끼는 거지만 짧은 호흡, 빠른 컷으로 무언가를 묶어내는 건 쉽지 않다.
울지 못할 비극
웃지 못할 희극
일상 다반 코믹 비극
세상을 살다보면 난처한 경우가 얼마나 많나.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들. 아주 처절하고 잔혹하지만 쓴 웃음만 나오는 상황들. 세상은 늘 그렇다. 그 안에서 엉켜붙어 살갗을, 마음을 부비며 살아간다.
2008년 5월 2일 금요일
세상엔 두 종류의 애니메이션이 있다.
세상엔 두 종류의 애니메이션이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지브리)"표 애니메이션과 "PIXAR"표 애니메이션.
물론 개인적으로 더 좋아하는, 훌륭한 작품이라 생각되는 작품들도 많을 수 있지만 여러매체에 노출되고 많은 사람들이 본 작품 중에서 BEST 12라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을 한다는 건 대부분의 경우 "미야자키"와 "PIXAR"를 롤모델로 해야한다는 시장논리(고정관념)와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2008년 3월 30일 일요일
제7화 애들아, 우리... 통닭 시켜 먹을까?

상황1 "우리... 족발 안 시켰는데요?"

극 중 안경 쓰고 머리 둥그런 재호가 돼지사장에게 던지는 대사다. 우린 족발도 시키지 않았지만 족발의 유혹이 있을 법한 야근도 하지 않았다. 총 인원 7명, 170여 컷, 원화 4,000여장, 동화 10,000여장, 11개월-2,000여 시간, 세계 노동자들의 평균 근로시간을 준수했고 잔업과 야근은 없었다.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은 모두 쉬고 여름 휴가도 다녀왔고 추석과 2008년 설도 잘 쇠었다. 우리는 그저 아침 10시에 나와 저녁 7시 까지 각자 맡은 바 일을 꾸준히 해왔을 뿐이다.
더미 애니메이션(Dummy Animation)과 선녹음 등의 새로운 제작시스템을 만들고 구축하며 시작한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 제작이 2007년 4월부터 봄과 여름, 가을을 보내고 겨울의 한 복판에서 다시 봄을 기다리며 완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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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전, 연상호 감독은 현재 다다쇼(Studio DADAShow) 스태프들에게 <사랑은 단백질>을 내밀며 함께 작업하자고 제안을 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우리들은 함께 모여 후라이드 & 양념 통닭을 시킬 때와 같은 설레는 마음을 놓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작품을 완성시켜왔다.
연상호 감독: 오래 전부터 최규석의 원작만화 <사랑은 단백질>을 애니메이션화 하겠다는 의지가 있었죠. 게다가 어떤 식으로 만들겠다는 방향성과 목표도 분명히 정해져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완성되는 시점에 이르고 보니 처음에 의도했던 바대로 만들어졌는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네요.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생기구요. 연출의도가 흐려지는 부분이 생길 때마다 스태프들이 맡은 바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해주었기 때문에 적어도 관객들과 만나기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작품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작품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전적으로 관객의 몫인데 만약 <사랑은 단백질>을 재미있어 하는 관객이 있다면 그건 우리 스태프들이 노력해 준 성과가 나타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만약 작품이 재미없다고 느끼는 관객이 있다면 그건 모두 감독의 연출력이 무르익지 못한 책임 때문입니다.
스태프를 끔찍이도 아끼는 연상호 감독은 "네 덕, 내 탓"의 가치를 공고히 했다. 자신은 작업의 끝자락까지 몰아 학대하면서도 스태프들의 개인적인 사정과 상황은 모두 다 수용하는 이상한(?) 사람 연상호 감독은 척박한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환경에서 주말과 공휴일은 쉬면서도 철저하게 노동시간을 준수하는 (말도 안 되는) 제작환경을 마련했다.
그러나 야근은 단 하루도 허용되지 않았던 다다쇼의 작업환경 속에서 제작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놀랍게도 일정보다 훨씬 앞서 작품이 완성되었다. 이는 연 감독을 비롯해 그와 의기투합한 스태프 각자의 자기역할 수행능력이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연찬흠 기술감독: "더미 애니메이션(Dummy Animation)"이라는 것을 처음 시도했던 작업초기에는 결과물이 어떨지 예측이 되지 않아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하지만 작업을 진행해 나가면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고 보니 대체적인 작업라인이 보이게 되더군요.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와서 안도를 했습니다.
제가 <사랑은 단백질>에서 담당한 부분은 작품에 필요한 모든 3D작업이었는데요. <사랑은 단백질>의 완성 결과물은 비록 2D 애니메이션이기는 하나 3D 더미를 기본 골격으로 해서 작화를 하는 방식이었기에 혼자서 작업하기엔 3D 작업량이 생각보다 많았죠. 게다가 더미 애니메이션이 빨리 완성이 되어야 그것을 바탕으로 작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작업 속도 또한 빨라야 했습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3D 작업을 할 때 작품에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나눠보았죠. 예를 들면 모델링에서는 가능한 한 로우 폴리곤으로 표현하면서도 3D 모델을 바탕으로 작화를 할 때 캐릭터의 특징이 잘 살아나도록 하는 것처럼요. 불필요한 디테일을 최대한 제거하고 작업을 한 것이죠.
배경 작업이나 키 애니메이션을 진행할 때 각 씬을 처리하기 위한 시간의 안배가 관건이었는데 중요한 씬 작업을 할 때는 당연히 작업시간을 많이 가졌지만 비교적 덜 중요한 부분은 작업과정을 과감히 생략해가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씨름했습니다. 그 결과 3D 더미 애니메이션 작업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일찍 마무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미 애니메이션이 첫 실험이었던 탓에 완성화면을 보았을 때는 몇몇 장면이 아쉽게 느껴지더군요. 왠지 모르게 3D 애니메이션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관객들이 어떻게 보고 받아들일지 모르겠네요. 다음 작업을 할 때는 2D 애니메이션 느낌을 좀 더 살려낼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 키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작업이 아주 디테일하거나 사실적인, 고도의 테크닉을 요하는 작업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감각적인 작업을 요하는 부분이 많아서 쉬운 작업이 아니었던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좋은 경험이었고 다음 작품의 완성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상황3 "웃기라고 한 말 아냠마..."

애니메이션은 관객과의 소통이 이루어질 때 생명력이 강해진다.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감독과 스태프 간의 소통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럴 때야 비로소 애니메이션을 향해 말문을 틀 수 있고 애니메이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알게 되는 것이다. 만약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 소통의 부재가 발생하면 작품이 완성되고 나서도 관객들과 제대로 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정현욱 미술감독: 에니메이션에 간접적으로 참여해서 소소한 부분을 맡아 작업 했던 경우는 몇 번 있었지만 이번처럼 두 손 두 발 다 담그고 작업에 참여한 경우는 없었어요. 틈틈이 제대로 작업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차에 평소 알고 지내던 연상호 감독이 <사랑은 단백질>을 준비하며 함께 작업을 해보자는 제의를 해왔습니다.
제가 애니메이션 작업을 주로 해오지 않았던 터라 미술감독 제의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최규석 작가와도 친분이 있었고 <사랑은 단백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실제 인물과 공간 역시 나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번 작업에 이모저모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작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무튼 작업이 시작되고 난 후 연 감독과 작업에 대해 본격적인 상의를 하기 시작했음에도 애니메이션 경험이 부족했던 저는 작업 기간 동안 배경미술을 어느 정도 퀄리티로 만들어 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헤매야 했고 때론 적절한 선에서 완성도의 기준을 설정해야 했습니다.
정해진 일정과 정해진 작업량 그리고 여러 다른 의견들 사이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완성에 대한 기준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작업에 착수하고 수 개월이 지난 지금 일을 마무리 하며 돌이켜 보면 걱정하고 고민했던 것 이상으로 작품이 잘 나와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품 제작을 하다 보면 개인 작업이건 팀 작업이건 간에 아쉬움이 남길 마련인데요. 그런 아쉬움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본질적인 실력향상인 것 같아요.
<사랑은 단백질>은 원작이 있는 작품이고 완성도에 대한 기준 역시 감독의 머리 속에 확실히 자리잡고 있었지만 이를 실재화하는 과정에서는 제작 로드맵에 없는 여러 부분, 지형지물 등이 생기기 마련이라서 서로 간 의견조율을 통해 새롭게 추가하고 생략해가며 전체적 일관성, 어울림을 조율해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했어요. '작품활동'과 '노동(작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음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이호 Egrim 2D 매니저: 처음 <사랑은 단백질>의 제작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을 들었을 때는 큰 어려움은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다만, 삽화체 애니메이션이 그다지 많지 않은 한국 애니메이션 현실에서 <사랑은 단백질> 캐릭터를 잘 소화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걱정이 있었으나 실제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초반 캐릭터가 작업자들의 눈과 손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렸을 뿐 그 이후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작품 캐릭터에 그림자가 많아서 고생이 되긴 했습니다만 색다른 경험이었고 캐릭터 특징이 잘 살아있어 작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또 디지털 공정에서는 보통 캐릭터의 외곽라인의 칼라만 바꾸는 작업이 대부분인데 <사랑은 단백질>의 경우 외곽라인에 블랙이 아닌 다른 칼라로 블러효과를 적용해 형태를 완성하는 독특한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반 OEM방식을 주로 하게 되면 작업방식이 정형화되기 마련인데 <사랑은 단백질>을 접하면서 정형화된 작업방식을 탈피해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게 되어 좋았습니다. 수시로 감독님과 의견을 교환하면서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최소로 줄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상황4 "호홍~ 그거 닭 뼈 빻다가 물집 잡힌 거 아냐?"

동화작업 시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되도록 원화를 많이 그리는 것이었다. 원화를 그려내는 손에 물집이 잡히진 않았지만 정해진 시간에 작업량을 마치려면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되도록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아야 했다. 물론 각 스태프들이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면 엉덩이에 물집 잡히도록 앉아있었을지라도 제 시간에 마치진 못했을 것이다.
장진열 원화: <사랑은 단백질>은 제게 애니메이션이 나아갈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보여 준 작품이었습니다. <사랑은 단백질>의 작업방식은 기존의 애니메이션 제작방식과 현재의 기술이 어우러져 가장 합리적이고 빠르며 효과적인 진행과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작환경 역시 놀랍도록 잘 짜여지고 구축되어 정말이지 애니메이터의 한 사람으로서 이 작업에 참여해 좋은 경험을 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창수 작화감독: <사랑은 단백질>을 끝내면서 작업했던 7개월여를 돌이켜보니 참 즐겁게 작업을 했었구나 하는 마음입니다. 물론 중간에 지칠 때도 간혹 있었지만 그럴 때에도 다다쇼 팀의 유쾌한 에너지로 다시 힘을 얻고는 했던 게 생각납니다. 처음 작업 시작할 때의 열정을 작업하는 내내 유지할 수 있게 서로 힘이 되어준 연상호 감독님과 스태프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작품을 관객들 앞에 공개하는 일만 남았는데 보다 많은 관객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봅니다.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의미 있는 방점을 찍게 되는 건 다음 작품을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기에 아쉬움보다는 새로운 기대가 더 많아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여러 애니메이션 작품을 함께 보며 분석하고 연구했다. 대가(大家)라 불리는 감독은 왜 대가인지 다시 이해하게 되었고 도저히 우리 능력으로는 쫓아갈 수 없는 경지에 이른 듯한 연출, 레이아웃, 원동화, 칼라, 효과 등을 재발견하면서 스스로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것에 힘들어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들이 새롭게 만들어 냈거나 처음 시도했던 제작방식이 1년의 세월을 지내오며 효과를 보기 시작했고 자신감도 생겼다. 또 절대로 넘지 못할 것만 같은 성취를 이룬 대단한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많은 기술적, 감각적 표현들 역시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실제로 <사랑은 단백질> 속 몇 몇 장면들은 연구와 분석, 재창조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때로는 몇 번의 손가락 놀림으로 해결될 일을 좀 더 어렵고 힘든 방법으로 밖에 할 수 없는 상황도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사랑은 단백질>과 함께 한 1년의 시간은 모든 스태프들에게 성장할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이다.
상황5 "아저씨, 이제 닭돌이 그만 보내셔야죠."

머리띠를 하고 있는 꽃미남 홍찬이 닭사장에게 건네는 대사다. 이제 다다쇼 스태프들은 <사랑은 단백질>을 세상으로 내보내야 한다.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어 조금 더 다듬고 싶더라도 세상에 선을 보여야 한다. 부족한 부분들은 관객들에게 받게 될 냉정한 평가들로 채워질 것이다.
우리는 <사랑은 단백질>과 첫 대면을 하게 될 관객들부터 앞으로 이 작품을 기억하게 될 관객들 모두 많은 비평을 해주시길 원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발전과 부흥을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애니메이션의 회생은 시나리오와 연출에 대한 능력배양,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 도입, 풍부한 자본의 투자 등만으로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낡은 관습을 벗고 작품 본질에 대한 진솔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또한 작품들마다 무수히 많은 평가들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 긍정과 부정을 아우르는 냉정하고 날 선 비평이야 말로 <사랑은 단백질> 작품과 애니메이션을 하고 있는 우리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다.
상황6 "....언제나 우리 마음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을 거예요."

알타미라 동굴벽화부터 시작된 애니메이션의 역사 속에서 <사랑은 단백질>의 의미는 그저 한 점을 찍는 정도 밖에는 되지 않겠지만 그 점은 또 다른 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그 점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작동해 긴 선으로 확장되며 가시화될 것이다. 170여 개의 컷에 담긴 건 비단 <사랑은 단백질>의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시대의 고민과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삶까지 촘촘하게 담겨있다. 곧 세상을 향해 손을 내밀게 될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이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작품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반석이 되길 기대해본다.
지금 이 순간,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다다쇼 스태프들은 더 크고 깊은 호흡을 위해, 다시 또 관객들과 만나기 위해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의 열정은 좀처럼 지칠 줄을 모른다.
그 동안 7회에 걸친 "연상호 감독 신작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의 프로덕션 제작 스토리"를 지켜봐 주신 독자들께 스태프들을 대신해 고마움을 전하며 <사랑은 단백질>이 완성되기 전에 먼저 독자와 관객들에게 선을 보일 수 있도록 소중한 지면을 할애해 준 CGLAND 그리고 종종 늦는 원고 때문에 퇴근도 못하고 기다리며 마음고생이 심했던 최시내 기자님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후반작업이 한창인 <사랑은 단백질>이 곧 여러분들과 만나게 될 날을 기다리며 연재를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원문출처: 월간 CGLAND 3월호
2008년 3월 28일 금요일
제5화 컷과 컷 사이, 보이지 않는 예술 - 편집

글: 김승인 (스튜디오 다다쇼 프로듀서)
I. 영상을 완성하는 힘, 편집
맛깔스러운 스토리, 매력적인 캐릭터, 아름다운 배경, 화려한 그래픽, 현란한 특수효과… 이 모든 게 애니메이션(영화)을 볼 만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임엔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보다 영상을 더 볼 만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다름아닌 편집이다.
애니메이션에서의 편집은 영화와 달라서 최종 결과물을 가지고 편집할 수 있는 여지가 그다지 충분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편집은 대개 스토리보드 단계에서 많은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 게다가 스토리보드가 충실하지 못할 경우엔 애니메이션 제작기간 및 예산 집행에 큰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여러모로 스토리보드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된다.
하지만 스토리보드 단계에서 편집의 많은 부분을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크고 작은 문제들은 컷들이 완성되고 계획된 순서대로 배열하면서도 발생하기 마련이라서 이 때 다시 편집의 묘(妙)를 발휘해 완성본을 만들어야 한다.
<사랑은 단백질>의 경우 최규석 작가의 원작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흐름은 원작만화를 참고해 설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만화는 지면 위에서 펼쳐지는 예술인 만큼 지면 위의 레이아웃, 대사, 의성어, 칸의 활용을 기본전제로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영상물이기 때문에 만화의 모든 레이아웃을 고정된 화면 안에 새롭게 세팅하고 각 장면이 가져야 하는 시간(타이밍)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랑은 단백질>은 원작만화를 스토리보드로 옮기는 작업이 무척 중요했다.
연상호 감독은 스토리보드 작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랑은 단백질> 원작만화의 칸과 칸 사이는 애니메이션에서 컷과 컷으로 나뉘어졌고 말 풍선 안에 채워져 있던 문자들은 배우들의 녹음을 통해 대사로 재탄생 되었다. 더 중요한 것은 만화의 칸과 칸 사이를 지나고 있는 하얀 여백은 애니메이션의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 컷과 컷 사이를 흐르고 있는 시간(타이밍)으로 탈바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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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만화의 호흡과 정서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했어요. 만화는 페이지를 넘기며 흐름을 쫓아가다가도 어느 순간 멈춰서 캐릭터, 대사를 한 컷 한 컷 천천히 자신의 호흡에 맞춰 읽어내잖아요? 애니메이션에서는 한 순간을 놓치면 바로 다음 컷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관객의 자유의지는 사라지는 것이죠.
그래서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말하는 대사, 표정, 정서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고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그 호흡을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했습니다. 특별한 기교가 있다기보다 작품에 대한 통찰력이 필요했습니다.


스토리보드는 다시 애니메틱스(스토리보드 릴)로 만들어졌는데 애니메틱스를 수 차례에 걸쳐 보고 또 보면서 느낌이 부족한 부분은 Premiere나 After Effect에서 컷을 자르고 붙이고 시간을 늘이고 줄이면서 적절한 타이밍, 그리고 컷들의 유기적 연결과 움직임을 찾는데 노력했다. 이 때 기계적인 계산에 의해서 편집이 이루어지는 부분도 많지만 확실한 판단과 좋은 타이밍은 연출자의 감각에 상당부분을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연 감독은 이런 방면으로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좋은 애니메이션을 수십 번 씩 보는 습관이다. 사람마다 편차가 있긴 하겠지만 연 감독의 이런 습관은 세밀한 감각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토리보드(혹은 애니메틱스)를 잘 만들어놨다고 할지라도 애니메이션 제작이 마무리 될 즈음엔 다른 부분이 꽤 많은 결과물을 손에 쥐게 마련이다. 그 중 하나는 타이밍에 대한 차이인데 이는 스토리보드에 원화, 동화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타이밍 감각에 대한 오차 문제가 대부분이다. 스토리보드 역시 만화와 마찬가지로 지면을 활용하여 분할된 프레임 안에 컷을 채워가는 방식이라서 각 컷의 길이(시간)를 연출자의 감각만으로 결과물과 똑같이 정확하게 정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경험이 풍부한 연출자의 경우 초, 프레임 단위까지 표시를 해두지만 대부분의 경우 초 단위, 혹은 10단위 프레임 정도로 정하게 된다. 이를 근거해 애니메틱스로 만들어 실제 시간의 길이를 가늠하게 되는고 이 때 정하게 되는 시간은 (정확하진 않지만) 대부분 결과물과 일치한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원화, 동화가 없는 상태에서는 컷의 흐름이 느리게 느껴지거나 빠르게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과정을 더 명확히 결정하고 넘어가기 위해서는 애니메이션이 보다 많이 들어간 애니메틱스가 필요했다.
연상호: 메인 프로덕션을 진행하기 전에 컷 별 동영상을 만들어 전체를 이어 붙여 확인해봐야 했어요. 더미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활용한다면 보통 스틸 이미지로 만들어진 애니메틱스보다 더 확실한 타이밍과 연출의 흐름을 잡아낼 수 있으니까요. 정해진 시간, 정해진 예산을 계획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할 관문인 셈이었던 거죠.


물론 원화, 동화를 위한 준비로써 더미 애니메이션-컷 별 동영상을 만들기도 해야 했지만 감독의 작품에 대한 연출과 호흡을 정밀히 다듬기 위해 전체 분량에 해당하는 컷 별 동영상을 묶는 작업에 속도를 올려야 했다.
<사랑은 단백질> 초기 편집은 과장하자면 마치 영화 촬영 현장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방식과도 같았다. 이미 스토리보드로 연출의 감을 잡은 연 감독은 더미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캐릭터들의 동선과 위치를 보며 "컷!"과 "오케이!"를 외쳤고 그렇게 결정된 컷들은 다시 대사 사운드를 얹혀 스토리보드에 표시된 각 컷의 길이대로 편집을 했다. 그런 후 연 감독은 다시 컷과 컷의 이음새는 물론 컷 내에서 일어나는 움직임과 프레임의 간극, 호흡들을 검토하며 결정을 하게 된다. 이렇게 결정된 컷들은 각 스태프들의 손에 의해 원화, 동화, 배경, 칼라까지 완성된 후에도 최종 마스터링을 위해 다시 한 번 연 감독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초기에 편집방향이 결정되지 않으면 프로덕션 진행이 어려워지고 복잡해질 뿐만 아니라 최종 편집을 할 때도 기준을 잡지 못하고 헤매게 된다. 그런 면에서 영화와 크게 다르다고 볼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애니메이션 작품은 "스토리보드가 잘 나오면 작품의 50% 이상은 끝난 셈"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컷들이 속속 완성되고 있는 요즘, 연 감독은 매일매일 스토리보드, 애니메틱스, 완성된 컷들을 살펴보면서 작품의 정서, 흐름을 세밀하게 다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II. 프레임 안, 채워지는 시간
이 외에 각 컷들을 완성해가는 아주 작은 범주로서의 기술적인 편집도 있을 수 있겠는데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 17번 컷과 같은 경우가 그렇다. 17번 컷은 돼지 사장이 스쿠터를 타고 배달을 나가는 설정으로 원작만화에는 없는 컷인데 앞, 뒤 컷의 맥락과 주인공들의 감정선의 완급조절을 위해 연 감독이 창작해서 삽입한 컷이다.

연상호: 없는 컷을 만들어 삽입하는 것이 어려운 건 아니죠. 중요한 것은 새롭게 만들어 삽입하는 컷이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원작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관객들의 감정 흐름에 도움을 주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늘 관객들의 감정 흐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미지를 보다 정교하게 만드는 건 그 다음 일이죠. 그래서 늘 작품의 호흡과 흐름에 대해 고민합니다. 진척이 없을 때에는 혼자 끙끙 앓죠.만화는 독자의 자유의지에 따라 만화를 읽는 호흡을 조절할 수 있고 칸과 칸 사이의 빈 여백을 통해 독자 스스로가 상상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은 시간 위에 얹혀진 이미지와 이야기를 가지고 진행되는 방식이므로 시간이 흘러 지나가고 나면 다시 돌이켜 볼 수 없기 때문에 관객이 상상해야 할 부분을 되도록이면 영상으로 재현해서 보여줘야 한다.
원작이 있는 애니메이션이든 오리지널 창작 애니메이션이든 감독(연출자)은 원래 계획했던 이야기에 따라 애니메이션의 컷과 프레임을 요리해서 의도하는 바를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때 컷과 프레임을 어떤 레서피를 가지고 요리하느냐는 전적으로 감독의 역량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 감독 역시 <사랑은 단백질>을 연출하면서 작품과 관객과의 소통에 대한 부분을 가장 많이 고민했고, 고민 중이다.
17번 컷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돼지 사장이 스쿠터를 타고 배달하는 장면"이란 설정에서부터 시작한다. 앞, 뒤 컷을 보면서 최적의 레이아웃을 설정한다. 배경 작업이 진행되고 돼지 사장과 스쿠터를 3D 더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다. 후반작업에 들어갈 스쿠터 사운드 이펙트를 염두에 두고 스쿠터가 언제 골목 안으로 진입할 것인지, 빠져나가는 속도는 어느 정도가 좋은지를 정한다. 그리고 스쿠터로 인해 빛의 흐름과 반사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해 결정한 후 최종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연상호: 새로운 작업은 늘 즐겁습니다. 아니, 어떤 작업도 제겐 늘 즐거움을 줍니다. 공간을 살아 숨쉬게 만들고 캐릭터를 보내서 시간을 채운 후 그 시간을 다시 다듬는 작업은 큰 흐름을 스케치하든 디테일을 새기든 간에 재밌다는 거죠.이로써 17번 컷은 원작만화에서도 주어지지 않았던 프레임을 확보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돼지 사장이 스쿠터를 타고 배달 가며 주인공들 사이의 시간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17번 컷과 같은 꽤 많은 양의 컷들이 연 감독에 의해 새롭게 창작되거나 재해석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컷들은 편집 프로그램에서 "Render" 키를 누르기 전까지 프레임 단위로 쪼개져 잘려나가거나 다시 붙여지거나 하면서 끊임없이 최적 타이밍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과의 힘겨루기를 해야 한다.
애니메이션의 컷과 컷,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는 매 순간 애니메이터들의 고민과 노력으로 무한 확장되고 있음을 느낀다.
원문 출처 : 월간 CGLAND 2008년 1월호
2008년 3월 25일 화요일
제4화 시간의 움직임을 연결하다.

시간의 움직임을 연결하다.
원화는 기대 이상이었다. 오랜 시간 속에서 열정과 애정으로 애니메이션 작업을 해왔던 김창수, 장진열 두 사람과 실력과 뚝심으로 이제 애니메이션에 대한 열정을 발산하려고 하는 최재훈 까지 세 사람은 정해진 시간 내에 최선의 퀄리티를 만들어냈다. 우리는 이들이 그려낸 원화 사이의 공백을 어떻게 채워 넣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 동화를 내부 인력으로 구성해 진행하고 싶어했다.
연상호: 이번 캐릭터들은 그려내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라서 외주로 진행할 경우 의사소통이 바로바로 되지 않으면 작업하는 사람이나 관리 감독하는 사람 모두 지칠 것 같아요. 게다가 전 진행되는 과정을 계속 지켜봐야 안심을 하는 편이라서...
물론 나 역시 연 감독의 생각에 동의한다. 작업과 관련된 소통, 시간 및 일정 관리, 퀄리티의 확보 등을 생각하면 동화 작업은 내부에서 진행하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현실은 늘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동화팀을 내부 인력으로 구성할 공간, 장비가 확보될 수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외주업체를 선택해야만 했다. 마침 동화/칼라 외주업체인 e-grim을 소개 받게 되었는데 정해진 예산 때문에 서로 비용을 조정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쉽게 이야기가 풀렸다. 서로의 조건에 대해서는 조금씩 양보해가며 작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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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단백질>의 동화 매수는 다른 작품과 비교해봤을 때 거의 극장판에 육박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모든 컷에서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데 이는 연상호 감독이 매 컷마다 캐릭터들의 연기와 내용의 흐름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며 공을 들였기 때문이었다. <사랑은 단백질>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감정의 흐름인데 그걸 연출하고 표현하려다 보니 매 장면에서 캐릭터들이 희로애락을 표출하며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어야 했다.

연상호: <사랑은 단백질>과 같은 작품에서 중요한 건 감정의 흐름을 어떻게 배치해 놓느냐죠. 이같은 작품에서 액션의 크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주인공들의 표정, 손동작, 고개의 움직임 등 미세하지만 그들의 감정이 드러날 수 있는 연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것 때문에 동화 작업자들을 괴롭게 하긴 했지만요.
연 감독의 말처럼 <사랑은 단백질>의 연출방식은 그대로 원화와 동화 작업에 반영이 되어 작업자들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하지만 피해갈 수 없었다. 원화는 그나마 수월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동화 작업자들은 각 캐릭터들의 작은 동작, 몸과 얼굴 표정의 형태를 유지하며 초당 24프레임을 그려내야 했기 때문에 더더욱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 번에 언급했듯이 <사랑은 단백질>의 캐릭터들은 그리기가 참 까다로운 편인데 e-grim에서도 역시 처음 동화 테스트를 할 때 형태가 연 감독이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아 무척 애를 먹었다. 캐릭터가 제대로 모양새를 갖추고 별 무리 없이 진행이 될 즈음엔 미묘한 움직임을 계속 그려내야 하는 것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수 많은 한국 애니메이션 중에 시도해보지 않은 여러 방법들을 실현하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작업 과정이 어려웠던 만큼 분명 좋은 결과로 노력에 대한 대가를 보답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동화 작업자들은 보통의 경우 동작이 큰 액션장면이나 몸 전체를 움직이는 장면들이 많을 경우 동화 작업을 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고 하는데 <사랑은 단백질>은 몸을 움직이는 폭이 무척 작은 반면에 표정과 같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장면들이 많아 동화 작업을 하는 사람 입장으로서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시피 한 똑같은 장면을 계속해서 그리는 셈이 되어서 지루하기도 할 테고 조금이라도 선이 틀려지면 바로 리테이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이는 작업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e-grim은 동화/칼라 외주업체라서 여러 작품을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작업자들이 <사랑은 단백질> 동화를 무척 부담스러워해서 기피하는 현상까지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는 그림자 구분선도 한 몫을 했는데 가령 일반 애니메이션의 경우 색 지정은 2단계로 해서 원래의 색과 그림자 색 두 가지로 나누어 진행한다. 그런데 <사랑은 단백질>의 경우 모든 장면에 원래의 색, 그림자 색에 하일라이트까지 첨가했으니 그 구분선 중에 어느 한쪽이라도 위치를 벗어나게 되면 리테이크가 발생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업 발주를 주는 쪽이나 일을 받는 쪽이나 모두 꼼꼼히 확인해야만 해서 신경이 몇 배 더 쓰일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럴 때는 캐릭터 형태 및 그림자, 하일라이트 등에 대해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예측하고 데이터를 준비해 두고 있어야만 작업 지시와 확인과정을 포함한 전 공정에서 문제가 최소화 할 수 있다.
연상호: 처음에 조금 욕심을 부린 면이 없지 않아 있어요. 퀄리티를 높여 정말 좋은 그림을 뽑아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림자 부분을 너무 복잡하게 설정한 걸 조금은 후회하고 있어요. 욕심이 과했다 싶었죠. 오히려 그림자와 하일라이트에 집중되는 시간과 노력을 줄였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은 차기작에서 반드시 만회할 겁니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사랑은 단백질>의 주된 배경은 반지하 자취방이다. 반지하 자취방이란 배경설정은 배경 작업 진행에 장점과 단점을 모두 안고 있었는데 장점은 공간의 변화가 많지 않다 보니 방 배경에 필요한 모든 소품들을 3D로 설계 및 설정한 후 원하는 레이아웃을 손쉽게 얻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고 단점은 공간의 제한 때문에 작품의 흐름이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고 똑같은 공간 내에 다른 빛의 표현을 하는 게 무척 까다롭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원작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선택의 폭이 적을 수 밖에 없었다.
일단 연찬흠 기술감독은 원작에 근거해 자취방의 전체 구조를 설정했다.(연재 2화 참고) 3D로 설정된 배경은 이미지로 출력된 후 정현욱 배경감독에게 넘어가 선 및 칼라 작업이 다시 진행되기 때문에 전선 한 가닥조차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만화 속에서 산발적으로 보이는 배경의 모든 소도구를 하나로 조합해 3D 프로그램 안에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그 가상의 공간을 다시 현실세계로 가져오는 작업은 손에 잡힐 듯한,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한 배경을 만들어 냈고 그로 인해 캐릭터들도 그 안에서 더욱 생기를 띄게 되었다.
연상호: 3D로 설정한 배경과 만화에서 보이는 배경의 느낌을 일치시키는 게 중요했어요. 작업의 효율성을 고려해 3D로 배경 설정을 했지만 최종 결과물은 만화에서 봤던 이미지의 발전된 형태여야 했거든요. 3D지만 3D가 아닌 느낌, 게다가 3D로 작업한 결과물은 어떻게 해도 기계적인 느낌이 있기 때문에 프린트 출력한 3D 이미지 위에 연필로 다시 선을 따고 스캔을 받은 후 칼라 작업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처음에 많이 고민했던 부분은 광각 앵글이었는데요. 결국 적절한 방법을 찾긴 했지만 작업 초기엔 3D 공간 안에서 카메라를 바꿔가며 앵글을 설정해도 만화에서 보던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의 광각이 나오지 않더라구요.

3D로 추출한 이미지를 다시 라이트박스 위에서 연필로 외곽선을 따내고 그걸 다시 스캔 받아 채색하는 과정은 언뜻 보면 작업공정이 많아져 짐짓 미련해 보일 수 있지만 결코 그렇게 볼 수는 없다. 최대한 손 맛이 나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카툰 렌더링이 아니라 작업자의 손으로 다시 재가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세히 보면 손으로 빚어낸 배경 속에 3D 가상공간이 남아있음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분명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정현욱 배경감독은 배경에 색을 입혀가며 컨셉 이미지를 만들어낼 때가 가장 힘들다고 고백했다. 만화가 칼라로 작업된 것이긴 했지만 단순히 스포이드로 색을 추출해 입힌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애니메이션은 만화와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어트리지는 않되 새로운 창작물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만화 안에 있던 빛을 다시 재가공하고 만화 안에 있던 공간의 기울기를 재설정하는 과정은 만화를 원작으로 했기 때문에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과도 같았다.
캐릭터의 칼라도 마찬가지였는데 지면으로 마주하던 캐릭터를 살아 움직이게 하며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으로 재탄생 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했던 건 캐릭터의 흐트러짐 없는 형태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칼라 설정이었다. 그림자의 크기, 얼굴의 홍조, 옷의 칼라들이 배경과 마찬가지로 만화를 보듯 자연스럽지만 그 자체로 창조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연상호: 처음에는 배경 칼라를 어떻게 설정해도 원하는 느낌이 나오지 않더라구요. 규석이와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 이야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원작이 눈 앞에 있고, 데이터가 어느 정도 갖춰진 상황에서 새로움을 창조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번 작품 배경 설정에서 신경을 많이 썼던 건 칼라의 배치보다도 빛의 흐름이었습니다. 일본이나 미국 애니메이션에서 익숙하게 보던 빛의 흐름이 아닌 저희들이 살고 있는 공간의 빛, 만화 속의 빛을 배경에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했습니다.
로토스코핑 기법을 활용한 <지옥>의 연상호 감독은 <사랑은 단백질>에서 진일보하고 있다. 중단편 애니메이션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넘어 전작의 문제점을 해결해가며 더 나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작업 공정과 방법을 찾아 스스로 변태(變態) 중이다.
<사랑은 단백질>은 만화와는 또 다른 느낌의 칼라와 공간의 활용을 보여줄 것이다.
원문 출처: 월간 CGLAND 2007년 12월호
2008년 3월 11일 화요일
로토스코핑
화면의 거의 전부를 실경 속에 적당한 인간이나 동물을 등장시켜서 촬영하고, 편집한 라이브 액션 필름에서 한 장면 한 장면을 소정의 크기로 확대하여 그 화면을 복사, 채색하고 셀화로 바꿔 그것을 다시 정확하게 1회 1장면의 비율로 촬영하여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든다.
인간이나 동물의 실사필름을 떠서 애니메이션 영화를 제작하는 방법은 오래 전부터 행해졌고, 디즈니 만화 등에서는 충실하게 실행되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본 데생으로 참조(參照)하고 만화적인 과장이나 데포르메(déformer)를 주로 한 독특한 성격의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또 같은 배경의 셀화 위에 움직이는 셀화만을 바꿔놓고 그 한 조(組)를 1회 2장면 정도로 생략하면서 촬영하는 것이 통례이기 때문에 자연히 사실성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 아하의 <Take on me> 뮤직비디오를 떠올려 보면 된다.
** 이후에 한국에서 조용필의 CF도 이 기법을 따라했었다.
위키디피아의 설명: http://en.wikipedia.org/wiki/Rotoscope
History:
The technique was invented by Max Fleischer, who used it in his series Out of the Inkwell starting around 1915, with his brother Dave Fleischer dressed in a clown outfit as the live-film reference for the character Koko the Clown.
Fleischer used rotoscope in a number of his later cartoons as well, most notably the Cab Calloway dance routines in three Betty Boop cartoons from the early 1930s, and the animation of Gulliver in Gulliver's Travels (1939). The Fleischer studio's most effective use of rotoscoping was in their series of action-oriented Superman cartoons, in which Superman and the other animated figures displayed very realistic movement. The Leon Schlesinger animation unit at Warner Brothers, producing cartoons geared more towards exaggerated comedy, used rotoscoping only occasionally.
Walt Disney and his animators employed it carefully and very effectively in Snow White and the Seven Dwarfs in 1937. Rotoscoping was also used in many of Disney's subsequent animated feature films with human characters, such as Cinderella in 1950. Later, when Disney animation became more stylized (e.g. One Hundred and One Dalmatians, 1961), the rotoscope was used mainly for studying human and animal motion, rather than actual tracing.
Rotoscoping was used extensively in China's first animated feature film, Princess Iron Fan (1941), which was released under very difficult conditions during the Second Sino-Japanese War and World War II.
It was used extensively in the Soviet Union, where it was known as "Éclair", from the late 1930s to the 1950s; its historical use was enforced as a realization of Socialist Realism. Most of the films produced with it were adaptations of folk tales or poems - for example, The Night Before Christmas or The Tale of the Fisherman and the Fish. Only in the early 1960s, after the Khrushchev Thaw, did animators start to explore very different aesthetics.
Ralph Bakshi used the technique quite extensively in his animated movies Wizards (1977), The Lord of the Rings (1978), American Pop (1981), and Fire and Ice (1983). Bakshi first turned to rotoscoping because he was refused by 20th Century Fox for a $50,000 budget increase to finish Wizards, and thus had to resort to the rotoscope technique to finish the battle sequences. (This was the same meeting at which George Lucas was also denied a $3 million budget increase to finish Star Wars.)[1][2]
Rotoscoping was also used in Heavy Metal (1981), the a-ha music video "Take on Me" (1985), and Don Bluth's Titan A.E. (2000).
While rotoscoping is generally known to bring a sense of realism to larger budget animated films, the American animation company Filmation, known for its budget-cutting limited TV animation, was also notable for its heavy usage of rotoscope to good effect in series such as Flash Gordon, Blackstar and He-Man and the Masters of the Universe.
Smoking Car Productions invented a digital rotoscoping process in 1994 for the creation of its critically-acclaimed adventure video game, The Last Express. The process was awarded U.S. Patent 6061462: Digital Cartoon and Animation Process. In the mid-1990s, Bob Sabiston, an animator and computer scientist veteran of the MIT Media Lab, developed a computer-assisted "interpolated rotoscoping" process which the director Richard Linklater later employed in the full-length feature films Waking Life (2001) and A Scanner Darkly (2006). Linklater licensed the same proprietary rotoscoping process for the look of both films. Linklater is the first director to use digital rotoscoping to create an entire feature film.
Additionally, a 2005-08 advertising campaign by Charles Schwab uses rotoscoping for a series of television spots, under the tagline "Talk to Chuck." This distinctive look is also the work of Bob Sabiston.
Technique:
Rotoscoping is decried by some animation purists but has often been used to good effect. When used as an animator's reference tool, it can be a valuable time-saver.
Rotoscope output can have slight deviations from the true line that differ from frame to frame, which when animated cause the animated line to shake unnaturally, or "boil". Avoiding boiling requires considerable skill in the person performing the tracing, though causing the "boil" intentionally is a stylistic technique sometimes used to emphasize the surreal quality of rotoscoping, as in the music video Take on Me.
Rotoscoping has often been used as a tool for special effects in live-action movies. By tracing an object, a silhouette (called a matte) can be created that can be used to create an empty space in a background scene. This allows the object to be placed in the scene. While blue and green screen techniques have made the process of layering subjects in scenes easier, rotoscoping still plays a large role in the production of special effects imagery.
Rotoscoping has also been used to allow a special visual effect (such as a glow, for example) to be guided by the matte or rotoscoped line. One classic use of traditional rotoscoping was in the original three Star Wars films, where it was used to create the glowing lightsaber effect, by creating a matte based on sticks held by the actors.
The term "rotoscoping" (typically abbreviated as "roto") is now generally used for the corresponding all-digital process of tracing outlines over digital film images to produce digital mattes. This technique is still in wide use for special cases where techniques such as bluescreen will not pull an accurate enough matte. Rotoscoping in the digital domain is often aided by motion tracking and onion-skinning software. Rotoscoping is often used in the preparation of garbage mattes for other matte-pulling proces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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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KTH(파란)/김형수(studiobrazil)
감독 : 이동욱(studiobrazil)
2D 애니메이션 연출 : 연상호(studiodadashow)
원화 : 이동욱(studiobrazil)
2D애니메이션원동화 : 김창수,장진열,최재훈(studiodadashow)
2D애니메이션채색 : 연찬흠(studiodadashow)
2D애니메이션편집 : 김승인(studiodadashow)
3D애니메이션 : 흐르는돌
모션그래픽/이펙트 : 나수현(studiobrazil)
색보정 : 나수현(studiobrazil)
편집 : 나수현(studiobrazil)
BGM/사운드 : Vacuummgum(studiobrazil)
동영상 주소: mms://211.113.95.80/paran/mag/play_03.wmv
제2화 더미 애니메이션(Dummy Animation)의 새로운 발견

제2화 더미 애니메이션(Dummy Animation)의 새로운 발견
<지옥>을 제작했던 경험 때문에 이번 작품 역시 로토스코핑 방식으로 제작하려고 했던 연상호 감독은 작지만 복잡한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사실 늘 하던 방식이라 쉽게 생각했던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어요. 하지만 로토스코핑이 보기엔 쉬워도 직접 진해하다 보면 많은 문제에 부딪히게 되거든요. 촬영 장소라던가, 화면 앵글이라던가 등등... 참 고민이 많이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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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지옥>을 보면 저걸 어떻게 완성했을까 스스로가 대견하게 생각되곤 해요. 많이 부족한 부분을 안고 시작했고 마무리했던 작품이거든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사랑은 단백질>은 <지옥>의 경험치로 본다면 초반 작업 세팅하는 부분은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로토스코핑을 위한 촬영을 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스토리보드와 대사, 각 씬의 분위기를 검토했고 정리했다. 그리고 배우들의 대사 녹음 파일을 씬 별로 구분하여 다시 정리했고 연기의 방향성을 설정했다. 촬영을 하기로 한 4월 30일. 나는 카메라를 챙겨 들고 연감독 집으로 향했다. 연감독의 집은 수 많은 DVD와 화보집, 자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평소 애니메이션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애니메이션 쟁이 감독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남자 혼자 사는 집이라 물건들이 정리가 되어있지 않아 촬영을 위한 공간 확보를 위해 잠시 집 안을 정리해야 했다. 사실 촬영을 하기 위한 환경이나 시스템은 열악했지만 이곳에서 <지옥> 시리즈가 탄생했음을 생각한다면 애니메이션 제작에 필요한 건 쾌적한 환경도 빼놓을 수 없겠지만 무엇보다 "현명한 열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방 한 쪽에 놓여있던 컴퓨터에 배우들의 대사 웨이브(wave)파일을 카피해 놓고 한 씬 한 씬 재생해가며 카메라 앵글을 맞추고 열심히 연기를 하며 촬영에 임했다. 내가 카메라를 잡고 연감독이 모든 캐릭터를 연기했다. 원래 사람 동작의 작은 습관이나 패턴은 고유한 게 있어 한 사람이 모든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연감독이야 말로 <사랑은 단백질>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의 성격, 습관, 말투 등에 이미 정통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저도 사실 수줍음도 많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상하게 배우들 대사 녹음할 때도 그랬지만 이렇게 캐릭터를 대신해 연기를 하고 있노라면 그런 제 성격은 어디론가 사라지곤 하네요. 하핫. 이번 캐릭터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재호였습니다. 재호는 규정하기 어려운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많은 캐릭터들 중에서 재호가 비교적 극의 흐름을 주도하는 부분도 있고 키(key)를 쥐고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하거든요. 돼지 사장이나 닭 사장 캐릭터는 배우들이 녹음할 때 감정선을 잘 잡아줬기 때문에 비교적 쉬었구요.
참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던 대로 진행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익숙했던 제작방식이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가장 복잡한 문제들을 안고 있었던 것이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새벽에 잠도 오지 않더군요. 그러던 중에 '그래! 이거다!'라고 할 만한 아이디어가 머리에 반짝 스쳐가더군요.
어차피 닭 사장 외 다른 캐릭터들도 모두 3D 더미를 만들려고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원화를 할 때 캐릭터의 턴어라운드 데이터가 있으면 작업이 편리하거든요. 그런데 3D 더미를 바로 애니메이팅을 해서 그 데이터로 원화로 그린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촬영할 때도 화면 앵글에 구애 받지 않고 아이-샷만으로 촬영한 후에 기술감독이 그 촬영소스를 보며 3D로 동작의 키(key)를 잡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죠. 그럼, 촬영이 쉬워지지 않겠어요?


장편이건 단편이건 기존 애니메이션 중에 이미 3D 더미를 활용한 경우가 있었어요. 하지만 원화를 그려내기 위해 작품 전 과정을 3D 더미로 애니메이션을 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사랑은 단백질>이 처음이 되겠네요.
① 보다 자연스럽고 정교한 캐릭터 움직임 표현 가능
② 애니메이션 원동화 작업시간 절감
③ 캐릭터 움직임에 대한 최종 아웃풋 프리뷰 용이
④ 형태 변형, 타이밍 불일치, 입 셀 불일치 등의 문제점 최소화
⑤ 실촬영 소스가 3D 더미 애니메이션으로 재현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부분 삭제 및 부족한 부분 첨가 가능
⑥ 2D와 3D의 장점만을 활용 등이 그것이다.
특히 ⑤번의 경우 로토스코핑 기법과 비교했을 때 아주 편리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로토스코핑은 촬영 후 앵글의 변화나 동작의 수정 등이 쉽지 않고 수정을 하려면 불가피하게 재촬영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더미 애니메이션의 경우 3D 캐릭터의 즉각적인 수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⑥번의 경우 부연설명을 하자면 동작 관련한 부분은 3D로 표현하기가 2D보다는 편리하기 때문에 더미 애니메이션이 적합하고 표정 관련 부분은 3D보다 2D로 직접 해결하는 방법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화 담당자들은 동작이나 형태에 대해 고민을 하기보다 사실적인 표정연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어 보다 풍성한 연기 표현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장점 외에 촬영 후 3D 더미 제작과정을 한 번 더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단점으로 거론될 수 있지만 실제로 작업을 진행해 본 결과 그 단점은 다른 많은 장점으로 인해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
애니메이션은 시간과의 전쟁이다. 더미 애니메이션 기법은 시간에 쫓기는 감독과 애니메이터들에게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해줄 것이다. 하긴 그런 여유는 반납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여유가 생기면 애니메이션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욕망하는 유전자가 그들 몸 안에서 슬며시 고개를 들테니까.

원문 출처: 월간 CGLAND 2007년 10월호
2008년 3월 4일 화요일
제1화 <사랑은 단백질> 탄생과 준비 - Production Note

제1화 <사랑은 단백질> 탄생과 준비
글: 김승인(STUDIO DADAShow 프로듀서)
<사랑은 단백질>의 시작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는 다다쇼(DADAShow)라는 애니메이션, 만화 창작집단을 조직해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였고 연상호 감독은 이미 애니메이션 <지옥:part01>을 끝내고 <지옥:part02>를 기획 중에 있었다. 최규석 작가 역시 단편 만화 <공룡 둘리>로 세간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때였는데 최규석 작가는 대학 때 작업한 단편들을 모아 <공룡 둘리>를 표제작으로 한 단편집이 출간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게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쥬>였고 그 단편집에는 <공룡 둘리>와 대학 때 단편 이외에도 신작 단편 하나를 준비하고 있었다.
최규석 작가는 단편집이 출간됨과 동시에 다다쇼 사무실을 찾아가 연상호 감독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줬고 연상호 감독은 비로소 최규석 작가의 단편집의 문을 여는 신작 단편 <사랑은 단백질>과 첫 대면을 하게 된다. (후에 <사랑은 단백질>의 모든 캐릭터는 장편 <습지 생태보고서>에 그대로 등장하며 진화하게 된다.) 연상호 감독은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기억한다.
그 때 본 단편 <사랑은 단백질>은 상당히 충격이었습니다. 그 작품은 규석이가 그 동안 해왔던 공격적인 스토리 라인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었지만 내용과 유머는 더욱 단단해져 있었거든요. - 연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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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
내가 <사랑은 단백질>을 처음 접한 뒤로 3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사랑은 단백질> 애니메이션 기획이 2007년 문화컨텐츠진흥원의 스튜디오 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되면서 <지옥>을 만들던 때보다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에서 <사랑은 단백질>의 애니메이션 제작 진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시작인가. - 연상호
연상호 감독은 문화컨텐츠진흥원 스튜디오 제작지원작에 선정됨과 동시에 고민이 하나 생겼다. 그것은 그간 1인 제작 방식으로 해왔던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을 스태프를 구성해 보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스튜디오 작업 방식으로 전환하는 일이었다. 오랫동안 혼자서 작업하던 방식이 쉽게 바뀔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는 연상호 감독은 일단 자신이 준비한 <사랑은 단백질> 기획에 맞춰 차근차근 스태프를 구성하기로 한다.
3월 15일
원작자인 규석이와도 <사랑은 단백질>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규석이는 애니메이션화를 위한 캐릭터 설정을 자신이 잡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해주면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규석이는 한겨레21 연재와 신작 준비를 하고 있어 그게 가능할까 싶다. 그런데 고맙게도 한달 정도는 시간을 낼 수 있다고 하니 일이 잘 풀리려는 예감마저 든다.
원작자가 직접 캐릭터 설정을 해 준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원작자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제작에 협조적이다 보니 작품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져만 간다. - 연상호

이번 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연상호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사운드였다. 대사부터 음악까지 사운드가 <사랑은 단백질>에 미치게 될 영향은 상당히 큰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상호 감독은 이번 작품이 실제적인 느낌이 나길 원했다.
저는 이번 작업에 굉장히 리얼한 연출법을 쓰고 싶었습니다. 판타지이긴 하지만 진짜 현실 같은 리얼한 움직임과 리얼한 상황 그런 것들이 필요했던 것이죠. - 연상호
만화의 대사는 지면에서 다뤄지기 때문에 함축적인 대사와 연출을 사용하지만 그것을 영상으로 옮길 때는 표현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연상호 감독은 모든 대사를 새로 써야만 했으며 연출의 느낌이 원작과 달라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새롭게 써진 대사가 주는 느낌과 만화의 함축적 대사가 주는 느낌은 동일해야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 연상호
<사랑은 단백질>의 사운드와 음악은 <지옥:part01>과 <지옥:part02>의 사운드 감독을 담당했던 오윤석 감독이 다시 맡아주기로 했다.
3월 20일
이번 작업의 프로듀서인 김승인 PD와 함께 이번 작업의 사운드와 음악을 담당하기로 한 오윤석 감독님을 만나러 갔다. 오윤석 감독님은 감독이 원하는 바를 감독 자신 보다 더 잘 찾아내는 사운드 감독이라 생각한다. 그보다 더 뛰어난 사운드 감독이 있겠는가!!
오윤석 감독님은 나에게 이번 작업을 선 녹음 방식을 이용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의를 하신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작품 연출에 대해 고민했던 부분과 잘 맞아떨어지는 작업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선 녹음을 하면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애드립이 애니메이션에서 살아날 수 있을 것이고 애니메이션 역시 리얼한 연출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 선녹음을 하자! - 연상호
배우 섭외는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부분이다. 가령 직업 성우들은 시간 개념이 무척 철두철미해서 섭외가 되고 비용이 책정되는 순간 녹음 시간이 일정시간 초과되지 않기를 요구한다. 물론 정당한 요구임에는 틀림없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모든 작업 공정을 소화해내야 하는 중단편 애니메이션 작업에 있어서는 부담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연상호 감독은 이럴 경우 구체적인 디렉션을 하기가 부담스럽다고 토로한다. 또한 성우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음색과 연기 패턴이 일정부분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감독이 원하는 연출방향과 어긋나는 경우도 종종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연상호 감독은 일단 직업 성우들을 섭외 대상에서 배제하고 드라마, 영화, 연극 쪽에서 크고 작은 활동들을 하고 있는 배우들을 섭외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또한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연상호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배우라고 해서 어려운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죠. 연기자의 경우에는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성상 본인의 얼굴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절반 짜리 연기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고 한국애니메이션에 대한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섭외를 할 때마다 어떻게 설명을 하고 부탁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됩니다. - 연상호
하지만 연상호 감독은 직업 성우보다는 연기자들이 연출방향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지인들을 통해 섭외를 하기 시작했다. 친분이 있는 경우엔 자연스럽게 그들의 목소리 및 성향을 떠올릴 수 있었던 반면 그렇지 못한 경우엔 소개를 받은 후 직접 만나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하고 또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 적절한 배역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차근차근 섭외를 진행해갔다.
3월 27일
주요 배역인 닭 사장과 돼지 사장은 40대 중반의 중년 남자로 설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젊은 연기자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두 배역만큼은 진짜 40대 중년 남자의 디테일한 연기가 필요했다. 닭 사장과 돼지 사장 배역에 맞는 배우를 찾기 위해 주변에 아는 연기자들을 통해 섭외를 부탁했고 마침 <지옥:part02>의 재영 역을 했었던 이주영 씨가 최근창 선배와 이돈용 선배를 추천해 주었다.
이번에 소개 받은 두 분은 정말 40대 연기자... 아- 엄청 선배잖아! 그래도 작품을 위해서라고 생각하면 고민과 부담은 별 문제가 되지 않기 마련이다. 일단 이주영 씨에게 소개를 받은 최근창 선배와 전화 통화를 하고 시나리오를 보내주고 난 후 인터넷으로 최근창 선배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연극계에서 관록이 붙은 베테랑 연기자였다. 시나리오를 보내 놓고 '거절하면 어쩌지...', '연락이 안 오면 어쩌지' 하며 고민 하던 중 최근창 선배에게 경복궁 근처에서 한번 보자는 연락이 왔다.
약속 당일. 최근창 선배, 이돈용 선배와 함께 경복궁 앞 벤치에 앉았다. 최근창 선배는 내심 걱정하고 있던 내게 "시나리오를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며 고맙게도 "꼭 출연하고 싶다"고 말해줬다. 게다가 이돈용 선배는 만화 <사랑은 단백질>를 이미 전에 읽어 봤다고 하는 게 아닌가. 우리들의 대화는 그때부터 일사 천리로 풀려갔다. 바람이 꽤 많이 불던 초 봄, 경복궁 벤치에서 우리는 <사랑은 단백질>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느낌을 수다를 떨며 주고 받았다. 기쁘다. - 연상호
<사랑은 단백질>의 특이할 점은 더미(Dummy) 애니메이션과 선 녹음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인데 이는 중단편 애니메이션에 있어 주목할 만 하다. 더미 애니메이션은 다음 시간에 소개할 기회가 있을 텐데 간단히 말하면 3D 모델링을 활용한 2D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연상호 감독은 <사랑은 단백질>의 선 녹음 방식을 D.O.V.A 애니메이션이라 명명했다. 연상호 감독의 해석에 따르면 "기존의 일반적인 선 녹음 방식이라는 개념보다 진일보한 방식"이라는 것인데 즉 "목소리 연기를 드로잉한다(Drawing of Voice Act)"는 것이다. 물론 선 녹음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 성우 혹은 연기자들이 목소리를 통해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표현해 내는 것이긴 하지만 D.O.V.A 애니메이션의 경우 보다 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몸과 목소리 연기를 마치 화폭에 그림을 그리듯 드로잉 해 낸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렇듯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각각의 독특한 캐릭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목소리만 연기하는 게 아닌 연기자들의 심성과 삶의 이력도 함께 투영되어야 비로소 감독이 원하는 리얼한, 실제적인 애니메이션 연출이 가능해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창 씨, 이돈용 씨가 맡은 닭 사장, 돼지 사장 외에 <사랑은 단백질>에는 세 청년 재호, 홍찬, 경순 등 중요한 배역이 더 있는데 연상호 감독은 이 세 청년의 목소리 연기를 맡아줄 사람으로 미쟝센 영화제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된 독립영화 감독이자 배우인 양익준 씨와 영화배우 오정세 씨, 그리고 연극배우인 박진수 씨를 만나 섭외를 하게 되었다. 이들은 각각 재호, 홍찬, 경순의 캐릭터를 배정 받게 되면서 <사랑은 단백질> 주요 등장인물의 라인 업이 구성되었다.

4월 11일
우리는 문화컨텐츠 진흥원에 있는 작업실에서 녹음 전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리고 대사 리딩을 위해 리허설을 가졌다. 원작자인 규석이도 리허설에 참가해 내가 놓치고 있던 각 캐릭터의 디테일한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도움을 줬다. 3시간이라는 긴 시간의 리허설이 끝난 후 동태찌게로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식사 중에도 배우들은 작품의 캐릭터와 감정, 내용 등에 대해 수없이 질문하며 작품과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 이 정도 열정이라면 분명 완성도 높은 연기를 따낼 수 있다! - 연상호
녹음 전 리허설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리얼하고 디테일한 작업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연상호 감독은 실제 녹음을 하기 전 연기 디렉팅을 위해 그리고 각 캐릭터의 성격 구축을 위해 리허설이 필요하다고 수 차례 역설했고 이에 따라 5명의 연기자들과 함께 한 리허설은 성공적인 효과를 거두게 되었다. 리허설이 끝난 후에도 각 연기자들에 대한 개별적 분석을 통해 애니메이션 캐릭터와의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몇 차례 대사를 바꾸거나 어투를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 최대한 실제 인물에 가깝도록 수정하며 준비했다.



4월 15일
드디어 녹음이 끝났다. 아침 8시에 시작한 녹음은 밤 12시가 넘어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애니메이션 작업공정 중에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작업이 녹음인 것 같다. 정확한 감정을 뽑아내야 하지만 그것이 공식처럼 설명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 게다가 계속 NG가 나면 배우들은 지치기 마련이고 배우가 지치면 연기는 더욱 나오지 않는다.
이번 녹음을 할 때 나는 체면 차릴 것도 없이 온갖 몸짓 발짓을 섞어 직접 연기를 하며 디렉팅을 했다. 그리고 배우들도 이런 내 맘을 알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주었다.
아주 특이한 캐릭터인 재호 역을 맡은 익준이 형은 몇 번이나 목이 잠기면서도 불평불만 한마디 없이 내 설명을 들으며 최선을 다해주었다. 결국 12시가 넘어서야 익준이 형의 연기를 마지막으로 녹음이 끝났다. 익준이 형은 정말 땀 범벅이 될 정도로 최선을 다해 주었다. 잔잔한 감성의 연기를 많이 해왔던 익준이 형이 정 반대 성격을 가지고 있는 재호 역을 연기하다니!
익준이 형에게 농담 삼아 말을 건넸다. "사랑은 단백질이 완성 되면 익준이 형의 연기변신에 모두 놀랄 거야" - 연상호


원문 출처: 월간 CGLAND 2007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