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9일 월요일

여유를 배울 마음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피부가 울긋불긋 해졌다. 의사 말로는 스트레스나 피로 때문일 수 있다고 했고 원인불명이기 때문에 그냥 앓고 지나가야 한다고 했다. 일년에 한 번 년중 행사로 앓던 감기 외에는 어떤 질병도 앓아본 적 없었는데 이런 상태가 되니 마음이 무척 조급해진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살면서 조급한 마음은 늘어갔지만 기다리는 여유는 점점 줄어든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런 상태가 며칠 째 지속되는 걸 스스로 못견뎌 하고 있다. 단 한 번도 환경이 달라져 몸에 이상반응이 온 적도 없고 어떤 스트레스가 밀려와도, 어떤 피로한 상태가 되더라도 한 번도 이런 이상반응이 온 적이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더 급해지는 것 같고 얼굴엔 화기만 오른다.

앓고 지나가길 바라는 차분한 여유는 쉽게 찾아오질 않는다. 좀 더 빨리 치료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만이 머리 속, 마음 속에 가득하다. 왜 이렇게 급한 마음자세가 되어버렸을까. 기다리는 여유, 인내하는 자세는 세상에 굴복하거나 타협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었을까. 물론 생활이 완전히 변해버린 탓도 있긴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시 들여다 보고 다시 반문해 보고 다시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여유가 사라진 세상에서 여유롭지 못하다는 건 흠이 될 수 없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지난 발걸음과 앞으로의 발걸음을 더더욱 반조해 보며 삶이 영글어 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지 싶다.

각각의 세포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여유, 우주의 큰 삶 속에 맞물려 살아가는 내 삶을 살피는 여유. 몸 상태가 이렇게 되고서야 여유를 배울 마음이 작게 움튼다. '나'는 최대한 작게, 내 '마음'은 최대한 크게.

댓글 4개:

  1. 많이 쉬고 몸관리 잘하셔서 쾌차하시기 바랍니다.

    바쁘시고 신경쓰실 일도 많으신줄 압니다만 기회가 있을때 소줏잔을 기울이며 형님께서 깨달으셨을 그 삶에 대한 "여유"에 대해서 듣고 배워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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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xucheng - 2007/04/12 22:29
    나에게 배운다는 건 너무 거창해서 오히려 내가 더 숨고 싶을 뿐이다. 점점 더 그걸 알아가는 듯 하지만 그러다가도 불쑥 내가 또 튀어나오는 걸 보면 아직도 수양이 부족해...음;;; 부족해.



    언제 기회가 있겠지. 그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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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한 달 전 쯤에 이 글을 본 거 같은데, 그 땐 다음 번에 와서 덧글달아야지.. 하다가 참 오랜 만에 흔적을 남기네요.^^ 덧글 남기는 것도, 습관이 되어야지..

    한 번 안 남기니까 나중에 남기기가 쉽지 않네요.

    오늘은 작정하고 왔습니다.ㅎㅎ

    몸은 좀 괜찮아지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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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왕도비정도 - 2007/05/22 14:26
    몸은 거의 회복단계에 들어섰어. 한 번도 그렇게 앓아(?) 본 적 없었기 때문에 회복기간이 너무 지난해서 힘들었어.-_-;;; 넌 건강하지? 한 해 한 해 내 몸이 내 몸같지가 않으니 원...쿨럭.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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