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20일 금요일

소통의례

소통, 그 멀고도 험난한 과정. 하지만 꼭 지나쳐야 하는 통과의례.
오히려 소통이 되지 않은 상태로 따로라면 더 편할 수 있다.
보기 좋은 한 판의 형식적 연극을 하는 것보단
걸죽하고 끈적하지만 숨 냄새 엉키는 삶이 되게 하는 게 낫다.
비록 힘들고 또 힘들지라도 삶은 현재로만 읽히는 단문이 아닌
오래두고 곱씹으며 읽어야 할 서사기 때문에.

자신감 결여는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프리즘이다.
사실 투과시키지도 못하면서 고고한 척 해왔던,
흐리멍텅한 프리즘을 안고 우쭐대진 않았는지 흘겨 돌아본다.

소통에 머리, 마음 모두 뒤집어 탈탈 털어 살펴보다가
문득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몇 가지나 될까,
두렵다.

댓글 6개:

  1. 형의 인간미라면 충분히 잘하시고 계실 거 같은데^^ 전에 전화통화할 때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최근에 블로그에서 알게 된 ‘보클레어’라는 형이 그러더라구요. 제 글이 가장 살아 있었을 때가 형을 만났을 때 인 거 같다고...





    “형식적인 연극보단 숨냄새 엉키는 삶이 더 낫다는 말씀”에 머리로는 공감을 하는데, 몸으로 가슴으로는 나투지 못하고 있는 거 같아요. 흐리멍텅한 프리즘을 안고 우쭐대었기 때문인지... 학교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을 보면 다 착하고 예쁜데, 제 온 존재를 드러내보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거 같아요. 그리고 함께 걸어나갈 수 있는 관계가 되는 것도 쉽지 않은 거 같구요. 그냥 서로 즐겁게 지내는 것도 의미가 있긴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이 사회의 문제들이 -전쟁이 종식된다거나 등- 해결되지는 않듯이..





    요즘 이것 때문에 관계를 맺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선뜻 다가서지 못하고 있어요. 제가 공부해야 할, 걸어가야 할 몫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 편하게 사람들과 즐겁게 앉아있는다는 게 불편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아는 형은 저보고 좀 더 대중적일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제가 이런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오만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저도 한참 공부해야 할 게 남았으니까요.) 진리를 아는 사람은 고독하다고, 혼자만 아니깐.. 그래서 거리감이 드는 거라던 교수님의 이야기도 떠오르고..

    결국 한 줄 요약하자면, 과 생활 별로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여기 제 온 존재를 드러내보일 수 있는 형보러 놀러왔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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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형, 근데 비밀글로 안 남겨지네요?ㅋ오류가 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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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왕도비정도 - 2007/05/22 15:00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긴 한데, 너무 과찬인걸?^^; 사람을 가려서 보게 될 때는 자신이 스스로에게 뭔가를 가리고 있거나 숨기고 있어서 그런 경우가 있는 것 같더라고. 내 경우엔. 물론 모두에게 있는 그대로 나투어 보여준다는 게 쉽진 않은 일이지. 자신이 완전한 자유인이 되기 전엔 말이야. 나도 참 힘든 것 같아. 오히려 그렇게 함으로써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고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고 말야. 요즘 이것저것 화두를 많이 틀고 있는 중이야. 잡힐듯 잡히지 않고 있지만.ㅎㅎ



    학교 생활이 전부는 아니지만 되도록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경험하고 얽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진리를 아는 사람이 고독하다는 말엔 나름 동의하지만 그게 때론 자신을 중근기에 머물게 하는 위험한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기도 하니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 :)



    놀러오는 건 언제든 대 환영이야. 반가워.



    그런데 언제 함 술이나 한 잔 해야할텐데..말야.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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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왕도비정도 - 2007/05/22 15:01
    왜 그럴까? 이상하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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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그게 때론 자신을 중근기에 머물게 하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다는 말씀" 에 공감해요.

    그 부분보고 한 주동안 반성하고 지냈답니다.^^

    그러게요, 언제 술 한 잔 받아야 되는데..

    리포트와 기말고사에 쩔어사는 대학생이 되어서;;

    시간이 잘..ㅠㅠ

    6월 중순쯤되면 거의 끝나고 여유가 생길 거 같은데..

    그 전에도 잘하면 될 수도 있구요.

    형은 작업하느라 바쁘시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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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왕도비정도 - 2007/05/26 22:17
    에구, 한 주동안 반성하게 만든건가? 내가?^^;;

    술 한 잔 기울일 시간을 만드는 게 참 쉽지가 않네. 그쟈? 리포트, 기말고사에 쩔어사는 건 대학생 밖엔 못하는 일이잖아. 그래서 더 의미가 있을 수 있으니, 좋지 뭐. :) 나도 작업하느라 바쁘지만 주말엔 그나마 숨 좀 돌리며 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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