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12일 토요일

토요일 오후

희나리 / 사랑함에 세심했던 나의 마음이 그렇게도 그대에겐 구속이었소 / 믿지못해 그런것이 아니었는데 어쩌다가 헤어지는 이유가 됐소 / 내게 무슨 마음의 병 있는것 처럼 느낄만큼 알수 없는 사랑이 되어 / 그대 외려 나를 점점 믿지못하고 왠지 나를 그런 쪽에 가깝게 했소 / 나의 잘못이라면 그대를 위한 내마음의 전부를 준 것 뿐이데 / 죄인처럼 그대 곁에 가지 못하고 남이 아닌 남이 되어 버린 지금에 / 기다릴 수 밖에 없는 나의 마음은 퇴색하기 싫어하는 희나리 같소 / 내게 무슨 마음의 병 있는것 처럼 느낄만큼 알수 없는 사랑이 되어 / 그대 외려 나를 점점 믿지못하고 왠지 나를 그런 쪽에 가깝게 했소 / 나의 잘못이라면 그대를 위한 내마음의 전부를 준 것 뿐이데 / 죄인처럼 그대 곁에 가지 못하고 남이 아닌 남이 되어 버린 지금에 / 기다릴 수 밖에 없는 나의 마음은 퇴색하기 싫어하는 희나리 같소 / 퇴색하기 싫어하는 희나리 같소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토요일 오후.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쉴새 없이 움직이는 와이퍼 사이로 지난 날의 잔영이 나타났다가 빗물에, 와이퍼에 씻겨가더라. 사람들이 머릿 속에 떠올랐다 사라진다. 지워지지 않는 생채기처럼 떠나지 않는 기억들. 그러면서 다시 생각한다. 삶을. 사람을. 사랑을... 등짝이 뜨겁다. 눈물이 붉다.

작업방식에 대한 고민...이랄까?

로토스코핑 기법이라는 게 그다지 특별한 기법은 아니지만 촬영 계획을 세우거나 그 소스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따라 복잡한 문제들에 봉착하게 된다. 과거 디즈니에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백설공주와 같은-중에는 로토스코핑 기법으로 완성되었다고 믿을만큼 애니메이션이 너무 자연스럽고 실제보다도 더 실제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많았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작품들은 로토스코핑 기법으로 촬영된 애니메이션이 아닌 오로지 애니메이터들에 의해 재현된 작품들이었다. (디즈니 건 아니건) 후에 만들어진 작품들 중에 로토스코핑 기법을 사용한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 작품들은 역시 재밌게도 애니메이션 느낌이 덜 느껴지며 움직임도 그다지 좋지 않은 작품들이 종종 있었다. 실제 사람의 액션을 그대로 따라 표현했을 때 실제같은 느낌이 들지 않고 오히려 애니메이터의 관찰력에 의거해 만들어진 작품이 실제같은 느낌을 준다는 건 그만큼 애니메이션을 만들기가 녹록치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겠고 오히려 애니메이터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현재 진행하는 작품은 로토스코핑 기법과 3D 모델링을 함께 이용해 진행하기로 예정이 되어있었지만 스토리보드대로 촬영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광각처럼 쉽게 촬영되기 어려운 레이아웃 때문에..?)으로 인해 작업방식을 수정하기로 했다. 실제 촬영해서 소스로 활용은 하되 모든 장면들을 3D 모델링으로 액션 키를 잡아내서 작업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거라 지레 짐작은 해보지만 여러방면으로 작업방식에 대한 연구와 진행방식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건 역시 실촬영을 해서 소스로 활용한다고는 하지만 촬영시 연기나 타이밍에 대한 문제, 그 소스를 제대로 정리해서 활용해야 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다.

선녹음이 작업방식의 변화를 가져온 부분이 있긴 하다. 사실 한국에서 선녹음으로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이 과연 몇이나 될까. 외국 애니메이션을 수입해서 유명배우가 더빙하는 건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국내에서 제작되는 애니메이션 중에 립싱크가 제대로 맞아떨어지는 작품을 보기란 쉽지 않다. 선녹을 하게 되면 제작단가가 올라가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어떻게해서든 제작비를 줄이려는 입장에서는 선녹음을 기피하게 되긴 하지만 TV시리즈는 그렇게 만들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고 하더라도 장편 애니메이션 정도는 선녹음 기법으로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애니메이션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봤을 것이다. 단편 중에 종종 선녹음 방식으로 나오는 게 있다. 현재로선 생각이 나지 않는다.(아직까지 없을 수도..) 암튼, 현재 진행하는 작품은 선녹음 방식으로 작품을 하게 되는데 다들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 그 노하우를 만들어내는 게 쉽지는 않다. 다만, 선녹음으로 인해 작품의 질을 높이고 작업의 효율성을 끌어낼 수만 있다면 이번의 시도는 큰 의미를 갖게 되고 좋은 성과를 얻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나씩 겪어가며 발판을 만들어가는 것. 언제나지만 작업에 임하기 전보다 진행하고 있을 때는 배우는 게 참 많아진다.

* 애니메이션의 모든 파트가 다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는 ..즈음이다.


*** 위 내용 중에 백설공주가 로토스코핑(Rotoscoping) 기법이 아니라고 했는데 로토스코핑 기법으로 만든 게 맞다. 처음 애니메이션에 대해 알기 시작할 때부터 로토스코핑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완벽한 애니메이팅을 해낸 작품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내 기억이 틀렸다. 그에 따른 내용은 위키디피아(http://en.wikipedia.org/wiki/Rotoscope)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로토스코핑이 1914년 Max Fleischer가 처음 시작한 이래 디즈니에서도 줄곧 활용했던 기법이다. 중국에서는 첫 장편이라고 할 수 있는 Princess Iron Fan(철산공주)에서 사용했다고 한다.(누가 내 기억을 왜곡시켰었단 말인가.-_-;;) 암튼 잘못된 정보를 수정하는 바이니 오해들 없으시길...

*** 하나 더 Richard Linklater가 감독한 Waking Life나 A Scanner Darkly 역시 로토스코핑 기법으로 제작되었으며 한국에서는 몇 작품들 중에 연상호 감독의 지옥1,2가 유명하고 장편으로는 Life is cool(가제)가 곧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