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온 뒤 구름을 피해 일단, 간다.
저 앞 구름만 벗어나면 되겠지.
저녁을 대기하고 있는 핏기 없는 달과 마주할 수 있을 거다.
매일을 봐도 잊어버리는 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내 사랑만이 아니다.
자꾸 돌이켜 달려온 길을 환기시켜도
어제 막 태어난 아이처럼 머릿 속이 하얗다.
익숙치 않은 길을 달릴 때의 긴장을 익숙한 길에서도 느낄 수 있다면
난 또다시 구름을 피해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토요일 오후.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쉴새 없이 움직이는 와이퍼 사이로 지난 날의 잔영이 나타났다가 빗물에, 와이퍼에 씻겨가더라. 사람들이 머릿 속에 떠올랐다 사라진다. 지워지지 않는 생채기처럼 떠나지 않는 기억들. 그러면서 다시 생각한다. 삶을. 사람을. 사랑을... 등짝이 뜨겁다. 눈물이 붉다.
하루종일 멀쩡하던 하늘이 그르렁대더니 끝내 비를 뿌려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