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12일 토요일

작업방식에 대한 고민...이랄까?

로토스코핑 기법이라는 게 그다지 특별한 기법은 아니지만 촬영 계획을 세우거나 그 소스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따라 복잡한 문제들에 봉착하게 된다. 과거 디즈니에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백설공주와 같은-중에는 로토스코핑 기법으로 완성되었다고 믿을만큼 애니메이션이 너무 자연스럽고 실제보다도 더 실제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많았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작품들은 로토스코핑 기법으로 촬영된 애니메이션이 아닌 오로지 애니메이터들에 의해 재현된 작품들이었다. (디즈니 건 아니건) 후에 만들어진 작품들 중에 로토스코핑 기법을 사용한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 작품들은 역시 재밌게도 애니메이션 느낌이 덜 느껴지며 움직임도 그다지 좋지 않은 작품들이 종종 있었다. 실제 사람의 액션을 그대로 따라 표현했을 때 실제같은 느낌이 들지 않고 오히려 애니메이터의 관찰력에 의거해 만들어진 작품이 실제같은 느낌을 준다는 건 그만큼 애니메이션을 만들기가 녹록치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겠고 오히려 애니메이터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현재 진행하는 작품은 로토스코핑 기법과 3D 모델링을 함께 이용해 진행하기로 예정이 되어있었지만 스토리보드대로 촬영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광각처럼 쉽게 촬영되기 어려운 레이아웃 때문에..?)으로 인해 작업방식을 수정하기로 했다. 실제 촬영해서 소스로 활용은 하되 모든 장면들을 3D 모델링으로 액션 키를 잡아내서 작업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거라 지레 짐작은 해보지만 여러방면으로 작업방식에 대한 연구와 진행방식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건 역시 실촬영을 해서 소스로 활용한다고는 하지만 촬영시 연기나 타이밍에 대한 문제, 그 소스를 제대로 정리해서 활용해야 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다.

선녹음이 작업방식의 변화를 가져온 부분이 있긴 하다. 사실 한국에서 선녹음으로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이 과연 몇이나 될까. 외국 애니메이션을 수입해서 유명배우가 더빙하는 건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국내에서 제작되는 애니메이션 중에 립싱크가 제대로 맞아떨어지는 작품을 보기란 쉽지 않다. 선녹을 하게 되면 제작단가가 올라가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어떻게해서든 제작비를 줄이려는 입장에서는 선녹음을 기피하게 되긴 하지만 TV시리즈는 그렇게 만들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고 하더라도 장편 애니메이션 정도는 선녹음 기법으로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애니메이션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봤을 것이다. 단편 중에 종종 선녹음 방식으로 나오는 게 있다. 현재로선 생각이 나지 않는다.(아직까지 없을 수도..) 암튼, 현재 진행하는 작품은 선녹음 방식으로 작품을 하게 되는데 다들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 그 노하우를 만들어내는 게 쉽지는 않다. 다만, 선녹음으로 인해 작품의 질을 높이고 작업의 효율성을 끌어낼 수만 있다면 이번의 시도는 큰 의미를 갖게 되고 좋은 성과를 얻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나씩 겪어가며 발판을 만들어가는 것. 언제나지만 작업에 임하기 전보다 진행하고 있을 때는 배우는 게 참 많아진다.

* 애니메이션의 모든 파트가 다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는 ..즈음이다.


*** 위 내용 중에 백설공주가 로토스코핑(Rotoscoping) 기법이 아니라고 했는데 로토스코핑 기법으로 만든 게 맞다. 처음 애니메이션에 대해 알기 시작할 때부터 로토스코핑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완벽한 애니메이팅을 해낸 작품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내 기억이 틀렸다. 그에 따른 내용은 위키디피아(http://en.wikipedia.org/wiki/Rotoscope)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로토스코핑이 1914년 Max Fleischer가 처음 시작한 이래 디즈니에서도 줄곧 활용했던 기법이다. 중국에서는 첫 장편이라고 할 수 있는 Princess Iron Fan(철산공주)에서 사용했다고 한다.(누가 내 기억을 왜곡시켰었단 말인가.-_-;;) 암튼 잘못된 정보를 수정하는 바이니 오해들 없으시길...

*** 하나 더 Richard Linklater가 감독한 Waking Life나 A Scanner Darkly 역시 로토스코핑 기법으로 제작되었으며 한국에서는 몇 작품들 중에 연상호 감독의 지옥1,2가 유명하고 장편으로는 Life is cool(가제)가 곧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싶다.

댓글 6개:

  1. 선녹음의 작업 순서가 궁금해지네요. 완성된 그림 없이 연기한다는 것에 대해 갖는 성우들의 반감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도 궁금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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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zapzap - 2007/05/16 11:24
    선녹음의 작업 순서라... 스토리보드가 나오면 그에 맞는 타이밍 잡고 대사 정리한 후에 배우들 섭외해 녹음을 하겠죠? 그런 후 녹음한 소스를 스토리보드에 다시 올리고(가능하다면 스토리보드 상에서 조금 더 세분화된 동작을 쪼개서 편집) 더 정확한 타이밍을 잡아줍니다. 그런 후 대사의 느낌과 길이에 맞춰 원동화를 하게 되고 최종 편집본에서 대사의 느낌이 조금 부족하거나 필요한 대사가 있다면 다시 후시 녹음을 하면 되겠죠. 물론 대사 전체를 모두 다시 후시로 녹음해서 입히는 방법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보통 부족한 부분들만 재녹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죠. 완성된 그림없이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감독과 배우들의 미팅 및 대본 리딩이 중요하고 감정선을 놓치지 않게 하기 위해 대본이나 스토리 보드 등을 계속 보며 작업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반감까지는 없죠. 물론 좀 힘들어하는 분들은 계시지만요.

    선녹음을 하게 되어 좋은 점은 배우들의 감정에 힘입어 실제 펄펄 살아숨쉬는 듯한 애니메이팅 작업이 가능하겠구요. 정확한 타이밍이 잡히게 되니 불필요한 동작들을 그리지 않아도 되겠구요. 캐릭터를 배우들의 표정 및 개성에 맞춰 수정작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근데 뻔히 다 아시면서 물어보시는 건 왜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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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작업방식에 대해서 고민을 하신다면, 작품도 조만간 볼 수 있을 거라 살짝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의 세계란 녹록치 않군요. 로토스코핑기법이라니 잘 이해가 안 가요-_-;;

    덕분에 선녹음에 대해서 잘 배웠어요.



    연상호 감독의 지옥 1,2는 봤었는데 꽤 잘 만들었다는 생각은 드는데, 약간은 진부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죽음에 관한 스토리가 다른 데서 많이 접했던 거 같아서.



    이번에 만드시는 작품이름은 뭐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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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왕도비정도 - 2007/05/22 14:34
    오랜만이네?^^ 작품은 열심히 진행하고 있는 중이야. 내년 쯤에는 작품이 나오겠지. 로토스코핑 기법은 영화찍듯이 촬영한 소스를 기본 삼아 애니메이션 그림을 그려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 연상호 감독 지옥1,2 중에 난 1부를 더 좋아해. 죽음에 관한 관점이나 해석은 모두들 다를 수 있겠지. 이번 작품은 좀 더 색다른 느낌의 작품이 될 것 같아. 제목은 "사랑은 단백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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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사랑은 단백질"이라니.. 제목만 들어도 색다른 느낌이 들어요.ㅎㅎ 사랑이 왜 단백질일까..

    심심하던 차에, 오늘 밤 자기 전에 화두 하나 생겼네요.^^

    사랑이 왜 단백질일까..

    살짝 줄거리 말씀해주시면 안될까요? : )

    무척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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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왕도비정도 - 2007/05/26 22:21
    사랑은 단백질.이란 단편만화 원작이 있어. 최규석 작가가 그린 작품이야. 줄거리를 간단하게 말하는 게 그리 쉽지가 않아서..음;; 방법을 좀 찾아봐야겠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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