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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1일 토요일

꾸준함

  • 그림은 너무 어렵다. 잘 그리고 싶다는, 잘 그릴 수 있다는 마음과 달리 손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게으른 머리는 자꾸 펜과 종이로부터 몸을 분리하려고만 한다. 오후 3시 24분
  • 가장 힘든 건 "꾸준함"인 듯. 볼 것도 많고 즐길 것도 많은 흥미로운 세상에서 한 가지만 오롯이 끈기있게 해나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일가(一家)를 이룬 사람들이 나오고 있는 걸 보면 "꾸준함"은 절대적으로 내게만 부족한 개념일 뿐이다. 오후 5시 38분

이 글은 jumpkarma님의 미투데이 2007년 8월 31일 내용입니다.

2006년 10월 28일 토요일

겨울, 작업, 수영, 사진기, 그림

겨울 장춘에 겨울이 왔다. 아직 눈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매일매일 눈이 올 것만 같은 하늘이 펼쳐진다. 사람들의 옷도 두툼해졌고 식사 때 뜨끈한 탕은 빠지지 않고 시키게 되었다. 한국에서 겨울 옷을 가져오지 않은 바람에 며칠 전 시내에 나가 옷 몇 가지를 준비했다. 저녁마다 시간 맞춰 나오는 온수가 그리워 되도록 시간에 늦지 않게 침실에 도착해 샤워를 한다. 저녁 해는 일찍 저물어 이젠 6시 정도만 되어도 깜깜해진다. 교내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부쩍 줄었지만 여름이나 가을보다 더욱 더 꼭 껴안고 다니며 연애하는 학생들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인라인을 타는 학생들은 위험하지만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있거나 손을 소매 안에 집어넣은 채로 저녁 바람을 즐기고 있다. 삼삼오오 퇴근하는 교직원들의 어깨 간격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날들이다. 봄이 길다는 뜻의 장춘(长春)은 변함없이 겨울이 길고 그 긴 겨울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아침에 작업실로 향할 때 기숙사 앞에 고여있는 물이 미처 마르지 못하고 얼어붙은 광경을 보게 될 때는 왠지 내 입에서도 뜨겁고 새하얀 입김이 나올 것만 같다. 가끔 낮게 내려앉은 하늘을 보며 언제쯤 눈이 내릴지 사뭇 기대를 하곤 한다. 한국의 몇 몇 지방은 추위가 밀려오는 중에 물난리를 겪었다고 하는데 그네들의 겪게 될 육체의 추위보다 마음의 추위가 더 쓰리게 느껴지는 날씨다. 요 며칠은 격동의 시간이 지나가고 고요함이 더욱 가득해지는 듯 하다. 마음도 함께 차분해지곤 한다.

작업 요즘 하는 작업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아 함께 작업하는 이의 입에서 걱정의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단순 노동이 많지만 그다지 단순하진 않기 때문에 작업지시를 내리거나 작업을 진행하는 이들 모두 시간에 쫓기고 있다. 모두들 기존에 하던 작업방식과 많이 다름을 몸소 체험하고 있기 때문에 버거워 하는 중이다. 며칠 고민해서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야겠다. 작품 느낌들은 하나씩 잡혀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기본적인 작업과정이 더디게 진행되는 바람에 신바람이 덜 불고 있긴 하다. 조만간 나아지겠지. 아니, 나아지도록 해야지.

수영 어제 수영장에 다녀왔는데 이젠 50미터 정도는 평형으로 건널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제자리에서 멈춰 떠있진 못하지만 깊은 물이 그닥 무섭게 느껴지진 않는다. 그 동안 수영을 꽤 배우고 싶어했음에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는데 최근 몇 차례 연습을 통해 이만큼까지 발전했다니 스스로도 참 대견하다. 지금도 조금 방심하면 바로 물을 들이키곤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엄청난 진전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뭐랄까. 꽤 적합한 운동을 찾아낸 느낌이랄까. 수영을 하고 나면 약간의 전신피로가 오긴 하지만 운동을 했으니 당연한 결과고 수영을 하면 할 수록 몸이 편안해지고 전신의 근육에 힘이 생기는 기분이다.  헬스나 무술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는 합리적인 운동이란 생각이 든다. 달리기는 무척 싫어하는 타입이라 더욱 더 수영이 좋아지고 있다. 조급한 성격 때문에 더욱 빨리빨리 배우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기곤 하지만 그럴 수록 마음도 다스려가면서 차근차근 한걸음씩 떼고 있다. 더욱 좋은 건 겨울 수영장의 물은 비교적 따뜻하다는 것이다. 수영 후에 잠시 들리게 되는 간이 증기탕도 편안함을 주고 가벼운 샤워 후에 맞는 새콤한 바깥 공기도 온 몸에 온 마음에 활기를 준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수영을 하면서 더욱 더 느끼고 있는 중이다. 몸에 평형이 어긋난 느낌을 받는 날이면 물 속에서 손을 젓거나 발로 물을 차낼 때 몸이 바로 균형을 잃기 때문이다. 내 마음도 정신도 몸처럼 스스로를 속이지 않도록 제대로 살아낼 수 있도록 자주 챙겨야겠다.

사진기 몇 년간 잘 쓰던 사진기가 고장을 일으켜 수리를 하려 했더니 비용이 비싸다. 오히려 돈을 좀 더 보태 새 것을 사도 될 듯 해서 사진기를 알아봤는데 요놈의 욕심은 점점 커지더니 기어이 DSRL을 구입하기로 결정을 해버렸다. 가격을 알아보는 중인데 조만간 적절한 녀석을 들여올 것 같다. 그럼, 이곳에 다시 사진이 좀 더 늘어나겠지. 그리고 또 다른 기록들도 사진으로 남길 수 있게 되겠지. 좋은 기억, 추억들을 담아낼 수 있는 마음부터 준비해야겠다.

그림 틈틈이 크로키를 하는데 결과의 기복이 좀 있다. 그래도 느끼게 되는 건 마음을 비우고 몸을 따르고, 대상의 외형에 집착하지 않고 내면을 들여다보려고 애를 쓸수록 느낌 좋은 선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미술의 기본도 제대로 배우지 않았음에도 보이는 것을 그려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할 뿐이다. 하지만 쉼 없는 노력을 견지하도록 더욱 주의해야지. 그림은 노력과 시간이 만들어 내는 최종 결과물이다. 예전에 고흐의 습작과 걸작들의 창작 과정을 보며 느낀 감상이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