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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23일 금요일

애니메이션 감독 연상호

▣ 그림·글 최규석

애니메이션에서 나름 이름을 알린 친구가 있다. 연상호다. 작품도 좋지만 혼자서 40분에 달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내가 알기로는 이것저것 밥벌이해 가면서 6년쯤 걸렸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작업실에 파묻혀 창작의 고통과 싸우는 고독한 예술가를 상상하겠지만, 그건 예술적 재능보다는 끝없는 단순노동을 견디는 질긴 엉덩이를 더 필요로 하는 일이다.

당연히 “왜 그렇게 긴 시간을 혼자 작업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물어보는 사람은 예술가의 고집이니 창작의 순수성이니 하는 말을 기대하는 듯한데, 대답은 “돈이 없어서”다. 줄 돈이 없으니 혼자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던 연상호가 국가의 은혜를 입어 팀을 꾸렸는데, 이 팀이 돌아가는 꼴이 좀 특이하다. 커피와 박카스와 라면과 부르스타와 라꾸라꾸 침대 등 온갖 야근과 생활의 흔적이 난무해야 할 애니메이션 작업실이 마치 급조된 유령회사 사무실처럼 휑하다.

오전 10시 출근, 저녁 7시 퇴근, 지각을 하더라도 무조건 칼퇴근, 감독은 야근해도 직원은 퇴근. 여름에는 유급휴가를 가라 하니 스태프들이 오히려 어색하다.

사실 이쪽 동네에선 그러지 않아도 된다. 밥값이나 주면서 밤낮으로 부려먹을 수 있는 세상 물정 모르고 열정이 넘치는, 예술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가난과 과로를 버텨낼 기특한 청춘들이 깔린 동네다.

감독은 그들의 열정으로 제 명성을 쌓거나 배를 불리면 된다. 서로가 원하는 일이고

“예술(혹은 문화산업)을 위해서”이니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열정만으로 버틸 수 없게 된, 좋은 기술을 가진 직원들이 판을 떠나고 그들의 빈자리를 새로운 20대들이 채운다. 결국 작업의 노하우는 쌓이지 않고 감독만 북적대는 세상이 된다. 그리고 시장은 사라지고 영화제와 지원금만 남게 된다. 아니 그렇게 됐다.

편한 길을 두고 연상호는 자신을 규제 속에 옭아놓는다. 그게 세상의 상식이고, 애니를 위해서도 좋다고 믿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눈치 보여서 퇴근 못할까봐 더 일을 하고 싶어도(연상호는 일중독이다) 일부러 감독이 먼저 일어서곤 했는데, 초반에 칼퇴근을 낯설어하던 직원들도 요즘은 시간이 되면 알아서들 잘 간다.

“감독이나 사장이 너무 편한 세상이야. 직원들 고생하는 게 대부분 감독이 제 역할을 안 해서 그런 거거든. 직원들이 좀 권리를 챙겨야 하는데 나중에 감독이 될 때 되더라도, 직원일 땐 직원의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행복한 스태프 없이는 지속적으로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어. 그럼 감독은 뭐 먹고사느냐고? 스태프들 열정에만 기대서 작품 할 거면 감독 안 해야지. 그 사람들 아니라도 감독 할 사람 많아. 왜 지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들 고생시켜. 뭐? 그러면 애니메이션이 사라진다고? 애니가 뭐라고…. 아, 애니 없으면 어때? 상식이 우선이지 예술이 우선이야?

연감독, 안뇽~ 내일 봬요.

근데…나 빡세게 일하고 있는데 시간 되면 쓱 가버리는 스태프들 보면 마음이 참 뿌듯하면서도 억울하다. 하아~!

얼씨구, 돈은 국가가 대고 폼은 지가 다 잡는다.

출처: http://h21.hani.co.kr/section-021159000/2007/11/021159000200711150685001.html

** 지금 만들고 있는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의 원작자 최규석 작가가 친구인 연상호 감독에 대해 한겨레21에 올린 칼럼이다. 연상호 감독은 자신의 모습을 멋있게 그려주지 않았다고 불평을 하기도 하지만(최규석 작가는 연상호 감독을 꽃미남까지는 아니더라도 잘 그려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을 거라... 추측을...) 한국 만화와 애니메이션 계에서 나름 인정받는 이들이 서로에 대해 비판하고 칭찬해주는(비판에 방점!) 관계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특히 이 두 젊은 예술가들은 동시대 젊은 이들에게서 보기 드문 바른 세계관, 인생관, 작품관을 가지고 있다. 이 내용이 혹여 어떤 이들에게는 연상호 감독에 대한 칭찬이 아닌 내용처럼 비추어질 수도 있겠지만 단연코 말하건데 최규석 작가가 말하고 있는 내용은 연상호 감독에 대한 칭찬과 애정임에 분명하다.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한국적 상황에서 칼 출근, 칼 퇴근을 지키는 데가 있을까? 이는 비단 출퇴근에 대한 개념, 시간준수에 대한 개념이 아니다. 모든 작업자들이 최소한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데 하고 있는 일로 하여금 영향 받지 않게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복지에 대한 개념이다. 여기엔 분명 연상호 감독이 고집스럽게 주장하는 일에 대한 관(觀)이 드러나고 있다. 또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건 칼 출근과 칼 퇴근 사이, 즉 작업할 시간 동안 작업자들이 놀며, 수다떨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 사람이 이상적인 시스템을 만들면 그 시스템을 악용하지 않고 제대로 시스템을 활용하는, 지금의 (나도 속해있는) 이 시스템은 정말이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모 감독이 이끌고 있는 팀은 밤을 새는 게 애니메이션의 열정이라 주장하며 젊은 스태프의 연애조차 작업을 방해하는 불순한 것으로 생각하며 모든 게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믿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연상호 감독이 주장하는 시스템은 아주 상식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모 감독의 시스템에 비하면 천국의 그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좋은 시스템, 이상적인 작업방식을 직접 실행한다는 건 사실 감독이나 스태프들이나 쉬운 일은 아니기에 연상호 감독의 저런 '고집'은 주목받아 마땅하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관계가 얼마나 그리운 때인가. 모두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수행을 제대로 해낼 때 내 삶은 풍요로워지고 윤택해지며 너의 삶도 함께 행복해진다. 그건 조그만 작업집단에서부터 커다란 세계사회까지 널리널리 전염되어야 할 기분좋은 바이러스다. 여기에 하나 더 연상호 감독은 좋은 스태프, 좋은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고민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모로 스스로를 학대한다. 물론 그게 좋은 세상 만들기 일환이든 스태프를 아끼는 마음이던, 혹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던 간에 결국 바람직한 행동은 나와 너, 모두를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나, 사실 연 감독이든 스태프든 7시간 되면 누구랄 것도 없이 이렇게 말한다. "퇴근 안 하세요?" 그러면 모두들 "아! 가야죠!"라고 말하며 주섬주섬 자신의 소지품을 챙긴다. 그리고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함께 버스에 오른다.

2007년 8월 24일 금요일

중화항공 기장, 작업진행, 플톡, 미투데이

  • 원화 현재 스코어 93cut. 170cut 중 절반을 넘었다. 완성된 cut도 4개 정도. 특별한 일만 생기지 않는다면 비교적 순조로운 진행. 오전 11시 59분
  • 어제 저녁엔 코 안을 뜨겁게 하는 한여름의 열기 속에서 문득 청량한 가을 냄새를 맡았다. 가을이 멀지 않았다. 오후 12시 57분
  • 대만 중화항공 기장 요우젠궈(犹建国)씨에 관련한 보도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중화항공이 사건사고가 많은 항공사라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그가 보여준 프로페셔널한 침착한 대응은 "원리원칙"을 알면서도 지켜지지 않는 사회에서 단연 돋보이는 행동이었다. 오후 2시 12분
  • 이런, 아래 오타. 미투데이가 내게 있어 가장 불편한 점은 글의 수정, 삭제가 안 된다는 점이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는 의미라는 건 이해하지만 문자는 기록으로 남는 것이라 어떤 오해나 이해의 충돌이 생길 수도 있다. 오후 2시 18분
  • 중국어로는 플레이톡을 쓰고 있는데 미투데이보다 편리한 건 글의 수정, 삭제가 가능하다는 점일 것이다. 사진을 올리는 공간도 따로있고 관리설정 기능이 좀 더 풍부하다. 내가 생각하는 미투데이의 가장 큰 장점은 "글배달"이다. 처음에 애를 먹긴 했지만서도... 오후 3시 21분

이 글은 jumpkarma님의 미투데이 2007년 8월 23일 내용입니다.

2007년 7월 14일 토요일

사랑은 단백질

지금 작업하고 있는 작품이 디지털타임즈에 소개되었다. 현재 '지옥'의 연상호 감독을 도와 중편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 제작진행을 하고 있는데 난 여기에서 PD 겸 테크니컬 일정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총 인원 7인(모두 남자;;;)으로 구성하여 열심히 진행 중에 있다.

지금 원화며 배경, 그리고 테크니컬한 부분까지 조금씩 결과물들이 나오고 있지만 한 명 정도 더 보충을 해야 할 시점이라 적정한 사람을 찾고 있는데 그다지 쉽지가 않다. 이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나면 작업량의 상당부분이 끝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지만 작업이란 게 늘 그렇듯 변수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스케줄 관리를 잘해야 한다. 게다가 스케줄 관리는 아무리 잘해도 본전 아닌가. 이 작업 뿐만이 아니라 후속 작품을 위해서라도 신경써야 할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함께 작업하는 동료들이 성실하고 착해서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  

요즘 우리는 종종 '배경은 콘 사토시 감독의 "동경대부" 보다는 잘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 혹은 '원화는 디즈니보다 낫다', '하늘은 미야자키 작품만큼만 나와야 된다'는 등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말을 하면서 서로 껄껄대고 웃긴 하지만 현재 진행 상황을 본다면 충분히 좋은 퀄리티인 작품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또 그렇게 나올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하고. 사실, 다른 거 없다. 열심히, 성실히 잘~~~ 하면 되는 것이다. 이거... 아주 단순한 진리 아닌가.

 

사랑은 단백질 #008 재호 "닭 시켜 먹을까?"


디지털타임즈 기사 보기

2006년 10월 28일 토요일

겨울, 작업, 수영, 사진기, 그림

겨울 장춘에 겨울이 왔다. 아직 눈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매일매일 눈이 올 것만 같은 하늘이 펼쳐진다. 사람들의 옷도 두툼해졌고 식사 때 뜨끈한 탕은 빠지지 않고 시키게 되었다. 한국에서 겨울 옷을 가져오지 않은 바람에 며칠 전 시내에 나가 옷 몇 가지를 준비했다. 저녁마다 시간 맞춰 나오는 온수가 그리워 되도록 시간에 늦지 않게 침실에 도착해 샤워를 한다. 저녁 해는 일찍 저물어 이젠 6시 정도만 되어도 깜깜해진다. 교내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부쩍 줄었지만 여름이나 가을보다 더욱 더 꼭 껴안고 다니며 연애하는 학생들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인라인을 타는 학생들은 위험하지만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있거나 손을 소매 안에 집어넣은 채로 저녁 바람을 즐기고 있다. 삼삼오오 퇴근하는 교직원들의 어깨 간격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날들이다. 봄이 길다는 뜻의 장춘(长春)은 변함없이 겨울이 길고 그 긴 겨울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아침에 작업실로 향할 때 기숙사 앞에 고여있는 물이 미처 마르지 못하고 얼어붙은 광경을 보게 될 때는 왠지 내 입에서도 뜨겁고 새하얀 입김이 나올 것만 같다. 가끔 낮게 내려앉은 하늘을 보며 언제쯤 눈이 내릴지 사뭇 기대를 하곤 한다. 한국의 몇 몇 지방은 추위가 밀려오는 중에 물난리를 겪었다고 하는데 그네들의 겪게 될 육체의 추위보다 마음의 추위가 더 쓰리게 느껴지는 날씨다. 요 며칠은 격동의 시간이 지나가고 고요함이 더욱 가득해지는 듯 하다. 마음도 함께 차분해지곤 한다.

작업 요즘 하는 작업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아 함께 작업하는 이의 입에서 걱정의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단순 노동이 많지만 그다지 단순하진 않기 때문에 작업지시를 내리거나 작업을 진행하는 이들 모두 시간에 쫓기고 있다. 모두들 기존에 하던 작업방식과 많이 다름을 몸소 체험하고 있기 때문에 버거워 하는 중이다. 며칠 고민해서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야겠다. 작품 느낌들은 하나씩 잡혀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기본적인 작업과정이 더디게 진행되는 바람에 신바람이 덜 불고 있긴 하다. 조만간 나아지겠지. 아니, 나아지도록 해야지.

수영 어제 수영장에 다녀왔는데 이젠 50미터 정도는 평형으로 건널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제자리에서 멈춰 떠있진 못하지만 깊은 물이 그닥 무섭게 느껴지진 않는다. 그 동안 수영을 꽤 배우고 싶어했음에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는데 최근 몇 차례 연습을 통해 이만큼까지 발전했다니 스스로도 참 대견하다. 지금도 조금 방심하면 바로 물을 들이키곤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엄청난 진전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뭐랄까. 꽤 적합한 운동을 찾아낸 느낌이랄까. 수영을 하고 나면 약간의 전신피로가 오긴 하지만 운동을 했으니 당연한 결과고 수영을 하면 할 수록 몸이 편안해지고 전신의 근육에 힘이 생기는 기분이다.  헬스나 무술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는 합리적인 운동이란 생각이 든다. 달리기는 무척 싫어하는 타입이라 더욱 더 수영이 좋아지고 있다. 조급한 성격 때문에 더욱 빨리빨리 배우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기곤 하지만 그럴 수록 마음도 다스려가면서 차근차근 한걸음씩 떼고 있다. 더욱 좋은 건 겨울 수영장의 물은 비교적 따뜻하다는 것이다. 수영 후에 잠시 들리게 되는 간이 증기탕도 편안함을 주고 가벼운 샤워 후에 맞는 새콤한 바깥 공기도 온 몸에 온 마음에 활기를 준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수영을 하면서 더욱 더 느끼고 있는 중이다. 몸에 평형이 어긋난 느낌을 받는 날이면 물 속에서 손을 젓거나 발로 물을 차낼 때 몸이 바로 균형을 잃기 때문이다. 내 마음도 정신도 몸처럼 스스로를 속이지 않도록 제대로 살아낼 수 있도록 자주 챙겨야겠다.

사진기 몇 년간 잘 쓰던 사진기가 고장을 일으켜 수리를 하려 했더니 비용이 비싸다. 오히려 돈을 좀 더 보태 새 것을 사도 될 듯 해서 사진기를 알아봤는데 요놈의 욕심은 점점 커지더니 기어이 DSRL을 구입하기로 결정을 해버렸다. 가격을 알아보는 중인데 조만간 적절한 녀석을 들여올 것 같다. 그럼, 이곳에 다시 사진이 좀 더 늘어나겠지. 그리고 또 다른 기록들도 사진으로 남길 수 있게 되겠지. 좋은 기억, 추억들을 담아낼 수 있는 마음부터 준비해야겠다.

그림 틈틈이 크로키를 하는데 결과의 기복이 좀 있다. 그래도 느끼게 되는 건 마음을 비우고 몸을 따르고, 대상의 외형에 집착하지 않고 내면을 들여다보려고 애를 쓸수록 느낌 좋은 선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미술의 기본도 제대로 배우지 않았음에도 보이는 것을 그려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할 뿐이다. 하지만 쉼 없는 노력을 견지하도록 더욱 주의해야지. 그림은 노력과 시간이 만들어 내는 최종 결과물이다. 예전에 고흐의 습작과 걸작들의 창작 과정을 보며 느낀 감상이 그랬다.

2006년 10월 12일 목요일

실마리를 찾다.

선(line)처리에 대한 실마리가 조금씩 풀리고 있는 중이다. 몇 가지 방법들을 찾아냈고 이젠 그에 따라 최종 테스트를 거치면 충분히 아트웍을 맞춰갈 수 있을 듯 싶다. 단 한 장만의 테스트로는 움직임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아트웍의 느낌을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일단 느낌상으로는 상당히 근접하고 있는 중이다. 시간도 촉박하고 앞으로 다른 일들로 인해 더욱 바빠질 것을 생각한다면 요 며칠 안에 한 컷 정도는 출력을 해서 최종 확인을 해야겠다.

작업실을 저녁 늦게까지 사용할 수 없는 점 때문에 작업효율이 쉽게 오르지 않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이도 역시 며칠 기다리면 적절한 대답을 받아낼 수 있을 것 같다.

근래 노트북에 달린 시디롬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근래에 구입한 DVD 대부분을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가격문제 때문에 정품대신 중고 비정품을 달았더니 문제가 발생하는 모양이다. 외장을 사야할지 정품을 사야할지 고민 중이다. 작업에 필요한 자료는 끊임없이 봐야하고 이미 노트북에 쌓은 자료들도 가득한데 시디롬이 문제니 좀 난감하다.

그나저나 작업실에 인터넷은 설치를 안해 줄 것인가? 다른 곳에서 외장하드에 묻어 오는 병균들 때문에 컴퓨터들이 겔겔대고 있다. 아유...

2006년 9월 27일 수요일

후다닥 지나가버린 날들...

장춘국제애니메이션포럼 기간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한국에서 오신 교수, 감독, 전문가들을 모시고 일정 조정이며 통역을 하느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원래 포럼조직위 위원으로 시작한 게 아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포럼이 시작한 후에는 더더욱 다른 일들까지 맡아 관리하고 처리하느라 진땀을 뺐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좋은 경험이 되고 많은 중국 선생들과 알게 된 걸 생각하면 그나마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처음부터 일에 투입되지 않아서 발생했던 문제들과 행사 진행의 미비함으로 인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꽤 힘든 시간이었다. 준비기간과 행사 기간을 합해 그렇게 몇 주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다섯 분의 강연에 줄곧 통역을 맡고(강연 통역은 정말 어렵다.-_-;) 저녁 만찬 장소나 기타 장소에서도 한국 귀빈들과 대화를 나누려는 학교 이사장 및 길림성, 학교 간부들의 요청에 통역은 쉴 새가 없었으니 말을 두배, 세배 더 하게 될 수 밖에 없었고 하루 일정이 끝난 후 새벽까지도 다음날 일정을 위해 소회의를 하거나 상의를 하거나 한국분들을 모시는 일까지 하다보니 행사 막바지에 이르러 그만 감기가 들고 말았다. 한국에서라면 혹 덜 피로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중국(외국)사람들과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은 내게 언어 방면과 사고 방식의 차이로 인해 몇 배나 더 신경을 써야하는 것이었고 그만큼 쉽게 피로를 느끼는 일이었던 것이다. 물론 언어는 여전히 부족함 투성이지만 나름 대견하긴 하다.-_-v

행사 기간동안 사진도 좀 찍고 한국에서 오신 분들 중에 오랫동안 뵙지 못한 분들이 계셔서 저녁에 편하게 술이라도 한 잔 하며 얘기를 나누려던 생각은 그저 생각만으로 그쳐야 했고 오신 분들과 제대로 얘기도 나누지 못한 채 작별을 해야했다. 특히 아쉬웠던 것은 기타 국가-캐나다, 미국, 유럽, 체코 등등에서 온 교수, 감독, 전문가들의 강연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포럼이 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영어를 좀 해보려고 노력 중이었는데 그들의 강연을 듣거나 만나서 이야기할 기회는 전혀 만들 수 없었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행사는 끝나버리고 몸 추스리고 감기도 다 나았는데 막바로 단편 작업에 돌입을 하게 되었다. 작업은 언제 시작하더라도 늘 즐거운 마음이 먼저 앞선다. 다만 오랫동안(?) 작업을 하지 못했던 이유로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이 정도의 부담은 오히려 약간의 긴장감을 동반하기에 느낌이 좋다.

저녁 늦게까지 작업할 공간이 생겨서 더 좋다. 틈틈이 공부도 해야겠다고 불끈!

2005년 9월 6일 화요일

원정

학교에 마땅한 공간이 없어 사람 수라도 줄일 겸 해서 작업실에서 인터넷으로 교신하며 작업을 하다가 서로 답답한 마음에 컴퓨터를 싸들고 학교로 왔다. 한 이틀 바짝 고삐를 조이면 끝날 것 같다.(그럴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그래야 내 작업도 마무리를 할텐데... 8월 초반에 마음이 잡히지 않고 생각도 굳어 있었던 게 화근이긴 하지만 후회하진 않을란다. 그 이후에 작업 한 두개 하면서 나름대로 정상치를 회복해 가는 듯 해보인다.

작업은 언제나 즐거워야 한다. 즐겁지 않은 작업은 놀이가 될 수 없고 지겨운 노동이 되곤 하니깐. 즐거우려면 마음이 가볍고 머리가 가벼워야 한다. 어디로 널을 뛰어 올라가던 가벼워야 더 높게 뛰고 더 멀리 본다.

자꾸 작업(들) 마무리가 코 앞에 보일 듯 보일 듯 해서인지 마음이 조금 급하다. 빨리 끝내고 잠깐 숨 돌리고 쉬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한다. 뭐, 그래도 손과 머리는 하고 있는 작업에 아귀가 맞아 돌아가고 있긴 하다.

조금 편하게, 자연스럽게~ 해야지.


.... 작업할 때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는 건 최악이다. 한 번 할 거 두 번 하게 되고 오늘 끝낼 거 내일, 모레까지 늦춰진다. 사람마다 편차가 있고 일마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언제나 늘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즐거운 작업이 아니라 지겹고 괴로운 노동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