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장춘에 겨울이 왔다. 아직 눈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매일매일 눈이 올 것만 같은 하늘이 펼쳐진다. 사람들의 옷도 두툼해졌고 식사 때 뜨끈한 탕은 빠지지 않고 시키게 되었다. 한국에서 겨울 옷을 가져오지 않은 바람에 며칠 전 시내에 나가 옷 몇 가지를 준비했다. 저녁마다 시간 맞춰 나오는 온수가 그리워 되도록 시간에 늦지 않게 침실에 도착해 샤워를 한다. 저녁 해는 일찍 저물어 이젠 6시 정도만 되어도 깜깜해진다. 교내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부쩍 줄었지만 여름이나 가을보다 더욱 더 꼭 껴안고 다니며 연애하는 학생들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인라인을 타는 학생들은 위험하지만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있거나 손을 소매 안에 집어넣은 채로 저녁 바람을 즐기고 있다. 삼삼오오 퇴근하는 교직원들의 어깨 간격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날들이다. 봄이 길다는 뜻의 장춘(长春)은 변함없이 겨울이 길고 그 긴 겨울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아침에 작업실로 향할 때 기숙사 앞에 고여있는 물이 미처 마르지 못하고 얼어붙은 광경을 보게 될 때는 왠지 내 입에서도 뜨겁고 새하얀 입김이 나올 것만 같다. 가끔 낮게 내려앉은 하늘을 보며 언제쯤 눈이 내릴지 사뭇 기대를 하곤 한다. 한국의 몇 몇 지방은 추위가 밀려오는 중에 물난리를 겪었다고 하는데 그네들의 겪게 될 육체의 추위보다 마음의 추위가 더 쓰리게 느껴지는 날씨다. 요 며칠은 격동의 시간이 지나가고 고요함이 더욱 가득해지는 듯 하다. 마음도 함께 차분해지곤 한다.
작업 요즘 하는 작업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아 함께 작업하는 이의 입에서 걱정의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단순 노동이 많지만 그다지 단순하진 않기 때문에 작업지시를 내리거나 작업을 진행하는 이들 모두 시간에 쫓기고 있다. 모두들 기존에 하던 작업방식과 많이 다름을 몸소 체험하고 있기 때문에 버거워 하는 중이다. 며칠 고민해서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야겠다. 작품 느낌들은 하나씩 잡혀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기본적인 작업과정이 더디게 진행되는 바람에 신바람이 덜 불고 있긴 하다. 조만간 나아지겠지. 아니, 나아지도록 해야지.
수영 어제 수영장에 다녀왔는데 이젠 50미터 정도는 평형으로 건널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제자리에서 멈춰 떠있진 못하지만 깊은 물이 그닥 무섭게 느껴지진 않는다. 그 동안 수영을 꽤 배우고 싶어했음에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는데 최근 몇 차례 연습을 통해 이만큼까지 발전했다니 스스로도 참 대견하다. 지금도 조금 방심하면 바로 물을 들이키곤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엄청난 진전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뭐랄까. 꽤 적합한 운동을 찾아낸 느낌이랄까. 수영을 하고 나면 약간의 전신피로가 오긴 하지만 운동을 했으니 당연한 결과고 수영을 하면 할 수록 몸이 편안해지고 전신의 근육에 힘이 생기는 기분이다. 헬스나 무술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는 합리적인 운동이란 생각이 든다. 달리기는 무척 싫어하는 타입이라 더욱 더 수영이 좋아지고 있다. 조급한 성격 때문에 더욱 빨리빨리 배우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기곤 하지만 그럴 수록 마음도 다스려가면서 차근차근 한걸음씩 떼고 있다. 더욱 좋은 건 겨울 수영장의 물은 비교적 따뜻하다는 것이다. 수영 후에 잠시 들리게 되는 간이 증기탕도 편안함을 주고 가벼운 샤워 후에 맞는 새콤한 바깥 공기도 온 몸에 온 마음에 활기를 준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수영을 하면서 더욱 더 느끼고 있는 중이다. 몸에 평형이 어긋난 느낌을 받는 날이면 물 속에서 손을 젓거나 발로 물을 차낼 때 몸이 바로 균형을 잃기 때문이다. 내 마음도 정신도 몸처럼 스스로를 속이지 않도록 제대로 살아낼 수 있도록 자주 챙겨야겠다.
사진기 몇 년간 잘 쓰던 사진기가 고장을 일으켜 수리를 하려 했더니 비용이 비싸다. 오히려 돈을 좀 더 보태 새 것을 사도 될 듯 해서 사진기를 알아봤는데 요놈의 욕심은 점점 커지더니 기어이 DSRL을 구입하기로 결정을 해버렸다. 가격을 알아보는 중인데 조만간 적절한 녀석을 들여올 것 같다. 그럼, 이곳에 다시 사진이 좀 더 늘어나겠지. 그리고 또 다른 기록들도 사진으로 남길 수 있게 되겠지. 좋은 기억, 추억들을 담아낼 수 있는 마음부터 준비해야겠다.
그림 틈틈이 크로키를 하는데 결과의 기복이 좀 있다. 그래도 느끼게 되는 건 마음을 비우고 몸을 따르고, 대상의 외형에 집착하지 않고 내면을 들여다보려고 애를 쓸수록 느낌 좋은 선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미술의 기본도 제대로 배우지 않았음에도 보이는 것을 그려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할 뿐이다. 하지만 쉼 없는 노력을 견지하도록 더욱 주의해야지. 그림은 노력과 시간이 만들어 내는 최종 결과물이다. 예전에 고흐의 습작과 걸작들의 창작 과정을 보며 느낀 감상이 그랬다.
수영하는구나. 잘했다. 몸에 맞다니 더욱 좋네. ㅎㅎ 뱃살이 좀 빠졌겠구나.
답글삭제그곳도 추워졌구나. 여기도 오후 4시면 어두워지는 겨울이 왔다. 감기로 몸살 중이다. 오늘은 약국가서 비타민만 잔뜩 사왔다.
너두 감기 조심하고 옷 따뜻하게 잘 입고 다녀라.
@wolhoo - 2006/11/02 04:21
답글삭제감기몸살이라니...어여 건강 회복되길 바래. 여기야 겨울이 가장 긴 동넨데 뭐. 장춘에서 겨울을 몇 번 났더니 거뜬한 편이랄까. 건강 조심해라.
요즘 애니메이션 제작 진행 때문에 영 시간이 없네. 게다가 다른 일들도 함께 진행되는 바람에 더더욱. 잘 살고 있지? :)
#장춘엔 벌써 겨울이 시작되었나봐요?
답글삭제그래도 시험 앞두고 20일은 독서실에만 박혀있어서 늦가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살았어요.
아니, 지금도 모른 체 하고 싶어요.(같이 보낼 사람이 있어야 아는 체를 하고 싶지, 원.ㅋㅋ)
#아니, 벌써 평형까지 배우신 거예요?
평형은 서너달 지나야 배울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소질있으신 거 아녜요?^^;
#이 곳에 올라올 더 많은 사진들 기대할게요.
#저도 그럼, 형 그림을 습작해볼까나?
#는 아무뜻 없고 형 최근에 올라온 포스트보니까, 변화를 주셨길래 저도 덧글에 변화를 좀 줘볼까 싶어서..헤헤
@왕도비정도 - 2006/11/17 15:47
답글삭제* 뭐, 평균 영하10도는 유지하는 정도랄까? 동북지역의 북풍이 너무 매서워서 영하10도 이상되는 듯한 체감온도를 경험하고 있다. 시험 삼매경에서 벗어나 이젠 월동준비해야지. 안그래? :) 어여 같이 보낼 친구를 찾아봐라.
* 평형이 아니라...음;;; 개구리 수영이랄까. 평형의 고급자세가 아니라 아주 기본적인 자세지. 뭐. 배우기는 좀 빨리 배웠다만...ㅎㅎ 그런데 요즘 시간이 없어서 한참 못갔더니 몸이 근질하다. 수영법을 다 잊었을까 걱정되기도 하고.-_-;
* 응, 사진 찍은 게 있는데 올릴 시간이 없다. 다음 주라면 좀 낫지 않을까 싶다만...
* 에구, 내 그림을 습작하다니. 당치도 않은... 그림을 습작하고 싶다면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을 습작하는 게 좋아. 알았지?ㅎ
* 하하.
trackback from: 2006년 11월 20일-초겨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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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의 운치
해가 갈수록 겨울은 성급해지는 것 같습니다. 가을인가 싶었는데, 눈보라가 몰아치던 그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