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9일 화요일

실패...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장춘으로 오는 내내 후배와 어떻게 할지 상의를 했다.
 
일단 내가 원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장춘에서 어학을 준비한다. 6개월 열심히 공부한다.
 
2. 대학 교수나 다른 분을 통해 서법과 중국화 기본을 배운다.
 
3. 집을 구해서 혼자 산다.
 
4. 내년 초부터는 북경에서 할 일을 차근차근 알아보고 준비한다.
 
물론 이대로 정확하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장춘에서 어학을 배우는 것은 괜찮을 듯 싶다.
비용도 괜찮고 또 어학도 괜찮다고 하니 말이다.
 
후배는 당장 내일 오전에 가서 등록을 하자고 그랬다가
혹 그렇다면 심양은 어떤지 알아보자 한다.
심양에 루쉰대학이 있는데 미술로 꽤 알아주는 학교로 알고 있다면서...
그건 생각 좀 해봐야겠다.
지금 마음이 영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다.
 
답답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위해 마음을 추스릴 때인 것 같다.
 
장춘 후배집에 돌아오니 남자 후배가 막 웃는다.
돌아올 줄 알았다며 농담도 하고 오늘 술이나 먹자 한다.
 
마음이 스산하다.

2003년 9월 8일 월요일

북경 도착...그리고...

북경에 드디어 도착했다. 아침 9시.  

그래서 일단 북경중앙미술학원 근처로 가서 아침을 하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한국에서 프린트를 해온 주소를 보여주며 학교로 향했다.
왕푸징이라는 중국의 번화가에 자리하고 있는 중앙미술학원.
이제 시작이란 생각을 한다.
북경행은 후배와 후배의 수양어머니와 동행을 했는데
내 학교 일만 봐주고 그들은 후배의 한국 아버지 병원을 알아보기 위해 병원을 찾을 예정이란다.  

헉~ 학교에 도착하니 학교가 철거하고 없다.
후배는 중국에서 알아볼 때 왕푸징 주소가 아니었는데 역시 뭔가 이상하다고 했다.
난 사실 후배가 중국에서 전화를 해봤었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따라온 건데...내 실수가 크다.-_-;
후배도 어쩔 줄 몰라한다. 자기가 중국에서 더 잘 알아봤어야 하는데..라며 난색을 표한다.
담담하다. 내 실수가 더 큰 걸...  

사람들에게 알아본 결과 학교가 새로 건물을 지어서 조금 외진 곳으로 이사를 갔단다.
아침을 대충 먹고 이사간 학교로 찾아갔다.  

학교는 상당히 좋아 보인다. 새 건물이다.
음...슬쩍 기분이 좋아지는걸?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 유학생 담당 사무실을 찾았는데 아뿔사 딱 점심시간.
유학생 기숙사 로비에 앉아 쉬고 있는데
한국 유학생 무리들을 만났다.
모두 여자들이었는데 한 명을 빼고는 나이가 다 어리다.
이것 저것 묻고 듣고 그랬다.
기숙사 숙소는 화장실이 없는 것도 상당히 비싸다. 음... 북경은 북경이군.
수업료는 본과생(우리나라 대학생), 진수생(대학원 진학준비생)이 약 20,000원 정도다.
수업료도 비싸군.-_-;  

후배가 한국후배들에게 도움을 청해서 수속을 마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한다.
자신도 병원일을 알아본 후에 장춘으로 돌아가야 다음날 수업에 참석할 수 있다고 한다.
ok! 이제 한국사람들도 만났고 알아보기로 하고 후배와 수양어머님을 보냈다.  

나와 동갑인 여자(소아마비-처음엔 몰라서 도와달라 했는데 도움을 청하고 보니 미안하다.)와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여자아이와 함께 유학생 담당 선생을 만나러 갔다.
내 사정을 얘기하고 진수생으로 들어갈 수 있겠느냐고 하니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단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쪽 포트폴리오와 캐릭터 디자인 비슷한 것만 있다하니
그걸론 부족하고 수채화, 소묘, 인체뎃생 같은 게 필요하댄다.
헉! 난감. 물론 대충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것들을 원래는 어학원 다니면서 준비하려 했었다.
그런데 이쪽 사정을 보니 어학원이 학교 내에 있긴 한데 전문적이 아니어서
상당히 수준이 낮고 배우는 것도 별로라고 한다.
모두들 중앙미술학원에 어학을 배우는 건 포기하라 해서 진수생을 생각했던 것이었다.
포트폴리오가 문제가 되었다.
도움을 준 분의 말로는 학교 근처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미술학원이 있는데
거기에서 도움을 받아 준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전화를 했더니 원장은 한국에 가 있고 한국 선생 한 분은 산동에 가 있어서
두 분다 언제 올 줄 모르고 학원도 언제 열지 모른다고 한다.
엎친데 덮친 격이다.
한국에 아는 분들에게 포트폴리오를 받아서 대신 제출해도 된다고 하는데
시간적으로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고 도저히 그렇게는 내 실력이 아닌데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그리고 상황을 더 물어보니 대학원 과정은 총 6개가 있는데
수묵 인물, 수묵 화조, 수묵 산수, 공필 인물, 공필 화조, 공필 산수가 있다 한다.
수묵 인물이 가장 좋고 그걸 배우는 게 다른 걸 배우는 것보다 낫다 해서
수묵 인물을 신청하니 그건 더 이상 학생을 모집하지 않는단다.
그럼 다른 분야라도 해볼까 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진수생을 반년 해서 바로 연구생(대학원생)이 되기는 어렵다 한다.
보통 한국에서 동양화 전공해서 온 사람들이나 대학원생으로 가는데
그건 일단 실기가 다 되기 때문이고
본과생을 거치지 않으면 동양화를 접해보지 못한 나로써는
진수생을 몇 년이나 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게다가 어학도 함께 병행해야 하는 나로써는 상당히 난감한 문제에 봉착한 셈이다.  

계속 고민, 고민, 고민, 고민이다.

만약 어학이 제대로만 된다 한들 거짓말을 좀 보태서라도 학교 수업을 받겠는데
어학도 안되고 진수생으로 연구생을 준비하기엔 실력도 부족하고
동양화쪽으로는 기본도 되어있지 않으니... 이 일을 어쩐담?
한국 분들은 본과생이 어쩌냐고 한다.
그런데 본과생은 4년 과정인데다가 학비도 만만치 않고
게다가 내 목적은 이왕지사 대학원 간판이라도 따 볼 요량이었는데...
본과생은 영 내키지가 않는다.  

아~ 정말 고민이다.
한국 분들이랑 몇 시간을 앉아서 고민했다. 어쩌면 좋을지...
결국 결정을 내렸다.
다시 장춘으로 돌아가자. 돌아가서 중국어를 어느 정도 마스터하자.
중국어를 배우면서 장춘에 있는 교수들이나 중국화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찾아
사사를 받으며 기본을 좀 닦아놓자...
이렇게 결정을 해도 마음은 영 찝찝하다.
북경에서 터를 잡고 몇 년을 버텨볼까 했던 상황이 다 틀어지는 순간이다.
마음은 완전히 너덜너덜해졌다. 머리도 복잡하다. 힘들다.  

하지만 상황이 그러한데 우겨서 될 일이라면 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장춘 물가가 북경의 약 반 정도 되고 어학은 북경 못지 않다 하니
장춘에서 일단 어학을 마쳐야겠다.
그리고 내년에 연구생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다시 북경에서 하더라도
아니, 만약 대학원을 포기하더라도 애니메이션 일을 북경에서 할 수 있도록 알아봐야겠다.  

마음을 정하고 나니 후배와 수양어머님이 장춘으로 돌아가기 전 연락을 취해야 했다.
한국 분 핸드폰을 빌려서 담배 두갑을 사드리고-_-; 사용했다.
우여곡절 끝에 왕푸징 여자상점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택시를 타고 향했다.
택시 안에서의 마음은 중국으로 올 때의 마음과 다르게
녹초가 되어 있었고 여러가지 상념으로 복잡하기만 하다.
다시 장춘으로 간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휴~~~

2003년 9월 7일 일요일

북경 행...

북경으로 가기로 한 날이다.
 
오전에 푹 쉬고 낮 시간을 활용해서 내가 북경으로 가게 되면
후배 컴터 봐주기가 어려워 한글 윈도우 CD와 한글 워드를 CD로 구워주기로 했다.
그래서 남자 후배와 함께 홍커로우에 가서 공CD를 샀다.
CD는 꽝반이라 한다. CD값은 한국이랑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후배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해줄 게 없어 웹캠을 달아주기로 했는데
홍커로우에 있는 웹캠은 좀 비싸다.
그래서 오야라는 한국으로 말하자면 용산, 테크노마트같은 전자상가를 찾아갔다.
택시비로 한 6-7원 정도다. 한 두 어시간을 돌아다닌 끝에
120원짜리 웹캠을 사고 나도 노트북용으로 170원짜리 웹캠과 15원짜리 헤드셋을 구입했다.
(참고로 중국돈 1원은 한국돈 약 150원 정도의 화폐가치가 있다.)
 
돌아와서 여자 후배의 중국인 수양부모님 댁에 저녁초대를 받아 가서
저녁을 맛있게 먹고 맥주도 한 두 어잔 먹고 담배도 같이 피우다 돌아와 좀 쉬고 출발했다.
 
강산(중국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북경에 가면 꼭 전화를 달라 한다.
아는 친구들 부탁해서 만나게 해줄테니 전화해달라고...음..고맙지..
 
9시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갔다.
많은 사람들이 있다.
버스는 개조를 해서 이층침대가 세줄로 놓여져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사람을 더 태우기 위해 일단 침대칸에 사람을 다 채운 후
통로에도 사람을 태우기 시작했다.덥고 냄새는 나고...
앉아있지 못하고 12시간을 누워서만 가야 한다. 물론 중간에 쉬긴 하겠지만...
 
남자 후배는 연신 인사를 하며 북경에 가서 잘 적응하라고 창밖에서 응원을 해준다.
수양 아버님도 마치 못볼 사람처럼 아쉬움의 표현을 한다.
 
그래 이제 북경에 간다.

2003년 9월 6일 토요일

긴장하다.

창밖에 햇살이 참 좋다. 조금 쌀쌀하기는 하지만.
내일 낮 12시 고속버스로 북경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후배가 표를 사러 나갔다. 후배한테 참 미안하고 고맙다.
 
북경으로 가는 것으로 결정이 나서 마음은 홀가분하긴 하지만
북경엔 아는 사람들이 없으니 정말 혼자 해결해가야 한다.
중국 친구들이 북경에 아는 사람들을 소개시켜 줄테니 걱정말라고들 한다.
참 고맙다.
 
여기에서처럼은 아니겠지만
하나하나 준비하고 챙겨가며 홀로서기를 해야한다.
기다렸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약간 긴장되고 조금 두렵다.
 
....
 
며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푸욱~ 잠만 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태 잘 살아왔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자. 장소가 중요한 건 아니니까.
결국 마음이 중요하니까. 그것만큼은 확실히 알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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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출발이 확실하게 정해졌다.
내일 저녁 9시 버스다. 12시간 걸린다니 다음날 아침 9시에 도착하겠군.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잘 도착했으면 좋겠다.:)

2003년 9월 5일 금요일

사스 소식.

북경에 내일 갈까 하는데 자꾸 사스 소식이 들려 망설여지고 있다.
후배는 하얼빈, 심양, 장춘 이 셋 중 하나에서 어학을 마치고 hsk시험을 치룬 후에
북경으로 가서 대학원을 진학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한다.
고민이다.
 
살다보면
사람 마음만으로 다 되는 줄 알고 살다가도
가끔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닥치면 난감할 때가 있다.
 
하지만 잘 결정해야지. 북경에 인연이 있는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물어서
상황에 대해 정확한 판단이 서게 되면 결정해야지.
우긴다고 이뤄질 일도 아니고 거부한다고 이루어지지 않을 일도 아니다.
 
영덕형님한테 전화해봐야겠다.
 
좋은 결과 있으면 좋겠다.
 
.....슬슬 저녁 먹으러 갈 준비해야겠다.

2003년 9월 4일 목요일

두번 째 날...

#01 장춘에서의 두 번 째 날...
 
여전히 전화는 불통이다. 국제전화 회선이 계속 먹통이라구?!!!
 
동북사대(동북사범대학)를 갔다. 학교가 참 좋네.
군복을 입고 다니는 애들이 있길래 후배에게 물었더니
군대가 의무가 아니고 지원제도이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남녀 불문)은 입학해서 한 달 동안 군사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음..그렇군.
그리고 대부분 지방, 시골에 있는 애들이 군대를 자원입대한다고 그런다.
시골에선 먹고 살기 힘들기도 하지만 군대에 있거나 제대를 하고 나면
지역을 쉽게 옮길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고 한다.
중국은 원래 이사도 못다니도록 통제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점심은 유학생 기숙사 내에 있는 식당에서 먹었는데
밖에서 먹는 것보다 양은 반절이고 가격은 두 배 비싸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외국인 기숙사여서 그렇댄다. 제길! 한국인이 봉이냐?
한국인 70%, 그리고 백인, 흑인, 일본인...등이 있다는데...쩝~!
 
 
 
#02 朋友 (펑요우;fengyou)
 
어제 만난 친구들 말고 오늘은 다른 친구를 만났다.
작년에 같이 야구도 하고 목욕탕도 가고 놀던 친구였는데...

전화했더니 무척 반갑게 맞아준다.
그 친구와 또 한명의 친구를 알게 되었다. 그 친구는 한국인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렇게 네명이 만나 식사하고 술마시고 노래방가고...-_-; 음..계속이군.

흑어 요리(사천요리)와 함께 푸짐한 저녁상을 받으며 다시 한 번 중국인들의 풍습을 느껴본다.
손님에게는 최선을 다해 대접을 하는...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일단 사람이 사람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고마움을 일게 한다.
그게 어떤 사심이 깃들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좋은 관계를 위해 人和를 위해 좋은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난 내 주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는지 생각하게 된다.
만약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면 다시 노력하자.
최선을 다해...

2003년 9월 3일 수요일

정말 가네...

#01 정말 가네...
 
이 말을 제일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음...그래. 정말 가긴 가는구나.
사람들에게 떠들고 다닌 게 벌써 1년이 되었으니 참 오래도 버티고 있었네.
 
작년에 중국을 가기로 결정했을 때는 왠지 힘도 더 나고 기대도 되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힘이 좀 덜 나고 긴장도 되고 조금은 두렵기까지 하네.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기운을 받았으니 잘 살아야지. 꼭! 자유로워져야지.
업(業)의 굴레가 무섭다고 하지만 함 뛰어넘어볼거야. 아자~!
 
지금 시간은 새벽 5시 29분... 조금 있다가 공항으로 출발해야겠지?
 
짐은 다 쌌나? 빠진 건 없나?
자꾸 돌이켜보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마음 한 켠이 허전하다.
 
후~
 
잠을 좀 자둬야 할텐데...
 
 
 
# 02 동생
 
판단을 잘못해서 출국장에 서둘러 들어갔다.
동생이랑 얘기도 많이 못했네.
뭐 특별히 말하지 않더라도 서로는 알고 있을테지만
마음 차분하게 편하게 얘기 주고받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리네.
 
악수 한 번 진하게 하고 돌아서는데 참 아리고, 미안하더군.
사진 같이 찍자는 소리도 못했네. 쩝~
 
상인아! 잘 살아줘.
 
 
 
#03 울컥
 
꾸역꾸역 기내식을 먹고 있는 내가 보이는 순간,
가슴 한켠이 울컥했다.
아. 나도 마음이 많이 지쳐있었구나.
남들에게 보여지는 부분만 잘 키워왔구나.
이젠 나를 좀 어루만져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