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8일 월요일

북경 도착...그리고...

북경에 드디어 도착했다. 아침 9시.  

그래서 일단 북경중앙미술학원 근처로 가서 아침을 하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한국에서 프린트를 해온 주소를 보여주며 학교로 향했다.
왕푸징이라는 중국의 번화가에 자리하고 있는 중앙미술학원.
이제 시작이란 생각을 한다.
북경행은 후배와 후배의 수양어머니와 동행을 했는데
내 학교 일만 봐주고 그들은 후배의 한국 아버지 병원을 알아보기 위해 병원을 찾을 예정이란다.  

헉~ 학교에 도착하니 학교가 철거하고 없다.
후배는 중국에서 알아볼 때 왕푸징 주소가 아니었는데 역시 뭔가 이상하다고 했다.
난 사실 후배가 중국에서 전화를 해봤었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따라온 건데...내 실수가 크다.-_-;
후배도 어쩔 줄 몰라한다. 자기가 중국에서 더 잘 알아봤어야 하는데..라며 난색을 표한다.
담담하다. 내 실수가 더 큰 걸...  

사람들에게 알아본 결과 학교가 새로 건물을 지어서 조금 외진 곳으로 이사를 갔단다.
아침을 대충 먹고 이사간 학교로 찾아갔다.  

학교는 상당히 좋아 보인다. 새 건물이다.
음...슬쩍 기분이 좋아지는걸?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 유학생 담당 사무실을 찾았는데 아뿔사 딱 점심시간.
유학생 기숙사 로비에 앉아 쉬고 있는데
한국 유학생 무리들을 만났다.
모두 여자들이었는데 한 명을 빼고는 나이가 다 어리다.
이것 저것 묻고 듣고 그랬다.
기숙사 숙소는 화장실이 없는 것도 상당히 비싸다. 음... 북경은 북경이군.
수업료는 본과생(우리나라 대학생), 진수생(대학원 진학준비생)이 약 20,000원 정도다.
수업료도 비싸군.-_-;  

후배가 한국후배들에게 도움을 청해서 수속을 마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한다.
자신도 병원일을 알아본 후에 장춘으로 돌아가야 다음날 수업에 참석할 수 있다고 한다.
ok! 이제 한국사람들도 만났고 알아보기로 하고 후배와 수양어머님을 보냈다.  

나와 동갑인 여자(소아마비-처음엔 몰라서 도와달라 했는데 도움을 청하고 보니 미안하다.)와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여자아이와 함께 유학생 담당 선생을 만나러 갔다.
내 사정을 얘기하고 진수생으로 들어갈 수 있겠느냐고 하니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단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쪽 포트폴리오와 캐릭터 디자인 비슷한 것만 있다하니
그걸론 부족하고 수채화, 소묘, 인체뎃생 같은 게 필요하댄다.
헉! 난감. 물론 대충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것들을 원래는 어학원 다니면서 준비하려 했었다.
그런데 이쪽 사정을 보니 어학원이 학교 내에 있긴 한데 전문적이 아니어서
상당히 수준이 낮고 배우는 것도 별로라고 한다.
모두들 중앙미술학원에 어학을 배우는 건 포기하라 해서 진수생을 생각했던 것이었다.
포트폴리오가 문제가 되었다.
도움을 준 분의 말로는 학교 근처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미술학원이 있는데
거기에서 도움을 받아 준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전화를 했더니 원장은 한국에 가 있고 한국 선생 한 분은 산동에 가 있어서
두 분다 언제 올 줄 모르고 학원도 언제 열지 모른다고 한다.
엎친데 덮친 격이다.
한국에 아는 분들에게 포트폴리오를 받아서 대신 제출해도 된다고 하는데
시간적으로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고 도저히 그렇게는 내 실력이 아닌데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그리고 상황을 더 물어보니 대학원 과정은 총 6개가 있는데
수묵 인물, 수묵 화조, 수묵 산수, 공필 인물, 공필 화조, 공필 산수가 있다 한다.
수묵 인물이 가장 좋고 그걸 배우는 게 다른 걸 배우는 것보다 낫다 해서
수묵 인물을 신청하니 그건 더 이상 학생을 모집하지 않는단다.
그럼 다른 분야라도 해볼까 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진수생을 반년 해서 바로 연구생(대학원생)이 되기는 어렵다 한다.
보통 한국에서 동양화 전공해서 온 사람들이나 대학원생으로 가는데
그건 일단 실기가 다 되기 때문이고
본과생을 거치지 않으면 동양화를 접해보지 못한 나로써는
진수생을 몇 년이나 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게다가 어학도 함께 병행해야 하는 나로써는 상당히 난감한 문제에 봉착한 셈이다.  

계속 고민, 고민, 고민, 고민이다.

만약 어학이 제대로만 된다 한들 거짓말을 좀 보태서라도 학교 수업을 받겠는데
어학도 안되고 진수생으로 연구생을 준비하기엔 실력도 부족하고
동양화쪽으로는 기본도 되어있지 않으니... 이 일을 어쩐담?
한국 분들은 본과생이 어쩌냐고 한다.
그런데 본과생은 4년 과정인데다가 학비도 만만치 않고
게다가 내 목적은 이왕지사 대학원 간판이라도 따 볼 요량이었는데...
본과생은 영 내키지가 않는다.  

아~ 정말 고민이다.
한국 분들이랑 몇 시간을 앉아서 고민했다. 어쩌면 좋을지...
결국 결정을 내렸다.
다시 장춘으로 돌아가자. 돌아가서 중국어를 어느 정도 마스터하자.
중국어를 배우면서 장춘에 있는 교수들이나 중국화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찾아
사사를 받으며 기본을 좀 닦아놓자...
이렇게 결정을 해도 마음은 영 찝찝하다.
북경에서 터를 잡고 몇 년을 버텨볼까 했던 상황이 다 틀어지는 순간이다.
마음은 완전히 너덜너덜해졌다. 머리도 복잡하다. 힘들다.  

하지만 상황이 그러한데 우겨서 될 일이라면 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장춘 물가가 북경의 약 반 정도 되고 어학은 북경 못지 않다 하니
장춘에서 일단 어학을 마쳐야겠다.
그리고 내년에 연구생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다시 북경에서 하더라도
아니, 만약 대학원을 포기하더라도 애니메이션 일을 북경에서 할 수 있도록 알아봐야겠다.  

마음을 정하고 나니 후배와 수양어머님이 장춘으로 돌아가기 전 연락을 취해야 했다.
한국 분 핸드폰을 빌려서 담배 두갑을 사드리고-_-; 사용했다.
우여곡절 끝에 왕푸징 여자상점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택시를 타고 향했다.
택시 안에서의 마음은 중국으로 올 때의 마음과 다르게
녹초가 되어 있었고 여러가지 상념으로 복잡하기만 하다.
다시 장춘으로 간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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