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4일 월요일

성룡은 친구들 생일 선물로 무엇을 줄까?

우연히 성룡의 블로그를 둘러보다 "가장 좋은 생일 선물"이란 글을 읽게 되었다.

며칠 전 몇 친구가 생일을 맞이해 생일모임에 초청을 했다. 한 친구는 비교적 젊은 친구였고, 집안 경제사정이 꽤 좋은 편이었다. 그는 줄곧 내게 무슨 선물을 줄 것이냐고 물었다. 내가 말하길 "5천원(한화로 약62만원) 줄게." 그는 무척 기뻐했다. 나는 그가 웃음이 그치길 기다린 후 바로 이어 말했다. "그런데 내가 이미 네 대신 5천원을 성룡자선기금회로 기부했어. 게다가 이미 너를 대신해 수 많은 가난한 학생들이 공부를 할 수 있게 도와줬어. 하하! 농담이라고 생각하지마, 정말이야. 며칠 후에 너한테 영수증(증명서)을 보내줄게. 내가 정말 네 명의로 5천원을 기부했음을 증명해 줄거야"
그리고 두 명의 친구 생일모임. 한 명은 60세, 한 명은 70세였다. 전에 매니저Willie가 무슨 선물을 사야할지 물었을 때  난 아무것도 사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내가 인색해서가 아니다. 내 생각엔 그들은 부족한 게 없는 사람들이었다. 난 정말 그들에게 어떤 선물을 해줘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유일하게 생각된 것은 바로 선물 살 돈을 자선활동에 기부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생일모임에서 돌아온 후, 난 바로 Willie에게 말했다. "내 결정이 정확해" 내가 본 탁자 위에 모든 선물은 금장식품, 넥타이, 양말 등과 같은 거였다. 난 그것들이 그 노인들에게 필요하지 않은 걸 알고 있다. 그 선물들은 모두 그저 방안 한 구석에 쳐박힐 것이라고 믿는다. 얼마나 낭비인가! 생일을 맞이한 사람들이 선물을 받는 것은 한 순간 기쁠 뿐이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면 모든 선물은 그저 창고에서 먼지만 가득 뒤집어 쓸 뿐이다. 이런 게 정말 필요한 것인가? 만약 선물을 구입할 돈을 모두 자선활동에 사용한다면 정말 많은 어린이들, 노인들은 모두 혜택을 받을 것이다. 이건 혹 나 한 사람만의 바램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은 늘 생일 선물을 받길 원한다. 하지만 난 이번에 또 다음에 내 팬들에게 친구들에게 지지를 구할 것이다. 이후에 당신들은 어떤 선물도 내게 보낼 필요가 없다. 만약 보내고 싶다면 돈을 보내라. 하하... 내가 그 돈을 모두 자선사업을 하는데 쓸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야 말로 가장 좋은 생일 선물이 아닌가. 여러분의 지지에 감사한다. 그리고 혜택받을 사람들을 대신에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린다. - 성룡

번역: 자유인
출처: 성룡의 블로그

물론 이 글이 좀 더 술술 읽힌 건 내가 본인의 생일이나 주변 인연들의 생일을 맞이했을 때 어떤 선물을 주고 받아야 할지 몰라 '안 주고 안 받기'라고 종종 말했던 경험이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의 어떤 생각을 떠나 성룡이 생각하고 있는, 직접 실천하고 있는 행동들은 시사하는 바가 참 많다고 생각한다. 종종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정부나 돈 있는 이들이 어떤 일을 할 때 한국에 있는 어려운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보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그렇게 말만 하고 생각할 뿐 어떤 행동을 몸소 실천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나 싶다.

물론 성룡처럼 자선활동을 하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혹은 한국의 자선활동, 단체들의 투명성을 의심하고 있는 사람들도 꽤 많을 것 같긴 하다. 이유야 어쨌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가지고 주변을 살피는 적극적인 태도를 견지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보람된 일이 아닐까 싶다.

나도 몇 달 전 블로그 답글 수나 트랙백 수를 매달 혹은 매년 정리해 한 건당 백원이든 몇 백원이든 적립해 자선활동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여전히 하지 않고 있다. 중국에 있으면서도 나름대로 이런저런 괜찮은 생각들을 하고 있지만 역시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않고) 있다. 성룡 글을 읽으며 무척 부끄러워지는 건 말과 행동이 따로 움직이고 있는 내가 너무 적나나하게 드러나기 때문일게다.

생일이 왜 중요한지는 다시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중요한 자신과 타인의 생일에 주고 받는 선물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경우는 많이 적지 않나 싶다. 바람직한 개인주의, 서로 기분 좋은 생일을 맞이하고 보내는 일은 어느 누구도 뭐라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다만 한 생명이 태어난 소중한 날에 다른 생명들은(이미 고정된 사회시스템 하에 태어난) 힘겹게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임을 생각해 보는 건 또다른 측면에서 생일을 더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자선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쓸데없이 낭비하고 과시하는 소비풍조는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덧: 위 내용과 (약간) 관련됐다고 생각하는 내가 알고 있는 몇 가지.

성룡은
일년에 약 750억 정도의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꽤 많은 자신만의 브랜드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동료직원들에게 설립한 업체를 골고루 나눠 준 후 그들의 삶에 보탬이 되게 하고 있다.
홍콩 연예계 대부라 불리고 있고 많은 연예들이 성룡을 "따거"라고 부르며 존경을 하고 있다.
유명한 연예인들과 종종 카레이싱 대회를 개최해 수익금 모두를 자선활동에 기부하고 있다.
동료 연예인의 치욕적인 파파라치 사건으로 인해 부도덕한 일을 근절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성룡자선기금회는 중국 대륙에서도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의 어린이 및 많은 팬들이 1달러~몇 달러씩을 보내 학교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역시 중국에서는 1원(한화 125원)씩 기부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학교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돈들은 학교 건립 외 학교 보수공사, 학용품 구입 등 그들에게 필요한 일에 쓰인다.
....그는 특별한 스캔들이 없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그리고...
현재, 장이모와 함께 영화를 준비 중이고 본인이 감독할 작품도 준비 중에 있다.

댓글 5개:

  1. 성룡이 저렇게 멋진 사람이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수능준비를 하다보면 감성이 메마르기 마련인데, 가슴팍이 따끈해짐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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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당장 실천해야겠어요. 형 생일불러주시면, 송금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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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덧글과 트랙백수를 계산해서 자선활동에 쓰실 계획을 하고 계셨다길래.. ㅎㅎ 좋은 일하시는데 보탬이 되고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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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런데 자선하는 일 또한 의미있는 일이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굶주림을 해결하는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형도 아시겠지만, 자선사업이나 그 외의 굶주림을 해결하려는 방식이 의도하지는 않았어도 오히려 굶주림을 고착화시키기도 하니까요. 경제적인 민주화가 이루어져야하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도 독점하고 있는 기업에서 물품을 사는 것보다 동네슈퍼에서 물건을 사는 일.. 등 다양할 거예요. 혹시 <굶주리는 세계>란 책 읽어보셨어요? 저도 다는 읽지 못한 채로 책장에 꽂혀있는데, 굶주림에 관한 신화들.. 예를 들면 굶주리는 사람들을 도우면 인구가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고, 우리들(비교적 넉넉한)삶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등을 하나하나 깨트려주더라구요. 안 보셨으면 추천~ 합니다. 전 수능 끝나고 다시 봐야겠어요.



    중국도 이제 가을날씬가요? 대구는 반팔소매가 추워보이기 시작했네요. 감기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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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왕도비정도 - 2006/09/06 20:01
    덧글을 많이 달아줬네..^^;;;



    1. 내가 보기엔 성룡 꽤 괜찮은 사람같아. 중국에서도 별다른 소문이 없는 배우 중에 한 명이야. 성룡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지.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인생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되었고 차츰 변해갔던 사람이야. 그래서 더 인간적인 느낌이 들어.



    2. 음, 내 생일을 계기로 실천하진 마라.^^ 주변에 좋은 친구들 많이 있잖아. :)



    3. 덧글, 트랙백수로 하려고 했는데 못했고 안 하고 있지. 아는 형님이 좋은 일 하는데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하곤 있는데 음...



    4. 네 말이 맞아. 자선활동도 의미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도 함께 병행해야겠지. 자선사업의 의미가 어쩌면 오해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혹은 자선사업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의 차이일 수도 있고. 혹은 혜택을 받는 사람들의 안일한 사고방식도 한 몫 하겠지.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고 가진 것을 나누고 함께 살아가려는 노력임에도 그 효과가 자꾸 다른 쪽으로 왜곡되다보니 불신도 함께 쌓이는 것도 있지.

    대형마트보다 동네슈퍼에서 물건을 사는 게 바람직하지만 소시민들 중에 누가 더 많은 돈을 내고 물건을 사려고 할까. 장기적인 안목은 누가 뭐래도 필요한 거지만 일반 서민들은 지금 당장의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게 마련이야. 이걸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을까. 시스템으로 접근해 방법을 마련해야하기도 하겠고 개개인의 노력도 필요하겠지.

    <굶주리는 세계>란 책 못 읽어봤다.^^; 나중에 기회되면 읽어볼게. 개인의 삶의 질은 내 주변의 삶의 질이 향상될 때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난 생각하지. 함 읽어봐야겠네. :)



    중국은 이미 가을이 왔어. 게다가 여긴 북쪽이거든. 제법 쌀쌀하고 저녁엔 좀 추워. 너도 건강 조심하고. 공부 열심히 하고! 물론 즐겁고 신나게!!! 힘내고 힘껏 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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