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7일 목요일

조삼모사 중국판 - 중국에 대한 오해와 몇 가지 생각

중국어를 조금 안다는 이유로 어제 한 포털사이트를 통해 '조삼모사 중국판'이라는 기사가 시선을 끌었다. 중국인들은 어떻게 그걸 표현했을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다. 기사의 요지는 한국에서 한참 유행했던 '조삼모사' 만화를 중국에서 실사판으로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물론 기사 후반부에 가서는 중국에 살고 있는 한 교민의 말을 빌어 '조선족이나 한국유학생이 중국의 베끼기 문화, 짝퉁문화를 조롱하기 위해 만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 기사의 리플들을 보니 가관이다. 사실 보통 리플들을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조삼모사 중국판'에 써있는 중국어가 좀 이상하다고 느껴져서 혹시 누군가는 그 부분을 지적하지 않았을까 하는 호기심 때문에 보게 되었다. 예상대로 몇 명 정도가 '중국어 어법이 틀리고 문장이 어색한 걸 보면 분명 한국 유학생의 소행'이라는 정도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말은 그저 한 줄의 의견에 지나지 않을 뿐이었다. 대부분은 중국의 짝퉁 문화, 베끼기 문화에 대해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떼로 욕을 해대고 있는 행태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 중국인들과 대화하면서, 혼자 생각하면서 생긴 궁금증이 다시 일었다.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일본이나 미국, 다른 나라에 비해 공정한 사고방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정말 대다수 누리꾼들이 중국에 와서 사기를 당하고 그들의 행태에 치를 떨었던 경험들을 가지고 있어서일까? 한국이 일본과 미국문화를 비판없이 수용하고 베끼기에 열중일 때는 그저 선진 문화를 배우기 위한 습작일 뿐이었던 것이어서 괜찮았던 것일까? 가만 보면 미국과 일본, 중국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좀 차이가 있다.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무작정 깍아내리고 비판하는 행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자는 이야기도 꽤 많았던 것 같다. 간혹 어떤 방면이든 그들을 추월했을 때의 보이는 우월감은 실로 대단한 정도고. 즉, 한국인은 그들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한 편으로 많은 열등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런데 중국에 대한 태도는 이와 정 반대다. 중국은 앞으로 영원히 한국을 추월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하고(믿고) 있고 그들의 베끼기 문화 등은 '짱깨'들이니까 한다는 식이다. 오히려 그들이 한국보다 나은 점을 보이면 거짓말이라고 우기거나 더 많은 나쁜 점을 들추면서 무조건 깔보고 무시하고 욕하기 바쁘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들의 우월함을 증명하고 싶겠지만 보기에 참 추하다.  

한국인들 사이에 중국인들은 더럽고 시끄럽다고 하는 인식은 이미 널리 퍼진지 오래다. 공교롭게도 최근 중국에 한국인 수가 많아지면서 오히려 중국인들은 한국인들이 시끄럽다고 생각하고 있다. 술자리에서나 기타 공공장소에서도 적지 않은 '개념을 잃은' 한국인들이 시끄럽게 굴고 소란을 피우는 경우가 많아서 일게다. 아니, 그보다 먼저 그들의 귀엔 한국어가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외계어처럼 들리기 때문일게다. 그런데 사실 한국인들도 술마실 때나 여럿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때는 목소리가 상당히 큰 편고 시끄럽다. 더럽다는 문제는 중국의 역사적인 상황이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데 이유가 있다고 난 생각한다.(설명 생략) 시끄럽다는 인식은 상대적인 개념의 문제고 더럽다는 문제는 분명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가 존재하는 부분임에도 그저 한 나라의 인민들을 규정하는데 확고부동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중국인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 얼굴이 화끈거렸던 적이 있었는데 한국에서 한국인들이 중국 유학생들에게 모멸감을 주고 인신공격을 한다는 이야기들 때문이었다. 국가 간 경제지표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고 외국에 가서 유학을 하는 건 집안 경제사정이 좋건 좋지 않건 간에 각 개인의 염원으로 이루어진 일인데 중국에서 온 유학생들은 일본, 미국, 유럽 유학생들에 비해 인격적으로 인간적으로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했다. 모든 한국인들이 그렇지 않다고 설명하는 내게 그는 모든 한국인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그런다고 회답했다. 솔직히 부정할 수가 없었다. 내 친구들 중에도 내가 중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농반 진반 나를 '짱깨'라고 약올리는 경우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나를 가련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개인이 가진 꿈과 생각은 이런 편견 앞에 아무것도 아닌게 되고 만다. 그저 어떤 나라에 사는지에 따라 바로 신분이 나뉘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혹은 살아갈 동남아시아 인민들이나 중국인, 제3세계에서 온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처하게 될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아무리 겉으로 예의를 갖춰 대한다고 한들 저 뿌리깊게 박힌 국가별, 자본(경제)별 계급주의가 솎아지지 않는 한 쉽게 해결될 문제로 생각되지 않는다.

남을 무작정 깎아내리면 나의 위상이 올라간다고 믿기 때문인걸까? 남에게 함부로 할 수 있는 건 내가 그만큼 자격을 갖추고 있기 때문인걸까? 많은 경우 국가를 대표해 개인끼리 만나는 경우는 드물다. 개인의 국적은 쉽게(함부로) 바꿀 수 없긴 하지만(한국에서는 돈만 있으면 뭐든 하긴 하더라만) 개인과 개인이 만날 때는 인간대 인간으로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가가 부자면 나도 부자인건가? 한국의 기업이 부자면 나도 덩달아 부자가 되는 것일까? 한 인간의 인격은 국가 때문에, 경제상황 때문에 무시하거나 조롱받을 수 없는 존엄한 것이다. 역지사지가 되지 않으면 그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정당한 이유가 있는 비판은 비판의 과정과 결과 모두 대부분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만 감정적인 비판, 편견에 의한 비판은 그저 욕설에 지나지 않을 뿐이고 타인은 물론 자신의 인격마저도 상처를 받게 되는 법이다. 당연히 그 속에 진실은 가려지게 될 뿐이고. 뭐, 이래도 저래도 상관없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 그저, 그렇게 사느라고 애를 쓰는 게 보기 딱할 뿐이다. 국가를 등에 지고 애국을 목에 걸고 눈에 쌍심지 켜고 발악하는 게 멋져 보인다면 어쩔 수 없지.

겸사겸사 문제가 된 기사에 대해 얘기하자면 일단 기자라는 사람이 그 안에 써있는 중국어를 해석해 올릴 정도면 충분히 그 문장들이 중국 사람이 쓰지 않은 거라고 의심해 볼만 한 일임에도 그냥 넘어갔고 낚시를 위한 떡밥으로 썼다. 아님, 애초 그 이미지를 올린 누리꾼이 낚시질을 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아래는 기사에 소개되었던 몇 개의 이미지 중 하나다.

내용은 "오늘부터 중국어를 배우도록 하자" "중국어, 머리아파, 어려워!" "그러면 광동어를 배우던가" "CCTV를 통해서 공부하겠습니다." 뭐, 이런 내용이다. 그런데 조삼모사의 문맥을 대충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무슨 내용인지 이해를 하는 거지, 중국인들이 본다면 틀린 문맥들 때문에 일단 버벅댈 것 같다. 내 생각에 중국인들이 만들었다면 중국어 자체를 귀찮고 배우기 싫은 것으로 묘사했을 것 같지 않은데... 오히려 내용이 "자! 광동어를 배우도록 하겠다." "싫어! 어려워, 힘들어" "그럼, 한국어를 배우던지" "광동(홍콩)영화 열심히 보겠습니다."라고 했다면 어떨까? 중국인이 썼다고 믿을 법 하지 않나? 게다가 틀린 문장, 어법들이라니... 나처럼 중국어 초짜들도 보면 이상한 걸 느끼는데 중국어 전공자들이 보면 어땠을까. 기자는 중국어 못해도 되지만 최소한 주변의 인맥을 활용해서 정확한지 아닌지 확인 정도는 가능하지 않았을까? 흠;;; 암튼... 그리고 만의 하나라도 그들이 조삼모사를 흉내내서 만들었다고 한들, 이게 중국 짝퉁, 베끼기 문화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인터넷에서 모방과 창조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걸 한국 누리꾼들은 자신들만의 문화라고 착각하고 있단 건가? 만약 한국인이 조작해서 중국인이 만든 것처럼 하고 누리꾼들을 낚은 것이라면 그 한국인, 스스로 반성하고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뭐, 내겐 중국인이 만들었든 한국인이 조작했든 별 관심이 없다. 그저 중국어 문장이나 읽으며 공부하는 셈 치는 거지. 그런데 많은 누리꾼들은 '조삼모사'라는 성어가 정말 한국말인 줄 알고 있는 걸까? 설마...?

조삼모사(朝三暮四) : 춘추전국시대에 송나라의 저공(狙公)이란 사람이 원숭이를 많이 기르고 있었는데 먹이가 부족하게 되자 저공은 원숭이들에게 말하기를 "앞으로 너희들에게 주는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로 제한하겠다"고 말하자 원숭이들은 화를 내며 아침에 3개를 먹고는 배가 고파 못견딘다고 하였다. 그러자 저공은 "그렇다면 아침에 4개를 주고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하자 그들은 좋아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열자(列子)》 〈황제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결국 조3모4나 조4모3(朝四暮三)이나 똑같은 숫자인 점에서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을 속임수로 넘기는 데 비유하게 되었다.

댓글 14개:

  1. 사람도 아니고 원숭이들이 중국어를 배우는 게 이상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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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오늘도 고개 끄덕이며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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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DK - 2006/09/08 12:34
    네? 무슨 말씀이신지..-_-;;; 한국에서 조삼모사가 유행했을 때도, 그리고 고사성어에서도 원숭이들은 우매한 민중을 대표하는 아이콘이었지요. 제가 중국어 대신, 한국어와 광동어를 대치시킨 건 저걸 만든 사람이 중국인이 아닐 가능성이 많다는 뜻을 말하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보는 사람들마다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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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zapzap - 2006/09/08 12:51
    누구신가 했습니다.^^;

    고개를 흔드셔도 되긴 합니다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잘 지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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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잘 읽었네. 여러가지로 생각들이 일치한 점이 많아 열심히 읽었네. 모든것은 역사적인 원인을 베제할수가 없지 않을가? 한국사람들이 중국의 자연조건과 살아온 배경, 경제적인 성장과정을 인식할때, 마찬가지로 중국인들이한국인이 그 뿌리를 인식할때 서로가 이해하게 되지 않을가 생각되네. 문화의 전파란 어찌보면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네.나는 어디까지나 한국인 중국인을 떠나서 누구는 어떻다 하고 이해하여야 하지 중국사람을 그렇다, 한국사람을 그렇다 하는 그런사고는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네.각 나라 그나라 국민의 공통성을 인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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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일송정 - 2006/09/08 23:06
    그렇죠. 각 나라의, 한 개인의 역사적 배경과 살아온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비판을 할 수 없고 그저 비난만 할 수 있겠지요. 물론 역사적 사실 속에서 은원관계를 따질 수 있겠지요. 그럴 때 역시 마땅히 비판할 것은 정당히 비판하되 그냥 싸잡아 비난하는 행위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뿌리를 이해하는 것, 다름과 비슷함을 인정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겠죠. 잘 지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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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조삼모사 중국판 이라는 건, '조삼모사 만화의 중국버전' 이라는 뜻이겠지. 나도 그렇게 쓴 거고.

    어쨌든 난, 한국 사람이 했든 중국 사람이 했든 실사로 저렇게 비슷한 이미지를 구성했다는 게 제일 재밌었어. 세상엔 대단한 사람들이 참 많다는 걸 실감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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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써머즈 - 2006/09/10 18:14
    응...난 중국사람이 만들었을 거라는 기사를 보고 쓴 글이었어. 그리고 중국판, 중국버전이라고 하면 보통 중국사람이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외국인이 한국버전을 만들기는 어려운 것처럼. 암튼, 기사가 오히려 더 혼란스럽게 만든 면이 있어. 너처럼 생각하면 아무런 문제도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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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반갑네

    조선족이란 개념에 대한 이해부터 우리는 하여야 할것 같네. 조선족 그래 우리는 거부감이 없지. 중국에서는 소수민족으로 밖에 살수 없는 상황이니간.조선족이란 역시 말 장난에 불과하지. 조선족 스스로가 뿌리를 기억하여야 하는것이지? 하지만 뿌리를 기억하여도 무얼하것인가 하면 누가 무엇이라고 대답할수가 없지 않을가/ 물론 그뿌리는 한민족이지/. 그런데 오늘날 그 뿌리로 자랑스럽게 할 조선족이 없다는 것이지? 어찌보면 양쪽에서 버립받은 족이지/그것이 현실이야....그러니깐 모든것이 개인이 힘으로만이 살수 있게 된것 같다는 생각이드네. 일상적인 이야기 같지만 또 그럴수 밖에 없는 우리 조선족이지?



    그냥 생각나는대로 써 봤네...

    나는 17일 기차로 연변에 가네. 10월 8일정도 북경으로 올것 같네 시간이 되면 놀러 오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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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일송정 - 2006/09/13 01:11
    사실, 저로서는 쉽게 말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아요. 역사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아픈 부분이 보이는데 한국의 현실은 전혀 반대로만 흘러가니...;;;



    17일날 가세요? 일찍 가시네요. 국경절 보내시고 다시 가시는군요. 이번 국경절은 추석이 겹쳐서 고민 중에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음;;; 시간되면 연락드리고 찾아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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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결국 뿌리가 다른 것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받아들이면 제대로 읽은 것 맞나요?:)며칠 전에 아는 형이랑 했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형:지금은 로마전성기 시대다. 편하게 살려면, 한없이 즐기고 편하게 살다가 갈 수 있는 세상이지. 예전에 전후세대나 아니면 민주화세대들이 겪어야했던 고민들에서 지금에 대학생들은 어떤 면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있고. 지금 이렇게 살 수 있는 게 그 분들의 노고덕분이라는 걸 알아야 하고, 뒷 세대 사람들이나 내 자식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만들어나가야 하는데..



    준호:증산도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그곳 용어를 빌리면 개벽이 되기 바로 전, 그러니까 지금이 봄, 여름, 가을, 겨울 중에 가을에 해당되는 시기라고 그러더라구요. 가을, 추수하기 전 시기..라는 거죠.

    이 때가 되면 가지들은 한창 뻗어나가고, 뿌리들은 한창 깊어지고. 그런데 문제는 가지들이 한참 뻗어나가니까 뿌리를 모른다는 거예요. 자신이 뿌리에서 왔다는 걸. 그래서 개, 돼지만도 못한 사람들이(이런 표현은 안 좋아합니다만) 나오는 반면에 또 이 시기만큼 성인군자들처럼 의식이 깨어있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때가 없다고 하더라구요.이 이야기만큼은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같았어요. 증산도에 대해서 다른 건 잘 모르지만.



    제 생각은 그래요. 문제는 지금 자신의 뿌리를 알려고 하는 고민이 적다는 데 있다는 거. 중국인에 대해 저렇게 쉽게 말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쉽게 말하는 걸로 인해서 다른 사람들의 감정이 상한 다는 생각 자체를 아예 안해버리거든요. 그냥 자기 멋대로, 편하게 살려고 하지, 머리 아픈 고민 같은 건 안 하려고 하니까요. 자신의 마음자리를 들여다보는 일이 쉽진 않으니까요. 처음엔 그만큼의 인내와 아픔이 따라야하는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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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결국 제 자신에게 같은 물음을 던져봤을 때도 마찬가지거든요. 저도 지금 수능공부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생각으로는, 가치있는 삶을 그려보는데 실제로는 그런 삶을 선택할 용기가 없는 거 같아요.



    조금 알아보니까 '성공회대'가 상당히 끌리더라구요. 그 곳에 계신 진보적인 교수님들, 정말 제가 배우고 싶은 교수님들 밑에서 배운다면 학벌같은 거 충분히 다 극복할만큼의 실력과 깊이를 갖출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 스카이같은 명문대보다도 학풍이나 교수님들의 열의를 봤을 때, 그 대학에서 4년을 생활하는 게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거 같아요. 특히나 그 대학이 수학을 반영하지 않아서, 언외사로는 작년성적으로 학교전체수석이라 등록금 4년간 면제였거든요. 이번에도 잘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거 같은데.. 고민이예요.

    그래도 역시 학벌이냐? 아니면, 제 소신대로 해보느냐.. 수능점수가 되더라도 이름만 보고 명문대를 쓸 것이냐, 수능점수가 많이 남는 성공회대사회과학부를 쓸 거냐..



    돌려서 이야기했지만 실은 실례가 안된다면, 형에 조언을 구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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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왕도비정도 - 2006/09/13 14:14
    뿌리가 다른 것에 이해로 읽혀도 무방하지. 여전히 계급 속에서 살아가는 현실에서 그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에 좀 더 방점이 찍혔다고나 할까. 하지만 계급도 다시 말하면 같은 뿌리에서 시작한 사람들이 갖가지 도구와 식별방식으로 계급을 나눠놓은 것일테니까.



    늘 근본을 추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의미있고 중요한 일인 것 같아. 근본을 다른 곳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자리에서 찾는다면 더 좋겠지. 내가 보이지 않으면 남도 보이지 않는 법이니까. 결국 이기적 '나'는 '남'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면모를 드러내는 법이니까. 하지만 그런 '나'를 제대로 볼 수 있다면 문제가 무엇인지, '남'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기본적으로는 이해가 가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나'와 '남'을 가르지 않으려는 노력들은 인내는 필요해도 아픔은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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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왕도비정도 - 2006/09/13 14:22
    수능공부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필요하다면 수능공부를 하고 있을 때도 되는 거지. '용기'는 필요하지만 네가 말한 인내와 끈기도 필요한 법이고 더 멀리 내다보려는 노력도 필요한 거라 생각해. 너무 힘들어하진 마라. 어느 누구도 처음부터 완벽하진 못하잖아?^^;



    요즘 국제애니메이션교육포럼 준비 때문에 정신이 좀 없네. 물론 내가 주도적으로 하는 일은 아니고 옆에서 돕는 정도인데도 일들이 많다보니 저녁에 돌아와 글을 쓰는 게 쉽진 않네.^^ 변명이겠지만...



    조언을 구하는 게 실례라니...당치도 않지..^^ 네 쪽에 글 남기도록 할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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