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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 24일 일요일

[mov] 아는 여자 / Someone Special / 认识的女人

아는 여자 / Someone Special / 认识的女人


감독 : 장진
출연 : 정재영(동치성), 이나영(한이연), 오승현, 장진, 임하룡


사실, 그렇게 기대한 영화는 아니었다. 특히나 장진 감독의 영화는 극장에서 보기엔 좀 아깝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드는 스케일(?)로 아기자기하게 꾸려나가는 영화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엄청난 감동을 받길 원한 것보단 작은 웃음과 싱그러운 유머를 보는 것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 했다.

설정이나 이야기 흐름이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있는 영화이긴 했지만 하고 싶은 말, 보여주고 싶은 장면을 다 보여주며 얘기를 풀어가는 장진 감독의 뚝심에 박수를 보낸다.

그냥 오래 전부터 알아오던 사람, 속칭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게 되는 건 관계가 그렇게 깊지 않다는 것의 반증임과 동시에 심중에 두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간혹 나는 친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나를 '아는 사람' 정도로 치부해 소개할 때는 화가 나거나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겠지. 그런데 나의 경우엔 별로 그런 상황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모르게 나를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을까? 퍽이나~

만약 이나영같은 사람이 '아는 사람'이었다면 나도 그 사람을 부담없이 사랑했을 것 같다. 얼마나 쿨하면서 감성 넘치는 캐릭터란 말인가. 물론 TV 미니시리즈 '네 멋대로 해라'에서 나온 캐릭터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변주였겠지만 이나영표 사랑, 애정표현은 거부감없이 담백하고 깔끔하게 다가온다. 난 마지막 장면에서 정재영이 사랑고백을 위해 목소리가 하이톤으로 바뀌며 '이름'이며 '취미'며 80년대에나 유행했을 법한 멘트를 날리는 장면이 사랑스럽다. 닭살 돋을 만큼 어색하지만 그 만큼 사랑의 첫 시작은 풋풋한 것. 난 그 둘이 그런 식의 사랑을 되도록 오랫동안 해가길 바랬다.

사랑이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시작된 짐짓 철학적인 주제의식은 생각보다 가볍고 쉽게 결론으로 마무리 지어졌지만 별 아쉬움은 없다. 감독도 딱히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으리라. 그리고 다른 식으로 말을 해봐야 이 영화만큼 효과적이지도 않았겠지. 적정한 타협은 때로 피차 적당한 즐거움을 가져온다. 적당한 건 적당한 것이지 그 이상은 아니기 때문에 아쉽다.

영화 속에서 가끔 만나는 임하룡은 반갑다. 그리고 그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반갑다. 난 코미디언일 때의 임하룡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참 좋아보인다.

2004년 9월 17일 금요일

[mov] 첫 키스만 50번째 / 50 First Dates / 初恋50次

첫 키스만 50번째 / 50 First Dates / 初恋50次


2004.04.15 개봉 / 15세 이상 / 99분 / 코미디,로맨스 / 미국

감독 : 피터 시걸
출연 : 아담 샌들러(헨리 로스), 드류 배리모어(루시 휘트모어), 숀 애스틴(더그 휘트모어), 롭 슈나이더(울라), 댄 애이크로이드(닥터 키츠) 등


처음에 이 영화를 볼까 말까 무척 망설였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DVD를 사러 몇 번을 갔을 때도 사지 않았다가 이번에 샀는데 도저히 볼만한 영화들이 없었던 탓에 사게 되었던 것이다. 아~! 그런데 왠걸 영화가 꽤 좋다. 중간에 영화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해놀드 래미스감독)”를 생각나게 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기억 상실이던 어떤 마법적 상황이던 같은 상황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설정은 매력적인가 보다.

주인공들의 연기도 괜찮았지만 조연으로 나온 숀 애스틴, 롭 슈나이더 등 오버의 극치를 달리면서도 왠지 영화랑 잘 붙는 연기, 설정이 독특했다. 게다가 그 귀여운 펭귄이며 사람 못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는 물개의 연기라니!!! 아, 그런데 헨리가 루시에게 첫 눈에 반한다는 게 사실 그렇게 설득력이 있어 보이진 않지만 그 사랑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간다는 점에선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다. 아니, 루시에게 하루하루 새롭게 접근해서 데이트 약속을 얻어내고 사랑을 해나가는 장면은 지극정성이어서 어떤 새로운 울림이 있어 보였다. 기억을 해내게 하고 그 사람을 사랑해가는 과정이 감동적이어서 어느 누가 봐도 헨리라는 남자를 좋아하게 될 것만 같다.

그러고 보니 아담 샌들러라는 배우에게 난 이상한 편견이 있었다. 왠지 코미디 연기가 어설프다는 편견. 그리고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았고… 그런데 “펀치 드렁크 러브/Punch-drunk Love(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를 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진지한 연기를 썩 잘하는 배우로써 말이다. 이 영화에서는 진지하진 않아도 적당히 유머스럽고 적당히 진지한 연기를 보여준다.

사실 기억상실증 때문에 똑 같은 상황의 반복을 계속 해야 된다는 건 주변 사람들에게 아주 괴로운 일이 되겠지만 그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게 풀어진 것 같지 않아 좋다. 웃어서는 안될 상황임에도 웃을 수 밖에 없는 10초 기억상실증에 걸린 환자의 모습은 루시의 상황이 그나마 행복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였을 것이다. 어쩌면 나를 포함한 적지 않은 사람들은 나보다 못한 사람들로 인해 삶을 살아가는 이유도 얻고 조금은 잘난 척 하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삶의 진실이 상대평가로 인해 얻어지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한계는 분명 존재하기에 절대평가로써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들이 생길 테니 말이다.

50번의 첫 데이트를 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만 되어있다면 어느 누군들 평생 사랑하지 않겠는가. 만나고 헤어지는 게 아무런 죄책감도 없고 즐기는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현실이긴 하지만(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문제는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스스로가 책임을 지는 행위는 절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은 내가 상대를 사랑하는 행위 자체에서 에너지가 끊임없이 발생한다는 것. 더불어 살아가며 함께 사랑하는 게 내가 살아가는 삶과 함께 동시 진행된다는 것.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사실 마지막 장면이다. 도대체 어떻게 결말을 맺을까 궁금했었다. 루시가 또 갑자기 감동적인 사랑의 대쉬로 인해 기억을 찾는다? 만약 그랬다면 너무 상투적인 결말이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아주 진부한(?) 스토리를 아주 영리하게 이끌어갔고 현명하게 결론을 내렸다. 결혼을 하고 딸이 태어나서 몇 년이 지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루시는 여전히 하루짜리 기억상실증에 머물러 있었고 헨리와 루시의 아버지는 늘 여전히 사랑하는 연인과 딸을 사랑하며 에너지를 잃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에서 사랑을 되볼아 보게 된 영화.

아담 샌들러가 이 영화 제작을 했군.
드류 배리모어는 늘 비슷한 분위기인 것 같은데 어쩐지 영화에 잘 붙는 연기를 보여주는군.
그런데 그 망사 러닝을 입고 있던 배우가 '반지의 제왕'의 '샘'이었다고??!! 볼 때 전혀 생각나지 않았었는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