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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1일 일요일

MBC 속보 동영상 의견분분, 너무 쉽지만 쉽지 않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MBC의 동영상은 너무 경솔하며 일방적이라는 생각엔 상당부분 동의한다. 경솔하다는 건 동영상이 만듦새가 정교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일방적이란 건 한 편의 의견만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비상식적 행위에 대해 MBC동영상과 같은 방법으로 대응한다면 그들과 다를 게 무어냐고 질책이 나올 법도 하다. 사실 나도 처음 MBC 동영상을 봤을 때 앞 뒤 가리지 않고 내용을 몇 번씩 검토해보지도 않고 막 퍼와서 막 배포하고자 했다. MBC의 '떡밥'을 나도 덥썩 물었다고 볼 수 있다.

각 아나운서들이 여러 나라의 언어로 이야기를 전하는 내용의 수위가 일정하지가 않다. 김정근 아나운서는 사뭇 진지하며 진짜 뉴스속보처럼 보이도록 이야기하고 있다. 최현정 아나운서는 지난 과정을 모두 생략한 채 이명박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기반을 흔들고 언론자유를 앗아가는 것처럼만 이야기하고 있다. 방현주 아나운서의 중국어 부분만 가장 코믹한데 다른 나라 언어로 된 부분과 비교를 해보아도 역시 중국어 부분은 '개그'에 가깝다. 이 부분에서 가장 많이 웃긴 했다. 그리고 이 부분을 지적하는 중국어 전문가들이 있다. 권희진 조합원은 비유를 섞어가며 이야기를 풀었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조중동'이 사르코지와 같은 이름인지 혹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인지 구분을 못할 것 같다. 이동희 조합원은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감탄을 넣으면서 약간 코믹스러운 느낌을 준다. 하지은 조합원은 앞 뒤 상황을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한 내용으로 되어있다고 생각하는데 '겐세이' 부분에선 역시 '개그'스럽다.

위와 같은 내용을 종합해보면 MBC가 동영상을 만들 때 많은 걸 고민하지 않고 후다닥 만들었다고 보여지기도 한다. 좀 더 신경을 썼다면 시간이 좀 길더라도 제대로 만들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할 수 있다. 내용이 일방적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 전의 한나라당의 '행패'가 어떤 것이었는지 설명해주고 현재 한국의 '미디어법안'이 어떤 수위인지 설명을 곁들여도 좋았을 것 같다. 게다가 내용은 비교적 코믹해서 속보(뉴스)의 형태를 띠고 있는 외형과 너무 언발란스하지 않느냐는 우려가 나올 법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MBC를 지지하겠다.(난 MBC의 광신도는 아니고 MBC의 괜찮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과 시사관련, 토론관련 프로그램을 아끼는 시청자다.) MBC가 배포하는 동영상에 대한 문제점은 어떡할까. 내 생각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지금 그 동영상이 국내용이네, 해외용이네 해서 문제가 더 크네 크지 않네 설왕설래하고 이 동영상을 외국인 친구에게 보여줄 수 있네, 없네 하며 설왕설래고 이 동영상이 자랑스럽네, 쪽팔리네로 나뉘어 의견들이 분분한 것 같다.

내가 생각할 때 이 동영상을 접하는 국내, 해외 블로거, 네티즌의 태도는 크게 나누면 세 가지 정도가 될 것 같다.

1. 동영상을 보고 한국 미디어법안, 언론, 정치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본다.
2. 동영상의 내용이 너무 코믹해서 한국무시, 비방용 짤방으로 사용한다.
3. 별 관심이 없다.

MBC 동영상이 한국의 미디어법안에 대해 구구절절 친절하게 설명을 곁들여 만들어진 건 아니다. 어느 나라 국민도 한국의 미디어법안에 대해 주목하고 있거나 관심있게 들여다보지 않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구구절절 설명하는 건 무의미해 보인다. 세계 각국의 언론사들이라면 이미 한국주재 특파원들이 사태의 과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동영상의 파급효과를 지켜보며 '발생하는 어떤 현상'을 그 나라에 소개할 것이다.

각 나라에 해당하는 블로거, 네티즌들이 이 동영상을 보면서 한국의 아나운서들은 멍청하다가나 한국은 언론자유가 없는 나라구나라고 생각할 확률도 있긴 하겠다. 하지만 그보다는 한국(을 안다는 전제에서)이란 나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알고자 할 것이다. 생각있는 사람들이라면 '언론탄압', '독재' 등의 단어만으로도 쉽게 그 나라의 현 상황을 단정짓진 않을 것이다. 그들은 각자 자신들만의 언어로 자신들의 국가에서 발행되고 있는 미디어 매체를 이용해 한국관련 기사를 검색해보고자 할 것이다. 이 동영상이 한국의 언론을, 한국인을, 한국이란 나라를 비웃고 무시하는 용도로 사용되진 않을 거란 생각이다. 이 동영상을 시발점으로 해서 또 다른 '한국 언론, 미디어 관련' UCC들이 국내외 블로거, 네티즌들에 의해 만들어질 확률이 높다.

역으로 해외에서 유행하는 동영상이 한국에 소개될 때의 상황을 떠올려보면 보통 앞 뒤 맥락이 잘린 채인 경우가 많다. 북경올림픽 전 '티벳사태' 동영상, '태국 정치탄압' 동영상을 생각해보면 그렇다. 그걸 간과하는 사람들은 그걸 꼬투리잡아서 그 나라를 비하하고 무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동영상의 출처를 이야기하며 앞 뒤 맥락을 소개해 주기도 하고 동영상이 뜨고나면 배경(내용)에 대해 관심있게 알아보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기도 한다. 해외에서도 MBC 동영상을 접하면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동영상이 소개되어 외국인 친구들에게 쪽팔릴 거라고 걱정하는 분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부끄러운 이유는 MBC 동영상 때문이 아니라 끝내 소통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힘을 사용해 언론을 장악할 음모를 펴고 있거나 혹은 그들만의 세상에 있는 자들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청와대나 한나라당 등의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들 때문이다. 동영상 한 방으로 세계의 블로거, 네티즌을 설득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그들이 한국의 언론상황, 정치상황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건 가능하다. 그래서 난 오히려 MBC 동영상이 너무 진지하지 않아서 좋다. 그래서 중국어 부분, 일본어 부분의 '개그코드'가 더 맘에 든다.

2004년 10월 24일 일요일

[mov] 아는 여자 / Someone Special / 认识的女人

아는 여자 / Someone Special / 认识的女人


감독 : 장진
출연 : 정재영(동치성), 이나영(한이연), 오승현, 장진, 임하룡


사실, 그렇게 기대한 영화는 아니었다. 특히나 장진 감독의 영화는 극장에서 보기엔 좀 아깝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드는 스케일(?)로 아기자기하게 꾸려나가는 영화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엄청난 감동을 받길 원한 것보단 작은 웃음과 싱그러운 유머를 보는 것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 했다.

설정이나 이야기 흐름이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있는 영화이긴 했지만 하고 싶은 말, 보여주고 싶은 장면을 다 보여주며 얘기를 풀어가는 장진 감독의 뚝심에 박수를 보낸다.

그냥 오래 전부터 알아오던 사람, 속칭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게 되는 건 관계가 그렇게 깊지 않다는 것의 반증임과 동시에 심중에 두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간혹 나는 친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나를 '아는 사람' 정도로 치부해 소개할 때는 화가 나거나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겠지. 그런데 나의 경우엔 별로 그런 상황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모르게 나를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을까? 퍽이나~

만약 이나영같은 사람이 '아는 사람'이었다면 나도 그 사람을 부담없이 사랑했을 것 같다. 얼마나 쿨하면서 감성 넘치는 캐릭터란 말인가. 물론 TV 미니시리즈 '네 멋대로 해라'에서 나온 캐릭터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변주였겠지만 이나영표 사랑, 애정표현은 거부감없이 담백하고 깔끔하게 다가온다. 난 마지막 장면에서 정재영이 사랑고백을 위해 목소리가 하이톤으로 바뀌며 '이름'이며 '취미'며 80년대에나 유행했을 법한 멘트를 날리는 장면이 사랑스럽다. 닭살 돋을 만큼 어색하지만 그 만큼 사랑의 첫 시작은 풋풋한 것. 난 그 둘이 그런 식의 사랑을 되도록 오랫동안 해가길 바랬다.

사랑이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시작된 짐짓 철학적인 주제의식은 생각보다 가볍고 쉽게 결론으로 마무리 지어졌지만 별 아쉬움은 없다. 감독도 딱히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으리라. 그리고 다른 식으로 말을 해봐야 이 영화만큼 효과적이지도 않았겠지. 적정한 타협은 때로 피차 적당한 즐거움을 가져온다. 적당한 건 적당한 것이지 그 이상은 아니기 때문에 아쉽다.

영화 속에서 가끔 만나는 임하룡은 반갑다. 그리고 그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반갑다. 난 코미디언일 때의 임하룡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참 좋아보인다.

2004년 9월 30일 목요일

[mov] 엔비 / Envy / 终极贱靶

엔비 / Envy / 终极贱靶


감독 : 배리 레빈슨
출연 : 벤 스틸러(팀 딩맨), 잭 블랙(닉 밴더마크), 레이첼 와이즈(데비 딩맨), 에이미 포엘러(나탈리 밴더마크), 크리스토퍼 워큰(드리프터)


성실과 공상,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좋은 것일까? 뻔한 말이지만 어떤 게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겠다. 성실한 사람은 그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을 테고 공상을 좋아하는 사람은 또 그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을 테니까. 성실한 사람과 공상가, 이건 이 영화를 풀어가는 아이디어는 될지언정 주제는 아니다. 친구간의 질투와 시기에 대한 이야기니까.

그런데 나도 전에 자주, 요즘은 가끔 공상(?)을 해볼 때가 있었다. 예를 들면 카니발이나 카렌스 등의 차가 나오기 훨씬 이전에 일반 승용차 문이 지금의 밴 스타일로 열리게 되면 좁은 곳에서도 사람이 타고 내릴 때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 옷에 컴퓨터를 부착하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능을 첨가한다면 좋지 않을까, 옷 스타일은 그대로지만 색깔은 원하는 대로 혹은 날씨에 따라서 변한다면 어떨까… 하는 식의 생각들. 영화에서도 닉은 그런 공상을 끊임없이 하면서도 스스로 결정이 내려지면 바로 행동에 옮기는 스타일이어서 갑부가 되었지만 난 생각만으로 그쳤으니 지금 갑부가 안되었겠지. 생각했던 것들이 몇 년 후 혹은 10년 후 즈음 다 현실에서 사용 가능한 제품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 혼자서만 신기해하곤 했다. 망상이건 공상이건 아이디이건 간에 생각한 것을 현실화 시키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돈 벌고 싶다면 생각한 걸 실천으로 옮겨라!!! 꼭 돈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꿈이나 이상이 있다면 실천으로 옮겨야 그 결과를 보는 법.

사실 영화를 보면서 팀이 드리프터에게 신세한탄을 하는 장면에서 닉은 공상을 좋아하지만 그걸 실천으로 옮겨 부자가 되었고 자신은 그러지 못했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생각한대로 애니메이션을 하게 되었고 중국에까지 왔지만 여전히 많은 생각들은 생각으로만 사장되고 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만약 나랑 정말 친한-생활수준도 비슷한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갑부가 되었다고 할 때 난 어떤 마음이 들까? 그 친구를 질투하고 시기하고 때론 모함도 하게 될까? 아니면 그 친구에게 잘 보여서 혜택을 보려고 할까? 그런 상황에 접해보지 않아서 어떻게 말을 할 수는 없겠다. 다만 지금 내 친구들이라면 별다른 일들은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믿음 정도는 있다. 옛말에도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고 하는데 질투와 시기는 여기저기에서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반대로 내가 갑부가 되었다고 하면 어떨까? 그렇다면 말할 수는 없지만 생각해 둔 바가 있다. 내가 갑부가 되면 친구들이여 걱정 마시라~!!!:)

언제부터인가 닉을 연기한 잭 블랙에 대해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정확히는 “스쿨오브락/School of Rock(리차드 링클래이터 감독)”을 보고서부터다. 그 전에 다른 영화를 보거나 이야기를 들을 때는 너무 오버하는 연기가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잘 보지 않았는데 그 오버 연기가 아주 적절하게 그리고 인간적으로 다가온 영화 “스쿨오브락/School of Rock”를 보고서 잭 블랙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 영화에서도 역시 빛을 발한다. 벤 스틸러의 코믹연기는 잭 블랙이나 아담 샌들러보다는 못한 것 같다는 생각. 드리프터로 분한 크리스토퍼 워큰은 역시 제 몫을 다 해준다. 잠깐 잠깐이지만 극과 극의 연기를 보여주는 맛. 멋지다.

똥을 사라지게 해주는 스프레이를 발명하고 이름을 “VaPooRize”라고 짓는데 그 이름을 꼭 잭 블랙이 지은 것만 같다.^^ 게다가 말을 타고 돌아다니는 것이라든지 약간 어설픈 졸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든지 어떤 연기를 하더라도 잭 블랙 표 연기가 빛을 발한다. 잠시 머리를 올백으로 넘기고 나오는 장면에서는 잭 니콜슨을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가만 보면 잭 블랙도 매력있는 얼굴이긴 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 MTV Movie Award에서였던가 잭 블랙이 최우수 코미디언상을 받을 때 시상식에 올라와 덤블링과 더불어 보여준 갖가지 액션은 삶이 아예 영화 속 캐릭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마지막에 또다른 신제품(!)을 개발해 재기에 성공하는 두 친구들을 보면서 우리 주변에도 로또 복권 못지 않는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넘쳐나지 않나 싶은 생각을 잠시 했다. 거기에 실행으로 옮기는 용기와 추진력이 있는 삶의 에너지를 첨가한다면 말이지!!!


☞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2004년 9월 17일 금요일

[mov] 첫 키스만 50번째 / 50 First Dates / 初恋50次

첫 키스만 50번째 / 50 First Dates / 初恋50次


2004.04.15 개봉 / 15세 이상 / 99분 / 코미디,로맨스 / 미국

감독 : 피터 시걸
출연 : 아담 샌들러(헨리 로스), 드류 배리모어(루시 휘트모어), 숀 애스틴(더그 휘트모어), 롭 슈나이더(울라), 댄 애이크로이드(닥터 키츠) 등


처음에 이 영화를 볼까 말까 무척 망설였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DVD를 사러 몇 번을 갔을 때도 사지 않았다가 이번에 샀는데 도저히 볼만한 영화들이 없었던 탓에 사게 되었던 것이다. 아~! 그런데 왠걸 영화가 꽤 좋다. 중간에 영화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해놀드 래미스감독)”를 생각나게 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기억 상실이던 어떤 마법적 상황이던 같은 상황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설정은 매력적인가 보다.

주인공들의 연기도 괜찮았지만 조연으로 나온 숀 애스틴, 롭 슈나이더 등 오버의 극치를 달리면서도 왠지 영화랑 잘 붙는 연기, 설정이 독특했다. 게다가 그 귀여운 펭귄이며 사람 못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는 물개의 연기라니!!! 아, 그런데 헨리가 루시에게 첫 눈에 반한다는 게 사실 그렇게 설득력이 있어 보이진 않지만 그 사랑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간다는 점에선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다. 아니, 루시에게 하루하루 새롭게 접근해서 데이트 약속을 얻어내고 사랑을 해나가는 장면은 지극정성이어서 어떤 새로운 울림이 있어 보였다. 기억을 해내게 하고 그 사람을 사랑해가는 과정이 감동적이어서 어느 누가 봐도 헨리라는 남자를 좋아하게 될 것만 같다.

그러고 보니 아담 샌들러라는 배우에게 난 이상한 편견이 있었다. 왠지 코미디 연기가 어설프다는 편견. 그리고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았고… 그런데 “펀치 드렁크 러브/Punch-drunk Love(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를 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진지한 연기를 썩 잘하는 배우로써 말이다. 이 영화에서는 진지하진 않아도 적당히 유머스럽고 적당히 진지한 연기를 보여준다.

사실 기억상실증 때문에 똑 같은 상황의 반복을 계속 해야 된다는 건 주변 사람들에게 아주 괴로운 일이 되겠지만 그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게 풀어진 것 같지 않아 좋다. 웃어서는 안될 상황임에도 웃을 수 밖에 없는 10초 기억상실증에 걸린 환자의 모습은 루시의 상황이 그나마 행복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였을 것이다. 어쩌면 나를 포함한 적지 않은 사람들은 나보다 못한 사람들로 인해 삶을 살아가는 이유도 얻고 조금은 잘난 척 하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삶의 진실이 상대평가로 인해 얻어지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한계는 분명 존재하기에 절대평가로써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들이 생길 테니 말이다.

50번의 첫 데이트를 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만 되어있다면 어느 누군들 평생 사랑하지 않겠는가. 만나고 헤어지는 게 아무런 죄책감도 없고 즐기는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현실이긴 하지만(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문제는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스스로가 책임을 지는 행위는 절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은 내가 상대를 사랑하는 행위 자체에서 에너지가 끊임없이 발생한다는 것. 더불어 살아가며 함께 사랑하는 게 내가 살아가는 삶과 함께 동시 진행된다는 것.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사실 마지막 장면이다. 도대체 어떻게 결말을 맺을까 궁금했었다. 루시가 또 갑자기 감동적인 사랑의 대쉬로 인해 기억을 찾는다? 만약 그랬다면 너무 상투적인 결말이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아주 진부한(?) 스토리를 아주 영리하게 이끌어갔고 현명하게 결론을 내렸다. 결혼을 하고 딸이 태어나서 몇 년이 지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루시는 여전히 하루짜리 기억상실증에 머물러 있었고 헨리와 루시의 아버지는 늘 여전히 사랑하는 연인과 딸을 사랑하며 에너지를 잃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에서 사랑을 되볼아 보게 된 영화.

아담 샌들러가 이 영화 제작을 했군.
드류 배리모어는 늘 비슷한 분위기인 것 같은데 어쩐지 영화에 잘 붙는 연기를 보여주는군.
그런데 그 망사 러닝을 입고 있던 배우가 '반지의 제왕'의 '샘'이었다고??!! 볼 때 전혀 생각나지 않았었는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