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17일 금요일

[mov] 첫 키스만 50번째 / 50 First Dates / 初恋50次

첫 키스만 50번째 / 50 First Dates / 初恋50次


2004.04.15 개봉 / 15세 이상 / 99분 / 코미디,로맨스 / 미국

감독 : 피터 시걸
출연 : 아담 샌들러(헨리 로스), 드류 배리모어(루시 휘트모어), 숀 애스틴(더그 휘트모어), 롭 슈나이더(울라), 댄 애이크로이드(닥터 키츠) 등


처음에 이 영화를 볼까 말까 무척 망설였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DVD를 사러 몇 번을 갔을 때도 사지 않았다가 이번에 샀는데 도저히 볼만한 영화들이 없었던 탓에 사게 되었던 것이다. 아~! 그런데 왠걸 영화가 꽤 좋다. 중간에 영화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해놀드 래미스감독)”를 생각나게 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기억 상실이던 어떤 마법적 상황이던 같은 상황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설정은 매력적인가 보다.

주인공들의 연기도 괜찮았지만 조연으로 나온 숀 애스틴, 롭 슈나이더 등 오버의 극치를 달리면서도 왠지 영화랑 잘 붙는 연기, 설정이 독특했다. 게다가 그 귀여운 펭귄이며 사람 못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는 물개의 연기라니!!! 아, 그런데 헨리가 루시에게 첫 눈에 반한다는 게 사실 그렇게 설득력이 있어 보이진 않지만 그 사랑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간다는 점에선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다. 아니, 루시에게 하루하루 새롭게 접근해서 데이트 약속을 얻어내고 사랑을 해나가는 장면은 지극정성이어서 어떤 새로운 울림이 있어 보였다. 기억을 해내게 하고 그 사람을 사랑해가는 과정이 감동적이어서 어느 누가 봐도 헨리라는 남자를 좋아하게 될 것만 같다.

그러고 보니 아담 샌들러라는 배우에게 난 이상한 편견이 있었다. 왠지 코미디 연기가 어설프다는 편견. 그리고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았고… 그런데 “펀치 드렁크 러브/Punch-drunk Love(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를 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진지한 연기를 썩 잘하는 배우로써 말이다. 이 영화에서는 진지하진 않아도 적당히 유머스럽고 적당히 진지한 연기를 보여준다.

사실 기억상실증 때문에 똑 같은 상황의 반복을 계속 해야 된다는 건 주변 사람들에게 아주 괴로운 일이 되겠지만 그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게 풀어진 것 같지 않아 좋다. 웃어서는 안될 상황임에도 웃을 수 밖에 없는 10초 기억상실증에 걸린 환자의 모습은 루시의 상황이 그나마 행복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였을 것이다. 어쩌면 나를 포함한 적지 않은 사람들은 나보다 못한 사람들로 인해 삶을 살아가는 이유도 얻고 조금은 잘난 척 하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삶의 진실이 상대평가로 인해 얻어지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한계는 분명 존재하기에 절대평가로써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들이 생길 테니 말이다.

50번의 첫 데이트를 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만 되어있다면 어느 누군들 평생 사랑하지 않겠는가. 만나고 헤어지는 게 아무런 죄책감도 없고 즐기는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현실이긴 하지만(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문제는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스스로가 책임을 지는 행위는 절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은 내가 상대를 사랑하는 행위 자체에서 에너지가 끊임없이 발생한다는 것. 더불어 살아가며 함께 사랑하는 게 내가 살아가는 삶과 함께 동시 진행된다는 것.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사실 마지막 장면이다. 도대체 어떻게 결말을 맺을까 궁금했었다. 루시가 또 갑자기 감동적인 사랑의 대쉬로 인해 기억을 찾는다? 만약 그랬다면 너무 상투적인 결말이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아주 진부한(?) 스토리를 아주 영리하게 이끌어갔고 현명하게 결론을 내렸다. 결혼을 하고 딸이 태어나서 몇 년이 지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루시는 여전히 하루짜리 기억상실증에 머물러 있었고 헨리와 루시의 아버지는 늘 여전히 사랑하는 연인과 딸을 사랑하며 에너지를 잃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에서 사랑을 되볼아 보게 된 영화.

아담 샌들러가 이 영화 제작을 했군.
드류 배리모어는 늘 비슷한 분위기인 것 같은데 어쩐지 영화에 잘 붙는 연기를 보여주는군.
그런데 그 망사 러닝을 입고 있던 배우가 '반지의 제왕'의 '샘'이었다고??!! 볼 때 전혀 생각나지 않았었는데....-0-

댓글 6개:

  1. 나두 이 영화..볼까말까 무지 고민하다가 비디오로 봤는데,,

    그렇게 실망스럽지는 않더라구요~

    중간중간 좀 지루한듯도 했지만^^



    나두 이 영화의 마지막이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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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렇지? 영화의 마지막이 좋지? :)

    사실 중간의 내용들은 상투적(?)것들도 많고 추측성 진행이 좀 많아서 말야...

    그런데 결말이 그렇게 되어서 참 좋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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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우.. 나두 이 영화 마지막이 너무 좋았어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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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드류 베리모어의 역할이 비중이 커서 난 드류 베리모어가 제작한 줄 알았어.

    그런데, 아담 샌들러가 제작했더라고.

    자기가 제작했다고 극을 자기 중심으로 이끌어가는 우를 범하지 않는 걸 보고

    다시 한번 괜찮게 생각했지. :)



    혼자 바다로 떠나며 울먹거리며 노래를 부르다가

    '아아- 맞아- 그녀는 나를 기억했던 거야~' 라며 뱃머리를 돌리는 장면도 괜찮았어.

    그런 식의 유머 좋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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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그래..아담 샌들러 괜찮은 배우같아. 펀치 드렁크 러브 보면서 놀랬었어. :)



    흠...그런 식의 유머를 좋아하는군? :P 난 그러고보니 어떤 식(?)이란 게 없나?-_-;

    주성치 영화는 재밌게 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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