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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10일 목요일

속내를 드러낸 대한민국

민노당의 얻어낸 결과는 분명 의미있는 선전이었겠지만 내겐 만족스럽진 못하다. 진보신당 역시 아무런 결과도 얻어내지 못했다. 물론 희망을 보는 건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이로써 대한민국의 대다수는 보수적 정치성향과 신자유주의 경제성향을 가지고 있음이 명확해졌다. 현실의 비루함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상식적인 수준과 수순으로 개선하기 보다는 자신이 바라는 저 높은 이상향으로 편입되기 위해 노력했다. 가능성은 적지만 부동산 값이 오르길 기다리듯, 투자한 종목이 대박의 신화를 일궈내주길 염워하듯 투표를 했다. 국민성공의 시대가 열려 모두가 성공할수 있을 거라는 최면에 걸린줄 알았는데 최면이 아니라 확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진보신당과 민노당이 말하는 희망이 유효함에 동의하지만 되려 상실감과 슬픔은 쓰나미로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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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듣다가 부득이하게 투표를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투표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그들 대부분은 서민들이었고 현장 노동자들이었다. 자신의 하루의 벌이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한가로이 투표하러 가겠다고 객기를 부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투표권 행사가 중요함을 알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투표확인증과 같은 정체불명의 찌라시를 만들어 세금 낭비하지 말고 투표기간을 2일-3일로 늘려주거나 투표시간 역시 24시간제로 운영하거나 인터넷 혹은 모바일로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여러가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투표를 못하게 하는 직장에겐 국민의 권리행사를 막고 있음을 이유로 강제적 유도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젊은이들, 노동자들, 서민들이 좀 더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투표율이 낮다고 걱정만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국민에게 투표권이라는 소중한 권리를 갖게 하고도 제대로 사용할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이건 정부의 직무유기거나 모종의 음모 때문일 것이다.

2008년 4월 9일 수요일

투표하는 이유

반복되는 악질적인 상황에 절망하면서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기회가 주어지면 그 기회를 서슴없이 포기해버리는 행위를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태어나 한 번도 상식적인 정치, 상식적인 사회, 상식적인 삶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악순환이 종료된 후 찾아오게 될 보다 괜찮은 상황을 예측조차 할 수 없어서일까.

최소한의 상식을 가지고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여 '사고(思考)'라는 걸 해보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문제를 풀어보려 하지도 않고 외면부터 해버리는 짓은 용기가 없거나 비겁하거나 둘 중에 하나다. 성폭력범에 대해서 광분하는 이들도 성추행을 한 국회의원들이 다시 당선되는 상황을 그저 지켜보기만 한다. 사기꾼에 속아 가산을 탕진하거나 손해를 봤던 이들도 대국민사기를 밥먹듯이 저지르는 국회의원들이 다시 사기행각을 벌일 기회를 갖게 되는 걸 그저 지켜보기만 한다.

대한민국 1%를 위하는 사람들을, 자신에게 돌아와야 할 복지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이들을, 국민의 세금을 봉급으로 받아 처잡수며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이들을, 자신이 불리하거나 선거철만 되면 후진 주둥이에 국민이란 이름을 달고 사는 이들을,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기 급급한 모습이 명확하게 드러난 이들을 그저 방관한 채 개인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한다. 최소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아닌 건 아닌 거라고 맞는 건 맞는 거라고 의견을 수렴해서 반영할 수 있는 기회를 그저 포기한다. 그리고 다시 정치가 후졌고 세상이 살기 힘들다고 반복되는 악질적인 상황을 절망하고 외면한다.

투표는 혁명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투표는 각 개인의 의견을 반영해 불합리하고 상식적이지 못한 상황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나는 투표를 통해 내가 속한 계급을 위해 노력하고 상식적인 정책으로 정치활동을 하는 13진보신당을 지지함으로써 나-개인의 소극적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다. 누군가는 한나라당을, 통합민주당을, 민주노동당을, 창조한국당 등을 지지할 것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 자신이 속한 계급을 직시하고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떠올려 본다면 어떤 정당, 정책을 지지할 것인가는 분명해질 것이다. 자신이 대한민국 1%에 속해있거나 곧 속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의료보험 민영화에 의해 잘린 손가락을 선택적으로 수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끔찍해하는 사람이 선택하는 지점은 명확할 수 밖에 없다.

2007년 12월 19일 수요일

투표는 끝났지만...

투표는 끝났고 개표방송은 아주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온통 이명박을 외치는 함성들 뿐이지만 그들이 왜 당선이 되어야 했고 왜 선거에 이겼는지에 대해 말하는 자들의 이야기는 못 들어주겠다. 어떤 당을 지지하라고 말한 적은 딱 한 번 뿐이었다. 술먹고 꿀꿀한 기분에, 얼토당토않는 말을 하는 아이(성인) 앞에서 어떤 당을 지지하는 게 맞다고 횡설수설했다. 하지만 내 속내는 그게 아니었다. 사실, 한나라당을 찍건, 대통합민주신당을 찍건, 민주노동당을 찍건, 창조한국당을 찍건, 공화당이건, 사회당이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소신있게 행동하고 지지하면 그것으로 좋다. 그것이야 말로 한 개인의 자유의지가 존중되는 사회, 다양성이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저런 논리를 내세우며 기권을 하거나 자신의 뜻과 소신에 반하는 선택을 하고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을 하는 건 별로 좋지 않다. 선거는 무조건 이기는 것만이 장땡은 아니다. 늘 5년씩만 바라보고 산다면 그것만큼 불안한 삶이 또 어디있겠나. 물론 그 5년 동안 나라가 망해버릴 수도 있고(불가능하겠지만) 세상에 대 변혁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늘 그 5년에 목을 매달고 사는 사람들 때문에 길게 오랫동안 숙고해야 할 일들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아닌가.

사람이 살아가다가 문득 자신의 부족한 모습이나 잘못된 모습을 발견하게 됐을 때 성숙한 사람의 경우라면 그 사실을 인정하고 현재의 모습을 다시 살피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마음을 다시 곧추세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해 자신의 단점은 장점으로 바꾸려고 하거나 단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장점은 장점대로 계속 발전시키려고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당연히 정신과 마음, 이성이 온전해지지 못할 것이다. 기인(奇人)의 경우를 예로 드는 게 아니라 그냥 평범하게 상식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예로 든 것이다.

일단 오늘은 이 나라의 꼬락서니를 제대로 볼 날이 될테니 속은 쓰려도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

2006년 6월 3일 토요일

불신과 믿음의 차이는?

한창 중국분들을 모시고 다닐 때, 그러니까 일정의 마지막 즈음 5월 31일. 한국에서는 대대적인 선거가 있었고 난 그 선거에 참여하지 못했다. 내 신념과도 위배되는 투표 불참. 본의가 아닌 의외적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변명을 할 수 있긴 하지만 못내 아쉬웠다.

선거가 끝난 당일 개표방송을 보지 못하고 다음 날 스쳐가며 방송과 매체를 접했을 때 나온 개표결과는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나라당의 대대적인 압승. 열린우리당에 대한 믿음도 예전만 못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 그럴 수 있겠다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으련만 그럴 수도 없었다. 정치적 무관심이 가져온 결과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10가지를 잘하던 사람이 어느 날 2-3가지를 잘못하면 그 사람은 원래 자질을 의심받고 10가지를 잘못하던 사람이 2-3가지를 잘하면 미래에 변화될 모습에 대해 믿음과 지지를 받는다. 온당한 것일까.

7:3, 3:7이라는 숫자 놀음을 말하는 건 아니다. 심리적, 정신적 분열에서 초래되는 막가는 선택과 지지로 또 얼만큼의 비극적 반복이 초래되야 하는 것일까.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며 대만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대만 지식인 리아오(李敖)는 이렇게 말했다. "대만에는 국민당과 또다른 국민당이 존재할 뿐이다"라고. 그러면서 대만의 거짓 민주주의에 독설을 퍼붓는다.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를 비판하고 북한의 독재를 비판하면서도 한국에서 종종 벌어지고 있는 말도 안되는 정치판 놀음에 별다른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자본주의가 주는 달콤한 자본의 맛에 길들여져일까. 아니면 여전히 본인의 선택은 나름대로 삼고초려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한나라당이 압승한 것일까.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민주당 등을 불신하고 한나라당을 믿는 결과들이 나타난 이번 결과를 보며 다시 느낀 건 이 땅에 불신과 믿음의 차이는 "전혀 없다"이다. 불신의 이유가 믿음의 이유가 되지 않고 불신과 믿음의 이유가 상황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생기는 기이한 현상. 한국에 정치인은 있지만 정치에 참여하는 국민은 없다라고 말한다면 무지한 소리일까.

투표는 정치참여의 기본적인 권리행사고 큰 힘을 발휘할 수도 있는 수단이지만 만약 (간단히 비교해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똑같은 당이라고 생각이 된다면 과감히 투표권을 포기해서 국민들의 민의를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