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19일 수요일

투표는 끝났지만...

투표는 끝났고 개표방송은 아주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온통 이명박을 외치는 함성들 뿐이지만 그들이 왜 당선이 되어야 했고 왜 선거에 이겼는지에 대해 말하는 자들의 이야기는 못 들어주겠다. 어떤 당을 지지하라고 말한 적은 딱 한 번 뿐이었다. 술먹고 꿀꿀한 기분에, 얼토당토않는 말을 하는 아이(성인) 앞에서 어떤 당을 지지하는 게 맞다고 횡설수설했다. 하지만 내 속내는 그게 아니었다. 사실, 한나라당을 찍건, 대통합민주신당을 찍건, 민주노동당을 찍건, 창조한국당을 찍건, 공화당이건, 사회당이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소신있게 행동하고 지지하면 그것으로 좋다. 그것이야 말로 한 개인의 자유의지가 존중되는 사회, 다양성이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저런 논리를 내세우며 기권을 하거나 자신의 뜻과 소신에 반하는 선택을 하고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을 하는 건 별로 좋지 않다. 선거는 무조건 이기는 것만이 장땡은 아니다. 늘 5년씩만 바라보고 산다면 그것만큼 불안한 삶이 또 어디있겠나. 물론 그 5년 동안 나라가 망해버릴 수도 있고(불가능하겠지만) 세상에 대 변혁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늘 그 5년에 목을 매달고 사는 사람들 때문에 길게 오랫동안 숙고해야 할 일들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아닌가.

사람이 살아가다가 문득 자신의 부족한 모습이나 잘못된 모습을 발견하게 됐을 때 성숙한 사람의 경우라면 그 사실을 인정하고 현재의 모습을 다시 살피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마음을 다시 곧추세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해 자신의 단점은 장점으로 바꾸려고 하거나 단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장점은 장점대로 계속 발전시키려고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당연히 정신과 마음, 이성이 온전해지지 못할 것이다. 기인(奇人)의 경우를 예로 드는 게 아니라 그냥 평범하게 상식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예로 든 것이다.

일단 오늘은 이 나라의 꼬락서니를 제대로 볼 날이 될테니 속은 쓰려도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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