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3일 토요일

불신과 믿음의 차이는?

한창 중국분들을 모시고 다닐 때, 그러니까 일정의 마지막 즈음 5월 31일. 한국에서는 대대적인 선거가 있었고 난 그 선거에 참여하지 못했다. 내 신념과도 위배되는 투표 불참. 본의가 아닌 의외적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변명을 할 수 있긴 하지만 못내 아쉬웠다.

선거가 끝난 당일 개표방송을 보지 못하고 다음 날 스쳐가며 방송과 매체를 접했을 때 나온 개표결과는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나라당의 대대적인 압승. 열린우리당에 대한 믿음도 예전만 못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 그럴 수 있겠다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으련만 그럴 수도 없었다. 정치적 무관심이 가져온 결과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10가지를 잘하던 사람이 어느 날 2-3가지를 잘못하면 그 사람은 원래 자질을 의심받고 10가지를 잘못하던 사람이 2-3가지를 잘하면 미래에 변화될 모습에 대해 믿음과 지지를 받는다. 온당한 것일까.

7:3, 3:7이라는 숫자 놀음을 말하는 건 아니다. 심리적, 정신적 분열에서 초래되는 막가는 선택과 지지로 또 얼만큼의 비극적 반복이 초래되야 하는 것일까.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며 대만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대만 지식인 리아오(李敖)는 이렇게 말했다. "대만에는 국민당과 또다른 국민당이 존재할 뿐이다"라고. 그러면서 대만의 거짓 민주주의에 독설을 퍼붓는다.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를 비판하고 북한의 독재를 비판하면서도 한국에서 종종 벌어지고 있는 말도 안되는 정치판 놀음에 별다른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자본주의가 주는 달콤한 자본의 맛에 길들여져일까. 아니면 여전히 본인의 선택은 나름대로 삼고초려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한나라당이 압승한 것일까.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민주당 등을 불신하고 한나라당을 믿는 결과들이 나타난 이번 결과를 보며 다시 느낀 건 이 땅에 불신과 믿음의 차이는 "전혀 없다"이다. 불신의 이유가 믿음의 이유가 되지 않고 불신과 믿음의 이유가 상황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생기는 기이한 현상. 한국에 정치인은 있지만 정치에 참여하는 국민은 없다라고 말한다면 무지한 소리일까.

투표는 정치참여의 기본적인 권리행사고 큰 힘을 발휘할 수도 있는 수단이지만 만약 (간단히 비교해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똑같은 당이라고 생각이 된다면 과감히 투표권을 포기해서 국민들의 민의를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