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9일 수요일

투표하는 이유

반복되는 악질적인 상황에 절망하면서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기회가 주어지면 그 기회를 서슴없이 포기해버리는 행위를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태어나 한 번도 상식적인 정치, 상식적인 사회, 상식적인 삶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악순환이 종료된 후 찾아오게 될 보다 괜찮은 상황을 예측조차 할 수 없어서일까.

최소한의 상식을 가지고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여 '사고(思考)'라는 걸 해보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문제를 풀어보려 하지도 않고 외면부터 해버리는 짓은 용기가 없거나 비겁하거나 둘 중에 하나다. 성폭력범에 대해서 광분하는 이들도 성추행을 한 국회의원들이 다시 당선되는 상황을 그저 지켜보기만 한다. 사기꾼에 속아 가산을 탕진하거나 손해를 봤던 이들도 대국민사기를 밥먹듯이 저지르는 국회의원들이 다시 사기행각을 벌일 기회를 갖게 되는 걸 그저 지켜보기만 한다.

대한민국 1%를 위하는 사람들을, 자신에게 돌아와야 할 복지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이들을, 국민의 세금을 봉급으로 받아 처잡수며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이들을, 자신이 불리하거나 선거철만 되면 후진 주둥이에 국민이란 이름을 달고 사는 이들을,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기 급급한 모습이 명확하게 드러난 이들을 그저 방관한 채 개인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한다. 최소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아닌 건 아닌 거라고 맞는 건 맞는 거라고 의견을 수렴해서 반영할 수 있는 기회를 그저 포기한다. 그리고 다시 정치가 후졌고 세상이 살기 힘들다고 반복되는 악질적인 상황을 절망하고 외면한다.

투표는 혁명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투표는 각 개인의 의견을 반영해 불합리하고 상식적이지 못한 상황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나는 투표를 통해 내가 속한 계급을 위해 노력하고 상식적인 정책으로 정치활동을 하는 13진보신당을 지지함으로써 나-개인의 소극적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다. 누군가는 한나라당을, 통합민주당을, 민주노동당을, 창조한국당 등을 지지할 것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 자신이 속한 계급을 직시하고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떠올려 본다면 어떤 정당, 정책을 지지할 것인가는 분명해질 것이다. 자신이 대한민국 1%에 속해있거나 곧 속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의료보험 민영화에 의해 잘린 손가락을 선택적으로 수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끔찍해하는 사람이 선택하는 지점은 명확할 수 밖에 없다.

댓글 1개:

  1. trackback from: 투표하고 왔습니다...그러나...맘 단단히 먹기...
    투표하고 왔다..... 어제 늦게 잠이 들었지만....그래도 아침에 일찍 하고 나머지 일을 해야겠다는 나름 의무감(?) 때문에.... 울 마눌님은 안하겠단다....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투표권을 행사할 만한 가치가 없으시단다.... 할말이 없다...ㅡ,.ㅡ 이렇게 만든 것이 현실이라는 것.... 9시 정도에 지정된 투표장소로 걸어갔다.... 날씨가 안좋은 것이라 그런지....투표장에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오지 않은 것 같다. 걸어가는 동안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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