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안내문, 선고공보 자료가 도착했는데 며칠을 보지도 않고 있었다. 볼 필요도 없는 자료들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투표를 위해 최소한 각 당의 자료들을 훑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몇 가지 생각이 든다.
1통합민주당은 깔끔한 디자인임에 반해 사진은 추상적인 이미지를 사용한다. 대선 때도 그랬던 것 같다. 이미저처럼 통합민주당은 늘 뜬구름 잡는다는 느낌이다. 정동영, 손학규는 그런 이미지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다. 정작 중요한 쟁점은 늘 벗어나고 자기가 할 말만 하는, 뜬 구름만 잡는 사람들.
2한나라당은 대선 때와 같이 아이를 전면에 내세운다. 한나라당과 어르신들은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반면, 아이의 이미지를 한나라당과 연결시키려면 뇌세포가 한 차례 거부반응을 하고 나서야 겨우 보게 된다. 디자인은 촌스럽지만 무식하게 밀어부치는 느낌이 강하다. 이상하게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3자유선진당은 이회창을 제외하고는 승부수가 없다. 당연히 이회창을 전면에 내세울 수 밖에. 당의 마크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유치하다. 자유선진당의 디자인은 나이든 느낌이랄까. 너무나 차분한 느낌이어서 졸리기까지 하다.
4민주노동당은 대선 때보다 느낌이 밝아졌는데 아마도 권영길 대신 젊은 노동자 조오성씨가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인 듯 하다. 그런데 사용한 사진들을 보니 상당히 과격하다. 민주노동당이 몸을 던져 싸웠다고는 하지만 이미지적으로는 과격하고 투쟁적인 정당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지 않을까. 사진 선정의 실패라 생각한다. 공약들이 대선 때와 달라진 게 없을 것 같긴 하지만 사용하는 단어들은 대선 때보다 조금은 더 현실의 땅을 딛고 있는 듯. 여전히 젊은이들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홈페이지 주소도 보이지 않는다.
5창조한국당 역시 자유선진당과 같이 문국현을 내세우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정당이라서 문국현이 등장한 세 장의 사진으로 한 장짜리 홍보물을 만들었다. 소박한 느낌이 나쁘진 않지만 칼라들이 너무 칙칙한 느낌이어서 신선한 느낌을 주지 못한다. "1표는 인물에(작은 글자), 1표는 기호 5번(큰 글자) 창조한국당에!"라는 걸 보면 역시 문국현을 제외하고는 경선에서 두드러진 인물이 없다는 걸 자신들이 인정해버리는 디자인이 나와버렸다. 진보냐 보수냐, 민주냐 독재냐를 떠나서 "창조한국당은 중소기업당"이라는 포지셔닝은 잘하는 것 같다. 오히려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기독사랑실천당, 평화통일가정당보다는 훨씬 존재의 가치가 있다. 그런데 "자원전쟁 및 정보통신 시대를 맞아 주요 정책 및 공약을 정보통신망을 활용해 홍보하고 불필요한 종이 소비를 줄인다"면서 재생지를 쓰지도 않았고 홈페이지 역시 소개하고 있지 않았다. 뭐지?
6친박연대는 안습. 한나라당을 벗어나 박근혜의 아우라에 기대어 뗑깡을 부리고 있는 당이랄까? 그들의 주군은 한나라당 소속인데...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친박연대와 같은 형태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 사용된 사진의 대부분은 박근혜 사진 일색이다. 이들의 공약은 뭐, 볼 게 있나? 하긴 뭐, 다른 정당들도 비슷한 수준들이니 친박연대도 공약에서만큼은 별 쪽팔릴 게 없을 것 같다. "국민의 힘으로 살아서 반드시 살아서 (한나라당으로) 돌아가겠다"는 친박연대. 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8기독당(기독사랑 실천당) 하나님이 보호하시는 대한민국, 이라니.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대한민국을 하나님의 손으로 넘겨주기 위해 희망을 팔고 있다니. 공양을 보니 정말 웃기지도 않는다. 끔찍하다. "
평화통일 가정당은 통일교 관련 정당"이라고 까발리고(?) 있다. 사탄이라고 적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일 정도다. 정강정책 중에 눈에 띄는 건 "종교재단의 중고등학생 선발권의 자율화 실시", 즉 알아서 학생들 골라서 뽑겠다는 것이고 종교의 세력을 확장하겠다는 것이겠지. "비성경적인 동성연애법, 체세포복제법 반대", 여남평등은 실현하되 동성연애자들은 불결하고 성스럽지 못한 것이니 축출해야 한다는 뜻이겠지. 또 "기독당은 성경에 준하는 법을 만들겠다"??? 아, 정당을 결성하는 것 역시 국민의 자유며 권리니까 어느 누구나 정당을 만들 수 있겠다만 종교가 정치로 진입해 세력을 확장하려는 건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정말 슬픈 세상이다. 이들은 아무 이유없는 듯 보인다. 이름만 걸고 나오면 같은 종교인들이 알아서 비례대표로 만들어줄 것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인가? 비례대표 후보자들 소개엔 이름 말고는 아무 것도 소개되고 있지 않다. 정말 왜 그러니.
13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당이기도 하지만 그나마 똑바른 정신으로 바른 정치를 해 줄 당이 아닌가 싶다. 진보신당이 주장하는 3대 대란, "집값 대란", "교육 대란", "고용 대란"만 막아줘도 좀 살만한 세상이 열릴 것이다. 명쾌한 정책 설명이다. 노회찬, 심상정이 민주노동당 시절엔 권영길 때문에 빛을 보지 못했던 것일까. 그들의 모습이 훨씬 더 밝아보이고 힘차보인다. 새롭다.
말고는 마땅한 당들이 없다. 하긴 내 눈에 어느 당이 눈에 찰까마는 아무리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밖에는 없다. 새로운 시대도 좀 겪어봐야 하지 않겠나. 같은 것만 보고 같은 것만 듣고 살면 자신이 어떻게 변하는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될 경우가 많다. 그동안 정치에 질렸고 못믿을 놈의 정치인들 때문에 속이 까맣게 타버렸다면
을 통해서 서민을 위하는 민생정치 맛도 함 보자. 그리고 진짜 진보가 뭔지도 실제 눈으로 확인해봤으면 싶다.
더 이상 "속았다, 그럴 줄 몰랐다, 너무한다, 바꿔보자, 못살겠다"는 얘기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생각을 좀 더 해야 하고 좀 더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습관성 지지는 절대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권력을 쥔 자들에게 지지자인 당신의 피눈물을 빼내게 할 정당한 변명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 줄 뿐이다.
깔끔하게 정리 잘 하셨네요. 친박연대는 당명으로는 좀 이상한듯합니다.
답글삭제@GoodLife - 2008/04/07 00:54
답글삭제친박연대는 정말 이상한 당인 것 같습니다. 국민을 "가오리과 물고기의 생식기관" 정도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