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7일 일요일

250(二百五)은 멍텅구리, 바보, 천치!

오늘 우연히 식사를 마치고 금액을 지불하기 전에 미리 계산을 해봤는데 250원(二百五;Er Bai Wu)이 나왔거든요. 함께 식사를 한 분들은 웃으며 금액이 참 묘하다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었지요. 설명을 들어보니 250원은 '얼바이우'라고 발음이 되는데 이게 소위 '욕'이라고 하네요. 식사를 했는데 음식 값이 그렇게 나오면 기분이 썩 좋을리는 없겠지요.

 

암튼 푸우웬(服务员;Fu Wu Yuan-종업원)을 불러 영수증을 주고 계산을 해달라고 했지요. 아니나 다를까, 종업원이 계산을 마친 후 우리 쪽으로 걸어오는데 살짝 웃고 있더라구요. 종업원이 우리 테이블로 와서 웃으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음식값은 249원(二百四十九块钱;Er Bai Si Shi Jiu Kuai Qian)입니다"

 

우린 모두 웃음을 터트렸지요. 종업원도 함께 웃고 말았구요. 만약 종업원이 '얼바이우(250원)'라고 말한다면 손님들에게 '욕'을 하는 셈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영수증을 보니 음식값은 250원이 맞는데 -1원 할인이 되었다고 표시가 되었네요.^^

 

250원, '얼바이우(二百五;er bai wu)'는 멍텅구리, 바보, 천치라는 뜻(중국어 사전:naver/daum)이랍니다. 중국에서는 '바보, 신중하게 말하지 않는 사람, 일을 대충하는 사람, 웃음거리가 되는 일을 벌이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라고 하네요. 그냥 숫자인 것 같은데 '얼바이우'라고 말하면 '욕'과 같은 말이라 해서 꺼린다고 합니다. 심한 욕은 아니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심한 욕이 될 수 있겠지요? 중국에서는 '욕'이라고 하니 어디 가서 '얼바이우'라는 말은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되겠습니다.

 

그래서 물건 값을 흥정할 때도 절충가격이 250원이라 해도 250원을 서로 말하다 보면 '욕'을 주고 받는 셈이 되니 249원이나 251원으로 가격 흥정을 한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싸움이 날지도 모르니 조심해야겠네요.

 

250이란 숫자를 부득이하게 말할 경우에는

1. 二百五-'얼바이우'라고 하지 않고 两百五;Liang Bai Wu-'량바이우'라고 하거나

2. 二五零;Er Wu Ling-'얼우링'이라고 한답니다.

 

250이란 숫자, 즉 '얼바이우'가 왜 멍텅구리, 바보, 천치와 같은 뜻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그 중에 몇 가지만 소개해 볼까 합니다.

 

전국시대에 苏秦(Su Qin)이란 달변가(설득에 능한 사람)가 있었다고 합니다. 6국(六国) 모두에게 신망이 두터운 상당한 실력가며 위풍당당했지만 많은 원수를 만들게 되었다지요. 결국 후에 제나라에서 살해됩니다. 그런데 제나라 왕이 苏秦의 복수를 하겠다며 나섭니다. 제나라 왕은 苏秦의 살해범이 바로 잡히지 않자 꾀를 한가지 냅니다. 苏秦의 시체에서 머리를 베어 성문에 걸어둔 후 방을 붙이는데 내용이 이렇습니다. "苏秦은 내부의 첩자였다. 그를 살해한 자에게 황금 천냥을 하사할 테니 와서 받아가라". 방을 붙인 후 苏秦을 살해했다는 네 사람이 등장합니다. 제나라 왕은 거짓말한 자는 가만두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지만 네 사람 모두 자기가 苏秦을 살해했다며 확고한 태도를 보입니다. 결국 제나라 왕이 네 사람에게 묻습니다. "상으로 내릴 황금 천냥을 너희 네 사람이 어떻게 나눌 것인고?" 네 사람은 한 목소리로 대답했답니다. "한 사람당 250냥(얼바이우)씩 나눌겁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제나라 왕은 크게 노하여 소리칩니다. "여봐라, 이 네 '얼바이우(250)'들을 당장 끌고 나가 참수하거라". 

또 하나의 이야기는 민간에 전해오는 이야기라는데요. 옛날에 수재 한 명이 있었답니다. 과거에 급제하여 이름을 날리고자 식음을 전폐해가며 공부에 매진했는데 단 한 번도 급제를 하지 못합니다. 결국 시간이 흘러 노년에 이르러서야 공명과 명리에 마음을 모두 접게 됩니다. 그제서야 마침 아들 둘을 얻게 되는데 수재가 일생의 성패(成败)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감개가 무량하더랍니다. 그래서 아들 하나는 성사(成事), 다른 하나는 패사(败事)라고 이름을 지었답니다. 이후 수재는 집에서 아들들을 열심히 가르칩니다. 어느 날 수재는 큰 아이에게 300번, 작은 아이에게 200번 글쓰기를 시키고 아내에게 밖에 나갔다 올테니 두 아들이 글쓰는 걸 봐달라 당부하고 길을 나섭니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두 아들의 공부는 어땠는지 물어보니 아내가 대답하길, "쓰기는 썼는데 성사(成事)는 부족하고 패사(败事)는 넘칩니다. 둘 다 모두 250번씩 썼습니다."

다른 한가지는 중국 고대인들은 은(银子)을 량(两)의 단위로 구분했는데요. 보통 5백냥(五百两)이 정수였다고 하네요. 당시에는 종이에 잘 싸서 두었는데 500냥의 은을 잘 싸둔 종이 한 봉지를 '一封(Yi Feng-이펑)'이라고 했다네요. 그러니 250냥 은(银子)은 '一封(Yi Feng-이펑)'의 절반, '半封(Ban Feng-빤펑)'이 되겠지요? 그런데 이 '빤펑'이란 발음이 반쯤 미치다는 '半疯(Ban Feng)'과 발음이 같습니다. 그래서 후세인들이 실성하고 미친사람을 일컬어 '빤펑', 즉 250냥 은-'얼바이우'라고 불렀다네요.

현대에 와서는 (저도 참 좋아하는) 중국의 유명한 가수 伍佰(Wu Bai-우바이)의 노래를 배워도 잘 따라 부르지 못하면 잘해봐야 절반의 伍佰(우바이), 즉 半个伍佰라고 해서 '얼바이우(250)'라고도 한다네요.

 

혹시 중국에 가실 일이 있다면 '얼바이우(250)'는 말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

 

 

** 중국어로 금액을 말할 때는 십단위로 끝날 경우 맨 뒤 '0'은 발음하지 않습니다. 250은 원래대로 말한다면 '二百五十;Er Bai Wu Shi-얼바이우'라고 말해야 하지만 '0'은 발음하지 않기 때문에 '얼바이우'까지만 말합니다. 하지만 뒤에 돈의 단위가 붙으면 모두 말해야 하죠. 250원은 '二百五十;Er Bai Wu Shi Yuan-얼바이우스' 또는 '二百五十块钱;Er Bai Wu Shi Kuai Qian-얼바이우스콰이치앤'

 

그럼, 130과 130원, 270과 270원은 어떻게 발음하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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