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아라 병아리(가제)> 아트웍을 정하는데 꽤 고민을 했었다. 원래는 우관중(吴冠中)화가의 화풍에 영감을 받아 그대로 밀고 나가고 있었는데 중간에 Zeng 감독님의 잇다른 고민에 의해 다른 아트웍으로 시도를 몇 번 해봤었던 탓이다. 특히 며칠 전에는 Zeng 감독님이나 나나 마이클 두덕 드 위트의 <아버지와 딸>을 무척 좋아했기에 그 스타일을 참고하고 변형해 테스트를 해보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Zeng 감독님이 엊그제 밤에 급히 나를 찾기에 무슨 일인가 했더니 아무래도 우관중 스타일을 고수하는 게 좋겠다며 그 이유를 상세히 다시 설명해줬다. 사실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애초에 난 우관중 스타일로 가는 게 가장 맘에 들었고 그렇게 해야만 다른 분위기의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확신이 있었다. 다만 공동 감독이라고는 하지만 작품의 전반에 대해서는 이미 Zeng 감독님이 시작을 한 상태에서 내가 참여했기 때문에 그가 작품의 아트웍에 대해 계속 다른 의견을 냈던 것에는 별 이견을 내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는 나보다 그가 가진 작품에 대한 열정이 그만큼 강하다는 반증이기도 하겠다. 암튼, 다시 우관중의 그림들을 들여다보며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뭔가 잡힐 듯 하면서도 쉽게 손아귀에 쥐어지지 않는 느낌들만 가득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캐릭터 및 배경의 선(line) 처리의 문제인데 배경은 직접 중국화를 전공한 선생 한 분이 도와주기로 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는 것으로 생각되지만(사실 약간 걱정이 되긴 한다.) 캐릭터들의 선 처리가 큰 골치거리다. 캐릭터가 한 두개도 아니고 게다가 모두 애니메이팅이 되는지라 그 많은 동화를 다시 일일히 붓으로 그려서 원하는 선을 따내는 건 끔찍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몇 개의 소프트웨어를 거쳐 자동적으로 선을 처리하는 방법인데 이게 그리 만만치가 않다. 그림이 좀 크거나 선을 처음부터 묘사를 잘 해낸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는데 '병아리' 안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크기는 대체로 작은 편이고 현재 쓰고 있는 선도 모두 연필로 처리를 하고 있는 중이어서 깔끔한 선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스캔을 한 후에 선 정리하는 것이야 별 문제가 없지만 비트맵을 벡터로 바꾸고 선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원하는 느낌이 나오지 않는다. 아~ 정말 머리에 쥐나고 있는 중이다. 오늘 하루 종일 선 처리에 대해 붙잡고 씨름했는데도 원하는 만큼 뽑아지지 않았다.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뭐, 하루이틀 만에 쉽게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제작시간도 점점 촉박해지고 되도록이면 국경절 연휴기간이 끝나기 전에 선에 대한 확실한 방법론을 찾아내야 그 이후 작업이 수월해지기 때문에 조급한 건 사실이다. 게다가 현재 쓰고 있는 소프트웨어에 브러쉬를 추가해서 테스트를 하고 싶은데 브러쉬 만드는 법을 모르겠다. 이거 정말 골치 아프다. 왜 옛날 옛적에 이 감독님한테 제대로 배워두지 않았는지 조금은 후회하고 있는 중이다.
오늘 계속 소프트웨어를 만지작 거리고 책을 뒤적이면서 몇 가지 방법을 찾아내긴 했지만 썩 만족스럽지가 않아서 불만이 쌓이는 중이다. 그래도 일단 내일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선을 모조로 바꿔 테스트 정도는 해봐야겠다. Zeng 감독님의 웃고 있지만 다급해 보이는 표정에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는 중이다.
본격적으로 작업에 돌입한 후 장비도 좀 갖춰지고 작업환경도 훨씬 좋아졌으니 부지런히 머리와 손을 움직이는 일만 남았다. 잠자기 전에 다시 머리 좀 굴려봐야겠다.
- <날아라 병아리(가제)>의 중국어 제목은 <小鸡想飞>, 영문제목은 <Fly For...>다.
제가 보기엔 행복한 고민으로 보이는 건 왜일까.. (염장아님ㅋㅋ) 선 그리는데 그런 문제가 있었군요.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그 캐릭터들이 그냥 그냥 나오던 게 아니었구나. 고민 끝에 형이 원하는 방법을 발견하실 수 있길 바래요: )
답글삭제@왕도비정도 - 2006/10/06 22:20
답글삭제이건 정말 머리 아프게 하는 문제야.ㅎㅎ 애니메이션마다 표현하고자 하는 아트웍이 있기 때문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지. 조금씩 풀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