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3일 화요일

수영 초보자 - 퇴화하지 않기 위해 허우적거리다.

난 수영을 전혀 하지 못한다. 어릴 적 친구들과 계곡이나 바다에서 물장구를 치는 정도는 가능했다. 수영이 아닌 물장구. 언제부턴가 물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면서 더더욱 깊은 물이 있는 곳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편이다. 특히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산으로 놀러가 놀며 계곡에서 단숨에 짧은 거리를 마구잡이 수영으로 헤엄쳐 건너가다 친구 녀석이 장난을 치는 바람에 물에 가라앉았던 끔찍한 경험을 한 뒤론 더더욱 그렇다. 한국에서도 수영장엔 어릴 적 '공공풀장'이란 곳을 한 번 가보고 '실내 수영장' 두 어번 가번 게 전부인 기억이다. 그 몇 번의 방문에도 내 가슴을 넘어가는 수심이면 접근도 하지 않았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살도 찌고 몸매도 좋지 않아 더더욱 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수영이 신체의 균형을 잡아주고 전신운동에 대단히 매력적인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생각을 하지 않고 지냈다.

중국에 온 후 주변에 수영을 좋아하는 선생님들이 많아 어떻게든 수영을 배워보려고 마음먹은 지도 꽤 되었다. 그러다 얼마 전 나이 지긋하신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수영장을 가게 되었다. 전부터 배워보려고 애를 썼지만 쉽게 기회를 잡기 어려웠기 때문에 너무도 반갑게 그들과 함께 동행하게 되었다. 수영복은 맘에 드는 게 없어 구입을 미루고 있었는데 선생님 한 분이 여벌이 있어 빌려주게 되었고 물안경은 수영장에 가서 바로 구입하게 되었다.

수영을 전혀 못하기 때문에 선생님들에게 이런저런 이론들을 배워가며 허우적대길 한 참. 나름 이론에는 잡다한 지식이 있는지라 잘 될까 기대했었지만 무척 어려웠다. 물에 들어가면 숨을 쉴 수 없다는 기초상식에 의거해 물 안으로 들어가면 숨을 참고 물 밖으로 나오면 숨을 뱉는 몰상식한 수영 방식으로 여러 차례 물을 먹었고 수심이 조금이라도 깊어지면 머리 속이 하얘지면서 온 몸의 근육이 굳어버리는 경험을 수 차례 하게 되었다.

특히, 내가 써왔던 근육들은 모두 헬스나 격투 관련 운동, 혹은 구기 운동을 할 때만 써왔기 때문에 몸의 긴장을 풀고 자연스럽게 동작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태극권을 좀 더 오래 수련했더라면 가능한 일이었을까? 선생님들은 (거의) 처음 하는 사람치고는 쉽게 잘 따라하고 빠르게 습득하고 있다고 칭찬을 해줬지만 그들의 칭찬은 그저 칭찬일 뿐 나는 여전히 물 안에서 허우적대고 물 먹으며 여전히 수심 깊은 곳을 두려워하는 초보자였을 뿐이었다. 한 삼개월 정도 수영장 다니며 연습하면 좀 더 깊은 곳에 가서도 충분히 수영할 수 있다는 그들의 말에 용기를 내긴 했지만 역시 첫 날은 첫 날이었다. 다만 물을 많이 먹어 포만감에 수영을 그만 두기까지, 두 시간여 놀다가 지쳐 그만 둘 때까지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게다가 가을 햇살이 수영장으로 밀려 들어오면서 수영장 위 아래 반짝이는 햇살의 포근함과 아늑함, 아름다움이란... 오랜동안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사람도 별로 없었으니 금상첨화.

사람은 쓰지 않는 근육은 퇴화한다고 한다. 수영을 처음하는 사람은 그 다음날 근육통에 시달릴 수 있고 피로감에 휩싸인다고 한다. 쓰지 않던 근육을 썼기 때문이다. 근육 뿐만일까. 내 뇌세포도 감정도 쓰지 않으면 퇴화하는 법. 쓰지 않는 부분을 적은 시간이나마 움직여주면 보다 균형잡힌 인간이 될 수 있겠다. 세월이 흐르면서 익숙한 쪽으로만 몸과 마음, 정신을 움직가게 되고 그게 굳어지면서 '전형적'인 인간이 되어간다. 보다 폭 넓고 자유로운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쓰지 않는 쪽, 꺼려했던 쪽으로도 움직이고 행동해야 함을 다시 기억해낸다.

수영을 어느새 배울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서긴 하지만 기회를 접하는 대로 부지런히 허우적대로 움직이면서 잠자고 있는 근육들, 생각들을 깨워내야겠다. 수영이 좀 익숙해지면 혼자서도 갈 수 있겠지. 현재로선 혼자 가는 건 아직 좀 그렇다.

내일 오전에 기회가 있다. :)



- 근래 가는 수영장에는 헬스클럽, 당구, 탁구, 마작, 레스토랑 등 다른 부대시설들이 있다. 전에 선생님들과 농담삼아 얘기했었는데 하루 코스를 제대로 잡아서 운동 겸 놀이를 즐기면 하루 정도 시간은 그냥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수영과 마작 빼고는 곧잘 하는 운동이 아니던가.

댓글 2개:

  1. 비밀 댓글 입니다.

    답글삭제
  2. @Anonymous - 2006/10/06 22:06
    난 이제 두 번째 수영장에 가봤을 따름이야. 대결은 무슨...ㅎㅎ 두 번째 갔을 때 아주 조금이지만 '감'이 오는 중이야.ㅋ



    그리고 축하해. :) 궁금해하고 있음.



    농구는 종종 했었는데 그냥 마구잡이식이야.-_-a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