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16일 화요일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통한다는 것은 사실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오래될 수록 잘 아는 것도 아니고 만난 기간이 짧다고 해서 잘 모르는 것도 아니다.
물론 시간이 오랠 수록 짧은 만남보다는 많이 알긴 하겠지.
다만 그것도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누었느냐,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느냐에 따라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한국에 있을 때 만난 사람들 중엔 가족을 제외하고
10년 넘게 만난 이들도 있고
4-5년 정도 알고 지낸 이들도 있고
혹은 1년, 몇 달, 며칠을 알고 지낸 이들도 있다.
중국에 있는 친구들은 지난 해에 와서 몇 번 얼굴을 본 것이 전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일수록 더 많은 교감이 생기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짧은 만남일수록 공감대가 작은 것도 아닌 것 같다.
문제는 내가 상대를 대할 때에 얼마나 많이 마음을 열어두고 있었느냐 하는 문제이며
얼마나 상대에게 열심이었느냐 하는 문제였다.
 
관계에 있어서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관계의 거리이다.
 
중국 사람들이야 한국 사람들에게 호감이 있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그래도 몇 몇 친구들은 내가 말을 잘 하지 못해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은 내가 중국어를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내가 중국어를 무척 잘하더라도 어차피 나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중국 친구들과의 간극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아니 한국에 있는 인연들과도 분명 존재할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때론 그게 더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도 같다.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공간에서 생활을 하고 같은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사실 서로에게 무심한 경우도 많고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착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
 
조금만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면
나와 상대의 관계가 어느정도는 객관적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그것은 결국 내 마음을 내가 들여다 본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내가 상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오랜 친구처럼 편해지려면
일단 내 자신이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하고 노력을 해야한다.
그리고 친해질수록 지킬 건 지켜야만 좋은 관계가 오래갈 수 있다.
 
물론 더 많고 세세한 이유와 룰이 있겠지만
이같은 사실만으로도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곤 한다.
십년을 만나왔던 친구도 방금 전에 만났던 어떤 사람도
늘 같은 마음으로, 경외심으로 대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건 자명한 사실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 있는 소중한 인연들과
중국에서 만들어갈 소중한 인연들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고마움과 사랑을, 그리고 앞으로 준비할 고마움과 사랑을 전해본다.
 
열리고 닫히는 건 작은 차이지만
그 작은 차이가 큰 간격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껴본다.
 
 
::
중국어를 하루하루 배워갈수록 아주 조금씩 들리는 단어들은 활력이 된다.
그게 끊임없는 노력의 연속에서 나옴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그걸 늘 알게 해주는 인연들에게 감사하다.

2003년 9월 15일 월요일

들리지 않는 소리.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 소리가 있다.
수업 시간에 아무리 집중을 해도 잘 들리지 않는다.
어학을 시작하면서 아마 대부분 경험하는 고민이자 고통일게다.
 
예전에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이 있었다.
처음에 서로 다른 문자를 가진 사람들끼리 어떻게 서로의 글과 말을 이해하게 되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 시작한 이들은 대단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지금이야 한글로 된 번역서나 중한사전도 있고 그러니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내가 이곳까지 와서 이렇게 중국어를 배운다고 할 수 있었을까?
 
내게 30평생 익숙하지 않았던 음의 높낮이와 발음들이
이제 매일매일 듣고 알아야 하는 목표가 되어있다.
생활부터가 달라지고 노력하는 자세도 좀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내가 어릴 적에 부모님으로부터 맘마, 엄마, 아빠라는 단어를 배울 때처럼
습관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소리와 발음과 뜻이 튀어나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 쉬운 일이 아닐 터지만
그 쉬운 일이 아닌 일들을 또 많은 이들이 해내고 있고
해내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다.
 
늘 익숙치 않은 것들에 대한 두려움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익숙치 않은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경외심이 나거나 부럽거나
때론 질투심도 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도 처음엔 힘들었을 것 아닌가.
그 익숙치 않은 것을 현재 익숙하게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연습하고 노력했을 것인가.
 
습관의 습(習)이란 단어는 날개 익(翼)자와 일백 백(百)자가 합쳐진 글자라 한다.
날개짓을 백번 정도는 계속 해야만 습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밥 한술을 뜨기 위해 숟가락질과 젓가락질을 얼마나 많이 했겠나.
이제 중국어 걸음마를 시작했으니 습을 얻기 위해 노력할 일만 남았다.
 
그래도 들리지 않는 소리는 여전히 있지만
두려워하진 말자. 걱정도 하지 말자.
 
다만 마음에 열정이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자.
늘 청년이지 못함을 두려워하자.

2003년 9월 14일 일요일

환절기 비염

역시 늦은 잠.
오늘따라 몸이 영 좋지 않다. 핑계다.
아니다.
환절기가 되거나 기온차가 좀 나는 날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코 막힘.
 
코가 막히면 머리가 멍하고 눈이 무겁고
입으로만 숨을 쉬어야 한다.
 
어느 한 곳이 막히면서 생기는 여러가지 힘겨움, 버거움이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마음이 막혀도, 사람간의 대화에 이해가 막혀도,
내가 취사하는 일의 순서가 막혀도, 본말이 막혀도,
일은 커지고 힘겨움은 늘어간다.
 
코가 막히면 난 늘 코가 진정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 이유는 코가 막힌 걸 그냥 두면 다른 곳에 신경이 분산되어 아무것도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안하는 것인가.)
코가 해결되고 나면 다시 멀쩡한 상태로 복귀한다.
 
원인과 결과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사라지지만
그것에 휘둘리며 사는 건 참 힘겹다.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결과를 보기 전에 혹은 결과를 봤을 때
어서어서 원인을 찾아내 알아야 하고
어떠한 결과를 잘 만들어내기 위해선
원인을 잘 다스려 시작해야 한다.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가.
지금 내 마음은 어떠한가.
 
막힌 코를 뚫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중이다.

2003년 9월 13일 토요일

한가로워.

아침에 무수히 많은 전화가 온다.
잠을 더 자고 싶다. 술을 먹어서 좀 힘들기도 하지만 잠을 자고 싶다.
 
아! 어제 규이가 오늘 아침에 농구하자고 그랬는데
시간을 보니 얼추 8시 반쯤이 된 것 같은데
....농구하러 가기 싫다. 오늘은 잠을 좀 자고 싶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원희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느즈막히 일어나 빨래하고 밥 챙겨서 먹고 컴퓨터로 영화를 보고
그리고는 주욱~ 쉬고 있다.
 
후배 집에 주인이 내일 온다해서 내 짐도 좀 정리해서 치워놓고
방도 좀 정리하고 이렇게 저렇게 하루가 간다.
 
오늘은 오전에 집을 알아보려 했는데 시간도 이미 늦었고
오후에 옌궈에게 전화를 하는데 자꾸 out of service란다. 통화이탈지역인가?
핸드폰에 문제가 생긴건가?
 
어쨌든 전화가 되지 않으니 오늘 오후에 집을 알아보는 것도 글렀다.
내일은 일요일인데 가능할까 싶다.
 
뭐...이쪽저쪽에서 집을 알아보고는 있으니 아무리 늦어도 다음 주 안에는 찾아지겠지.
집이 좀 깨끗하고 쾌적해야 자리를 빨리 잡고 안정한다고들 한다.
당연 맞는 말이다.
하지만 가격도 좀 싸면 좋겠다.
이젠 절약모드로 전환이다.
 
바람이 차다. 해는 빨리 진다.
한가로운 오후를 보냈다. 기분은 좋다.
담주 수업을 위해 예습도 좀 하고 복습도 좀 하고...
 
.........................마음이 넉넉해지니 마음이 그립다.

2003년 9월 12일 금요일

두번 째 수업, 그리고 사는 것...

#01 조바심
 
이틀 째, 수업받는 날.
오늘은 아침 일찍 일어났다. 6시 즈음. 우와.
샤워를 하고 학교가서 교재사고 초급 4반 수업을 들으러 갔다.
에휴. 역시 잘 안들리긴 하지만 가만가만 집중하고 있으니
아주 조금씩은 들린다. 수업 따라가기가 좀 벅차다.
진도가 좀 빨라서일테다.
 
낮엔 집을 보러 다녔다.
집을 내놓은 곳에 사람이 없다해서 한군데 밖에 못가봤는데
방 두개짜리에 1,000원이다.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온수기가 갖춰져 있는 집이었다.
그런데 혼사 쓰기엔 좀 버겁고 그래서 다른 집을 알아봐야겠다.
 
저녁엔 윤규이, 치우메이, 안옌궈, 옌뽀, 왕스동, 팅팅, 그리고 남자후배(원희)와 함께
식사를 같이 했다. (규이와 치우메이는 연인, 옌궈와 옌뽀는 연인, 스동과 팅팅은 부부)
훠구워(샤브샤브)를 먹고 고량주를 먹고 촬(꼬치)을 먹고
노래방도 가고 그랬다.
오늘은 내가 베이징에 못가고 다시 장춘으로 돌아온 것 때문에 만났는데
괜찮다며 이것저것 도와줄 것에 대해 말을 해준다. 고맙다.
덕분에 오늘 좀 과지출을 했는데 앞으론 이런 날들도 없을테고
오늘 기분좋게 먹고 마셨으니 좋다.
 
이젠 공부할 일만 있네.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조바심도 나지만
열심히 하면 열심히 한 만큼의 성과를 보겠지..하는 기대도 생긴다.
 
한국은 태풍 매미가 온다는 데 맘이 좀 그렇다.
큰 피해가 없어야 할텐데.
 
 
 
#02 一生
 
원희 얘기를 듣는데 나와는 참 다르게 살아왔다는 생각을 했다.
그 친구는 어릴적부터 힘들게, 고생도 많이 하고 마음도 많이 아파가며 자라왔고
그러면서 스스로가 삶의 지혜도 터득하고 삶에 대한 의지도 참 강하고 남다르다.
난 그저 안전하게만 살아온 것 같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좀 더 분발심을 내야하지 않겠는가 하는 의지가 생긴다.
 
물론 온실속의 화초, 들판의 잡초가 어느 게 옳고 그르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삶을 의지대로 살아갈 때 아무것도 모르고
남에게 의지하거나 스스로가 경계를 피해다니려고만 하면
얻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이래 살아도 한 생이고 저래 살아도 한 생이라
사는 데 좀 더 신중하고 조심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 생이라면 최선을 다해 도전하고 부딪치고 깨지고 일어서며 사는 것도
또다른 삶의 기쁨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주위 인연들에게 감사하며 스스로 열심히 삶을 일구어내는 것이야 말로
함께 사는 세상에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적당한 지점일테다.

2003년 9월 11일 목요일

첫 수업

첫 수업 받는 날.
 
어제 중국친구들과 조금 늦은 시간까지 얘기하느라.
물론 술을 마셨지만.(-북경간다고 환송해준 친구들이라 장춘 온 기념으로.^^;)
그래서 어제 조금 늦게 잤다.
아침에 7시에 일어나는 게 한국에서조차 그리 쉽게 습관들지 않은 터라
조금 힘겹게 일어났다.
  첫
중국의 아침은 꽤 빨리 시작되는 편이다.
누구 말로는 후진국(?)일수록 농사짓는 게 주업인 나라일 수록 아침이 이르다고 하지만
장춘은 그래도 꽤 큰 도시인데도 아침이 빠르다. 아니 중국 전역이 빠르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학생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틈 속에서
아침 수업(오전 8시)을 받으러 바삐 발걸음을 재촉하는 내 모습이 조금은 새롭다.
 
어학 수업은 초급 4반, 중급 4반, 본과생 4반(?), 고급 1반이 있는데
난 초급반을 선택했다. 어느정도 수준인지를 알기 위해서
초급 2반과 4반을 번갈아 수업을 들었다.
8시부터 9시 반까지 수업, 그리고 10시부터 11시 반까지 수업. 그리곤 점심시간.
초급 2반은 좀 쉬운 듯 해서 4반을 들었는데 당췌 뭔소린지 들리지 않는다.
초급 3반과 4반이 같은 같은 교재라 해서 내일부터 4반을 들을 작정이다.
열심히 외우고 읽고 하다보면 언젠가는 들리고 말할 수 있겠지...
 
중국친구가 집을 네군데 정도 알아봐뒀다고 한다.
오후에 시간이 되면 집을 알아보러 가야겠다.
오늘 안되면 내일 알아봐야지.
 
공부하자. 공부!
 
씨엔자이 워스 쉐성~~(이제 난 학생이다.^^a)

2003년 9월 10일 수요일

어학원 등록하다.

어학원 등록하는 날.
 
오늘 아침은 조금 늦게까지 잤다.
그래봐야 한국에서와는 다른게 일찍 일어나긴 했지만.
 
동북사대에서 어학연수를 받기로 했기 때문에
11시 반까지 동북사대 중문과 앞에서 만나 등록을 하러 갔다.
동록비는 학비/등록비 합쳐서 7885원을 냈다. 등록비는 50$.
그런후에 거주증과 학생비자(X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신체검사를 받아야 해서 중국친구(강산)와 함께 병원에 다녀왔다.
병원 신체검사비는 288원. 왕복 택시비 24원. 뭐...이래저래 돈이긴 하지만.
꼭 필요한 것이니 어쩔 수 없겠지?....
 
오늘 저녁엔 중국친구와 함께 다른 친구를 만나
장춘에서 중국화를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해 물어볼 겸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다.
뭐 상황이 안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지.
 
.................
 
동북사대는 생각보다 상당히 큰 편이다.
중국어 쪽으로는 중국각지에서 배우러 온다고들 하니 실력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HSK(한어수평고시)시험도 국가 지정학교라 한다.
정말이지 일단 어학을 열심히 해야할 듯 싶다.
 
장춘의 날씨는 그늘은 서늘하고 바람이 센데
햇볕은 참 따갑다. 더울정도로.
 
내일부터 본격적인 수업이다.
 
잊지말고 9월 16일날은 병원에 가서 확인증을 받아 비자를 갱신해야겠다.